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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하루에 1만 명이 이용 가능한 워터파크 사업을 대비해서 드낙은 전 곳곳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했다.
연금술을 통해서 구리를 얇게 펴서 늘어뜨린 것이었다. 국가의 관리들이 이를 설치할 장소를 선택하고, 물은 계속해서 순환이 되도록 흐르도록 만드는 건 덤이다. 생각보다 물이 풍부한 게 옛제국의 땅이었다.
‘이런 곳이니까, 제국이 번영할 만했지.’
물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옛제국의 영토였다. 번영 안 하기가 힘든 곳이다. 물은 곧 농업과도 직결되어있었다.
수영장에서는 청소 또한 하루에 2번 진행했다.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이다.
이용객의 대다수가 오전에 가족들과 오기 때문이었다. 물론 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날씨가 조금 쌀쌀한 경우에는 온수를 틀었다. 특히 몇몇 성에서는 밤에도 수영장을 유지했는데, 연인들이 오기에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술도 팔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수영장 주변 상업이 크게 일어났다. 그렇게 되자 너도나도 수영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모든 것이 마법 아티팩트와 연금술을 통해서 능히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작은 마을에서는 적당히 포기할 건 포기해서 작은 수영장으로 놀아야 했다. 그래도 재미난 건 매한가지였다.
오히려 온갖 바리에이션 자연 수영장이 크게 떴다. 계곡 물에 온수 마법 장치를 놓는다든지, 나무를 통해서 둑을 만들어서 천연 수영장을 건설하는 등, 지역별로 큰 변화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이 입는 건 수영복이 되어야 했다. 수영복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장에서 나오는 것이었기에 산업적으로도 크게 부흥 가능한 일이었다.
비키니라던지 그런 팬티랑 다른 게 없는 건 쓸 수가 없었다.
거대한 비난 여론이 많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반응을 몰라서였다. 하지만 여성들의 거부감은 조금만 물어봐도 알 수 있었다.
얼마든지 퇴폐적인 성문화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에서는 나름 법도와 예절이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속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는 없었다. 그들은 수영복을 속옷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 덕에 초기 수영복은 전신 수용복으로 만들어졌고, 점진적으로 노출이 이루어져서 레시가드(Rash guard)까지만 있는 정도였다. 레시가드의 경우에도 하의는 찰떡같이 달라붙는 반바지였다.
남녀 공용의 디자인에 색깔만 남/녀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드낙이 예상치 못한 건 남자들이었다.
‘생각보다 원색을 좋아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실제로 이곳의 남성들은 원색을 굉장히 좋아했고, 화려한 것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의 전신 수용복에 기술자를 통해서 불꽃을 프린팅하거나 마법으로 강렬하고 반짝이는 파도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시민층도 대부분이 돈이 있고, 여유가 있기에 그런 곳에 돈을 쓸 수 있었다. 그 덕에 새로운 직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거기에 재미를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여성들은 흰색과 검정의 조합이 있는 돌핀 레시가드를 좋아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레이스를 단 새하얀 레시가드를 입는 편이었다. 전신 수용복을 입는 여성들도 있지만, 그건 몸에 흉터가 있거나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이 입는 편이었다.
당연히 드낙도 가족들과 함께 큰 수영장에 들어섰다. 오직 드낙과 그들 가족을 위한 곳이었다. 물론 한꺼번에 모든 왕비들과 자식들을 초대하지는 않았다.
그도 눈치가 있다.
몇몇 고용인들이 도와줘야 했기에 그들도 보였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와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을 때, 왕비가 뒤에서 드낙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투박하고 거친 손이었다. 무인(武人)의 세월이 담긴 손이었다. 우둘투둘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굳은살이 많은 손이었다. 그리고 그 굳은살만큼 다양한 비전을 체득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애들은?”
“고용인들이 입히고 있어요.”
세리안이 드낙의 옆에 발을 담갔다. 애들을 키울 때 메이드는 필요한 편이었다. 그녀는 공왕으로서의 업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름 군사력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드낙의 왕비로서 이렇게 가족 행사에도 참석해야 했다. 그렇기에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자식들의 케어는 다른 사람이 도맡아야 했다.
물론 최대한 많이 자주 만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건 자식이 해야 할 일이었다. 틈틈이 세리안이 업무를 원격으로 집무실에서 할 때 찾아와야 하는 게 자식들이었다.
그 덕에 세리안과 자식의 관계는 잘 유지되고 있는 편이었다.
“아버지!”
제법 교양을 공부한 티가 나는 다이앤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아직 귀족적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목소리에 활기참이 지나칠 정도로 넘쳤다. 겉보기에는 숙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육체가 성장해 있었기에 더더욱 귀족으로 보기보다는 중산층의 처녀로 보기 쉬웠다.
‘누가 얘를 9살이라고 보겠어.’
충격적인 것은 다이앤타 아래의 애들도 세리안이 출산하는 게 아니면 악마의 피를 많이 타고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하프 엘프나 다름없는 세리안이니까, 악마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을 낳을 수 있었다.’
다른 왕비들은 그저 뛰어난 상위인간을 낳는 정도였다. 거기에 크레시미르는 하다못해 마력도 없는 상태다. 신성력을 통해서 상위인간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현재 크레시미르의 상태였다.
그 덕에 세리안의 자식들은 하나같이 메이드를 두고 있어도 어디든지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그마저도 다이앤타보다는 못했다. 그녀는 드낙이 자신의 피로 봉인까지 시켜놓을 정도로 악마의 힘이 강했다.
반면 그녀의 동생들은 봉인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아빠!”
이제 7살이 된 아이셀 불파겐(Aysel Bulpagen)과 4살이 된 젤트루데 불파겐(Geltrude Bulpagen)가 메이드의 손에 이끌려 다가왔다. 모두 공주처럼 레이스가 많이 달린 전신 수용복을 입고 있었다.
방수되고, 힘이 강한 레이스였기에 물에 젖어도 빳빳했다. 그래서 물속에서도, 물 밖에서도 공주처럼 떳떳한 복장이 될 수 있었다. 애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편이었고, 드레스 전신 수용복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었다.
푸른 바다색으로 이루어진 것을 서로 똑같이 입고 있었다. 둘 다 나이치고는 발육이 대단했다.
‘거기에 모델핏이고.’
세리안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얼마나 강한지 아빠를 닮은 구석이 일부분뿐이고, 성격에서 조금 드러나는 정도였다.
“하하하!”
물장구를 치는 것부터 바람과 물의 마법을 통해서 튜브처럼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일광욕도 조금 하고, 차가운 음료도 마시면서 태평한 하루를 보냈다. 밤에는 세리안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업무 중 겨우 시간을 낸 레이시아와 그 자식과 하루를 보냈다. 그런 걸 며칠을 반복해야 했다.
‘이상하게 피곤하다.’
몸과 정신은 뚜렷했고, 재미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피곤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드낙은 잘 알고 있었다.
‘설거지와 빨래의 법칙이지.’
힘든 일보다 짜증 나는 건 귀찮은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주 귀찮은 일을 해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식기 세척기를 꿈꾸고, 자동 다리미를 원하며, 세탁기를 소망한다.
“내일은 산으로 가서 적당히 하루를 보낼까? 워터파크 공사가 어떻게 되는지 구경이나 하러 갈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지금, 드낙은 행복함을 느꼈다. 거대한 자유가 있었고, 그렇기에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그만큼 자유라는 것은 사람의 자존감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
드워프 전사. <구리 관문>. 그는 붉은 눈의 드워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붉은 눈의 드워프들은 서로서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 드워프 제국은 큰 제지를 가하지 않았는데, 단순히 눈동자 색의 변화였고, 드워프 손길의 강화만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마법사>나 <연금술사> 그리고 <사제>가 없는 게 드워프 제국이었다.
그들은 정확하게 붉은 눈의 드워프가 어떤 상태인지 진단하지 못했다. 둔하기 짝이 없는 종족이었다. 각성제 덕분에 활동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지만, 일이 꼼꼼하지 못했다.
그나마 피의 호수를 봉쇄한 것은 드워프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서였다. 나눠도 평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혀 있었다. 실력이 달라지고, 종족 값에 차이가 생기면 권력은 자연스럽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드워프 제국의 권력은 곧 영향력. 수많은 드워프의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지표가 매번 드워프들에게 공개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당연히 드워프들을 도우면서 다양한 드워프 자원을 가져가는 지하 연합의 일이기도 했다.
그 고용인들은 당연히 붉은 눈의 드워프들의 동태를 살필 수는 있었지만, 곧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이상함을 알아차리기 전에 쫓겨나서였다.
개인성향이 강한 오우거의 성향이 스며든 탓이다. 그렇게 붉은 눈의 드워프는 한 차례의 위기를 또 벗어날 수 있었다.
조용하고 사건이 적고 거의 일어나지도 않는 드워프 사회였기에 뿔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고블린과 크놀 등의 고용인들의 눈길도 피할 수 있었다. 그 뒤에 그들이 마주한 것은 바로 비밀 회동을 가지는 일이었다.
으슥한 곳.
횃불이 이글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한 곳.
남몰래 파놓은 굴.
그곳에서 그들의 붉은 눈이 횃불의 일렁거림에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순간적이지만 눈동자가 2개가 되었다가 다시 하나가 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적들은 피의 호수를 봉쇄했다...!”
“우리의 것이다! 그것을 자신들의 힘이 강하다고 멋대로 결정했지!”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정신이 비틀려 있었다. 동시에 피의 호수에 대한 강력한 열망은 마약처럼 드워프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다.
저들은 중립신으로부터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유산을 받은 드워프들이었다. 그들은 우주에서도 활동 가능할 정도로 육신이 단단했으며, 감각 자체가 무뎠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충동에 대한 반응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극단적이었고, 너무 빨리 이루어진 감정 변화였다. 말 그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와작! 와자작!
돌로 된 반듯한 테이블에 놓인 철로 된 큰 그릇에 가득 쌓여있는 각성제를 붉은 눈의 드워프 하나가 한 움큼 집어서 입에 털어 넣고, 씹으면서도 손으로 거칠게 또 한 줌을 쥐어서 입에 아직 각성제가 남아있음에도 또 한 입 크게 털어 넣어서 씹었다.
누가 봐도 남용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성제는 오크들의 약재로 만든 것도 아니었다. 따로 인간들 특히 신제국의 연금술사들이 만든 드워프 각성제도 아니었다.
오직 드낙이 악마의 피로써, 권속 악마로 만든 것한테서 나오는 <악마 각성제>만 잔뜩 쌓여있었다. 드워프들은 본능적으로 악마의 힘을 더듬고, 추악하게 핥아먹고 있었다.
그건 마치 <업에 미친 존재>로 보였다. 드워프들은, 붉은 눈의 드워프들은 마치 산제물이 된 것처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업을, 힘을! 더욱 키우기 바쁜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붉은 눈의 드워프들을 모으는 게 급선무다. 아직 많이 있을 것이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으으으!”
미친 듯이 악마 각성제를 먹었던 붉은 눈의 드워프가 앓는 소리를 냈다.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 손에서 검은 점 같은 것들이 다닥다닥 일어났고, 이상할 정도로 검은 핏줄도 바짝 섰다. 그러다가 다시 사그라지고,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그들은 알아서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이 굴을 더욱 넓히는 것이다. 그리고....피의 호수를 되찾을 준비를 해야지.”
그들의 눈에 하나의 목표만이 서렸다.
단 3일 만에 대부분의 붉은 눈을 지닌 드워프가 모여들었다. 그 숫자는 3,200명이 넘었다. 그만큼 많은 드워프가 마왕 무구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전종족이 마왕 무구를 원했기 때문이다.
“쌓아라. 쌓아라. 쌓아라.”
변질한 드워프는 곧 광신도로 변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을 위해서 그들의 갈비뼈를 뽑아서 봉헌하였다. 그 뼈는 검게 변하여 녹아 사라져버렸다. 마신 성현이 이 세상에 있는 드워프의 인자를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마신 성현의 광신도가 된 변질 드워프들은 피부마저도 검게 변했으며, 핏줄이 밖으로 돋아났다. 그들은 블랙 드워프가 되었다. 드낙이 만들어놓은 길에 마신의 시멘트가 발라지며 하나의 집이 완성됐다.
“마신을 받들지어다!”
입에서 거무튀튀한 벌레들이 쏟아져나왔다. 마충(魔蟲)이라 불리는 것들로 이들은 땅 곳곳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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