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97화 (89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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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지하에 있는데 지하 연합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느냐?”

“이곳은 드워프 제국이 있는 곳입니다. 지하 땅에 대한 갈등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 말에 드낙의 입이 쏙 들어갔다.

‘드워프 또한 지하 종족이었지...’

그런 상황에서 멋대로 굴 뚫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의 나라가 강대국이라고 해서 약소국에 군대를 주둔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례였다.

가벼운 생각에 드낙은 괜스레 쪽팔렸다. 남의 땅에 펜스치고 허락 없이 잠자는 걸 왜 안 했냐는 식이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저희는 지하 종족이기에...”

‘조금만 생각하면 알 것을 병신같이 소리만 크게 지르다니. 나도 아직 멀었다.’

뿔쥐의 지하 종족 특성 하나만 보고 가볍게 던진 훈수는 실로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난 추적에 나서겠다. 너희도 이를 알려서 지하를 한 번 점검해라. 틈틈이 이곳에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정보를 전달해줄 테니, 몇몇은 남아라.”

“뜨낙!”

드낙은 그대로 오벨리스크의 아래에 있는 굴로 들어섰다. 밝은 빛무리가 그의 손에서 모습을 드러내서 전후방을 적당히 비췄다.

하나의 광원보다는 작은 광원을 수천 개 배치해서 그림자 하나 없게 만들어서 모든 걸 확실하게 파악해나갔다.

단 하나의 실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스윽.

고여있는 물을 드낙이 손으로 훑었다. 악마의 힘이 그 물질을 파악해냈다. 구성물질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사냥꾼 시절에는 똥을 먹었지.’

그래야 파악 가능한 것들이 존재했다. 형태가 비슷하지만 확연하게 다른 놈들이 존재하는 게 판타지 세계였다. 온도는 손으로 푹 찍으면 알 수 있지만, 모양새나 색이 비슷하면 어쩔 수 없이 먹어봐야 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성공하고, 대단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젊은 혈기를 주체 못 했다.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때가 불현듯 그리워졌다. 적어도 이렇게 악마의 몸으로 피부에 접촉하는 걸 해석 가능한 경지까지는 원하지 않았다.

‘마신에게 한 방 먹어서 그런지 앞으로 싸움이 두려워졌다.’

과거의 고만고만했던 때가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드낙은 자신의 뒤를 따르는 생명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느꼈다. 그 무게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제기랄, 집중하자!’

그가 눈을 감으며 자신에게 고함을 내질렀다.

지금 그렇게 과거를 돌아보며 뒤로 도망칠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했다.

‘중립신이 왜 그렇게 다급하게 차원을 단단히 막으려고 했는지 알겠다.’

자신도 밖으로 못 나가지만 상대도 이곳으로 들어올 수 없게 차원장벽을 엄청나게 굵게 설정하려고 한 중립신의 행동과 너무 무리했다고 여길 정도의 도박수.

그게 이해가 되었다.

업을 수확하고 도망쳐서 다시는 보지 않을 것 같았던 마신이 다시 한 번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도 계속 보일 게 틀림없었다. 그런 놈들을 꾸준히 밀어내야 했다.

‘답이 없다.’

절로 절망감이 스며들었다. 적의 생산력, 규모가 다종족 연합보다 100배 차이 난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다행이라는 점은 그 침공 주기가 그나마 길다는 점이었다.

‘차원 이동을 한다고 해도 거리가 있으니까.’

드낙은 포탈, 순간이동을 생각했다. 증기기관이고 나발이고, 마도 사회를 먼저 구축해서 포탈이동기술을 터득하는 게 먼저일지도 몰랐다.

‘쐐기와도 같은 불균형적인 기술 발달.’

기형적인 구조였지만 그렇게라도 집중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붕붕!

고개를 털고 드낙이 손가락 피부를 통해서 물에 대한 정보를 해석해나갔다.

‘평범한 물이 아니다.’

물속에 <힘>이 깃들어있었다. 드낙은 이 물의 유동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에 깃든 힘을 이용해서 사용자는 마음 편하게 물을 조종하는 게 가능했다.

‘새로운 형태의 적이다.’

마신이 지닌 힘은 다채롭기 그지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신장(魔神將).’

잡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수를 거느리고, 혼자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무영창 대규모 주문>을 사용할 수 있고, 거인이기에 성벽과 같은 구조물로도 방어하기 힘들다.

‘너무 많은 힘을 지녀서 죽기 어렵기에 투자할만하지.’

마신의 세계가 아닌 다른 곳에서 활약하기에 좋았다. 강력한 개체였고, 소모품 마수를 데리고 다니기에 죽이기 힘들었다. 도망치기도 수월하다. 즉, 장기투자하기 좋은 품목이었다.

오로지 <강함>을 통해서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마신장이었다.

‘반면 마수 군단은 규모의 힘이다.’

장수들 또한 마신장과 비견할 수 있었지만 소형체다. 군단이기에 약탈을 자행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마신장은 하나의 개체에 불과했기에 마신에게 봉헌하는 업이 다소 적을 수 있었다. 반면 마수 군단은 군체이며 다수이기에 막대한 시체와 생명체를 잡아다가 마신에게 바칠 수 있었다.

‘마신장으로 흔들고 마수군단으로 혼란에 빠진 곳에서 제대로 수확하고 상태를 보고 철수할지 안 할지를 결정한다.’

이번 경우에는 철수를 선택했다. 굳이 싸움을 택하지 않았다. 전투 없이 회수했기에 환원된 힘과 업도 많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

마법적 조사에 전혀 통하지 않는 은폐성을 지닌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현실적으로 기감도 적었고 은밀성이 대단했다.

드낙은 사용자의 마음대로 조종 가능한 물을 <신비수>라고 지칭하고 그 힘을 사용하는 운용법 내지는 힘을 <신비수력(神祕水力)>이라 지칭했다.

탁!

동시에 드낙은 아무것도 모른 채 움직이고 있는 벌레 하나를 낚아챘다. 그 벌레는 가장 앞에 있는 앞발로는 흙을 들고 있었다. 이를 먹기 바빴다. 악마는 육체를 다루는 힘의 체계.

그리고 마충(魔蟲)은 드낙보다 격이 한참 낮은 존재였다.

콰직!

벌레를 단번에 죽였지만 터져나가면서 눈으로도 확인하기 힘든 알들이 비산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미친 진짜. 더러운 신이네. 이렇게까지 해야 해?’

흙을 파먹어서 그 업을 마신에게 전하는 별 거지 같은 벌레였다. 하지만 그 숫자가 50억, 1,000억이 넘는다면? 제법 할 만한 더러운 사업이었다.

화르르르!

단번에 마법 불꽃으로 일대를 완전히 쓸어버린 드낙이 그림자로 변해서 샅샅이 뒤지며 굴을 내려갔다.

파동으로 변하지 않은 이유는 면밀한 관찰이 불가능해서였다. 세상을 속여야 하기 때문에 마법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그림자로 이동했지만, 그마저도 평야를 달리는 말처럼 빨랐다.

성과가 없이 내달리던 드낙은 이동을 멈췄다. 비스듬하게 이루어지던 낭떠러지가 끝을 맺고, 더는 깊어지지 않고, 방향이 확 꺾여서였다.

‘큰 변동이지.’

이내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자신이 본 것들을 뿔쥐들에게 전했다.

마충에 대한 것.

물을 조종하는 적이라는 것.

굴의 방향과 깊이의 현황을 전했다.

메시지 마법은 무식한 드낙의 마력 때문에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내달렸다. 압도적인 마력은 단번에 뿔쥐들에게 도달했다.

드낙의 정보를 들은 뿔쥐가 냉큼 답하여 새로운 추론을 해놓았다.

“동굴의 깊이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더 깊이 들어갈 생각이 없고, 충분히 적의 이목을 끊어냈다고 자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깊이를 깊게 파놓는다면 상대는 내려오는데 제법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깜깜하고 빛 하나 없는 곳이다. 최대한의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드낙이 <파동 이동술>을 통해서 세상을 속여서 단번에 이곳에 도착했기에 그나마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적은 여기까지 파놓고 이제 자신의 목적대로 움직였다.’

“그 방향은 서쪽입니다.”

안 그래도 서쪽에 있는 드워프 제국이다. 더 서쪽으로 움직였다.

“마신의 종자끼리 정보의 교환이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예 오지로 틀었다는 것을 봐서 바로 전쟁이나 전투를 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후일을 도모한다고 생각했을 때, 생산력이 있는 놈으로 추론됩니다.”

드낙과 뿔쥐가 서로 주고받았다.

“즉, 엎드려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군대를 만들 생각이라는 거겠지.”

다만 적은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 드낙은 끝까지 놈을 추적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쪽으로 뚫린 굴로 가려던 드낙이 멈춰 섰다. 수천 개의 작은 광원을 통해서 우둘투둘한 굴의 그림자 하나 없이 모두 파악 가능했는데, 그곳에 구멍이 하나 있어서였다.

‘크기도 제법 크다. 교묘하게 비틀어서 놓았군.’

그림자를 통해서 가려진 거대한 구멍이었다. 하지만 드낙의 작지만 수천 개에 달하는 광원으로는 능히 한눈에 보이는 구멍이었다.

‘이곳으로?’

의심은 있었다. 드낙은 모든 걸 파악해야 했다. 단번에 그곳으로 내달렸다. 그림자로 변해서 솨아악 훑고 지나갔다. 그 끝에는 그저 웅덩이만 존재했다. 그리고 그 웅덩이는 고여있음에도 세탁기처럼 물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기만술이군. 하지만 확인해야만 했다.’

신비수력을 통해서 알아서 거세게 요동치는 물살은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돌조차도 부수고, 갈라냈으며 그 깊이는 점차 깊어지고 있었다. 이내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힘의 여력을 짐작한 드낙은 <반신급>의 존재가 이곳에 도래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천 명의 드워프를 잡아먹고 발라쿠의 피까지 흡수하여 소환한 놈이다. 반신일 수밖에 없지.’

드낙은 단번에 파동으로 변하여 되돌아가 다시 서쪽으로 움직였다. 고여있는 물이 그림자로 변한 드낙이 향한 방향으로 조금 찰랑거리며 거울처럼 그 그림자를 비추었다.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

“돈을 달라고요?”

“이 새끼가, 목소리가 왜 이렇게 커?”

아메리고 병장이 순진하게 목소리를 높이자 신제국의 병사가 움찔했다.

“예? 근데 돈은 왜요?”

“어허, 목소리가 크다니까. 알았어. 알았으니까, 들어가 보라고.”

“아...예...”

마차가 안으로 들어갔다. 숯숯마을과 여러 성채에서 신분증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미리 몽타주를 만들어서 건네주기도 했다. 하지만 몽타주는 필요 없다고 휘휘 손사래를 쳤다.

말 그대로 무사통행이 이루어졌다.

‘신제국은 더 개판이네.’

몰래 돈 걷는데, 눈치를 보는 병사는 실로 쪽팔리는 놈이었다. 거기에 병사 혼자서 검문을 하고 있었다.

‘FM대로 하다가는 과로사하겠지.’

결국 요령을 피울 수밖에 없고 헐렁헐렁 하는 게 당연했다.

신제국에 들어서서 첫 성에 입성했지만 들뜬 기분은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낙후된 곳이 그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당연히 모두 미리 철거하고 옮긴 모습이었다. 화장실도 사라져서 길에 똥이 가득했다.

“빌어먹을, 진짜.”

냄새 때문에 대부분이 천으로 입을 가리고 다녔다. 하지만 그 천도 누렇다. 길에서 떨어진 곳은 더욱 심했기에 길에 있는 비싼 여관에 하루를 묵기로 했다. 물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목욕하는데 물 받는 돈을 받는다고?”

“당연하지. 장작값이 얼마인데. 신제국은 처음이신가? 식사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개별 지불이오. 물론 선불이고.”

2차 3차 과금 어택에 아메리고는 엉망진창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방 청소까지 품삯을 따로 줘야 하는 미친 곳이었다.

“서로 나뉘어서 정보를 취득한다. 술값 좀 내주고 신제국의 현재 상황부터 그리고 신황제에 대해서도 물어봐라.”

“예!”

인조생명체와 용병 지구인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아메리고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방을 지키는 인력도 배치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였다. 마차는 너무 커서 설마 건드리겠냐 싶은 마음에 놔뒀다.

‘거기까지 배치할 인력을 정보 취득에 쓴다.’

그들은 본격적으로 첩보활동을 시작했다.

“신제국이 어떤 곳이냐고? 하, 이 양반 진짜 아무것도 왔구만. 일단은 돈이야. 돈.”

“돈이요?”

“돈만 있으면 다 된다고. 여자? 남자? 소년? 소녀? 입 닥치고 돈부터 쑤셔 박아버려. 그럼 다되니까. 사람 죽여도 돈이 많으면 풀려날 수 있어. 시민들이 들썩거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오래 하겠어? 그냥 은근슬쩍 풀어주면 그만이야.”

“허...”

“법이 돈 많은 사람을 위한 건데 당연한 거지. 세상 물정 모르는 티 내지마, 알았어? 그런 눈치라도 있어야 이 신제국에서 용병으로 밥 먹고 살 수 있어.”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게 퍼진 신제국에서 만약 형벌을 받는다면 자신의 돈이 적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다들 돈에 혈안이군. 공공사업에 제법 투자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어떨지 궁금한데...무리해서 묻지는 않아야겠다.’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럼 신제국의 황제께서도 돈을 대단히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용병이 빈 술잔을 흔들었다.

“여기 맥주 하나에 닭꼬치도 셋!”

“예입!”

“하하하! 오늘 내가 동생 덕을 보는구나아아~!”

그 주문 소리에 용병이 어깨춤을 췄다. 제대로 호구 새끼 하나 물어서 즐길 수 있는 날이다. 이럴 때 어깨춤을 안 추고 언제 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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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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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대구 사는데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왠지 제가 죄송... 모두 개인위생 철저히 합시다. 세계최고의 위생국가로 남을 수 있게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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