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98화 (89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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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진실 속 거짓.

세파리아스는 100% 파견대를 속일 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를 한 번 보게 된다면, 들통 날 수밖에 없지.’

바라보기만 해도 상대의 위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반신(半神)에 도달한 세파리아스였다. 구질구질하게 자신의 격(格)을 숨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미끼가 되면 되었지, 숨는 건 하지 않는 게 세파리아스였다.

겁쟁이, 쥐새끼.

그가 가장 혐오하는 단어였다. 물론 드낙은 겁쟁이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뿔쥐들은 쥐새끼다. 하지만 그런데도 세파리아스가 그들을 쳐 죽이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건 드낙에게 미운정이 들어서였다.

은근히 함께하면 정이 들 수밖에 없는 게 드낙이었다.

애가 나쁜 애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낙은 세파리아스에게도 정을 느끼고 있었다. 툭툭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바로 정(情)이 있다는 증거였다.

정말로 그냥 단순하게 싫어한다면 무관심으로 관계가 끝났을 것이다.

서로서로 다름을 알게 모르게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이를 직접적으로 말을 통해서 물어본다면 냉큼 역정을 낼 것이다. 남자 사이의 우정은 그렇다. 말하면 개새끼, 행동을 보면 둘도 없는 붕우다.

즉, 세파리아스는 <차원 전쟁의 양상>을 보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선택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동시에 변수를 창출한다.’

드낙이 간과한 것은 너무 쉬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야, 상대는 계속 마음 한구석이 켕길 수밖에 없었다. 찜찜한 기분 속에서 허튼짓을 할 수 있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뜬금없이 안전한데 다른 곳을 기웃거리거나 다른 정보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소리다.

왜냐? 찜찜해서였다. 이렇게까지 안전한 차원이 있을까? 이렇게까지 평화롭고 식민지로 삼기 좋은 차원이 정말로 있다고?

그런 의문이 시간이 지나서 생길 수 있었다. 고로, 최소한의 한 수는 보여줘야 했다.

이계인을 더욱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는 자신에게 닿을 수 있게 이계인을 불러오기로 했다. 그 속내는 당연히 다른 차원의 존재가 가지는 <무력(武力)>이 어느 정도인지 겪어보기 위해서였다.

‘전쟁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신제국의 현황을 속이고, 세파리아스라는 진실을 첨가한다.

즉,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는 셈이다. 이는 숯숯마을이나 흘러 지나가는 성채와 다르게 파견대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낙후된 국가를 일으키려는 황제의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동시에 오만한 황제가 될 것이다. 자신을 너무 맹신하는 존재.

그 수작질이 술집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대단하신 분이시지. 못 하는 게 없다고 해야 할까?”

경박한 용병의 말은 신뢰성이 뚝 떨어졌다.

“진짭니까? 너무 거짓말처럼 들리는데.”

“이런 씨.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황제님을 보면? 엉? 그냥 전신이 딱 굳어버려.”

“그! 카리스마에 화아악 지배당하는 느낌이랄까? 지위 때문에 숨이 턱 막힌 적은 있는데 전신이 굳은 적은 처음이었지.”

용병은 그렇게 말하며 맥주를 들이켰다. 정말 저급하고 맛없는 맥주였지만 이계인들은 거침없이 따라서 마셨다.

‘주류 기술이 진짜 형편없다. 이렇게 낙후된 곳이 제국이라니.’

“수백 명 도적 떼도 혼자서 처리하신다니까. 그분의 무술 실력은 사람이 아냐.”

“흐음...그정도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중앙 군대도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

“군대를요?”

용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남자라서 그런지 그런 것에 관심이 가나 보지? 흐흐, 무력으로 워낙 힘이 강하시니까, 군대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신 거지. 왕의 군대, 왕도의 수비병력을 꾸준히 줄이고 계시지.”

그때 옆 테이블에서 끼어들었다.

“왕궁 마법사도 많이 내보냈다더라. 세금을 축낸다고.”

“진짜로? 이야, 세금 아끼려고 어찌나 그런 선정을 베푸시는 것인지!”

“아티팩트 몇 개나 만들어? 그냥 내쳐서 알아서 먹고 살게 하여야지. 그놈들 입속에 우리 세금이 들어간다는 걸 생각해봐. 으휴, 화가 난다. 화가 나.”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이계인들은 신황제에 대한 수많은 정보와 루머를 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신제국의 상태를 어느 정도 진단할 수 있었다.

돌아와서 그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검토했다. 똑같은 걸 들은 사람, 비슷한 걸 들은 사람, 전혀 듣지 못한 것을 분류했다. 이를 통해서 교집합을 완성했다.

“황제의 무력은 항상 등장하는군.”

“어지간히 대단하나 봅니다.”

“반신격으로 잡혔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가히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받고 있을 겁니다. 이런 지방에는 그 영향력이 미미해서 반란도 몇 번 진압했다더군요.”

“무력은 확실히 높은 듯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개인 아니겠습니까?”

“보기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5성 천사(Seraph) 인조 생명체를 투입하면 게임 끝이지만 최소한의 프로필은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세파리아스에 대한 신뢰 높은 이야기가 먼저 거론되었다. 이만큼 확실한 것도 없었기에 빨리 결론을 내고 싶어 했다.

“그렇게 하고, 신제국의 황제에 대한 정보는 일단 회의가 끝나고 바로 상사님께 전하도록.”

“예.”

그다음에는 군대에 대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군대를 서서히 줄이고 있으니 반란 빈도수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군대 해산은 곧 반란의 증가를 뜻했다. 해가 지면 달이 뜨는 것과 같았다. 교통과 정보가 잘 이동하지 않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황제가 대단하고, 반란을 몇 번이나 종식했다고 해도 ‘나는 성공한다.’라는 생각을 하는 지역 유지들은 언제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황제의 존재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번번이 그 반란은 종식되었다. 반신격을 어찌 인간이 군대로 감당하겠는가? 거기에 이곳의 사회 수준은 형편없는 버러지 잡동사니 유사 중세 시대였다. 골램만 빼고 놓고 보면 끝이다.

“그런 골램마저도 솔직히 말해서 산업에만 쓰이고, 전쟁용은 도시나 성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몰래 숨겨놓을 정도로 비싸다는 뜻입니다.”

“마법사 때문이지요. 암약하고, 담합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민간으로 왕정 마도사들을 내보내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황제에게 꾸준히 반감을 드러냈다는 겁니다.”

이계인들은 농업 골렘을 봤고, 그것에 제법 놀랐다. 하지만 그 숫자가 몇 안 되고, 고장도 잘 나는 걸 보고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전투용 골렘은 보기가 힘들 정도로 꼭꼭 숨겨놓고 관리를 하고 있었다.

“신제국은 그렇게 크게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되려, 아주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조금만 톡 밀어도 쓰러질 수 있습니다.”

그 방아쇠는 황제의 죽음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예측이지만 확신하건대, 분명 지방 곳곳의 유지들은 군비경쟁을 하고 있을 겁니다. 혹은 밀약을 책정하던가요.”

“황제 하나만 죽이면 춘추전국시대가 일어날 겁니다. 즉, 식민지 침투를 하기에 좋습니다. 무기 장사부터 인조 생명체를 통한 용병 지원까지 한다면 막대한 경제 의존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제국의 혼란.

그 사이에 우주 낙원에서 3성 정예병(Elite) 인조생명체를 꾸준히 용병으로 보내서 계속 싸움을 유도하고, 동시에 세력을 하나, 둘 구축해서 새로운 통일 국가를 만든다면? 깔끔하게 제국을 먹어치울 수 있었다.

“결국 키는 황제군.”

그들은 세파리아스를 만나기 위해서 천천히 움직였다. 무리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였다. 이들은 진행하면서 한 명의 지역 유지를 샅샅이 조사하기도 했다.

당연히 세파리아스의 꼼꼼함으로 만들어진 지역 유지였다.

“골렘이 고작 50기인데도 큰소리를 떵떵 치다니.”

“미친놈들입니다.”

“이 세계의 생산력은 형편없습니다. 그냥 힘으로 밀어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많은 이들이 죽겠지.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엘레우테리오(Eleuterio)>님 께서는 전처럼 경제 침탈부터 하실 것 같으시다. 그래도 황제는 죽이고 시작하시겠지.”

“남쪽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을 겁니다. 거기는 정말 성주가 그냥 왕인 셈입니다.”

모두 한마디 거들었다. 그만큼 신제국의 인프라는 형편없었다. 단 한 가지 대단한 건 도로였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쓸데없는 짓을 했어. 이렇게 큰 도로를 지으면 뭐해? 유동인구가 적은데.”

“100년, 500년 뒤를 본 황제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군주제가 그렇지 않습니까? 미친놈들 천지죠.”

“하하하!”

태평하게 웃어 보였다.

우주 낙원(Cosmos Paradise)의 전력을 생각하면 너무 쉬운 싸움이었다. 일단 우주 낙원은 행성 자원을 획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인조생명체, 3성 정예병(Elite)을 양산 가능했다.

만약 행성 자원을 획득 가능하게 된다면 4성 지배자(Overlord)급은 물론이고, 5성 천사(Seraph)급도 생산 가능해졌다.

반신급을 생산 가능하다는 점은 우주 낙원의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

드낙은 더는 깊이 들어가지 않고, 서쪽으로 꼿꼿하게 향하고 있는 동굴을 지나갔다. 인위적으로 파헤쳐진 동굴의 형태는 소용돌이 형태였다. 회오리치는 물로 모든 것을 깎아버리고 파괴시킨 흔적이었다.

동시에 곳곳에 다른 통로가 존재했다. 이것 또한 신비수력을 통해서 뚫어놓은 것이다. 기만이라고 해도 드낙은 여기까지 확인해야만 했다.

‘놈에 대한 모든 흔적을 정보로 삼아서 앞으로의 판단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걸 훑어야 했다.

사냥꾼의 눈으로, 귀로, 손으로!

그 속에서 드낙은 수많은 허탕을 쳤다. 하지만 그건 결과물에 도달하기 위한 행위였다. 실패 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드낙은 그걸 오랜만에 떠올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왠지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아련함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그래서 드낙은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인간은 감성적인 존재였기에 기분에 따라서 얼마든지 컨디션이 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끈질김은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수많이 뚫어놓은 통로들 속에서 ‘놈’이 만들어놓은 음흉한 구석이 발견되었다. 적당히 물이 고여있는 지하호수라고 불릴 정도의 공간.

그곳에서 마수의 생명체가 잉태되어났다. 알을 깨고 나온 놈도 있었고, 그러지 않고 알 속에서 활력 있게 빙글빙글 돌거나 이리저리 움직이는 놈도 있었다. 이를 드낙이 가만히 지켜봤다.

머리는 뱀이고, 인간의 상체를 지니고 있어야 했지만 새끼는 그러지 못했다. 그냥 올챙이와 뱀을 뒤섞여놓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팔은 없고 꼬리를 이용해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대신 유연했다.

새끼들은 신비수력(神祕水力)을 뻐끔거리면서 흡수하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미묘하게 몸집이 커지고 있었다. 동시에 마신의 힘에 이끌려서 마충이 알아서 익사하기도 했는데, 이를 뜯어먹었다.

‘부화 속도가 이렇게나 빠르다니.’

최소 반나절 혹은 하루 만에 부화하는 셈이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진행속도는 실로 마신의 종자답게 두려움이 펄펄 끓어올랐다. 만약, 이들을 한 마리라도 놓친다면...

‘끔찍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드낙은 놈들의 부화 속도가 왜 빠른지 알 수 있었다.

‘신비수력에 담긴 초월의 힘이 단번에 생장속도를 끌어올린다.’

부작용?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불합리한 싸움이 될 수 있었다. 억지로 호르몬을 주사해서 키를 크게 만든 것도 아니다. 그냥 초월적인 힘으로 성장시킨 것이었다. 그렇기에 불합리하다.

‘나가.’

드낙은 동시에 새끼들의 모습과 오벨리스크에 담긴 문양을 떠올려 하나의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머리가 팽팽 돌고 있는 드낙은 그 신화적 존재를 알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본 적이 있지.’

그와 닮았지만, 그 강함과 무서움은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펄펄펄펄!

호수가 끓어오르고, 수증기가 자욱하게 퍼져 나왔다. 드낙이 송두리째 모든 걸 태워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산란못(Spawning Pool)>이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로 계속 나타나자 드낙은 결국 자신의 힘으로 파괴하는 걸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뿔쥐들은 서둘러 장비를 꾸려서 지하 동굴을 탐험하여 내 마법 표식을 따라 해당 지점에 존재하는 나가 산란못을 파괴해라! 단 한 마리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예! 이미 많은 뿔쥐가 동굴 탐험의 준비를 마치고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 숫자는 현재 5800이 넘고, 계속해서 증강되고 있습니다! 제2차 3차 파병도 하겠습니다!”

“좋다!”

“뜨낙!”

드낙은 <나가 산란못(Naga Spawning Pool)>을 지하 연합, 정확히는 전투의 프로페셔널 뿔쥐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더욱 빨리 서쪽으로 향했다.

‘놈의 노림수는 바다.’

그곳에 놈이 풀어진다면 찾는데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전에 반드시 잡아 죽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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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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