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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880화 (87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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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소구경의 총이든 대구경의 총이든 인체에는 끔찍한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오히려 과잉 화력이라 불릴 정도라서 총은 최강의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묵직한 매그넘은 상대의 머리도 뚫고, 자신의 눈과 귀도 멀게 하며 벽을 지난 뒤에 옆집 TV에 박히고도 남는 화력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회전하는 탄두는 인체에 박히든 관통하든 상관없이 모든 걸 믹서기처럼 갈아버린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대구경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더 정확한 판단으로는 그냥 대포나 다름없는 걸 짊어지고 있는 하프 드워프들의 장총, 블랙 피닉스는 위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알고 싶다. 저 총기.’

고로 서로 총기를 교환해서 위력 시범을 하는 건 서로가 원하는 일이었다.

하프 드워프 또한 ‘연사’가 가능한 총기에 관심을 가진 모습이었다.

“여기 이 옆에 있는 걸 통해서 단발, 연발이 가능하고...”

기능부터 가르쳐줬다.

“맙소사, 이런 작은 레버로 그런 걸 조종할 수 있다고?!”

“어메이징! 어메이지이이이잉!!!”

“뭐? 방아쇠....라, 고?”

“신황제 맙소사! 이건 악마의 도구야!”

여기서기서 감탄이 나왔다. 용병 지구인들은 괜히 어깨가 들썩해졌다.

칭찬이라기보다는 극진한 대접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대단히 활기찼다.

“여기, 개머리판으로 견착을 하고...”

“견착? 그건 뭐지? 보통 이렇게 어깨 위에 얹어서 쏘는데.”

그 말에 용병 지구인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큰 총을 쓰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너무 저급한 총기 운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거 제대로 가르쳐줘도 되려나?’

작은 것도 거대한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된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모든 걸 가르쳐주고, 단발 사격 3회. 연사 사격을 진행했다.

땅! 땅! 땅! 따다다다다!

“우, 우효오오오옷!”

하프 드워프가 크게 흥분했다.

“큽...”

이를 지켜보던 용병 지구인 하나가 입술을 이로 깨물었다.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겨우 막았다.

탁!

전탄을 소모한 총기가 소리를 내며 방아쇠가 더는 당겨지지 않게 되었다.

“어, 엄청나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다른 하프 드워프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제법 머리가 똘똘해 보이고, 복장도 잘 차려입은 하프 드워프 3명은 서로 숙덕거리면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또한 드낙의 노림수였다.

다양한 감정을 지닌 이들을 보여줘서 저들에게 ‘현실적’인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감탄만 하면 작위적이기 마련이었다.

“어떻게 연발이 가능했지?! 만약 연발이 우리도 가능하다면...!”

“쉿.”

물론 그런 모습 속에서도 연발 사격에 대한 흉악함을 드러내는 자도 있었다. 그만큼 엄청난 기술임은 틀림없었다.

그 모습을 본 파견단의 일원들은 고소한 웃음을 지었다.

‘아주 정신이 나가버렸군.’

그럴 만도 했다. 특히 저들은 원시적인 총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썰트 라이플을 본다? 혼이 나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자, 이제 그쪽 총기를 사용해보고 싶습니다만...괜찮으시죠?”

“크흠! 실망할 수 있겠지만...여기 있습니다.”

그들이 장총, 블랙 피닉스를 꺼내 들었다. 물론 드낙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다운그레이드’된 총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파괴력이 너무 강해서였다. 단순히 화약을 때려 쳐넣고, 격발하는 블랙 피닉스였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중대형 몬스터에게 상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다운그레이드한 모습을 파견대에게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저들이 방심하고 이 차원이 그들의 뒷배를 데려올 수 있었다. <초월자>를 찾으려는 마탑을 짓고 있는 게 그들이다.

그 의심은 이미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장식이라니...”

“허, 참.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후장식으로 보였는데 전장식이었다.

화약을 집어넣고, 탄두를 넣는다. 그것도 총구를 통해서 하는 모습을 보며 파견대가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저런 원시적 총기는 연사력이 크게 낮았다. 아무리 다양한 진형을 꾸린다고 해도 3연발이 최대 혹은 2연발이 최대였다.

총알의 모습도 그냥 깡통이다.

무쇠로 된 철구를 쏘는 것에 불과했다. 본래는 다양한 방식의 탄두가 있었지만, 이번 일은 그들을 속이는 것에 있었다. 그렇기에 우둔한 총기를 다루는 종족으로 보여야 했다.

“자, 이제 불을 붙이고...”

치이익!

“발사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미친. 방아쇠도 없다고?’

돌아버릴 일이었다. 거기에 발사된 총은 50m 밖의 과녁도 맞추지 못했다. 강철 탄두가 너무 무거워서 땅에 박혔다. 그리고 탄속도 눈에 보였다. 화살보다는 빨랐지만, 그 정도에 불과했다.

콰쾅!!

다만 소음 자체는 보통 총기보다 몇 배는 뛰어났다. 대포나 다름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화약 자체도 무연화약이 아니라서 흰연기가 자욱하게 퍼져서 시야를 차단했다.

‘병신같은 총기로군.’

“한 번 쏴봐도 되겠나?”

거침없이 반말이 튀어나왔다. 힘의 차이가 여실했다.

“예. 여기...”

아메리고 병장은 단번에 장총을 집어 들었다. 상위인간이 되었기에 자연히 힘도 대단했다. 그리고 블랙 피닉스를 이리저리 훑어봤다. 웃긴 건 강선이란 것이 없었다.

‘이래서야 명중률도 똥망인데.’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특히 한 번 발사한 곳의 내부는 진짜 이물질로 가득했다.

“원래 한 발 쏘면 이렇게 더러워지나?”

“예. 그래서 한 번 쏘고 청소를 해야 합니다.”

“어허...”

곳곳에서 탄식이 나왔다. 실제로 하얀 천으로 청소를 진행했다. 그리고 드러나는 수많은 균열들.

‘쏘다가 파열 및 폭발해서 죽겠군.’

사용자를 죽이는 총기였다. 더는 쏴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고통은 상위인간에게도 고통이었다.

“됐다. 쏴보기도 싫다. 좋은 밤 되라.”

그가 몸을 돌렸다.

“이런 무례가...!”

곳곳에서 웅성거렸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그들 중 그 누구도 나서지 못해서였다. 30발 연발이 가능한 총기를 지닌 용병단을 상대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총기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돌아온 아메리고 병장과 다른 이들은 웃음꽃을 피우기 바빴다.

뒷담 하는 것만큼 재미난 것이 없었다.

“그것도 총기라고, 괜히 시간 낭비했군!”

“그러게 말입니다. 사거리가 50m도 안 됩니다.”

“명중률 보셨습니까? 그냥 바닥에 처박아버리던데요!”

크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떠나가지를 못했다. 그만큼 바보 같고, 열악한 모습을 지녀서였다. 그들은 그 정보를 보고서로 작성했다. 지구 낙원이 이를 들으면 더욱 판단을 빨리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당장 그 정보를 보낼 수는 없었다. <초월자 파동파악 마탑>을 설치한 다음에 하나씩 설비를 늘려갈 생각이었다.

숯숯마을은 그 기반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적당히 조용하면서도 특산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티팩트를 팔기도 좋았고, 유동인구 탓에 사람도 자주 변한다.

새로운 사람을 쓰고, 그 사람이 다른 걸 알기도 전에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일도 가능했다.

“하는 거 보니까, 이 차원은 식민지가 될 것 같지 않습니까?”

“되고말고. 아마, 전쟁도 허무하게 끝나겠지.”

경제 침탈부터 진행하고, 기득권을 갈아치우고 서서히 모든 것을 잠식하다 보면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악(惡)이 아니다.

‘마왕의 포지션을 잡는 식민지 군대가 어딨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아메리고 병장은 M4-226A1TL 총기를 눈에 담았다. 단순히 이 총기를 이 세계에 퍼뜨린다면? 국가 여러 쪽 나는 건 쉽다. 거대한 사회 혼란을 유도한 다음에 <우주 낙원(Cosmos Paradise)>이 보이지 않는 침략을 개시한다면?

‘게임 오버.’

*

“피규어가 뭐냐?”

“동상 같은 건데, 조금 더 자극적이지. 팬티 노출이라던가.”

“뭐라고???”

“에이, 장난이야. 그런 짓을 왜 해?”

우리누나 나죽어와 우리오빠 찌찌뿌셔 같은 건 좋아하긴 하겠지만, 세파리아스가 허용할 리가 만무했다.

“신제국의 황제 동상을 파는 거지.”

“날 왜? 이해할 수 없군. 신앙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말에 드낙이 냉큼 받아먹었다.

“그렇지! 그런 신앙! 중요하지 않겠어? 근데 너무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야.”

“근데 넌 왜 안 하지?”

“나? 나는 동상 그런 게 필요 없잖아. 피를 바치니까.”

가장 간단하게 생산 가능한 게 피였다. 한 번 쏟아내고 치료하면 그만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헌혈보다도 더 좋았다. 상대 또한 피를 바치는 만큼 확실하게 업을 획득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족값을 높이고, 신격을 획득하는 데 도움을 주고, 서로 상생하는 것이 드낙의 방식이었다. 고로 그는 사실 동상이라는 게 필요하지 않았다. 기도하는 것보다는 그냥 피를 드낙에게 바치는 게 이득이다.

“됐다. 대도시와 경제가 부유로운 곳에는 내 동상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아니, 아닌데? 소형으로 작게 만들건대?”

“뭐? 네놈, 뭘 꾸미고 있는 거냐?”

아무래도 세파리아스가 넘어오지 않자, 드낙은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이 갑이었다. 을이 아닌 척 하는 세파리아스였지만, 드낙이 막 나가면 그도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지켜보기만 해.”

“내가 가만히 지켜볼 것 같으냐?”

그 말에 드낙이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해볼래?”

“적어도 네가 한 것만큼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라.”

“어쭈. 강하게 나오는데? 된통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만.”

“후우...”

세파리아스가 한숨을 내쉬며 손사래를 쳤다. 어서 꺼지라는 소리였다.

“야, 야야, 삐졌냐?”

검도 뽑히지 않았지만 세파리아스가 영향무력(影響武力)을 통해서 세상에 자상(刺傷)을 남겼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드낙이 사라진 상태였다. 세상을 자를 수 있는 세파리아스였지만 세상의 관측을 피할 수 있는 게 드낙이었다.

그 무엇에게도 관측되지 않는 물질은 파동이었기에 자른다고 해서 피해를 입는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자를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법이구나.”

절로 세파리아스가 그 한 수에 위협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흥이 돋아났는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미 드낙은 영향무력의 간극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워낙 넓은 대전이라 그게 가능했다.

“89m? 90m?”

“91!”

장인처럼 한치를 두고 까불거리던 드낙에게 세파리아스가 대답해주며 단칼에 드낙을 갈랐다. 하지만 드낙은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하지만 피가 주르륵 이마에서 흘러내렸다.

“어?”

고통은 없었다. 그렇기에 묘했다.

“피맛을 보니 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느냐?”

“아니, 오히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어떻게 한 거야? 소름 돋는데.”

세파리아스는 바로 대답해줬다. 답을 주지 않으면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게 드낙이었다.

“관측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 베어냈다.”

“아우씨, 괜히 쫄았네.”

드낙이 안도했다. 즉,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예측샷을 날렸는데 거기에 드낙이 걸린 것뿐이었다. 장난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쉽게 가능했다. 다만 반대로 영향무력을 얼마나 많은 곳에 뿌릴 수 있느냐에 따라서 드낙에 대한 대처가 가능해진다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세파리아스도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

예나 지금이나 할 것 없이 아직도 무(武)를 닦고 있는 게 세파리아스였다.

존경심이 절로 생겨났다. 하지만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고되고 힘들어서였다.

“어쨌든, 이미지 크리스탈을 제재하기야 하겠지만, 그 경제 규모만큼 네 피규어 팔아서 경제를 활성화 시킬거니까, 딴지걸지 마라. 알아들었어?”

“이상한 거면 바로 복수들어간다. 너도 당해도 괜찮은 거로 하는 게 좋을 거다.”

세파리아스 또한 경고를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선은 넘지 않았다. 진짜로 드낙과 전쟁을 벌인다면 사실 파멸뿐이었다.

‘내가 더러워서 빨리 독립을 해야지.’

혀를 쯧쯧 찼다. 드낙이 사라지자 세파리아스는 <황제 기사단 양성소>를 다음 날 방문했다. 앞으로의 행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황제 기사단이었다.

그들 중 그 누구도 세파리아스만큼 무재가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황제 기사단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재긴해도 그 문턱이 높은 건 아니었다.

“합!”

하공을 가르는 찌르기.

정확하게 과녁의 붉은 점을 향해 있었다. 그 점은 개개인의 실력에 따라서 작거나 컸다. 모두 세파리아스의 요구대로였다. 물론 그런 과녁도 없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자세를 거울을 앞에 두고 교정받고 있었다.

환영 마법에는 세파리아스가 꾸준히 찌르기를 하고 있었고, 이를 따라 해야 했다.

‘완벽’에 가까워야 했기에 매우 힘든 과정이라 점을 찌르는 곳까지 도달한 기사는 단 5명에 불과했다.

‘<흐름(stream), 극점 찌르기(Zenith Sting)>.’

세상은 흐름이었고, 그곳에서 영향무력을 발현하기 가장 쉬운 것은 ‘점’을 찌르는 것이었다. 베기처럼 면을 갈라내기에는 솔직히 말해서 불가능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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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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