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86화 (88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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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파동으로 연구소 및 공장에 도착했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급히 뿔쥐가 정보를 전해줘서였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급보를 전하러 왔습니다!”

뿔쥐가 입을 놀렸다. 그걸 들은 드낙이 깜짝 놀랐다.

“오우거와 엘프가 갈등의 중재를 나한테 전해줬다고?”

“예!”

“정확한 건 당사자한테 듣겠다.”

드낙이 단번에 파동으로 사라졌다. 리고의 등장 벼락을 표절하지 않고 서둘러 움직였다. 그런 걸 쓸 정신이 없었다.

‘엘프와 오우거의 갈등?’

큰 사건으로 번질 수 있었다. 특히 리고는 자식이 많았고, 똑똑한 오우거였다. 마신장(魔神將)은 아니었지만, 능히 엘프들과 전쟁을 할 수 있었다. 게릴라를 통해서 엘프들을 곤죽을 내고 다닌다면 서로의 피해만 커질 뿐이었다.

‘한 번 피를 묻히면 그걸 지우기는 힘들다.’

아무리 용서를 구해도 그 피와 원한을 지우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전에 반드시 막아야 했다.

‘수작질한다면, 엘프가 먼저 할 터.’

그렇기에 오우거에게로 향해야 했다. 엘프들이 먼저 군대를 보냈다면, 엘프들에게 가봤자 의미가 없었다. 이미 버스는 지나갔을 공산이 컸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엘프들은 더는 엘프가 아니라서였다.

‘타락 엘프와 디아볼로스.’

권속 악마나 다름없는 것이 현재의 엘프들이었다. 그들은 높은 종족값을 지니고 있었으며, 평범한 엘프와는 다르게 ‘벽’이 무너져서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이는 큰 재산이었고, 무서운 점이었다.

‘오랜만에 디아볼로스 채널을 이용해야겠어.’

오직 5명의 디아볼로스에게만 통용된 초월적 통신. 드낙은 오랜만에 이를 사용했다.

[리산드로스, 듣고 있냐?]

[예? 예? 어, 예?]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던 리산드로스가 벌떡 일어났다.

[예! 반마반신이시여. 듣고 있습니다.]

다른 디아볼로스들도 냉큼 대답했다. 엘프 도시를 침투할 때 함께 했던 디아볼로스들이었다.

[오우거랑 갈등이 있다며?]

[아, 예! 벌써 반마반신께 이야기가 올라갔습니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아니긴, 이 새끼야. 오우거랑 너희 엘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무슨 그딴 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시끄럽고, 엘프들 잘 통제하고 있어. 알았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반마반신이 나선다면 갈등은 어찌 되었든 결말이 날 수밖에 없었기에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단번에 오우거의 땅으로 온 드낙은 엘프 사절단과 리고가 서로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냉큼 끼어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드낙이 단번에 치고 들어가자 양측의 고개가 모두 그에게로 향했다.

“빨리도 왔습니다. 호출하려고 했는데...”

리고가 고개를 숙였다. 점점 농밀해지는 드낙의 존재감은 오우거조차도 존대를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엘프들 또한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근데 하나같이 디아볼로스들이었다.

‘처음 보는 디아볼로스들인데?’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디아볼로스라면 내가 모르는 얼굴이 있을 수가 없는데...?”

드낙의 말에 디아볼로스들이 담백하게 말했다.

“저희들은 태어날 때 업소매넣기를 당해서 강제로 타락엘프에서 디아볼로스가 된 엘프들입니다.”

“엉? 그럼 너희들 몇 살이냐.”

“전 3살이고, 여기는 2살...”

“......”

미쳐버린 세상이었다. 업소매넣기를 당해서 강제로 성장이 빨리 일어난 이들은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른이 되어버린 나.

그건 좀 그랬다. 어린 시절은 어린 시절의 재미가 있기 마련인데, 사절단 노릇이라니?

‘한소리 해야겠네.’

드낙은 몰랐지만, 어린이를 좋아하셨던 방정환 위인님이 보셨다면 싸대기를 날리셨을 터였다. 그만큼 엘프들의 업소매넣기는 상상이상으로 현실에 대입해보면 잔혹하기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무슨 갈등이냐?”

“마력 사업 때문입니다.”

“마력 사업?”

리고가 이에 끼어들었다.

“제 아들 탈룰라가 마력 탱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종족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안 팔릴 리가 없다면서요.”

“실제로 그것 때문에 난리입니다. 산업 자체가 영향을 받고 있어서 협의가 필요할 것 같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드낙이 눈치를 챘다. <초월의 힘>이라는 것은 큰 자원이고, 원료였다. 당연히 재미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재미를 보는 이들 중에서 순위를 매긴다면 엘프가 1위로 오크가 2위였으며 인간은 3위에 불과했다.

드워프의 경우에는 <드워프의 손길>로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력 자체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 원자재를 줄 수는 없고, 가공된 힘만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오우거가 치고 들어왔지.’

덩치가 크기에 힘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시장에 영향력을 끼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가격이 낮아졌나?”

“그것보다는 중대형급 마력탱크에 대한 판매 수요를 대부분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중대형급 마력탱크가 아직도 수요가 있나?”

드낙이 순수하게 물었다.

“교통이 워낙 발전해서 충전이 필요한 마력탱크를 한꺼번에 모아서 운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우거들이 싸게 제공해서 문제가 되었겠구나?”

“예. 현시세를 모르는 게 그들입니다.”

오우거들의 소비성향은 대단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가치가 낮게 마력과 주력을 제공하고 있었고, 이는 인간과 오크들에게 큰 이득이었다. 반면, 엘프는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종족에게 마력을 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엘프는 수많은 것들을 사들이고 있었다. 자신들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드높였다. 하지만 그게 팍 꺾인다면? 예전의 영광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전쟁 특수를 누렸던 일본이 언제나 전쟁을 그리워하듯이, 엘프들 또한 갑자기 내려가기 시작한 마력 시장의 과거를 회상했다.

“그래서 가격 담합을 하러 왔다는 거 아냐.”

드낙의 말에 엘프들이 쩔쩔맸다. 사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는 엘프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임마, 원래 금값이 똥값 되고 다 그러는 거야. 시장의 논리지. 너희는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담합을 해야 되겠어? 아니면 다른 기술을 더 높여서 더 좋은 걸 팔아야겠어?”

“더 좋은 걸 만들어서 팔아야 합니다.”

“그래. 그게 바로 시장원리야. 담합? 이거 사기야, 사기. 마음 같아서는 싹다 조져버리고 싶지만 내가 요즘 바빠. 알잖아?”

“예. 반마반신께서 얼마나 바쁘신지 압니다.”

“내가 내 자식을 자주 못 봐요.”

“근데 며칠 전에 아스타 불파겐 공주의 생일에 참석을 하셨던데...”

“아! 그건 당연히 참석을 해야 하고! 그냥 평일에 평화롭게 같이 못 있다는 거지.”

“예...”

엘프가 눈을 깔았다. 윽박지르는 드낙 앞에서는 그냥 닥치고 있는 게 좋았다.

“그리고 오우거들은 갑자기 무슨 사업이야? 뭘 하고 싶은 건데?”

“그게 돈이 필요해서...”

리고가 중얼거렸다. 왠지 부끄러워서였다.

“왜? 왜 돈이 필요한데?”

“오우거 프리미엄 제품이 요즘 많거든.”

“....그게 뭔데?”

드낙이 궁금해했다. 리고가 이를 가볍게 설명해줬다. 시작은 엘프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업자득이네.’

초월의 힘이 관련된 곳에 엘프가 없다는 것도 있을 수 없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엘프는 관여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로서는 억울한 셈이다.

“마력 탱크 사업에 조금 도움을 받을까 싶어서...”

궁색한 변명이었다. 분명 순진한 오우거들이 지닌 초월의 힘이 탐이 난 것이 분명했다.

“하다 보니 오우거들에게 프리미엄을 붙인 물건들을 팔게 되었습니다.”

그게 본격화되었고, 결국 돈의 필요성을 느낀 오우거가 마력 탱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오크와 인간 상인이 냄새를 맡고 찾아오게 된 것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서 알아서 해.”

드낙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오우거의 손을 들어줬다고 할 수 있었지만, 오우거 프리미엄 사업을 생각하면 엘프들도 손해는 아니었다.

오우거들이 쓰는 마법 물품인만큼 크기도 크고 값도 비쌌다. 자연스럽게 오우거들의 구매력만큼 가격을 올려서 파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오크나 인간들도 오우거 프리미엄 사업에 뛰어들겠지.’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사업은 오우거들의 눈을 현혹하기 충분했다.

“그럼 된 거지?”

“예.”

엘프들은 일단 숙였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뒤로 미루어졌을 뿐이다. 전쟁과 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싸움이 오우거와 엘프의 손에 들어왔다.

‘좋아. 이번엔 진짜로 피규어를 빨리 해결하러 간다.’

드낙이 냉큼 파동으로 변신했다. 리고가 보는 앞이었기에 등장 벼락을 표절하지 못했다. 당사자 앞에서 쓸 정도로 비양심적이지는 않았다.

*

크레시미르가 지휘봉을 잡아서 병마(兵馬)를 밀어서 움직였다. 지도 위에서 이루어지는 전략 전술을 익히는 날이었다.

“왕부터 움직이셨군요. 왕자님.”

“예. 그래야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서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군사학자는 고개를 저었다.

“수많은 영웅들이 그렇게 했습니다. 누구는 만용이 되었고, 누구는 용맹이 되었습니다. 그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본인의 역량 차이와 다른 변수 때문일 겁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 군사학자들에게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크흠.”

그가 목을 가다듬었다.

“일왕(一王), 이군(二軍), 삼장(三將), 사병(四兵)!”

“중요도를 나타내는 말입니까?”

“예. 첫째는 왕. 둘째는 군대. 셋째는 장수. 넷째는 병사입니다.”

이에 크레시미르가 이해하지 못했다.

“군대와 병사는 똑같은 것 아닙니까?”

“다르지요.”

군사학자가 순식간에 평야에 적의 수를 10배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그 어떤 명장이 이길 수 있겠습니까?”

“이길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30배는 어떻습니까?”

“......”

크레시미르가 입을 다물었다. 말해봤자 소용이 없어서였다.

“그렇기에 군대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훈련이 잘 되어야 하지요. 서로 비슷한 훈련도라면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길 공산이 큽니다.”

“100%는 아니라는 소리군요.”

“예. 그래서 전쟁은 안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약소국을 상대로 패배할 수 있습니다.”

“음!”

크레시미르가 자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그러하다고 여겼다.

군사학자는 앞서 말했던 것을 더욱 풀어서 설명했다.

“왕이 중요한 까닭은 군대를 동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사회는 혼란해지고 나라는 내분도 잘 일어납니다. 당장 검과 창을 들어 올린 채 달려오는 적의 군세가 있는데 침착한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왕은 중요했다.

왕이 죽으면 전쟁은 단번에 꺾인다. 그 어느 전쟁도 왕이 사로잡히면 게임 끝이다.

“군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좋은 장수, 좋은 병사를 뜻합니다.”

“일류 장수는 하늘의 뜻이기에 세 번째로 중요합니다. 노력해도 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선순위를 어찌 높게 매길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은 병사였다.

그걸 들으며 크레시미르는 다시 전장을 살폈다. 그가 살펴보는 사이에 군사학자는 아까 확 집어넣었던 병마를 다시 치웠다. 전처럼 돌아가자 크레시미르가 지휘봉으로 지도를 딱 짚었다.

“평야에서 싸우는데 왕이 앞에 있는 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적병이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에 군사학자가 자신이 쥔 지휘봉으로 기병을 가리켰다.

“적의 기병은 아군의 두 배에 달하니 왕께서는 앞으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위협은 안 되는군요.”

“어째서입니까?”

“전 최대한 보병을 두텁게 가져와서입니다. 기병은 최소한으로 가지고 왔죠. 만약 이 상대로 정석으로 부딪치게 된다면 보병이 남습니다. 자연스럽게 양옆으로도 보낼 수 있지요. 반대로 적 기병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왕자님께서 나섰기 때문에 적의 기병이 왕을 노릴 것이고.”

“적기병은 보병과 싸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동성이 좋은 기병은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왕이라는 패는 그들이 먹지 않을 수 없는 공적이었다.

그 모든 걸 들은 군사학자는 나쁘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승패는 알 수 없지만, 반반 싸움이라는 게 특히 마음에 듭니다.”

“그게 전쟁이라는 것이겠지요.”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어떤 결과가 남을지는 이런 지도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대단하다.’

군사학자가 속으로 감탄했다. 크레시미르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전쟁의 본질을 깨닫고 있었다. 변수로 가득한 것이 전쟁이고, 이런 지도 위에서 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면? 활의 명중률은 형편없게 된다. 동시에 시야도 나빠지고 자연스럽게 기병이 많은 적이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시간이 더욱 지나면 진창으로 만들어진 곳에서 보병들이 되려 기병을 잡아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추측이고 허황된 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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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6047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4편짜리 단편 하나 완결란에 추가했습니다. 감당이 안 되서 도망친 건데, 쓴 부분이 아까워서 단편으로 올렸습니다. 제목은 아이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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