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77화 (87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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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계획명은 <드루먼 쇼 – 이계인을 속여라>다.”

드낙의 말에 숯숯마을의 지역 유지들과 뿔쥐들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드루먼 쇼가 뭡니까?”

‘드낙 + 트루먼쇼를 모르다니, 정말 심각하다.’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트루먼쇼를 모르면 사람이 아닌데...’

“아아, 그 명작을 모르는 건가?”

드낙이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 지구의 문화는 이들에게 꼭 필요했다. 동시에 이를 통해서 새로운 타입의 문화를 이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점점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었고, 취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다른 차원의 문화 중 하나다. 영화라는 것인데, 연극과 비슷하지만, 더욱 발전된 형태지. 일단 이를 통해서 이 세상에 ‘문화’의 힘을 내가 보여주겠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뿔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었다. 동시에 드낙은 경중을 새로 따졌다.

‘처음에는 그냥 트루먼쇼처럼 이계인들의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하여 속일 생각이었는데, 여기에 소비문화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을 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건 바로 ‘미디어’의 출범이다. 더 많은 소비활동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를 통해서 이 세계는 더 경제적으로 윤택해질 것이다.

‘인터넷처럼, TV처럼은 누리지 못하겠지.’

할 수 있는 건 마법을 통해서 보석이나 강철에 이미지를 담아서 환영 마법 등의 방법으로 송출하는 아티팩트를 만들어서 보급하는 것이다. 당연히 편집도 해야 하고, 재밌는 것도 선별해야 했다.

이미지 크리스탈을 통해서 드루먼쇼가 보급된다면 이계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였다. 이는 정보의 전달이라는 것도 가능했다. 책을 보는 것보다는 강의를 듣는 게 더 공부하기 좋은 것처럼 사람들의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이번 일로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생기겠어.’

이계인을 통해서 사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하나같이 새로운 시도였다. 그렇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절로 흥미가 생겼고, 재밌어 보였다.

세상을 자신이 주도하게 되는 기분은 짜릿하기 그지없었다.

‘이계인들은 충분히 속일 수 있는 다른 이유.’

그들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긁어모으고 있지 않았다. 의심을 받는 것에 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들의 뒷배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그들이 초월자를 파악하는 마법탑을 쌓지 않았다면, 드낙도 의심을 접었을 것이다.

하는 짓을 보면 외부 차원 노동자에 불과해서였다.

뿔쥐들도 그들의 역량과 실생활과 매우 관련 깊은 아티팩트 덕에 조금 부드럽게 그들을 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점이다.

“가장 먼저 이계인의 생활 반경에 있는 이들에게 <추가 고막>을 달아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관리할 것이다. 또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명령을 내리도록, 뿔쥐!”

“뜨나아아악!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여 보이겠습니다!!!”

뿔쥐가 단박에 대답했다. 쩌렁쩌렁 목소리가 울렸다.

반면 남부에 사는 인간들은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사람 귀에 고막이 하나 더 생긴다니, 꺼림칙했다.

이를 눈치껏 파악한 드낙이 당근을 척 내어줬다.

“걱정하지 마라, 일이 끝나면 회수해줄 테니.”

“아, 아닙니다...”

그들이 서둘러 발뺌했다. 하지만 드낙의 눈치를 이길 수는 없었다. 뜨끔해서는 절로 눈을 다른 곳에 뒀다. 결국 드낙이 제법 큰 돈을 그들에게 주고, 다양한 이권을 약속했다.

그제야 그들이 한 마디씩 정보를 뱉어냈다. 반마반신 앞에서도 이기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천둥벌거숭이가 부처님 앞에서 까부는 꼴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드낙의 이모저모를 어찌 이들이 다 알 수 있겠는가.

“이계인들이 결코 우리 세계의 정보를 똑바로 파악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어디까지 알고 있지?”

“남부는 이 세계의 실상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곳에 실질적으로 거론되는 건 사공왕과 신제국의 황제가 가장 높은 신분의 존재입니다.”

드낙은 높아도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의 활동은 최근에는 다종족 연합에만 집중되었고, 남부에서는 거의 잊힌 상태였다. 다른 이들이 관리하는 탓에 트렌드에서 많이 물러난 상태였다.

옛 동부왕에 대해서 논하는 자는 드물었다. 뭔가 사건이 확 터져야지 가능했다.

‘천만다행인 일이지.’

이계인들이 정보 수집에 적극적이지 않고, 현재 떠드는 것에 대해서만 수집하고 있는 것도 큰 행운이었다.

‘운이 좋군.’

말 그대로 행운.

그 덕에 드낙은 일을 진행할 수 있었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

“이계인들에게 보일 우리 차원의 세계관은 다음과 같다. 일단 신제국의 황제가 유일한 반신격의 존재이며, 언젠가는 신으로 거듭될 존재다.”

세계관부터 새로 짰다. 드낙은 숨어서 지켜볼 생각이었다.

“동시에 아주 평화로운 곳이다. 거침없이 여기에 와서 수작질하고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태평하지.”

악인은 있지만 그대로 대개 태평하고, 평화를 노래하는 필멸자들이 많은 세상처럼 보이도록 해야 했다.

“적의 방심을 유도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게 해야 놈들의 뒷배가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중립신마저 잡아낸 드낙은 실로 자신만만한 모습이었고, 새로운 적이 나타났을 때, 그 적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 했다.

“쉐도우 위스퍼는 신제국의 정보 집단인 것이 낫겠다.”

그 말에 뿔쥐가 살을 덧붙였다. 숯숯마을의 지역 유지들은 병풍이나 다름없었다.

“신제국에 되돌아간 순찰자들을 정보꾼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성에 <쉐도우 위스퍼>의 그림 간판을 단 곳에 놈들이 들어가면 제법 재미날 것입니다.”

“훌륭하다.”

드낙이 순수하게 뿔쥐를 칭찬했다. 그리고 인근에 성이 있는지 물었다.

“<흘러 지나가는 성>이 있습니다. 강을 중심에 두고 성을 지은 곳입니다.”

지역 유지가 한 소리를 냈다.

“좋아, 풍경도 나쁘지 않겠어.”

그 외에 수많은 것들이 결정되었다. 이계인 40명과 접촉하는 이들부터 접촉을 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추가 고막>을 통해서 관리할 수 있었기에 거침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무슨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는 일이나, 이를 싫어하고 잘못된 것이라 여기는 이들도 없었다. 저들은 이계인이었다. 무슨 수작질을 할지 몰랐다.

“이계인 크리스탈에 새겨질 첫 에피소드는 <축제>다.”

대충 교통정리를 끝낸 드낙이 디테일한 것은 뿔쥐들, 즉 <쉐도우 위스퍼>에게 맡기고 곧바로 영화 제작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축제...말씀입니까?”

“그래. 놈들이 방심할 만한 정보를 가져가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 전쟁에 전혀 대비 안 하고 흥청망청 쓰기 바쁘면 놈들이 그만큼 빨리 적들을 불러오겠지.”

드낙이 거침없이 말했다.

“축제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어라. 나는 전종족에게 거대한 마력장치 같은 곳에 은폐작업을 실행하라고 주문을 해놓을 테니까.”

“예. 그전까지 최대한 인부들을 통해서 마법탑 건설을 느리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축제 형편을 대면 좋겠다. 일은 뒷전인 것이지.”

드낙의 마지막 말에 사람들이 웃었다. 남 놀리는 건 언제나 재밌는 일이었다.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진 드낙을 보며 숯숯마을의 지역 유지들이 깜짝 놀란 건 덤이다. 드낙은 단번에 숯숯마을의 지정된 이들에게 <추가 고막>을 부착하고 순식간에 지하에 마련된 곳에 이를 들을 수 있는 입을 마련했다.

그 모든 걸 지정한 뒤에 단번에 다시 파동이 되어서 다종족 연합을 돌아다니며, 거대 마력 장치에 대한 은폐 작업을 실행하도록 말했다.

“적들의 기술력은 대단히 뛰어나다! 절대 방심하지 말아라!”

행성 전체를 검색하여 초월자를 파악할 수 있는 중형 마법탑만해도 소름 돋는 마도학이었다. 적어도 현재 다종족 연합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변 대기에 존재하는 마력을 잔뜩 끌어모으는 <폭풍의 요람>이라도 대형 마도 건축물이다.

근데, 중형 마법탑으로 그런 걸 한다? 믿기 어려운 효율성이었다.

‘당장 뇌를 끄집어내서 모든 걸 훑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지.’

상대의 이모저모를 파악하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목적을 밝혀내고 나기 전까지는 평화로운 차원인 척 가장을 해야 했다. 인도적인 모습을 가져야 하는 게 문명 차원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다분히 세속적인 이유였다.

‘지구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도 몰라.’

영어. ‘M.E’라는 글자를 군복에서 발견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지구와 연관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최대한 희망적으로 생각하면 이들은 지구에서 왔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가 야만이라면 다르지.’

조금이라도 음흉한 계획을 추진한다면...

그때 그들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드낙에게는 힘이 있었기에 이런 능동적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덜덜.

드낙이 다리를 떨었다. 동시에 돼지 껍데기에 소주 한 잔이 마약처럼 드낙의 입에 군침이 고이게 하였다. 절로 조바심이 났고, 그건 실로 참기 힘들었다.

‘후우...진정해라, 아직 소주에 관해서 물으면 안 돼.’

그리된다면 상대 또한 의심할 것이 분명했다.

*

상사 에메리히와 상등병 중 막내 헤스터는 인상을 찌푸렸다. 진작에 중형 마법탑을 건축할 인부와 건축사가 정오가 지났음에도 출근도장을 찍지 않아서였다.

이제는 제법 사업 수완도 많고, 이권도 오가는 것이 있어서 기득권층과 어깨를 으쌰으쌰하며 함께 하는 그들이었기에 거침없이 항의하러 움직였다. 하지만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열기에 휩싸여있었다.

“아아아아-!”

여자들이 한데 모여서 합창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숯숯마을 최대 미녀라고 불리는 레히니아가 독주를 조금 떨어진 나무 밑에서 혼자서 연습하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아보도록 해보겠습니다.”

헤스터가 재빨리 움직였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지나가는 이를 붙잡아 물었다. 그는 장식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돼지 장식이었다.

“돼지 축제요. 모르시오?”

“예? 돼지 축제요?”

“아니, 어디서 왔길래 돼지 축제를 모르시나?”

그 말에 뜨끔한 히스터가 웃었다.

“가난한 촌락 출신이라서 마을에 축제를 한 적이 없습니다.”

“쯧쯧, 멀쩡하게 생긴 양반이 힘든 생활을 보냈구먼.”

그렇게 말하고는 쌩 가버렸다.

‘뭐야, 시발. 말은 해주고 가야지.’

황당한 모습을 그림자로 변한 뿔쥐가 2층에서 조용히 이미지 크리스탈에 이를 담았다. 당연히 그 얼굴을 서서히 클로즈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골목을 돌고 돈 사내가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며 <추가 고막>이 달린 귀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괜찮았습니까?”

“완벽했다. 아주 재미난 웃음거리가 되겠어.”

드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동으로 할 말만 하고 종횡무진하며 대륙을 누볐다. 기괴할 정도로 빠른 일 처리가 가능했다.

헤스터는 그다음에 붙잡은 이로부터 돼지 축제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제법 나이가 든 노인이었는데, 머리에는 돼지코와 닮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보자, 보자...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줘야하나...”

헤스터가 냉큼 답했다. 이건 의외의 수확이 될 수 있었다.

“대충 말하자면 신제국의 황제가 나들이를 갔는데, 글쎄 돼지 고기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어린아이를 만나게 된 거지. 거기서부터 돼지 축제가 일어난 것이네.”

“아하! 신제국의 황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군요!”

“사람이라니! 반신(半神)께 감히!”

“예? 반신이요?”

“이 사람 이거 가난한 촌락에서 왔다더니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혹 다른 이들에게 신제국의 황제를 사람이라고 칭하지 말게. 그는 반신이고, 언젠가는....신이 될 것이네.”

“아...예, 조심하겠습니다.”

헤스터가 눈을 반짝이는 걸 숨기며 노인이 말하는 바를 계속해서 들었다.

“...아무튼, 핫오일 피그라고 성대한 요리가 있는데, 마을 단위로 만들어서 나눠 먹는데 한 번 꼭 먹어보게. 잊지 못할 요리가 될 거야.”

“예, 감사합니다.”

헤스터는 서둘러 이를 에메리히 상사에게 알렸다.

“축제는 축제인 거고, 일은 일인 거지.”

그가 거침없이 움직였지만, 인부나 건축가나 나 몰라라 했다. 그 모습은 실로 우스꽝스럽게 이루어졌다.

“네가 나한테 임금을 줬는데, 뭘 어쩔건데! 돼지 축제는 모든 마을이 하는 거라고! 그걸 지금 나보고 참가하지 말고, 일하라고? 근데 뭐 어쩌라고!”

“뭐, 뭣?! 그럼 다시 준 임금을 내놔!”

“다 써버렸는데?”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등처먹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장면이 크게 유도되어졌다. 특히나 갑질하는 사람이 쩔쩔 매는건 엄청난 사이다였다. 실제로 그들은 정말로 아무것도 못했다. 모든 이들이 마을의 역사라며, 다른 마을가도 똑같다고 나몰라라 해서였다.

축제의 컨셉에 이리저리 부딪치는 두 이계인을 빠짐없이 뿔쥐가 다양한 각도에서 이미지를 크리스탈에 저장했다.

적절한 편집을 통해서 복사되어서 사방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드낙은 이것이 크게 성공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뭘 하는지, 그리고 그게 조금 재밌는 것만으로도 볼만하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성을 틀어놓고 자기 할 일 하는 것처럼 이미지 크리스탈은 능히 라디오처럼 크게 흥할 수 있었다.

‘퀴즈를 내서 상품도 주면 더욱 이슈몰이를 하겠지.’

이걸로 몇 년간은 더욱 소비가 활성화될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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