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81화 (88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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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세파리아스 피규어 공장 사업을 추진한 드낙은 많은 이들이 이를 두려워할 수 있다는 걸 묻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철인이라고 부르기에 아깝지 않은 세파리아스의 피규어를 만드는 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신제국이나 자치왕국 등 인간들에게는 이를 부탁할 수 없었다.

‘뿔쥐? 어림도 없는 소리지.’

반대로 세파리아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뿔쥐들한테도 줄 수 없다. 공중 요새의 설계도를 주고 난 뒤로 더욱 본격화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지하 연합은 신제국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경제적인 이득을 봐서 지하 연합을 성장시키는 데 이용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크는 기술이 낮지.’

썩 좋은 결과물은 나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 엘프는 안 그래도 모든 여력을 다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게 그들이었다. 고로 여기에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

소비문화의 한 방편으로 삼을 수 있을 뿐, 실제로 구매력을 지닌 이들은 많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게 피규어 사업이었다. 그리고 이미 드낙은 그 아이디어를 짜놓은 상태였다.

‘구매력은 낮다.’

수요가 적다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피규업 사업이라기보다는 병정놀이. 전술가를 키우기 위한 훈련소에 가깝지.’

상류층의 놀이문화가 될 수 있었다. 그만큼 자원이 많이 필요한 게 드낙이 원하는 피규어 사업이었다.

‘생각해보면 현대에서 피규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적어.’

구매해도 쓸데가 없다. 한 번 보고 나면 끝이다. 그것도 1년이 되면 먼지가 소복하게 쌓여있어서 관리만 힘들었다. 즉, 개인 소장으로 쓰기에는 사실 피규어는 좋은 상품이 아니었다.

‘조금 더 생산적인 걸 해야지.’

그래야 제대로 된 산업이 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따져봤을 때, 가장 좋은 것은 드워프와 오크들을 동원하는 일이었다.

드낙은 <국제 연합 도시>에 드워프와 오크 주술사들을 불렀다. 그 수는 약 천 명에 달했다. 워낙 깊은 동면을 자고 있던 드워프 제국이었기에 아직도 많은 드워프들이 <발굴>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거침없이 드워프들을 500명 부를 수 있었다.

또 오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평야를 지배한 오크들의 개체수는 끝도 없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임신한 상태에서도 컨디션에 별 차이가 없고, 삶의 질이 임신한 인간 여자하고 많이 다른 것이 여자 오크들이었다. 그 덕에 출산에 대한 걱정이 적은 편이었다.

고로 오크 주술사들을 500명 부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다종족 연합>은 모두 드낙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이걸 거부할 수 없었다. 거부한다면 전쟁을 벌이지도 않고 힘으로 굴복시키면 될 일이었다.

천 명의 드-오 연합을 모은 드낙은 부지를 하나 만들었고, 그곳에 피규어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모두 일 하나는 끝장나게 잘 해줬다. 엘프들의 선박 기술을 받은 오크들은 매우 열정적이었고, 드워프들 또한 각성제를 한 알 쏘옥 먹어주면 든든한 일꾼이 되었다.

그중에 50명을 가려 뽑아서 피규어 사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병정놀이 피규어라 불러라.”

“병정놀이 피규어.”

“싸우는 동상이라고 보면 되지만, 더 현실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런 걸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문화 산업 육성이다.”

드낙은 그렇게 말하고 조금 부족함을 느꼈다. 이들은 실로 문화의 힘을 몰랐다. 그가 일어나서 일장 연설을 늘어뜨려놓았다.

“잘 들어라!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진짜 같은 수백 명에 달하는 피규어가 전투를 할 것이다. 이걸 자신이 직접 지휘할 수 있다면? 재밌지 않겠느냐?”

“그거야 그렇습니다.”

“물론 돈을 받아야겠지. 그것도 많은 돈을 말이다. 그렇기에 이 사업은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놀이 문화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드낙이 의미심장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돈을 지닌 이가 돈을 묵혀두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돈을 다시 합법적으로 가져오려면 이 사업은 꼭 필요해.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오크와 드워프에게 7할을 주겠다. 나머지 3할은 다종족 연합의 국제 예산으로 넣을 생각이다.”

“현명하십니다.”

그제야 드워프와 오크들이 좋아했다. 세속적인 모습이었는데, 상업과 교육을 매우 중시하는 드낙 덕분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거기에 돈이 많은 자의 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에도 메리트를 느꼈다. 썩혀서 두면 경제는 결코 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계속 돈은 돌고 돌아야 했다.

지휘관의 꿈, 자신이 지휘하는 전쟁.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게 병정놀이 피규어 산업이었다. 국제 연합 도시에서 시작된 이 공장은 가장 큰 대도시에 들어설 계획이었다.

도시에는 자연스럽게 부자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살기 편하고, 인간관계를 쌓기도 좋았다.

“피규어는 그럼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까?”

“당연하지. 피도 붉었으면 좋겠다.”

“일단 어떤 피규어를 만들 생각이십니까?”

“킹슬레이어 캠페인이다.”

드낙이 약을 치기 시작해다. 다분히 세파리아스를 엿먹이기 위해서였다. 옳은 말을 해도 사람 기분 상하게 만든 세파리아스를 혼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킹슬레이어 캠페인...왕을 죽이는 전투를 말씀하십니까?”

“그래. 잘 알아듣는군. 처음에는 평야에서 싸우는 게 좋겠지. 전장의 좌측에는 숲을 구성해놓고, 우측에는 강을 놓는 게 좋겠다. 플레이를 하는 부자는 이 전쟁터에서 왕의 군대와 싸우는 거지.”

“분명 재밌어할 겁니다.”

드낙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왕은 세파리아스로 정해놓았다. 한치도 빠짐없이 닮아있어야 한다.”

“예? 신제국의 황제를요?”

“하지만 그건...아주...민감한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드낙이 손을 위아래로 흐느적거리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민감하긴 무슨! 내가 있는데!”

“그...허락은 맡았습니까?”

“응.”

“진짜로 맡으신 거 맞습니까?”

“어?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굉장히...좀...예? 신제국에도 부자가 많지 않습니까.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괜찮아. 그때 가서 적당히 타일러주면 돼. 그리고 진짜 세파리아스가 아니잖아? 뭐가 문제야? 피규어의 세상에서 끝없이 죽는 것뿐인데.”

“......”

오크와 드워프들이 서로의 눈치만 봤다. 워낙 드낙 득을 크게 본 두 종족이라서 감히 더 말할 수가 없었다.

“기사부터 시작해서 병사들까지 투구는 벗었으면 좋겠어.”

“예? 하지만 그러면 고증에 맞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전투가 짧게 끝날 가능성도 있지요.”

너도나도 반대했다. 어떻게 전투에서 투구를 안 쓸 수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아무리 피규어들의 전투라고 해도 지킬 건 지켜야 했다.

헬멧도 안 쓰고 오토바이를 부릉부릉 타고 다니는 자살 지망생이나 다름없었다.

“진짜 전쟁 같지만, 그래도 보기 좋아야 하지 않겠어? 고객을 위해서 말이야.”

“투구를 벗는 것과 보기 좋은 게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싹다 미남미녀로 바꾸는 거지. 고객이 여자면 미남으로 고객이 남자면 미녀로 착착 진행하라, 이 말이야!”

“아하...”

모두 그럴듯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상품화는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 중의 전통이다. 자신의 생식기 떼고, 호르몬을 조절하지 않으면 그 굴레에서는 결코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누구든 미남미녀를 좋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럼 갑옷도 벗기는 게 어떻습니까? 팬티만 입고 싸우는 겁니다.”

오크 주술사가 의견을 냈다. 그 말에 드낙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수단은 아끼고 또 아껴야 해. 나중에 컨셉 전투로 바닷가에서 야시시한 옷을 입고 싸워야지. 그럼 떼돈을 벌 수 있을 거야.”

“탁월하십니다.”

드낙이 말하는 <병정놀이 피규어 산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문화 산업이었다. 드워프와 오크들마저도 흥미를 보였는데, 수많은 종족을 추가하여 만들 수 있어서였다.

당장은 킹슬레이어 캠페인을 만들어야 했지만 나중에는 드워프와 오크가 피규어를 통해서 싸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건 또 다른 전쟁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

드낙은 뿔쥐로부터 <헛총기 보고>를 들었다. 바로, 이계인들과 하프 드워프의 성공적인 교류에 대한 결과보고였다.

“그들은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그들의 뒷배 혹은 그들 차원의 상위인간들은 더욱 빨리 이곳에 오려고 할 것입니다. 찍찍!”

“잘 해줬다!”

드낙은 순수하게 이를 칭찬하고, 하프 드워프에게 약속했던 돈을 최대한 빨리 지급도록 했다.

“예!”

“놈들의 마탑은 언제 완성이 될 것 같나?”

“축제 이후에 더 많은 인부를 고용하여 속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늦은 밤까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야근! 법으로 일정 시간만 일하도록 했지만, 남부 왕국에는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웃돈을 주는데 불만을 품은 자들도 적었다.

점점 세상에는 구매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지구의 자본주의와 상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드낙이 의도적으로 이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좋다. 물러가라. 완성되어봤자, 이미 숨길 수 있는 건 다 숨긴 상태다.”

거대한 마력을 품은 모든 것들을 은폐시켜놓은 상태였다. 들킬 일은 없었는데, 초월자 파동파악 마탑에 접촉해서 그 모든 것을 훑어보고 이를 엘프에게 전수한 뒤에 엘프들이 알아서 맞춤형 은폐 기술을 만들어냈다.

이미 은폐 기술이 존재하기에 손쉬운 일이었다.

피규어 사업 때문에 드낙은 국제 연합 도시에 거주했는데, 오랜만에 게제라스가 찾아왔다.

“무슨 일이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말해보라.”

드낙이 태평하게 이를 말하자 게제라스가 입을 놀렸다.

“돈으로 장난치는 상인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벌금을 더 늘리면 돼. 재산의 정도에 따라서 회수하면 될 일 아니더냐.”

“쉐도우 위스퍼들의 정보력도 예전만큼은 못 합니다. 사기로 얻은 돈을 숨겨서 회수할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공장과 공중 요새 제작부터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기에 자연 정보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전처럼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점점 인구는 많아졌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래도 벌금을 갚을 때까지 광산 징역형에 처하지 않나?”

“예. 그렇게 하면 서둘러 은폐한 곳에 가지만 이미 동업자들이 다 털고 사라진 상태입니다.”

같은 사기꾼을 사기를 치는 셈이었다. 결국 공범은 살아남고, 걸린 놈만 운이 나쁜 셈이다. 그건 상당한 규모로 보였다.

드낙이 고민했다. 하지만 정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사기죄라...게제라스 넌 어떻게 하고 싶으냐?”

“사기에 대한 예방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고, 그들을 본격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겠다. 쉐도우 위스퍼에게 협조를 요청하고...예방법이라?”

드낙이 턱을 쓰다듬었다. 좋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가 손짓하며 게제라스를 가까이 오도록 만들었다.

“있는 놈들이 더하다고, 한 번 더 가진 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야 하지 않겠어?”

“어떤...”

드낙이 입술에 침을 발랐다. 생각만 해도 재미난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사회가 어찌 되든 결국 재산을 잔뜩 보유하는 이들은 그 밀알이 다 썩거나 쥐밥이 되어도 결코 남에게 베풀지 않는다. 그렇기에 틈틈이 기회가 될 때마다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줘야 했다.

이번 <사기죄>를 통해서 판을 만들 생각을 가졌다.

“일단은 네 이름으로 적당히 의견을 모은다는 식으로 상인들을 움직여라.”

“예. 그리고 나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돈을 쓰는 법, 돈을 관리하는 법, 돈을 지키는 법을 가르칠 무료 교육 법안을 추진할지 말지를 상인들에게 의견을 모으는 거지.”

“반대할 것이 뻔한데요?”

“뻔해야지. 그래야 내가 괘씸하다고 재산 반절을 기부하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 말에 게제라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드낙의 평판>을 생각한다면 하면 안 되지만 만인(萬人)이 싫어하는 게 자신보다 돈 많은 사람이었다.

그저 돈이 많다는 이유로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심보를 지닌 이들이 많은 게 이 세상이다. 약하다고 착하지 않고, 강하다고 악하지 않다. 하지만 약자에게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드낙에게 있어서 돈을 축적한 놈들을 털어먹어야 하는 존재였다.

‘어차피 그냥 쌓아서 썩혀두기만 하잖아? 이런 일도 있는 거지.’

대의명분은 자신에게 있었다.

“국제적으로 움직여야 할 거다.”

“예! 진행하겠습니다.”

“지하 연합도 이용해라.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예.”

게제라스가 서둘러 물러갔다. 드낙의 생각이 너무 대단해서였다. 말 그대로 상대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드낙은 근래 딴짓거리를 하며 지내고 있어서 적이 방심할 수밖에 없었다.

“듣거라! 피규어 산업의 홍보를 위한 축제를 5일간 개최할 것이다!!”

좋은게 있어도 모르면 있어봤자 소용이 없었다. 홍보야말로 최고의 가치였다.

드낙이 의도를 숨기고 다른 것을 크게 내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에서 게제라스와 지하 연합이 조용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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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6080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레벨업 언데드는 오늘 쉽니다. 오랜만에 책장에 먼지가 소복하게 올라오고 관리를 안해서 누렇게 된 월야환담 채월야를 읽다보니 그만...엄청나게 시간을 써버렷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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