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90화 (88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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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반신격의 존재가 특정되고 난 뒤에는 파견대와 관련된 상황은 변화를 맞이했다. 애초에 꾸준히 하고 있던 연기 연습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더 짜증이 나게 굴란 말이야. 그냥 길 가다가 어깨만 부딪쳐도 성범죄라고 외쳐!”

“아니, 세상에 그런 연기를 어떻게 해요?”

세상이 언제나 아름답다고 여기며 살 수밖에 없는 미녀가 팔짱을 끼며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만히 있어도 돈과 선물, 온갖 남자들의 구애가 들어오는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은 그냥 너무 쉬운 곳이었다.

“아무도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는데, 이계인들이니까 당해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어.”

“근데 이계인들은 여자도 있잖아요?”

“미남도 출동 대기 중이야.”

“맙소사.”

미녀가 이마를 귀엽게 톡 쳤다. 남자고 여자고 성범죄로 누명을 씌우다니 황당한 논리였다. 어떤 상황을 언제 쓸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무의미한 아이디어들이 수많은 사람을 일하게 하고 있었다.

폐지 줍는 노인도 등장시키기도 하고, 점을 봐주는 점쟁이도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이 강당에서 보였다. 비가 오는데 운동을 할 수 있는 혁명적인 건축물이 바로 강당이었다.

돈이 있어도 아랫물에 돈을 쓰지 않는 귀족에게 있어서도 생소한 것이 강당인데, 한 번 공공건물로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는 돈 있는 자들은 직접 개인 강당을 짓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드루먼쇼에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연기를 위해서 동원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15만 명이 넘었다. 매년 엄청난 양의 돈을 그들 손에 쥐여주고 있었음에도 현재 <다종족 경제 체계>는 워낙 덩치가 커서 불안 요소가 하나 없었다.

특히 돈 되는 사업은 대부분 국가에서도 진행하고 있어서 막힘없이 세수가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었다. 전기와 비슷한 마력의 경우에는 당연히 국가사업이고, 민간에서는 사업을 도울 수는 있지만 직접 개인에게 마력을 판매하지 못한다.

그게 신제국과 자치왕국의 법이었다.

즉, 개인 –> 마력 국가 기관 -> 개인처럼 중간에 무조건 마력 국가 기관이 들어가야 했다. 인프라 구축도 잘 되어 있었기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적었다. 애초에 싸기도 싸다.

15만 명에 달하는 파견단 속이기 연기단은 엄청난 규모였고, 그만큼 파견단을 단단히 속이겠다는 드낙의 강단이 보였다.

동시에 파견단 자체도 변화를 맞이했다.

“반신격을 조사한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멀리서라도 보기는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두 동의했다. 반신격은 그냥 5성급 인조생명체를 여럿 붙여서 죽여버리면 간단하지만 그래도 어떤 놈인지는 봐둬야 했다. 5성급 인조생명체는 그 개성이 뚜렷하기에 상성을 보고 출격시키는 걸 권장하고 있었다.

어디서 권장하느냐면 당연히 카실레안 교본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를 지키는 우주 낙원은 거의 없었다. 반신격과 비교되는 5성(星) 인조생명체는 사실 상성이고 뭐고 다수로 보내면 그냥 다 밀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카실레안 교본에서는 가장 하면 안 되는 어리석은 전술가로서의 태만이라 쓰여 있었지만 신경을 쓰는 이들은 적었다. 아무리 대단한 전술교본이 있다고 해도 그걸 사용하는 건 결국 <전쟁과 전술의 신, 카실레안>이 아니라 다른 신들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용병 지구인들은 반신격에 대한 정보를 올리기는 올려야 했다.

원래 남에게는 빡빡하게 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것이 자연스럽다. 남에게는 모든 잣대를 다 대보고 하나만 안 좋아도 냉큼 물어뜯지만, 자신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잣대를 들이대는 게 보통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원칙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약자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법이라도 돈이 많으면 집행유예, 돈이 적으면 징역 10년이다.

“3개월 정도 빡세게 돈을 모아서 출발하면 될 것 같습니다.”

블랑쉐 병장이 말했다. 초월자 파동파악 마탑을 건설하며 제법 돈을 까먹었고, 작업장이나 연병장을 비롯한 주택도 건설 및 구매를 진행했기에 가진 돈이 많이 없었다.

“블랑쉐 병장의 말이 맞다. 들어보니 아주 먼 거리라고 하니까,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한다.”

에메리히 상사의 눈이 빛났다. 비로소 하나의 결과물이 나왔고, 다음 행보가 바로 보였다. 위험요소 혹은 변수라고 할 만한 신제국의 황제라는 반신격을 확인하면 다른 건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법이지.’

굳이 멀리 돌아다닐 이유도 없었다. 이들은 자신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실로 태평한 자들이었다.

‘전쟁도 안 일어날 것 같다.’

3성 인조 생명체를 대거 생산하여 보내며 단번에 경제부터 시작해서 정치까지 장악한 뒤에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겠지.’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이렇게 쉬운 식민지 개척은 또 처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음 밖에 안 나와!”

“파하하하하!”

파견대가 크게 웃었다.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드루먼쇼 5화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5화는 당연히 이계인들을 속여먹으려고 하는 연기자들의 일상을 담았다.

처음의 장면에는 제법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세간의 평가를 받고, 아주 자연스러워서 무거운 연기를 맡기기가 좋은 연기자에 대해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실력 있는 여성 연기자한테 두껍고 거칠기 짝이 없는 면으로 된 원피스가 건네졌다.

“이게 뭐예요? 왜 이렇게 굵어요?”

“옛날에는 그런 옷을 입고 다녔대요. 그걸 통해서 공업 자체도 질이 낮다는 걸 이계인들에게 보여줘서 속이는 겁니다.”

연기자는 손으로 무식하게 거친 원피스를 만지더니 깜짝 놀랐다.

“입으면 아플 것 같은데요?”

“어찌 되었든 그걸 입으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제 말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셔야지 이계인을 완벽하게 속여먹을 수 있습니다. 그게 연기자의 본분입니다.”

“전...”

그렇게 말하려면 그녀는 이내 손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원피스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새하얀 연기가 굴뚝에서 나오고, 빵이 구워지는 냄새와 고기의 비린내가 뒤섞여서 맡아졌다.

“엄마! 나왔어!”

“응, 피곤하지? 밥 곧 다 된다!”

식사를 끝내고 연기자가 가져온 원피스를 본 어머니는 아주 좋아했다.

“이거 옛날에 내가 입고 다니던 거랑 똑같네!”

“정말? 어떻게 입고 다녔어? 이렇게 거친데? 상처는 안 나?”

“말도 마! 걸을 때마다 쓸려서 허벅지 안쪽이 아팠다니까. 그래서 손으로 이렇게 싹싹 비벼서 입어야 해.”

“근데 그렇게 하면 헤지잖아.”

“편한 게 좋지 헤지건 새것이건 뭔 상관이야?”

그렇게 하며 엄마의 20대 이야기를 들은 연기자는 눈을 빛냈다. 드루먼쇼의 5화는 엄마의 20대라는 제목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기면 큰 희생이 부부에게 닥친다. 거기서 많은 부부가 서로 사이가 틀어지고, 골이 깊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는 그대로인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책임감을 느끼기 전인 20대를 추억한다. 그때의 자유는 아련한 추억이라서 더더욱 빛나 보였다. 그냥 온종일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도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드루먼 쇼 5화는 나이 든 사람들과 부모님이 있는 젊은이들을 노렸고, 성공적으로 판매율이 되려 전보다 확 높아지게 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 돈은 자연스럽게 세금이 되었고, 낮은 자들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물론 그건 적은 부분일 뿐이다. 이미지 크리스탈 사업으로 얻은 세금 중 3할이 드낙의 흥청망청에 쓰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열심히 머리를 굴렸으니 그 역반응이 올 수밖에 없었다.

“놀이공원이다! 그것도 물을 많이 쓰는 놀이공원을 짓겠다. 여름에 쓸려면 지금 만들어놔야 해.”

워터파크!

다가올 여름을 대비해서 워터파크를 건설하려는 드낙의 모습은 실로 사치스러운 지배자였다. 다행이라는 점은 공공 워터파크라는 점이었다.

“하루에 만 명이 와도 괜찮은 곳을 만들어라!”

엄청난 토목 공사가 예정될 수밖에 없었다. 또 수학을 공부한 기술자들도 동원되어야 했다. 몇 번이고 실험을 진행해서 안전하게 만들어야 했다. 롤로코스터는 사고가 날 수 있어서 하지 않았고, 물이 흐르는 곳에 작은 배를 띄워서 제법 빠르게 내려가는 기구만 놓기로 했다.

간단한 워터파크였지만 대신 스케일을 키웠다.

“길이를 150m정도 해야 재미나겠지. 수영장의 크기는 호수를 쓰면 적당하겠고.”

“그렇다면 산에서 내려오는 식으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좋다. 하지만 내려오는 속도가 위험해서는 안 된다.”

게제라스는 말릴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이 정도를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점점 드낙이 지닌 힘이 강해지고 있어서였다.

‘차라리 돈을 깨 먹는 게 낫다!’

나라에 도둑놈이 적은게 현재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돈이 넘쳐났다.

막장 중의 막장, 사람 잡아먹는 지배자가 안 되는 것만 해도 다행인 셈이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순식간에 여름에 개장하는 공공워타파크가 사업으로 등장했다. 거기에는 많은 이들이 발을 올리려고 했는데, 들어보니 여름 휴가로는 제격이었다. 안 그래도 잉여 시간이 넘쳐나고 돈도 제법 모이고 있는 게 시민들이었다.

이제는 밑에 사람들이 쥐고 있는 돈을 끌어모으는 것이 큰 이득임을 잘 알고 있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기득권층이다.

능력 위주의 사회가 가지는 한계였다. 그렇기에 드낙의 실버타운이나 다양한 복지가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최소한 멍청한 인간도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재미나게 영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근데 산에 어떻게 뱃길을 만듭니까?”

“그러니 돈을 엄청나게 써야지요. 인부들이 가져갈 돈만 해도 어마어마할 겁니다.”

다종족 연합 중에서 워터파크 사업에 투자를 원하는 이들은 인간들과 오크들이었다. 엘프들은 굳이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크들은 말할 것도 없이 <바다 진출>이라는 거대한 종족사업을 진행 중이다. 즉, 신제국과 자치왕국이 공동으로 인부들을 제공하고, 그들로부터 다양한 물품을 팔며 이득을 취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조율을 위해서 논의하는 자리인 셈이다.

먹을 것에도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율해야지 효율적인 사업이 될 수 있었다. 일하는 인부들을 위해서 창녀, 창남촌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성 상품화는 어느 시대이든지 존재했다.

세파리아스는 이를 양지화한 지 오래였고, 자치왕국은 아직 분란이 많았다. 하지만 적어도 깡패 새끼들의 배를 채워주기보다는 세금을 걷을 수 있는 세파리아스의 방식이 더 현실적인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근데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신제국의 관리가 미심쩍어했다. 왠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지도 모르는 사업처럼 여겨졌다. 왜냐하면, 일단 수학과 과학이 필요하고, 안전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실험도 많이 거쳐야 했으며, 물을 계속 부어줘야 했다.

“아...근데 저희는 겉절이 사업만...”

슬쩍 딴소리했다. 이에 게제라스는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세금으로 진행하는 것이기에 기술자만 보내주십시오.”

그들도 드낙의 미친 행보에 많이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역시, 적응하는 인간다웠다.

*

디아볼로스와 엘프들이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사는 중앙 도시에 전출서가 도착했다.

“이게 뭐지?”

“반마반신께서 보냈군. 왜 편지의 형식을 빌렸는지는 잘 모르겠네.”

“뭔가 있어 보이잖아. 그걸 따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럴 리가 있겠어? 그래도 반마반신이신데.”

“그렇겠지?”

세상을 속여서 관측되지 않는 드낙은 파동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동도 빛보다 빨랐다. 그렇기에 이런 양피지에 명령이 적인 명령서가 오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스르륵.

기대감을 품고 명령서에 묶인 리본을 풀어서 디아볼로스가 이를 읽었다.

“언제나 노력하는 디아볼로스와 타락 엘프들에게...”

내용은 간단했다. 오크들이 일을 잘해서 엘프 선박 기술자를 자문단으로 파견하라는 소리였다.

“양피지는 큰데 글자는 많이 적지도 않았네.”

“정말로 분위기 내고 싶어서 이걸 보낸 거네.”

헛웃음도 안 나왔다. 300자 내외로 용건만 간단히 적은 명령서였다. 그에 반해서 양피지에는 여백도 많았고, 테두리에는 금장 장식을 박아넣었다. 척 봐도 진짜 순금인 듯했다. 반마반신의 명령서다. 당연히 공을 들인 양피지를 써야 하는 게 당연했다.

“뭐야? 네가 왜 그 명령서를 챙겨?”

명령서를 쥔 디아볼로스가 은근슬쩍 양피지를 품에 챙기자 다른 디아볼로스가 그 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엘프들은 다양한 산업에서 활동하고 있을뿐더러, 앞으로의 <전쟁 준비>를 생각하면 땀을 뻘뻘 흘려야 할지도 몰랐다. 당연히 떵떵거리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선박 자문단에 소속되는 게 이득이다.

“내가? 언제?”

“어디서 그런 얄팍한 수를...”

“알았어. 그러지 말고 우리 둘이서만 알자고. 잘 아는 엘프들 모아서 우리끼리만 가면 되잖아?”

기가 막힌 생각이었다.

“당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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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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