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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드루먼쇼의 1화는 당하는 돈주인으로 이계인이 등장한다. 2화는 쌍연애다. 2명의 여자를 처음 마주하는 아메리코 병장의 리액션을 담았다. 가장 인기가 있는 화였다.
3화는 어메이징 그레이트 데이즈였고, 이제 4화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초월자 파동파악 마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계인들의 말이 편집되어서 쏟아져 내렸다.
“모든 차원을 식민지로...”
“개돼지도 이 정도로 태평하지는 않은데.”
악의적인 편집이었다. 단번에 호감이 적의로 변했고, 혐오로 번져갔다.
이계인이라고해서 무조건 전쟁이 일어난다는 건 아니었다. 그들의 숫자는 고작 40명에 불과했고, 드루먼쇼에 나온 인물들은 10명 안팎이다.
하지만 그들의 침공이 4년이라는 것을 확정을 지은 드낙은 비로소 이 두루먼쇼의 진짜 위력을 발동시켰다. 그 어떤 정치적 활동을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는 명분을 <드루먼쇼 4화>에 담아냈다.
“포를 떠서...내 아래에 두고...”
침공하려는 자의 입으로 내뱉어지는 말들은 흉험하기 짝이 없었다. 4년이라는 기간 또한 피부에 확 다가왔다. 이계인들이 얼마나 거짓된 세계에서 정보를 수집하며 몸과 마음이 풀어졌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당연히 저들이 이곳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저들은 어떻게 해도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평화로 나아가기에는 저들의 전력이 어느 수준인지 모른다.
즉, 안전한 방법으로 드낙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기습뿐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다종족 연합국>이 모든 역량을 다해서 일단 이 위기를 벗어나도록 열심히 힘을 보태야 했다. 고로, 이번 4화, 이계침공은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대중을 불안하게 만들어야, 정치가가 편하지.’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삼류인생으로 살던 박호훈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배운 게 있다는 그런 것들이었다.
바다로 발사되는 북한의 미사일처럼, 다케시마 한 번 외쳐주면 드글거리는 불만이 사라지는 쪽바리들처럼.
결국, 그건 훌륭한 통치 수단이었다. 그런 걸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드낙은 적이 어떤 수준의 무력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확실한 건 그들은 모두 상위인간(上位人間)이라는 점이며 지배계층(M.E)과 피지배계층(인조 생명체)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무서운 놈들이지.’
거침없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 용병이라는 것들은 전투에 직접적 참여를 하지 않는 지휘관들이다. 고로, 생명의 위협 없이 생명을 부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 짓인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미 무수한 사례가 있으니까.
그렇기에 드낙은 이번 일을 단행했다. 드루먼쇼는 문화창출이기도 했지만, 역으로 대중을 세뇌하는 기구이기도 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드낙은 비롯한 지배계층은 거리낌 없이 연설을 통해서 대중들의 노동력을 갈취할 수 있었다. 전쟁 준비라는 이름 아래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악독한 짓은 하지 않는다.
정말 전쟁 준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외의 문화 산업도 진행할 것이다.
모순되어있는 생각이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잉여 시간>은 충분히 많아지고 있었다. 사대밭 새마을 골램 사업은 드워프와 엘프. 두 종족이 맡은 만큼 효과는 이미 충분히 보고 있었다.
‘동기 부여를 한 것뿐이지.’
자격증 따고 검을 쥐지 않은 지 제법 된 사람은 다시 검을 쥐게 될 것이다. 10개 모두 생필품 아티팩트를 만들던 마법사는 3개 정도는 군용 물품을 납품하는데 마력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약간의 변화가 4년 동안 쌓인다면 엄청난 전투력을 보유하게 될 터였다. 그리고 4년 동안 파견단은 깜빡 속을 것이고, 우주 낙원인지 나발인지가 이 차원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 한순간에 모든 걸 끝낸다.’
드낙이 무서운 얼굴을 했다. 어둠 자락이 그의 모든 것을 가렸지만, 스산함은 숨기지 못했다. 반소매를 입은 채 가을에 동굴에 선 것처럼 피부를 타고 흐르는 암살자의 입김은 소름 돋을 정도였지만 그 누구도 그런 드낙을 보지 못했다.
드루먼쇼 4화에 대한 반응은 각 종족에서 나타났다.
인간은 분열되었다.
당연하게도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싫어하는 자가 있기 마련이고, 남을 믿지 못하고 평화를 항상 위태로운 것으로 보는 자도 있었다.
분열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열된 만큼 술값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송곳니가 호선을 그렸다. 바로 이스핀이었다.
자치왕국의 영토는 적다. 인구수가 심하게 줄어들어서였고, 남부 이주민을 받고 있지만, 능히 동부출신 인물들로 틀어막는 게 가능했다. 자연스럽게 이스핀은 슬금슬금 엉덩이를 뺄 수 있었다.
종종 도렌 공왕이 불러서 골치가 아픈 일을 중재하도록 맡기고 있지만, 다시 널러진 게 이스핀이었다. 그리고 그는 주류업계의 신화로 다시금 자리매김했다. 아주 큰 돈을 들여서 자신을 스카웃하고 다시 사업 파트너로 하고 싶은 주류업계 종사자들의 숫자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오직 자네만 가능해!”
기가 막히는 벌꿀술을 제조하는 건 누구나 가능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건 이스핀만 가능했다. 종종 술에 문제가 생기면 단번에 알아차리는 게 이스핀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주류업계의 조용한 큰손이 될 수 있었고, 큰돈을 챙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친구 만나러 가야겠군.’
그가 외투를 입었다. 당연히 와이프가 입혀줬다.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오는데 그런 서비스도 안 해주면 그냥 돈 주고 여자 들이는 게 낫다. 외조도 안 하면 내조라도 해야 했다.
쪽!
“갔다 올게.”
“응, 조심히 다녀와.”
이스핀은 애들 방에도 차근차근 돌아다녔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딸들은 아빠를 사람취급도 안 해줬다.
“아! 마음대로 들어오지 말라공!”
“아빠 술 냄새나!”
서글픈 일이었다. 이스핀은 벌꿀술을 가장 먼저 시키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도렌 공왕이 사는 성으로 향했다. 자치왕국의 중앙 성채에는 4개의 성이 외곽에 존재했고, 그곳에 4공왕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성 자체는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약간 별채 같은 수준이다. 물론 평범한 성에 비하면 그렇다는 거지 작은 성인 건 맞았다.
야간임에도 경비를 서는 병사가 있었다.
워낙 불빛으로 확 트인 곳이라서 단번에 이스핀이 노출되었다. 숨을 곳도 전혀 없는 게 이 근방이다. 하지만 거침없이 손을 흔들었다. 이스핀의 얼굴을 모르는 경비병은 없었다.
도렌 공왕이 외주를 맡긴다면 그를 항상 부르기 때문이다. 도렌은 만인으로부터 사랑받는 공왕이었고, 근면하고 성실함이 대단하여 딱히 다른 이의 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실력이 뛰어나서 남들보다 더 빨리 일을 끝내버린다.
게제라스와 드낙이 낳은 최대 아웃풋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배울수록 성장이 끝이 없는 게 도렌이었다. 그렇기에 되려 말이 안 나왔다. 알아서 잘하기 때문이다. 어그로를 끌지 않는 공왕인 셈이다.
‘다만 유일하게 흠이 있지.’
그 여자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렌은 만인들에게 사랑받으면서도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는 일에 비해서는 칭송받지 못하는 셈이다.
‘그래도 남자다. 끝까지 다 짊어지고 가려는 모습, 난 응원한다.’
이스핀은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런 생각을 하며 성의 정원을 지나서 단번에 도렌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막 마친 도렌이었다.
“벌꿀술 콜?”
“됐다. 무슨 일이냐? 내가 부를 때만 오던 녀석이?”
“무슨 네가 부를 때만 와! 네 자식 생일 때도 꼬박꼬박 챙겨가고 있구만! 아무 일 없어도 갔잖아! 어디서 약을 팔아?”
이스핀이 성을 냈고 도렌은 웃었다. 애송이 용병시절부터 함께해온 사이였기에 거침없는 모습이었다. 전과 다르게 이제는 도렌이 더 위에 있었고, 이스핀이 아래에 있었다.
“왜 온 거야?”
“너도 알잖아. 여기를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려는 미친놈들이 있다며? 외차노가 아니라 염탐꾼이었잖아.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되기는... 전쟁이지. 하지만 구도는 나쁘지 않아. 상대는 크게 방심하게 될 테니까.”
“말이 되냐? 그...신황제만 봐도 오금이 저릴 텐데?”
파견대 중 한 명이라도 세파리아스와 마주하게 된다면 생각을 고쳐먹게 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파리아스는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는 존재였고, 본인 스스로도 숨고 싶은 마음이 없는 지배자였다.
저 멀리 보이는 산처럼 그냥 고고하게 있다. 지진이 나든 태풍이 몰아치든 어쩌라는 식이었다. 대쪽같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답답하다. 첩보물에 바바리안이 끼어들어서 주먹으로 다 패죽이는 상황이나 다를 바 없었다.
“뭐...반마반신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지하 연합도 있고.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기껏 해봤자 초대형 자주포를 만드는 일 정도일걸?”
기습을 해야 한다면 화력을 한 곳에 멀리 쏴 보낼 줄 알아야 했다. 자연스럽게 자색 주포의 생산이 더욱 크게 일어나야 했다. 화력으로 박살을 내면 끝나는 일이다.
“태평하네...”
“적의 전력을 제대로 모르니까. 열심히 해야겠지만 쓸데없이 걱정에 스트레스받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이스핀과 도렌은 자기 자식들이나 근황에 관해서 말했다. 도렌의 아내는 모든 것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소일거리를 하고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다행이라는 점은 부부관계가 좋다는 점이다.
도렌의 그릇이 생각보다 매우 넓었다.
“이번에 또 임신했어.”
“축하한다! 하는 김에 많이 낳아야지. 나도 봐봐, 벌써 자식만 4명이야.”
“너랑은 달리 난 물려줄 게 많아서 고민이 깊어지긴 하지만...”
“실력이 있어야 물려받지.”
“그거야 당연히 있고, 셋째는 옹알이를 하는 데 아주 천재야. 천재!”
“아니 옹알이한다고 천재가 대체 어딨어?”
둘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도렌은 술을 안 마신다고 했지만 결국 한 병을 비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종족들도 빠르게 대응했다. 자원을 뚝 떼어서 전쟁에 밀어 넣었다. 3할을 넣은 곳도 있고, 5할을 배당한 곳도 있었다.
물을 것도 없이 종족 자원 중 5할을 전쟁에 쏟아부은 건 뿔쥐들이었다.
“차원전쟁이다!!!”
“공-중요새다아아아아!!!!!”
“우리의 충성심과 신앙심을 보여줄 절호의 때가 4년 뒤에 도래한다!”
“뜨낙! 뜨-낙! 뜨낙!”
지하 연합이 뿔쥐들 때문에 득실거리고 소란스러워졌다. 어딜 가든지 차원전쟁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문화는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기술과 과학은 더욱 발전해나갔다.
전쟁이 도래했기에 기술과 과학을 발전시키는 건 당연했다. 적을 죽이는데 과학의 발전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
드낙은 상황을 정리했다. 앞으로의 대책과 행동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세팔이 문제 해결.’
가장 처음 쓴 건 당연히 모든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세파리아스에 대해서였다. 어찌나 당당한 양반인지, 자신을 숨기는 법이 없다.
앞으로 4년. 그동안 세파리아스를 파견대와 만나게 하면 안 된다. 혹은 그 외의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몇 가지 방법이 떠올랐고, 이를 쓰던 드낙이 갑자기 상체를 폈다.
‘오랜만에 썰매를 타고 싶은데?’
으득.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이내 몸을 잔뜩 긴장시키다가 이완시켰다.
“후우우우...”
심호흡을 한 드낙은 부러진 펜을 놓고, 새로운 펜을 꺼냈다. 마음에서 뭔가 화염처럼 타올랐다.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불완전한 반신격의 존재에 불과한 드낙이었다.
아직도 중립신의 세뇌는 드낙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다음에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적이 나타날 장소를 정하는 것.’
파견대를 속여서 숯숯마을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혹은 흘러 지나가는 성 위에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게 그나마 낫다. 그리고 그곳에 함정을 파놓는다.
‘동시에 전종족연합이 혹시나 일이 틀어지면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길러놓아야 한다.’
기습이 실패하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다. 상대가 얼마나 대단하냐에 따라서 전쟁범위와 피해가 결정될 것이다. 거기에 드낙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었다. 기습 실패는 곧 계획 실패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군비를 증강해놓아야 했다. 4년 동안 꾸준히 비리 없이 준비한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부족한지 충분한지 모르겠지만,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욕심이다. 하지만 전쟁 속에서도 문화를 꽃피우고 경제를 생각해야 했다. 전쟁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출혈이 생긴다. 이를 감수한 것만 해도 칭찬할 만했다.
끼기긱.
드낙이 손톱으로 테이블을 긁었다. 전처럼 치밀하게 생각했을 뿐인데 멀미가 났다. 이내 드낙이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창문을 열고 밤공기를 마주했다.
새하얀 달빛이 그에게 내려오고 있었다. 하루에 ‘드낙’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분도 안 된다. 그리고 그중에서 한 번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이다.
그 시간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드낙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중립신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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