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82화 (88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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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뿔쥐들이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력은 줄어들었고, 그 덕에 사기꾼의 간악한 수법에 대한 대처가 부족해진 게제라스는 드낙에게 이에 대한 처리를 맡겼지만 돌아온 것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것이었다.

‘기득권을 된통 후려친다.’

괘씸한 놈들에게 기부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수작질을 시작하도록 명령했다. 재밌는 건 자연스럽게 <사기>와 연관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수법이었다.

자연스럽게 기득권은 게제라스가 사기죄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동안 겉으로라도 사기꾼을 잡고, 해결하려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법과 기술은 발전하고 갱신되기 때문에 이는 필요했다.

고로, 게제라스는 가장 먼저 자치왕국부터 향할 준비를 했다. 사실 신제국은 건들 필요도 없었다. 거기는 가히 이상적인 국가라고 할 만했는데, 세파리아스 때문이었다.

드낙 때문에 약자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시킬 수 있었던 그는 가장 완벽한 통치자였다. 자치왕국보다 뛰어난 치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로 <사기꾼 털어먹기>는 그 외의 국가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대상이 자치왕국이었다.

상업과 경제가 중요시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진 자들은 못 가진 자들을 등쳐먹는 경우가 많았다. 젊고 아무것도 모르는 놈 하나 잡아서 1년만 일 시켜도 그 부당이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이 된다.

호구 하나 잡으면 생각보다 이득이 많다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에서 차이가 생기고 그 차익은 자연스럽게 사장이 가져간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학을 필수 과목으로 등록할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그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그걸 싫어하고 반대하려는 놈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드낙 님께서 괘씸죄를 씌워서 재산의 절반 내놓으라고 한다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거대한 세수는 자연스럽게 다시 돈이 아래로 흐르게 한다. 동시에 절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약자들이 드낙을 크게 신뢰하게 될 터였다.

‘잠깐 모습을 안 드러낸 것만으로도 대중들에게 잊히셨지.’

게제라스는 그런 게 마음에 안 들었다. 틈틈이 드낙은 대중활동을 진행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많이 뜸해진 것. 일상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는 꾸준한 노출을 해줘야 했다.

‘이번 일은 그런 대외활동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 연합 도시의 외곽에 만들어져 있는 노블레스 트레일에 게제라스가 탑승했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오고 가도록 만들어진 노블레스 트레일은 일회성 열차였다.

한 번 가동하는데 많은 초월의 힘을 사용하는 <초월 열차>에 속하는 열차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중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는데, 힘의 소모가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자치왕국으로 향하며 게제라스는 차근차근 대도시들을 방문했다.

자치왕국 대도시들은 번호로 지정된 계획도시였다.

열네 번째 도시(Fourteenth).

그곳은 국제 연합 도시와 가장 인접한 계획도시 중 하나였다. 번호는 낮았지만 5번째로 완공된 도시이기도 했다. 돌을 박아넣은 넓은 도로는 일직선으로 도시의 끝과 끝을 긋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직선로였다.

철저한 계획으로 진행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도 상업은 크게 발전되어있었고, 게제라스를 환영하는 자들이 많았다.

도시를 관리하는 고위 관리들부터 시작해서 도시의 각 분야의 으뜸이 되어 상업 진흥에 도움을 주는 이들이 으레 참석했다. 모두 게제라스의 요청 때문이다.

‘이들이 도시의 돈 3할을 가져가고 있다.’

4명의 공왕들에게 상납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세금 3할. 시민들이 가져가는 돈이 4할이었다. 아무리 세금과 이권을 배분한다고 해도 최상위 10%가 만들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그나마 8:2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 중 다행이다.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게제라스는 그런 세상을 보지 않았고, 겪지도 않았기에 아직도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게제라스 총리!”

50명이 도시의 경제 3할을 처먹고 있는 돼지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수완이 있었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나름 정당하게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가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사업가들이라도 <청탁>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청렴이라는 말처럼 허황된 단어가 없었다.

‘사기죄가 가장 적은 도시 중 하나지.’

그래도 일어난다는 게 문제였다.

“쉴 곳을 마련해드리겠습니다. 반마반신께서 말씀하신 <호텔>이라는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은근히 드낙이 떠벌리고 다닌 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를 잡아서 사업화했음을 어필했다. 게제라스는 가장 먼저 호텔을 구경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호텔이라고 하기에는 층수가 낮았다.

겨우 3층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1층은 거대한 로비로 통째로 이루어져 있었다. 2, 3층에서 숙박할 수 있었고, 1인실의 평수는 50평에 달했다. 그야말로 거대했다.

드낙과 관련된 인사가 왔을 때 제대로 눈도장 하기 위해서 만든 곳이었기에 수많은 부자가 이곳으로 여행을 오곤 했다. 그만큼 압도적인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다.

“정원이 대단합니다.”

게제라스가 순수하게 칭찬했다.

“그레이터 가든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이 정원을 구경하는 데에만 3일이 걸립니다. 그래서 호텔이 도시 외곽에 지어진 것입니다.”

호화로움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드낙이 주문한 경제 성장의 결과이기도 했다. 끝도 없이 자원을 쏟아붓는 게 가능했다. 수많은 동상은 매일같이 물로 씻어내고 있었고, 호텔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는 거대 분수가 존재했다.

“최근에 이미지 크리스탈이 크게 유명해지지 않았습니까? 저희 도시에서도 비슷한 걸 만들어서 이 호텔에 오시는 분들에게 추억거리를 주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해주시지요. 굉장히 흥미롭군요.”

하하하!

게제라스를 따라다니는 기득권 50명이 크게 웃었다. 자랑할 것이 끝도 없이 많았다. 그들은 돈으로 만든 호화로움을 논했고, 게제라스는 웃는 얼굴로 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 눈은 결코 웃고 있지 않았다.

제법 술에 취한 게제라스가 늦은 밤, 아직도 불이 켜지고 노랫소리가 이어지는 연회장에서 사람들에게, 돈이 많은 이들에게 취기를 잔뜩 내뱉는 입으로 말했다.

“시민들에게 경제학을 필수과목으로 만들자는 반마반신의 생각이 전달되었소. 이게 말이 되오?”

“허어...일하기도 힘든 이들에게 경제학이라니.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는 자가 없으니 실로 탁상공론입니다.”

“맞습니다. 머리 나쁜 바보들에게 돈에 대해서 가르치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세금은 세금대로 쓰고, 효과는 하나도 못 봅니다.”

그들이 절로 맞장구를 쳤다. 인사불성이 된 게제라스에게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매번 국제 연합 도시에서 모든 걸 통보하듯이 결정하는 미친놈이 바로 게제라스 총리였다.

반대하는 목소리 하나 내면 바로 그냥 반마반신 호출하겠다고 역정을 내는 또라이 협박범이다. 그런 자가 이렇게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마반신은 제가 반대를 하니,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라고 하셨소. 곧 거대한 직접투표가 이루어질 수 있소. 오직 <선별된 자>만이 그 투표에 참가할 수 있지.”

“저희들이군요.”

“후우우우....”

게제라스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그냥 술에 몸을 맡긴 모습이었다. 제대로 자신을 못 가누는 모습에 모든 이들이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거 잘못되면 큰일 나겠구나.’

상인이 아니라도 돈에 대해서는 잘 안다. 특히 드낙 때문에 졸부가 된 이들도 많았다. 경제가 으뜸이라는 격류에 휩쓸린 세상은 수많은 이들을 성공가도에 오르도록 했다.

조금 더 돈을 볼 줄 아는 사람이 큰 이득을 봤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배움>을 통해서 해소가 가능했다.

어차피 인간은 특별한 몇몇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개가 비슷하다. 그렇기에 <돈>에 대해서 가르친다는 건, 그걸 필수 과목으로 넣는다는 건 매우 위험했다. 우둔한 시민들이 돈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반드시 막아야 했다.

“모든 것은 비밀에 부쳐질 것이오. 쉐도우 위스퍼를 조심해야...”

“......”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고 주변을 살폈다. 괜히 마법사가 인근을 조사하기도 했다.

다음 날, 게제라스는 회의소에서 사기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조사를 부탁했다. 모든 이들이 박수갈채를 쳤다. 그리고 게제라스는 한 명, 한 명 만나서 <경제 필수 교육>에 대한 투표권 행사 일정을 알려주고, 그 어떤 담합도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제 입이 자물쇠입니다.”

모두 입을 다물기 바빴다. 하지만 이미 모두 연회장에서 <다수>의 의견이 무엇인지 확인한 상태였다. 게제라스까지 기득권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묻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건 당연한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

구천안흉, 수천 마리가 모여서 천천히 의식을 진행했다. 그들이 팔을 위에서 아래로 할 때마다 끔찍한 고통이 울려 퍼졌다.

“끼에에에에에에에!!!!!”

소귀들이 아우성을 내질렀다. 그들은 괴이할 정도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그 숫자만 수만에 달했다. 하지만 아카타베루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소귀들의 숫자는 셀 수도 없이 많았기에 수만이라도 작은 조각에 불과했다.

그 소귀들 수만이 한순간에 터져나가며 피떡이 되었고, 이내 잔잔한 늪처럼 피가 자리 잡았다.

아카타베루를 대신해서 수많은 일을 처리하고, 고민해야 하는 구천안흉(九千眼凶)들은 손가락으로 피를 확인하고, 이내 맛까지 봤다.

“됐군.”

“차원이동 준비를 마쳤다.”

아직 40년이 넘게 남았지만 그런데도 이들은 중립신이 죽은 차원으로 하급 악마들을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기생인(寄生人)의 보급을 이룩한 지 3년.

조금씩 계속해서 그 차원에 악마를 검버섯처럼 퍼뜨려야 했다.

“들어가라!”

구천안흉들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하급 악마들이 피의 늪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크륵! 쿠룩!”

하급 악마, 동굴석식(洞窟石食).

그 숫자는 100마리에 달했다.

돌부터 시작해서 모든 지하 자원을 먹어치울 수 있는 동굴석식의 하급 악마는 아카타베루의 권속 악마 중에서도 효율적인 하급 악마였다.

외양은 단순했다. 흉측하게 비틀어진 두더지의 얼굴에 두툼하기 짝이 없는 양팔, 검은색의 윤기 나는 털로 뒤덮은 야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 피부는 악마였기에 붉은색이었다.

한 마리씩 피의 늪으로 스며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모습이 가려졌다. 그들은 대륙에 무작위로 뿌려지지는 않았다.

아카타베루를 신봉했던 흑마법사들에게 주어진 좌표를 통해서 최대한 오지에 들어갔다. 기생인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기생인은 결코 들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냥 무작위로 뿌려버렸다. 반면 동굴석식의 하급 권속 악마는 보기만 해도 악마적이다.

그렇기에 좌표를 설정해서 철저히 오지로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동굴석식(洞窟石食)은 단번에 땅을 파고, 굴을 만들었다. 그들은 굳이 지상으로 올라갈 필요도 없었고, 물을 찾을 이유도 없었다. 그냥 돌만 먹으면 생존이 가능한 권속 악마였다.

아카타베루가 그들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개체수였다.

전투를 연습하지 않은 평범하고 나약한 존재들을 잡아먹기에는 동굴석식만한 권속 악마가 따로 없었다. 그들은 땅을 거침없이 팔 수 있는 두더지의 팔을 지니고 있었고, 당연하게도 그 손톱은 대단히 단단했다.

그냥 맞아도 둔기를 맞은 것처럼 휘청거리기 일쑤다.

돌을 씹어먹는 이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래턱의 치악력은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실로 하급 권속 악마의 표본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아카타베루의 권속 악마들은 그렇게 글로벌하게 쓰이는 건 아니었다. 보통은 개체수 하급 권속 악마로 <임프>를 쓰기 마련이었다.

성인 남성의 길쭉한 다리만 한 작은 체구지만 날 수 있었고, 곤충부터 시작해서 못 먹는 게 없다. 날카로운 이빨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을 잡아먹는 것도 가능했다.

당장 사람 하나에게 임프가 열 마리가 날아와서 달라붙는다면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비행>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공격력을 지닐 수 있었다.

그에 반해서 아카타베루의 하급 권속 악마 중 하나인 동굴석식은 그저 그랬다.

그런데도 장점이 있다면 바로 들키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지하에서 살아가기 때문이고, 흑마법사들이 바친 좌표를 통해서 능숙하게 오지에서 개체수를 불릴 수 있었다.

오도독!

동굴석식이 딱딱한 돌을 물렁뼈를 먹는 것처럼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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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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