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900화 (89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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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신비수력이 바닷물에 섞인다.’

그리고 희석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제어력은 작지만 존재한다. 즉, 바다에 들어서는 순간 놈은 두 배 이상의 감지범위를 획득했다.

다섯 번째 비늘, 세우림 수사의 지배력 범위는 대단히 넓었다. 감각 자체가 신체를 뛰어넘고 주변의 신비수력에 뻗어있었는데 더욱 확장된 상태에 돌입했다.

‘쯧.’

드낙의 눈동자가 이를 지켜봤다. 바닷물의 흐름을 눈으로 더듬었다.

500m 이내에 접근하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또 250m 이내의 범위로는 와류(渦流)가 흐르며 신비수력이 자동적으로 회오리치고 있었다.

‘이론상 그 어떤 기습도 손쉽게 회피 가능하다.’

즉, 생존력이 뛰어나다. 동시에 마법시야를 통해서 적을 봤을 때,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야에서 벗어나면 찾을 방도가 없었다.

‘지금 반드시 죽여야 한다.’

놈이 천천히 유영하며 바다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나가의 알은 곳곳으로 뻗어 나갔지만 드낙은 매우 신중하게 선택지를 골랐다. 한 번 실패하면 생존력이 높은 놈을 죽이는 건 요원해진다.

‘첫수. 가장 강력한 한 방.’

당장 떠오르는 첫수는 당연히 파동을 통한 암살이다. 머리를 단번에 쪼개버리고, 상체까지 양단할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즉흥적으로 떠올린 <파동 암살>은 와류의 신비수력 보호와 바닷물을 통한 더 넓은 반경에 다소 낮은 제어력을 지닌 희석 신비수력 체계를 뚫을 수 있었지만, 조건이 까다로웠다.

‘파동 상태에서는 세계를 속인 상태이기에 나 또한 파동으로 존재하므로 적에게 어떤 접촉을 할 수 없다.’

접촉하는 순간 세계는 드낙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고로, 적정 수준에 맞춰서 모습을 드러내어 공격해야 했다. 그렇기에 실패할지 안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첫수가 실패했을 시.’

마구잡이로 파동으로 변해 짧은 이동을 하며 신비수력을 통해서 상대를 교란, 그대로 심장을 비롯한 급소를 베고 찌를 생각을 가졌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게 중요하지.’

동시에 온갖 마법을 터트려서 신비수력이 허튼짓을 못 하게 상쇄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 외의 변수.’

바닷물이다. 신비수력과 바닷물은 기묘할 정도로 죽이 잘 맞았다. 이를 통해서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잔존 나가는 오션 오크와 뿔쥐들을 통해서 해결하면 된다.’

드낙은 그 모든 생각을 끝내고 단번에 파동으로 변했다. 거대해진 드낙의 몸이 순식간에 관측에서 벗어나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정확하게 세우림 수사의 머리 아래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칼에 피의 대검이 휘둘렀다.

촤악!

[어?]

물의 뱀이 멍청한 소리를 냈다.

불의의 기습, 단번에 세우림 수사의 목이 떨어졌다. 하지만 드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직감...! 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목표를 죽이는 암살자로서의 재능. 사냥감의 목에 화살을 박아넣은 사냥꾼으로서의 재능이 상대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드낙은 자연스럽게 다음 수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이 드낙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세우림 수사의 신비수력이 갈라진 목을 서로 연결하며 피가 거미줄처럼 이어지며 운반되고 있었다.

역시, 반신급은 반신급인가. 전혀 다른 계통의 힘이다!’

절로 간이 바짝 조여왔다.

‘액체’와 ‘수분’이 다분히 많은 피 또한 물의 뱀이 통제할 수 있었다. 그게 다섯 번째의 비늘, 세우림 수사(水蛇)의 무서움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드낙의 파동이동 공격에는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머리 아래에서 꼬리, 꼬리에서 아랫배. 아랫배에서 다시 목. 사정없이 이어지는 공격 속에서 신비수력은 그 어떤 방어도 해내지 못했다. 말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종류의 공격이었다.

[어림없다!]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뇌만 보호했다.

‘신비수력은 역시 까다로운 힘이군. 상쇄를 시켜야겠어. 파동 상태에서 마법 사용은 불가능하지만...’

동시에 서서히 익숙해진 드낙이 나타날 때마다 마력을 폭발시켰다.

“큭!”

쾅!

단순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효과적이었다. 신비수력에 담긴 초월의 힘과 드낙의 마력이 상쇄하며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했다. 신비수력은 그냥 물이 되어버렸다. 제어력을 위해서는 신비수력에 담긴 초월의 힘이 있어야만 했다.

‘마력만으로는 부족하겠는걸. 신성력은 아낀다. 만에 하나 놈의 공격이 대단하다면? 반신급이니까.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펑!

주력까지 폭력적으로 터트려냈다. 물론 평범한 주력은 그렇게 폭발할 수가 없었다. 자연의 주력은 가장 안정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드낙은 주력에 자신의 피를 통해서 성질을 변화시켰다.

악마적인 주력은 단번에 마력처럼 폭발을 일으켜서 순식간에 세우림 수사의 주변에 있는 신비수력의 제어력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크, 크아아아아아!!!!]

그 압도적인 폭력 속에서 다섯 번째의 비늘이 고함을 내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사명이 존재했다.

첫째, 살아남을 것.

둘째, 나가를 많이 퍼뜨릴 것.

셋째, 끝까지 발악할 것.

하지만 그런 사명 때문에 세우림 수사는 공세보다는 도망을 택했다.

빤스런이야말로 개인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생존비결이었다.

또한,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당연히 드낙의 공격 때문이다. 1초에 최소 3번의 파동으로 변해서 이리저리 기만하고, 몸을 가르는 드낙의 모습은 공포나 다름없었다.

신비수력에서 물체가 등장하는 감각이 생겼다 사라졌다, 짧은 순간에 여러 개 나타나고 있었기에 세우림 수사의 모든 정신을 극한으로 피로하게 만들었다.

당장 그냥 손을 떼고 싶을 정도로 엉망이 된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었기에 계속 도망치면서 신비수력을 통해서 자신의 몸을 끝까지 버틸 뿐이었다.

허나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크아아아악!]

파동 암살에 이어서 파동 기만공격까지 무리 없이 해낸 드낙은 한 번 더 진화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저 그림자를 통해서 질주하는 것만으로도 재능을 꽃피웠던 괴물이 바로 드낙이었다.

[괴...괴물!]

허망할 정도로 정신파동이 바락 질러졌지만 드낙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치의 방심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놈의 모든 것을 보고, 파악하고, 죽이고 있었다.

촤아아아악!

드낙의 몸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세우림 수사의 발악이 시작되었다.

“캬아아아악!”

어찌나 절망스러운 비명을 지르는지, 같은 반신급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소용돌이 치는 와류는 매우 거칠어졌고, 악마의 피부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가죽이 갈라지고, 생살이 뜯겨나갔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드낙은 자의로 자신의 피를 토해냈다.

드낙의 피는 악마의 피.

반마(半魔)의 피.

바다에, 신비수에 자연스럽게 퍼져나갔다.

파직, 파지지직!

마신의 힘과 반마의 힘이 서로 부딪치며 알아서 상쇄되었다. 굳이 마력을 폭발시키고, 피를 일부러 일정량을 계산해서 뽑아내서 주력과 합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출혈하는 것만으로도 신비수력과 능히 대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섯 번째의 비늘이 절망한 건 그게 아니었다.

‘놈이 느껴지지 않는다!’

끔찍한 공포가 서렸지만, 마신에 대한 충성심으로 다섯 번째 비늘은 포기하지 않고 움직였다. 자신의 사명을 위해서 발악했다. 삼지창을 닥치는 대로 휘두르고, 몸에서 힘을 뽑아내어 신비수력을 더욱 맹렬하게 회전시켜 와류를 만들었다.

피가 자욱하게 세우림 수사를 뒤덮었다.

[크아아아아!]

‘여길 최대한 벗어나야 한다!’

그건 액체였지만 다섯 번째 비늘이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드낙의 힘이 담겨 있어서 반발력을 느꼈다. 이를 억지로 조정할 수는 있지만 그래서야 비효율적이다.

안 하는 것보다 소모가 컸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피가 사정없이 밀려났다. 하지만 더욱 많은 피가 세우림 수사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눈이 위로 향하자 그곳에는 드낙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환영에 불과했다.

드낙의 머리가 툭 떨어지더니 마력의 푸른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푸걱!

동시에 다섯 번째 비늘의 머리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삼지창이 그 공간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하지만 거대한 드낙의 몸체는 삼지창에 털끝 하나 닿지 않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크르르라아아아아악!”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난도질당한 다섯 번째 비늘의 육체를 억지로 연결하던 피도, 신비수력도 드낙의 피에 의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놈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으며 드낙에 의해서 바다 위로 들어 올려져 뼈도 남김없이 타올랐다. 마력불꽃을 통해서 마신의 힘은 단 하나도 대기중에 뻗어 나가지 못했다.

‘이렇게 쉽게 죽는 놈이었으면, 더 빨리 죽일걸.’

아쉬움이 컸다.

‘반신급은 다 이런 건가? 너무 약한데.’

드낙이 손을 털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초월의 힘을 은폐하는 처리를 끝낸 유일한 공중요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가 새끼들을 처리해야 하는 게 남았는데...’

제대로 될지 몰랐다.

*

에메리히 상사는 <초월자 파동 파악 마탑>의 데이터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저급한 종이를 대량으로 주문해서 빠짐없이 실시간으로 파악한 것을 실시간으로 송출하여 뇌에 담았다.

당연히 다섯 번째의 비늘, 세우림 수사에 대한 데이터는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놈의 특기는 은폐와 은신. 그리고 생존이다.

고작 중형 마탑으로는 깊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장 다종족 연합의 은폐를 뚫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더 대규모적인 조사는 우주 낙원이나 더욱 공을 들여야 했지만 그럴 필요를 못 느끼고 있었다.

드낙의 작전이 아주 잘 먹힌 사례였다.

다만, 드낙은 다섯 번째 비늘을 상대할 때 반마의 모든 걸 내비쳤다. 그건 확실하게 잡혔다. 반신급의 힘이 관측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대처를 하지 못한 건 다섯 번째 비늘을 더욱 우선으로 생각해서였다.

드낙이 마주한 반신급의 상대는 여럿 있었다.

첫 번째는 마왕 발라쿠다.

당연히 역대최강의 존재였고, ‘힘’으로 견주어서 본다면 압도적이며 드낙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 상대이기도 했다. 뿔쥐들의 피해가 곧 드낙의 피해였다.

두 번째는 세파리아스였다. 당연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고로, 드낙이 다섯 번째 비늘을 우선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악마급은 아니지만, 반마급의 힘이 바다에서 측정되었다라...해양에서 암약하고 있는 놈인가?”

절로 까다로운 악마일 공산이 컸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륙 진출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다섯 번째의 비늘의 이동속도는 빨랐고, 이미 심해라고 할 정도의 곳에서 드낙에게 요격되었다.

“어차피 반마급 아닙니까. 반신급보다도 형편 좋죠.”

반마(半魔).

되다 만 악마.

초월자 중에서도 낮은 축에 속한다. 그 한계가 육체에 머물고 있어서였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육체의 힘을 운용해내지 못하는 비운의 초월자였다. 되려 신성력을 개화 가능한 반신급이 더욱 강할 수밖에 없었다.

“우주낙원이 이곳에 와서 행성자원을 통해서 곧바로 5성, 천사급을 생산하면 해결되는 일입니다.”

운 좋게 천사급 인조생명체를 죽인다고 해도 다음, 그다음 계속해서 싸우게 될 것이다.

그 끝에는 패배의 영광뿐이다. 위대한 지구의 검에 쓰러 죽는 것은 이런 차원에 있는 초월자에게는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신제국의 황제가 반신급이라는 걸 확인하면 정보 수집은 끝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에메리히 상사는 이 차원이 결국 청색 등급을 받을 거라 여겼다. 가장 안전한 등급, 가장 나약한 등급의 차원인 셈이다.

고작 반신급이 둘. 거기에 협력도 하지 않고, 적대적 관계일 공산이 크다. 인간의 초월자와 악마의 초월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위험도는 한 없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우주낙원의 전력은 인신(人神)이 하나 있으며 반신급의 힘을 지닌 천사급도 열이나 있었다. 질 수가 없었다.

‘굳이 전쟁을 할 필요도 없지.’

공장을 짓고, 경제 침탈 이후에 기득권층을 싹 교체하여 지배하면 그만이다. 최대한 이 차원에 존재하는 자원을 깔끔하게 잡아먹는 방법은 전쟁이 아니었다.

식민지로 삼는 게 최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월자 파동파악 마탑의 기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이미 가동하고 있는 걸 굳이 정지시킬 이유가 없었다. 마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만약의 만약을 대비하는 건 필요한 조치였다.

“찍찍.”

“응?”

에메리히 상사가 주변을 둘러봤다. 쥐새끼 소리가 나서였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이곳은 동굴, 당연히 쥐가 있을 수 있었다.

“쥐약이라도 놔둬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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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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