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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페이즈1.
적의 냉병기 시절, 즉 적의 홈그라운드에서의 전투.
‘완벽한 패배라고 할 수 있다.’
아메리고 병장의 눈이 판단을 정확하게 내렸다. 카실레안 교본에 있는 ‘반신격 판단 전술’에 근거한 조항이다.
페이즈1은 상대 반신격의 세계관에 맞춰서 전투를 수행한다. 이에 인조생명체 쪽은 ‘사제’의 비율이 마법사보다 높아야 했다. 오성마탑의 마법사 3명에 환희와 자유의 사제 7명.
자원투입에서 효율적으로 교본대로 이루어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다양한 걸 반신격에게 실험하기 위해서는 전력 보존이 필요해서였다. 아랫배가 찔린 순찰자도 세파리아스가 물러나자 몸을 회복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
냉병기 전투와 더불어서 초월의 힘이 사용된 전투에서 상대 반신격의 등급은 S급(측정불가)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신제국의 병사들의 수준이 낮은 이유도 절로 이해가 되었다.
반란이 일어나도 신황제가 군대를 이끌고 가면 상황 종료다.
‘오히려 병사의 수준을 낮게 만들어야 하는 게 신황제다.’
반란군 또한 병사다. 그렇기에 신제국의 군사체계는 항상 낙후된 상태로 유지되어야 했다. 적이 키울 수 있는 수단을 강제로 나쁘게 만든 셈이다. 물론 자신의 것조차도 녹슬게 하였다.
그런 고만고만한 싸움에서 황제는 양민학살을 하며 즐길 것이 틀림없었다.
‘간악한 새끼.’
아메리고 병장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구인은 평범한 인간에서 만신전(萬神殿)의 결정으로 상위인간이 되었으며 그 수명이 대폭 늘어났다. 서로 함께 가는 삶이다. 인신들은 군사력이 필요했고, 지구인은 보다 우월한 수명을 원했다.
마력이 유통되면서 지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신제국의 인신이 될지도 모르는 반신격이 하는 짓은 너무나도 저열했다.
시민의 우민화를 진행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능력주의의 사회는 반대하지만 지식우월의 사회는 찬성하는 아메리고 병장에게 있어서 세파리아스의 행동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2페이즈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는지가 중요하다.’
2페이즈는 당연히 제대로 된 싸움이다. 1페이즈와의 차이점이라면 당연히 총기가 사용된다.
‘사용되는 총기는 제각각.’
가장 먼저 붉은 요새의 방패병이 든 기관단총, SXK16 9MM.
반신격을 상대로 자동권총에 쓰이는 9mm를 쓰는 이유는 다분히 값싸서였다. 400J의 낮은 위력을 지니고 있어도 총은 총이다. 반신격의 행동을 저지하는 데는 충분했다. 즉, 들러리인 셈이고, 반신격에게 대처 시간을 주는 ‘시험’과도 닿아있었다.
특히 SXK16 9MM은 60발 빅박스탄창을 사용하고 있어서 유지력도 좋았다. 개머리판을 펴지 않았을 때 전장이 350mm에 불과한 것도 우수했다.
동시에 기만술이기도 했다.
‘총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주기에도 좋지.’
400J의 위력을 지닌 9MM는 적에게 위력을 잘못 소개해주기에 좋았다. 하지만 실제로 전투에서 사용되는 M4-226A1TL 돌격소총은 12인치 총열을 지닌 중장거리 돌격소총이다.
보통의 돌격소총이 5.56MM NATO를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식민지를 개척하고 장거리 차원여행을 하는 우주 낙원의 인원들이 쓰는 구경은 7.62mm NATO 탄약을 썼다.
관통력은 5.56MM가 더 높지만 위력은 7.62MM가 더 좋았다. 여기서 AK-47에 쓰이는 건 제외한다. 5.56과 AK에 쓰이는 7.62의 위력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또 나토탄과도 달랐다.
근거리에서는 3500J에 달하는 위력을 지닌 7.62탄은 실로 모든 경우에 사용되기 좋았고, 저지력도 높아서 인명피해도 적게 날 수 있었다. 마구잡이로 덤비는 냉병기 상대로도 좋다.
관통보다는 무조건 펀치력이 좋아야 하는 게 식민지 개척 파견대의 의견이었다.
‘100M 이내의 근거리 사격에 당하면 반신격도 뼈도 못 추린다.’
총기의 무서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제대로 된 총기는 악마도 죽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가장 트렌디한 악마의 기술은 총기방탄 피부일 정도였다.
어찌되었건 2페이즈는 반신격의 모든 능력을 파악하는 데는 충분했다.
아메리고 병장의 눈이 전장으로 향했다.
드르르르르륵!
엄청난 속도로 총알이 발사되었다. 무자비한 발사속도에도 반동은 지나칠 정도로 저반동이었다. 60발이 소모되는 데 걸린 시간은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철컥! 탁!
빼고 넣는다. 순식간에 탄창이 교체되었다. 개머리판도 펴지 않았기에 행동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SXK16 기관단총의 무게는 3KG 수준. 인조생명체에게 있어서는 젓가락이나 다름없었다.
그 속에서 세파리아스는 엉망진창으로 당했다.
팔조차도 충격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전신갑주는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피가 흘러내렸다.
“하하, 하하하하하!!!!!”
광오하기 짝이 없는 웃음소리가 세파리아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포악함에 이곳에 있는 20명의 정예병들은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오직 현장에서 세파리아스를 바라봤을 때 느끼는 공포였다. 저편에서 영상으로 이를 보는 아메리고 병장의 눈에는 똥폼잡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호랑이를 TV에서 볼 때는 멋지기만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마주하면 그 으르렁거림에 오금이 저린 것과 같았다. 철창이 아니라 숲에서, 산에서 만난다면 그 현장감으로 인한 체감은 더더욱 심할 터였다.
‘즐겁다.’
세파리아스가 웃었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
350m/s가 넘는 탄속을 뛰어넘으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를 지녀야 했다. 체면적을 생각하면 그런 행동을 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파바바박!
세파리아스의 몸이 흔들렸다.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음에도 충격이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피멍은 물론이고, 범인(凡人)이었다면 기절했을 충격이었다. 뼈가 부러지는 건 당연해 보였다.
반신격의 육신이라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피가 흐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반신격의 육신이라고 해도 그 근본은 인간.
한 줌의 마력조차 가지고 태어나지 못하는 버러지.
그렇기에 세파리아스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위기가 자신을 찾아왔음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후욱!”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거세게 일부를 토해냈다. 그리고 무호흡으로 양다리에 힘을 줬다. 휘청거리던 몸이 한순간이지만 똑바로 섰다. 출렁거림 속에서도 버텨내는 초인적인 육체제어력.
보고도 따라 하지 못하는 오직 무재(武才)를 지닌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초인적인 광경.
단번에 도약한 세파리아스를 향해서 기간단총이 따라왔다.
핑! 핏!
탄알이 스쳐 지나갔다.
저 무지막지하게 빠른 투사체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작다는 점이다.
두 번째 단점은 직선으로밖에 쏘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결법은 간단했다. 입체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착지한 세파리아스의 상체가 옆으로 향하며 텀블링을 했다.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음에도 그런 도약이 가능했다. 인간을 초월한 모습이었다.
“말도 안 되는!”
경악하는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파리아스한테 쏟아부은 9MM 탄약의 개수만 해도 600발이 넘었다. 그것만 해도 이미 몸이 걸레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특히, 신성력을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런 경악의 울림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는 세파리아스의 기질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그는 반신격에 오르면서 더더욱 적발의 능력이 강화되었다. 평범하게 신성력을 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건 자신의 몸을 치유하는데에도 그러했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가 택한 것은 신성력을 혈액에 녹이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가능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가능했다.
그게 바로 인류가 낳은 최강의 전사, 세파리아스 불파겐이었다. 혈액에 녹아들었기에 종종 피에서 황금빛 가루가 언뜻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없었다.
그런 현상을 보인 건 과거일 뿐이다.
하루가 지나면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한 걸음 더 발전한다.
그게 바로 천재였다. 드낙과는 다르게 꾸준히 수련하는 노력하는 천재가 바로 세파리아스 불파겐이었다. 그런 자가 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리가 없었다.
이미 세파리아스가 지닌 신성력은 혈액과 완전히 동화되어서 시각적으로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고로, 피를 흘려도 그 누구도 그 피에 반신의 신성력이 스며들어가 있다고 여기지 못했다.
촤악!
질척한 늪의 채찍이 세파리아스에게 휘둘러졌지만, 그에게 닿기도 전에 분해되어서 푸른빛으로 변했다. 마력조차도 세파리아스에 의해서 상쇄되고, 파괴되었다.
오성 마탑의 마법사 3명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주문들은 그 어떤 위해도 가하지 못했다.
번쩍!
사제들의 신성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며 방패병들을 강화하고, 순찰자들에게 축복을 내렸다. 그들의 속도는 더더욱 빨라졌다. 세파리아스가 입체적인 기동을 하며 총알의 직선공격을 최대한 피하면서 도착하기에는 무리였다.
드르르르르륵!
땅!
“큭.”
픽.
그리고 이변이 일어났다. 세파리아스의 눈이 총알의 궤적을 보는 데 익숙해지는데 걸린 시간은 3분 28초.
17세기부터 현재까지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 올려진 총기의 역사가 고작 208초 만에 따라잡혔다.
롱소드로 총알을 도탄시켜서 다른 곳에 있는 순찰자의 눈에 정확하게 9mm의 작은 총알이 파고들었고, 뇌에 박혔다. 그대로 순찰자가 쓰러졌다.
즉사였다.
“재밌군.”
순식간에 사격이 멈춰진 곳에서 세파리아스가 소리를 내며 멈춰 서서 주변을 훑었다.
살얼음이 낀 곳에서 동사한 것처럼 모든 인조생명체가 자신들의 목적을 잊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다른 건 없는 것인가? 이게 끝인가? 암살자.”
딸칵.
무언가가 뽑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하나가 투척되었다. 세파리아스가 이를 손으로 잡았다. 핀이 뽑힌 수류탄이었다.
‘뭐지?’
세파리아스가 순진하게 이를 살폈다.
“죽어라! 괴물!”
저주의 목소리가 굉음에 파묻혔다. 세파리아스는 수류탄이 폭발하자 주먹을 꽉 쥐었다.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너덜너덜해진 손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며 수류탄의 파편과 검은 재, 화약 따위가 흘러내려나고 새살이 돋아났다.
‘신성력 사용의 흔적!’
인조생명체들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드디어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시각적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 그 ‘정보’를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수류탄 투척으로 인조생명체도 전력을 다해서 부딪쳤다. 사제들 또한 기간단총을 들었다. 그들은 입으로 신성법술을 사용했다. 마법사들은 접이형 스태프를 펼쳤다. 한 뼘만 한 것이 순식간에 사람 키만 해졌다.
“맞서 싸워!”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들이 달려들었다.
폭음과 굉음.
수류탄 투척의 짧은소리.
아군에게 만들어지는 방어막과 신성 버프 및 보호.
따다당!
그 속에서 세파리아스는 모든 걸 통제했다. 한 번 도탄 했던 롱소드가, 한 번의 휘둘림으로 내리 3번을 도탄 하기 시작했다.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났다. 세파리아스 또한 타격을 입었지만 즉사하거나 부상당해서 세파리아스에게 근접전을 허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는 전쟁터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강철의 전사였다.
“커헉!”
허벅지에 총알이 박힌 순찰자가 절뚝거렸다. 하지만 끝내 손에서 검과 기간단총을 내려놓지 못했다. 세파리아스는 정확하게 절뚝거리는 놈의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휘청!
깡!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하는 방향에서 검이 휘둘러지니 순찰자는 자신의 검에 잡아먹혔다. 세파리아스의 검을 막으려다가 자신의 검이 목에 박혔다.
곳곳에 신성력이 나부꼈다. 세파리아스의 신성력이 아니라 적의 사제가 내뿜은 신성력이었다. 그 신성력은 죽은 적군에게 스며 들어가며 외상을 치료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즉사였기에 부질없는 짓이었다.
마지막 남은 방패병이 부들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공포를 느끼고 있음에도 일어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를 세파리아스가 가만히 지켜봤다. 그리고 그는 여흥을 하고 싶은지 입을 열었다.
“그 도구를 버려라. 강하지만 단순한 거로는 더는 나에게 닿지 못한다.”
“크크크.”
그 말에 붉은 요새의 방패병이 총을 버리고, 품에서 주사기를 어깨에 그대로 꽂아넣었다. 근육주사를 통해서 단번에 몸을 추슬렀다. 극단적인 마약 성분이 그의 몸을 헤집었다.
“하아.”
입에서 마력이 뿜어졌다. 주사기에 있는 마법 성분은 과도했고, 입에서 배출될 정도로 농밀했다.
숏소드를 들고, 버렸던 방패를 집어 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
“전사의 죽음.”
그 말에 방패병이 이를 악물며 돌진했다.
그들이 세파리아스를 실험했다면, 이제 세파리아스가 그들을 실험할 차례였다. 다른 차원의 무력. 제대로 뼛속까지 발라먹을 생각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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