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01화 (90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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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사일런스 워크 프로젝트.

뿔쥐들이 추진했고, 수많은 종족이 이를 도왔다. 노력의 결과는 아쉽게도 조금 늦었지만 지금 이렇게 시작되었다.

투입된 뿔쥐는 최정예 리전. 배불뚝 리전의 일원들이다. 그들은 곳곳에서 엘리트로 여겨질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대장쥐와 함께하면서 잡병도 강병이 되어서였다.

이들은 조심스럽게 <초월자 파동 파악 마탑>에 위조 정보를 주려는 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것이 필요했다.

먼저 굴을 중심으로 벽 내부에 구멍을 뚫었다. 곳곳에 고정물을 세워야 했다. 무너지면 큰일이었다.

끼릭.

여기서 드워프들의 구리강(銅鋼)이 효력을 발휘했다. 쭉쭉 늘어나는 구리강은 어디서든 쉽게 보강할 수 있었다. 그냥 한 번 나사를 돌리면 구리강이 알아서 늘어나서 통로를 고정해준다.

반액체 상태의 기괴하기 짝이 없는 금속이었다. 이를 수많이 가져온 뿔쥐들은 통로 곳곳에 이를 설치해서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그곳에 오크들의 약재를 섞은 연금 물약을 곳곳에 배치하여 <거짓된 마법진>을 설치했다.

오크들의 약재는 마법진의 인위적인 것을 숨기도록 자연스러운 기운을 품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알려졌었기에 그 첨가물을 물약에 사용했다. 당연히 평범하게 쓰지는 않았다.

<오크 약재 염료>를 통해서 마법진에 1차첨가를 하고, 마법진에 2차첨가를 하는 편이다.

만저 바닥에 홈을 파서 음각(陰刻) 마법진을 새기고, 그곳에 일차적으로 수은을 흘려서 형태를 한 번 잡는다. 그 뒤에 수정하고, 오크 약재 염료를 발라서 마른 뒤에 물약을 부어서 굳힌다.

그렇게 완성된 거짓된 마법진은 잘못된 정보를 뿜어내는 마법진이었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효과적으로 놈들을 속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정거리가 짧지.’

개량에 개량을 해야 하는 마법진이었다. 너무 크게 만들면 들키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범위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온 곳에 도배할 수도 없다. 크게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뿔쥐들이 제작한 <그림자 파이프>가 등장했다.

마법진에 접속한 뒤에 다른 마법진과 연결을 모두 완료했다. 단 8개의 마법진에 검은색의 파이프가 접촉 연결되었다. 그 파이프는 직사각형 형태에 높이가 아주 얇았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디아볼로스의 혈액이 들어가 있었다.

‘보통 혈액이 아니지.’

엘프들은 드낙을 통해서 <신성력 정보 입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그걸 현실화시키려는 연구에 돌입했다.

물론 대실패였다. 하지만 그 노력이 보상을 받지 못한 건 아니었다. 혈액을 통해서 비슷하게 이를 실현했다. 신성력의 치유 말고 다른 용도로 쓰이는 정보 입자처럼 디아볼로스는 자신들의 혈액을 조작하여 <마법각인 혈액>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서 마법진과 마법진간의 연결은 물론이고 사정거리를 늘릴 수가 있었다. 힘은 그대로인데 사정거리가 길어지게 만드는 건 가장 기본적인 효능 중 하나였다.

이계인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모방 발전을 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게 엘프들이었다. 인간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했던 역사가 그들에게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한 뿔쥐들은 쥐소리를 냈다.

‘완벽하다. 이제 이계인들은 거짓된 정보에 속아서 눈이 멀어 잘못된 것을 볼 것이다.’

“찍찍.”

뿔쥐가 조용히 그림자로 변하여 빠져나갔다. 그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떡하니 공사를 진행하는데도 알지 못했다.

뿔쥐들의 그림자는 조용했고, 그들의 손길은 은밀했다. 에메리히 상사가 들은 쥐새끼 소리는 진짜 쥐새끼 소리였다. 공사를 위해서 또 다른 굴을 팠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작은 쥐가족이 만들어낸 소리에 불과했다.

이미, 피숨결 검은 뿔쥐들은 중급 권속 악마라고 칭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드낙과 뿔쥐들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계인들은 초월자 파동 파악 마탑이 거짓된 정보를 받게 되었음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시기가 매우 유의미했는데, 에메리히 상사가 이 차원을 <청색 등급>을 받게 될 거라 마음속으로 결정한 뒤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더는 마탑이 조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뿔쥐들이 하는 음모는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종류의 회의는 어디에서든지 일어나고 있어서였다. 중요한 일을 맡지 않은 뿔쥐도 음모에 대해서 자주 거론하고는 했다.

그게 재밌기 때문이다. 동시에 훌륭한 취미였다.

[우주 낙원(Cosmos Paradise)]

<환희(歡喜)와 자유(自由)의 신(神) 엘레우테리오(Eleuterio)>

그는 조용히 보고를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천사(Seraph)를 모두 깨워놨습니다. 동면 해제된 천사들은 현재 적응 중입니다.”

“5성급 10기? 오랜만에 그 장관을 보겠군.”

엘레우테리오가 웃음 지었다.

차원전쟁에 있어서 반신급 중에서 가장 무난하게 강한 것은 결국 체중과 체급이 큰 놈이어야 한다. 그 외에 다수를 상대하는데 능해야 했다.

초월자를 상대로 1:1도 강해야 하는 게 중요했다. 그 모든 것을 적당히 챙길 수 있는 반신급 개체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드래곤.’

자신의 그릇마저 붕괴시키는 발라쿠가 아닌, 일반 마신장을 상대하는데에도 드래곤은 무난한 선택이다. 고로, 우주 낙원처럼 장기간 여행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송곳과도 같은 능력치보다는 골고루 분포된 능력치를 지닌 드래곤이 좋았다.

체급도 깡패.

용의 숨결을 통한 다수전에서의 우위.

마법을 비롯한 신성력의 보정을 받아 1:1에도 강하다.

단 하나 단점이 있다면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갑옷을 입는 건 가능하고, 다양한 아티팩트 또한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좀 다르게 했지.’

7기의 드래곤과 3기의 다른 반신급 존재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 것이 엘레우테리오였다.

“칠색신룡(七色神龍)은 동면직후가 가장 약한 상태다. 차질없이 회복하도록 해라.”

적색, 청색, 황색, 녹색, 자색, 남색, 주황색의 일곱까지 빛깔로 변화하며 상황에 따라서 다른 용의 숨결과 마법 보정을 받는 칠색신룡의 유일한 단점은 동면 해제 이후 약체화가 상상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식민지에 도착했을 때는 만전(萬全)에 이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건?”

“파견대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통해서 정예병(Elite) 생산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인간들로 이루어진 사회이기에 베이스는 상위인간(上位人間)으로 잡았으며, 마법사가 우대받는 세계이기에 마법사 인조생명체를 7할로 잡았습니다.”

“7할? 경제침탈부터 시작한다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무리할 필요 없어.”

“그럼 일반비율로 수정하겠습니다.”

일반비율은 카실레안 교본대로 정하는 것이었다. 기병의 비율이 낮기로 악명이 자자해서 실제로 행하는 이들은 적었다. 다만, 자원 효율성을 생각했을 때는 소수의 기병을 운용하는 게 이득이었다.

그 소수의 기병이 활약했을 때의 이야기였지만 인조생명체, 3성 정예병은 확실히 활약 가능한 존재들이었다.

“교본대로 해. 전술의 신이 얼마나 대단한 양반인데, 그걸 우리 임의대로 왜 바꿔?”

“들어오는 정보에 따르면 정말 형편없는 곳입니다.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모를 일이지. 지배자(Overlord)급은?”

“모두 깨어 있습니다.”

환희와 자유의 신, 엘레우테리오가 손짓했다.

“정예병만 꾸준히 생산해라. 대륙에서 사람 없는 곳에 착륙하여 신국(信國)이라는 이름으로 식민지 활동을 시작하겠다.”

믿을 수 있는 국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름이었다.

*

쿠구구구--!

푸쉬이이이익! 푸쉬이이이익!

육중한 소리를 내며 공중요새가 바다 위에 멈춰 섰다. 그곳에서 뿔쥐들이 엘프들의 특산물 중 하나인 백색카드를 혁대에 두른 채 비행마법을 통해서 드낙에게 다가왔다. 드낙은 바다 위에 떡하니 서 있었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일찍 왔구나. 마신의 종자, 나가들의 알이 곳곳에 퍼져나갔다. 이를 처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래도 최대한 해줬으면 한다.”

아무리 드낙이라도 정보 마법에 들키지 않는 나가들을 하나하나 다 처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거기에 그들을 죽인다고 해도 드낙이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업(業)만 얻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지금은 감지덕지 긴하지.’

드낙이 주먹을 줬다 폈다. 다섯 번째 비늘이 준 업은 상당량이었고, 드낙이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업을 줬다. 더는 중립신이 업을 소매치기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드낙의 손에 들어온 반신급의 업이었다.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반신급의 업이 상상 이상이다.’

자연스럽게 드낙은 중립신을 생각했다.

‘챔피언을 키워서 잡아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절로 소름이 돋았다. 그런 <가정>도 가능하다는 것이 반신급이 지닌 업이었다. 커도 너무 컸다. 병아리가 닭이 아니라 코뿔소 정도는 될 정도로 고기가 나온다고 봐도 무방했다.

“오크들은 혹시 언제 오는지 아나?”

명령을 내리고 난 뒤에 드낙이 묻자 뿔쥐가 냉큼 대답했다.

“보름 이내로 올 것입니다. 바다를 통해서 와야 해서 시간이 제법 걸린다고 합니다.”

“빠르군.”

“주력을 통해서 얼마든지 빨리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해도 또한 보유하고 있습니다. 엘프 덕분입니다.”

“대장쥐는?”

“초월자 파동 파악 마탑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 의원이 거기에 집중하고 있을 겁니다. 결과물은 이미 냈는데 혹시 몰라서 대기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뿔쥐들이었다. 알아서 잘 해주고 있었다.

‘이게 내가 원하는 그림이지.’

아무리 지배자라고 해도 모든 걸 파악하고 해결할 수는 없었다. 드낙이 지구로 향하는 차원문을 여는 것도 태평하게 놀고먹기 위해서였다. 즐길 거리가 많은 지구야말로 꼭 필요한 존재였다.

뿔쥐는 가죽 배낭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드낙에게 주는 양피지는 항상 고급품이었다.

“이게 뭐지?”

이를 가볍게 받아들여 펼치며 드낙이 물었다.

“<나가 산란못(Naga Spawning Pool)>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동굴에 마련된 곳을 조사했나 보네.”

‘빠르다.’

일처리가 상당했다. 마법을 통해서 정보를 주고받아서 제작한 듯했다. 드낙이 이를 훑었다.

“나가들의 성장세가 상당하군.”

“전투력도 가지고 있지만, 번식과 생존에 특화된 종족입니다. 자신들 스스로 신비수력을 뽑아낼 수 있기에 더더욱 위험한 놈들입니다.”

나가에 대한 근본적인 정보가 가장 상단에 적혀져 있었다. 번식과 성장세. 이미 드낙이 우려를 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정보 외에도 다른 정보도 존재했다.

“자급 자족형 번식체계.”

태어난 나가는 신비수력을 배출하고, 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성장을 촉진해서 빠르게 성체에 도달한다. 그게 바로 드낙이 놓친 정보였다. 워낙 쓱 보고 지나간 것이라 어쩔 수 없기도 했다.

“대단히 위험한 놈들입니다.”

뿔쥐의 말에 드낙이 한탄했다.

“차원전쟁은 다가오는데, 마신이 이렇게 훼방을 놓는구나. 놈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다...”

드낙은 절로 절망감이 들었다. 바둑에서 상대가 9점을 두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진정한 초월자에 오르지도 못한 상태였다.

마신은 다른 곳에 시선을 뒀음에도 그 세력 자체가 드낙이 있는 차원을 가만히 둘리가 없었다. 시시각각 위험은 다가오고 있었다.

드낙의 눈이 아래로 향했다. 그곳에는 하나의 가정이 있었는데, 소름 돋을 정도로 위험한 추측이었다.

“바닷물이 신비수력으로 교체될 가능성...”

드낙은 다섯 번째 비늘을 떠올렸다. 놈의 신비수력은 바닷물에 희석되며 자연스럽게 제어력을 낮추고, 범위를 넓혔다. 즉, 이 추정은 신뢰도가 높았다.

‘빌어먹을. 결국 새로운 악마 권속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행위를 하면 드낙은 더더욱 악마가 될 수 없었다. 더 오래 걸렸다. 권속 악마를 만드는 일은 힘과 업을 소비하는 일이었다. 업이 줄어들면 완전한 악마로 꽃을 피울 수 없었다.

나비가 되지 못한 번데기가 자꾸 영양분을 다른 곳에 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안 할 수는 없다.’

이미 바다로 나가의 알들이 퍼져나갔다.

‘어쩔 수 없다.’

드낙이 결정을 했다. 자신의 피의 살로 이루어진 권속 악마를 하나 탄생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나가의 카운터 종족으로...어떤 권속 악마를 만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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