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94화 (89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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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마신(魔神).

피의 신 아토라신과는 또 다른 의미로 공포의 대상인 신이었다. 그는 악마와는 전혀 다른 계통의 신이며, 인신(人神)과 같은 정신체 신격과도 완전히 다른 계통의 신이었다.

그 누구도 마신의 근원을 몰랐다.

혹자는 <존재해서는 안 될 차원>에서 탄생한 신이라고 말했지만 말 그대로 추측에 불과했다. 겪으면 겪을수록 말도 안 되는 존재가 마신 성현이었다.

그는 신을 아래에 두고, 지배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레플리카 삼위일체는 업을 먹고 도망치기 일쑤였고, 거기에 이 세계는 중립신이 죽었으며, 부활한 차원이었다. 그런 곳에서 업을 강탈하기는 쉽게 여겨질 수 있었다. 그리고 관심을 끊은 것 같지만, 그저 마신이 관심을 끊었을 뿐, 마신 세력은 관심을 끝없이 유지하고 있었다.

중립신이 죽었다는 걸 아카타베루에게 말했다는 것부터 아직 마신이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남들은 손절쳤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악마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영향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그런 일을 자행하고도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인드로 생각하면 간단히 답이 나왔다. 그리고 마신장 발라쿠, 이제는 마왕 발라쿠라 불리는 자에 깃든 마신의 힘은 상당하다.

그리고 마신의 <지배력>은 오우거조차도 마신에게 충성하게 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치게 하는 강력한 세뇌력을 지니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피를 달구고, 만지고, 맡았던 드워프들은 마신의 지배력이 그 몸 구석구석에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 붉은 눈은 마신 성현의 지배력이 꽃피웠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신을 경배하라! 그분이야말로, 우리들의 신이시다!”

구리 관문의 말에 다른 마수 드워프들도 모두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들은 거대한 굴에서 마신을 칭송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입에서 마충(魔蟲)이 쏟아져나왔다. 이내 때가 왔다고 여긴 구리 관문과 3,200명의 마수 드워프들이 밖으로 나섰다.

그들은 머리카락과 수염까지 검게 변한 상태였다. 이빨조차도 검게 변질되어갔다. 그리고 그 이빨은 평범하지 않게 상어의 톱날처럼 변했다. 그리고 검은 피부에서 튀어나온 검은 핏줄 주변에는 물고기의 비늘이 다닥다닥 붙었다.

실로 괴기스러운 일이었다.

워낙 드워프의 종족값이 높다 보니 마신의 지배력과 힘을 끝도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투자한 만큼 그들은 자신의 갈비뼈를 하나 쑥 빼서 마신에게 헌납했다.

쿵! 쿵! 쿵!

쿵! 쿵! 쿵!

훔친 마왕 무구를 착용한 3,200명의 드워프가 굴에서 빠져나와서 피의 호수로 향했다. 그 진군은 너무나도 빨리 일어났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피의 호수를 수복하고 마신의 제단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 진군 소리는 천둥소리와 같이 퍼져나갔다.

“무슨 소리지?”

“심상치 않은데?”

드워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천둥소리가 아니다.

“전사들을 소집하라! 서둘러라!”

댕! 댕! 댕!

균일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동시에 피의 호수를 점령하고 관리하고 있던 드워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는 불과 500명에 불과했다.

조용한 드워프 제국이라서 대규모 전투가 일어날 리가 없어서였다. 소란을 듣고 산맥 가문의 왕족들도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복장 자체가 금으로 도금해놔서 멀리서도 잘 보였다.

“저건....드워프인가?”

“기세가 무슨...”

너무나도 폭력적인 기세를 뿜는 드워프들은 드워프 같지 않았다. 너무나도 달랐다.

그런 드워프 군세를 그들은 열심히 파악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들은 모든 것이 검었다. 수염과 삐쭉 튀어나온 머리카락도 검었고, 언뜻 보이는 피부도 새까맣다. 핏줄은 크게 밖으로 돋아나 있었다.

“으....”

드워프들의 눈에 마수 드워프들의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굵직한 벌레가 눈에 들어왔다. 절로 눈이 찌푸려졌는데, 눈을 뜨고 있는데, 그 눈에 벌레가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저들은 대체 왜 저렇게 되어버린 거지?”

“마왕 무구 아니, 피의 호수가 지닌 또 다른 공포인가!”

“제기랄, 마신의 종자가 된 것이 틀림없다!”

“숫자는 우리가 불리하다!”

“전략적 후퇴를 감행하라!”

드워프들은 서둘러 군대를 물렸다. 500과 3천의 싸움이었다. 제대로 된 싸움이 될 리가 없었고, 상대는 벌써 군대를 세 쪽으로 나누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면 포위당할게 뻔했다.

포위를 당하면 손이 굉장히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실수가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이고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상대는 아주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기 전에 전략적 후퇴를 하는 게 최선이었다.

승리하지 않는 싸움에 배팅을 하는 장군은 삼류에 불과한 군사학자다. 그런 이들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드워프들은 오랜 삶을 살았고, 대부분이 군사학적 지식을 통달하고 있었다.

썰물처럼 드워프들이 도망쳤다.

그 모습을 보며 검은 드워프들이 크게 웃었다. 입에서 피를 토할 정도로 웃었다. 그 웃음을 뒤로하며 드워프들은 빤스런치기 바빴다.

‘다시 군대를 모아서 수복하면 될 일이다!’

그런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후퇴하지만, 나중에 다시 군대를 꾸리면 된다.

‘반마반신이 개입하면 사태는 말끔하게 끝날 것이다.’

드낙이 아직 오지 않았기에 도망친 것도 있었다. 드낙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드워프들이 물러가고, 피의 호수와 그 대장간과 작업소를 점령한 검은 드워프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말 그대로 무혈승리.

“도망가는 저 꼴을 봐라! 겁쟁이 같은 드워프놈들! 같은 동족이었다는 게 부끄럽다!”

“마신을 믿는다면 패배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을!”

“캬하하하하하!!!!”

그들이 크게 웃었다. 그렇게 승전보를 울리고 난 뒤에 3,200명의 검은 드워프들은 피의 호수에 뛰어들었다.

꿀꺽! 꿀꺽!

그 피를 두 모금 마셨다. 딱 두 모금만 마셨다. 그게 마신이 허락한 최대한의 선물이었다.

“아아아아!”

너도나도 소리를 내질렀다. 동시에 그들의 머리카락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들이 변이를 마치고 진정한 마신의 종복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대머리가 되어버렸다. 이들은 그저 ‘소모품’에 불과했다.

검은 드워프들은 다양한 금속을 뒤섞어서 거대한 탑을 만들어 단번에 올렸다. 거기에 걸린 시간은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동시에 검은 드워프들이 오벨리스크와 공명했다. 마신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의 왼팔, 미노타우르스의 명령이 속삭였다.

“마신님을 위하여!”

드워프가 단번에 할버드로 자신의 목을 쳤다. 깔끔하게 목이 잘렸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올랐고, 그 모든 피는 단 한 방울도 남김없이 오벨리스크로 향했다. 육체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 숫자가 절반이 넘었다. 나머지 절반은 죽은 드워프의 시체를, 영혼마저 모조리 뽑혀 오벨리스크에 스며들어 그냥 껍데기만 남은 것을 오벨리스크 주변에 놓았다.

콸콸콸!

오벨리스크의 내부에서는 물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오벨리스크의 문양이 서서히 변해갔다. 처음에는 그저 마신을 추앙하고 숭배하는 문양으로 가득했는데, 이제는 오로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기괴한 종족이 새겨졌다.

그것은 뱀의 머리를 하고 있었고.

그것은 사람과 같은 상체를 지니고 있었고.

그것은 뱀의 하체를 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파도와 해일을 토해내는 삼지창이 쥐어져 있었다.

“세우림! 세우림! 세우림! 다섯 번째의 비늘아!”

나머지 1,600명의 검은 드워프가 고함을 내질렀다. 양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세우림! 세우림! 아아아! 다섯 번째의 비늘!”

그들의 고함 소리는 끝도 없이 울려 퍼졌다. 입술이 부르트고, 갈라지고, 혀가 바짝 마르고, 목에서 가래가 들끓는 소리가 나도 목소리를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모든 것은 오로지 마신을 위한 것이었다. 그 부릅떠진 두 눈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출혈이 시작되었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으, 으아아아아!”

그중에 검은 드워프 하나가 악다구니를 내질렀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용케도 마신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순간에 불과했다. 그의 혀는 멋대로 움직였고, 그의 입은 오로지 마신을 위해서 움직이기를 원했다.

“세우림! 세우림! 다섯 번째의 비늘!”

“으흐흐흐...! 세우림! 세우림! 다섯 번째의 비늘!”

공포로 물든 그 눈동자에서 오로지 마신을 찬양하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마왕 발라쿠의 죽음이 만들어낸 마신의 안배가 시작됐다.

*

우우우웅!

지구 용병단이 건설한 <초월자 파동파악 마탑>이 요동을 췄다. 한 손에는 산딸기주를 쥐고 있고, 머리는 꾸벅꾸벅 졸고 있던 일등병 라쉬가 벌떡 일어났다.

“쓰읍!”

침을 닦고, 서둘러 마탑에 손을 접촉했다. 그 또한 상위인간(上位人間)! 마력과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존재였다.

‘마신!’

초월자 파동파악 마탑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감지 프로토콜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항상 있는 게 바로 마신의 힘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마신은 온 곳에 존재하며, 검버섯처럼 피어나는 전염병 같은 것이었다.

‘결코,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놈들이지.’

외계(外界)로 나간 이들 모두 한 번씩은 된통 당하게 만드는 게 마신이었다.

‘그런 놈의 힘이 이곳에...!’

절로 두려운 일이었다.

초월자 파동파악 마탑을 꾸준히 계속 활성화시킨 덕을 이제야 볼 수 있었다. 단번에 이 정보를 에메리히 상사에게 전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소식은 뿔쥐에게도 들어왔다. 정보의 발생은 드워프 쪽에서도 발생했지만, 공간을 뛰어넘어 보다 빠르게 이곳에 있는 뿔쥐들도 알게 되었다.

‘마신의 준동!’

그 권속 혹은 종자의 궐기!

유의미한 정보였다. 최고 등급 정보로 간주되며 빠르게 전 지하연합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는 사이에도 [파견대]는 빠르게 모든 것을 결정하기 시작했다.

“예삿일이 아니다. 반드시 관측해야 한다. 실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계의 강함! 그것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힘의 파동 수준으로 봤을 때, 거의 반신급 움직임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그 궐기를 어찌 막는지 알 수 있다면 우주 낙원에 신뢰도가 높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너도나도 이번 마신 궐기를 살펴봐야 한다고,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지금 이들의 상태를 봤을 때, 못 막을 수도 있지만 <신제국>의 황제라는 자가 어떠한 존재인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도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훔쳐 듣는 뿔쥐는 절로 코를 훔쳤다.

‘큰일 났다. 이러다가는 다 들통 나게 생겼다.’

한쪽이 터지자 자연스럽게 다른 쪽도 터졌다. 그게 바로 인생이라는 놈이다. 문제는 하나만 터지지 않는다. 그래서야 문제라고 볼 수 없었다. 연쇄적으로 빵빵 터지는 게 문제였다.

마신이 오벨리스크를 건축했고, 그 힘을 마탑이 파악해냈고, 그 여파는 파견단을 움직이게 하였다. 워낙 경제 성장을 요구하는 게 드낙의 처세였기에 돈은 이미 제법 모인 상태였다.

“인원은?”

“인조생명체 20명에 저희 중 5명이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소규모 교전을 겪을지도 모르니까, 최대한 많이 가는 게 나을 거로 생각합니다. 여기는 너무 평화롭고요.”

인정 또 인정하는 바였다.

그들은 순식간에 행동에 임했다. 워낙 평화로운 곳이라서 오히려 일할 맛이 났다.

에메리히 상사는 남아서 원격으로 통신 정보를 획득하기로 했다.

병장 1명에 상등병 일등병이 각각 2명씩 4명 총 5명의 용병 지구인이 선택되었고, 인조생명체 3성 정예병(Elite)은 붉은 요새의 방패병 7명, 오성마탑의 마법사 3명, 포레스트 레인저 3명, 환희와 자유의 사제 7명으로 총 20명이 결정됐다.

병장은 당연히 아메리코 병장이었다. 뺀질거리는 기질이 있긴 했지만, 생존 본능부터 비상상태에서의 선택이 매우 좋은 인재였다.

그들은 야밤을 틈타서 조용히 움직였다. 경비병들에게는 그냥 돈 몇 푼 쥐여주면 만사형통이었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게 병사들이었다.

이들의 목적지는 신제국이었다. 그리고 생각이 있다면 그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막으면 안 됐다. 그럼 눈치를 챌 것이 분명했다. 위태로운 시간이 똑딱, 똑딱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 시계바늘이 정상에 향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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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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