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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파견대].
이제 40명 정도의 유동 인구는 가볍게 보게 되었기에 그들은 큰 마을 앞에서도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최소한의 인적 정보를 써넣어야 했다.
“숯숯마을에 온 걸 환영한다. 말썽부리지 말도록.”
남부인이 으름장을 내놓았다. 복장이 특이한 놈들이라 남부의 문화를 알고 있을지 걱정되어서였다. 다만, 그런 걱정보다는 협박으로 끝냈다. 그게 더 편해서였다.
“통과!”
에메리히 상사를 비롯한 책임자 3명. 즉, 병장 아메리고와 블랑쉐의 몽타주만 대충 그리고 그들은 마을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엘프 마법 전산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그건 신제국이나 자치왕국에 가야지 볼 수 있었다.
그마저도 아직은 수도권에만 있었다. 엘프들도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았는데, 그에 반해서 인구는 가장 적었다.
“나무 탄 내가 많이 나는 마을입니다.”
“저기 언덕들을 봐. 바람이 이쪽으로 안 오고 있어도 연기가 계속 나오고 있잖아.”
“숯을 만들고 있나 보네요.”
“저 많은 숯을 대체 어디에 쓰려는 건지.”
큰 마을, 거의 1,500가구가 넘는 마을 자체가 하나의 기업이 되어있었다. 모두, 싼 밀과 싼 고기를 통해서 마을의 영향력을 지배한 4공왕과 신제국의 작품이었다. 월급을 받으며 숯을 만드는 기계가 되어버린 남부인들이었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있었다.
전의 삶보다는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민초라는 것이 등 따시고, 배부르면 그만이다. 뭔가 대단한 게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지배자들은 현실감각 없는 머저리들이었다. 그리고 사악한 권력자는 결코 그들에게 ‘평범한’것을 쥐여주지 않는다.
그게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 여겨서였다. 실제로 배가 부르고 잠 잘 자면 백성들은 다른 것에 눈을 돌린다. 권력자와 기득권들에는 안 좋은 소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로, 이런 풍토는 [파견대]를 놀라게 했다.
“여기 책임자를 볼 수 있습니까?”
아메리고는 이곳으로 오는 내내 자연물을 채취하여 만든 실생활 아티팩트를 잔뜩 가지고 있었다. 이를 구매할 사람은 지역 유지가 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기득권과 만날 기회로 여겨졌다.
“없어.”
새벽이 아닌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하품 한 번 하며 ‘드낙 도수 체조’를 하며 점심 장사 준비를 하는 요리사가 손사래를 쳤다.
“없다는 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지. 관리하는 사람이 여기 없고, 다른 큰 마을에 갔어.”
“그게 됩니까? 문제가 생기면 어찌합니까?”
“왜 안 돼! 하하하, 쉐도우 위스퍼가 있는데.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또 그런 매우 급한 건 그냥 병사들과 순찰자들이 알아서 해결해주지.”
‘뭔 이런 개 같은 세상이...’
치안에 대해 걱정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CCTV도 없는 주제에 이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마인드가 사라져 있어서 대단히 낙천적으로 보였다. 유사 중세 시대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기보안의 책임이다.
‘대체 쉐도우 위스퍼라는 건 뭐지?’
그리고 그 책임은 사람 마음을 참 답답하게 만드는데, 이를 싹 덜어낸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권리는 권리대로 챙기고, 책임은 다른 곳에 휙 던져버렸으니 기분이 날 만했다.
“그럼 언제 돌아오십니까?”
“관리님은 한 달에 한 번 와서 일을 처리하고, 가시지.”
‘관리. 중앙의 힘인가? 그렇다고 해도 이상하다.’
“관리님 께서는 몇 개의 마을을 관리하고 계십니까?”
“아마 다섯 개? 10개? 나도 잘 몰라. 파하하하!”
요리사가 크게 웃었다. 멍청했지만 그만큼 걱정 없이 잘 산다는 뜻이다.
“상사님.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티팩트 취급하는 가게에서 처분하는 수밖에.”
돈은 얻겠지만 거기서 끝나게 되는 게 아쉬웠다.
‘하나가 다른 하나로 연결되는 게 사업인데...’
계속 발이 미끄러지고, 삐끗하는 것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안했다. 다른 식민지와는 달랐다. 그렇기에 자꾸 뭔가 어긋나고 있었다. 하지만 대단히 평화로운 곳이라 생명의 위협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약에 절어진 몸처럼 둔감했다.
그들은 묻고 물어서 매직숍에 도착했다. 매직숍은 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인간 1명이 이용할 수 있는 땅이 넓어진 탓이다. 사람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인간의 행복도는 더욱 농도가 짙게 올라가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상투적인 인사가 들어왔다. 배불뚝이 매직숍 주인은 마법사처럼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마법사도 아니었다. 그냥 효과를 확인하고, 매입을 결정하는 자였다. 그는 실생활에 대단히 유용한 파견대의 아티팩트를 대단히 주의 깊게 살폈다.
꼴깍.
“이게 뭐라고요?”
“아아, 이건 돌덩이 세탁기라는 것이다. 빨래를 알아서 크게 물살 쳐서 세탁할 수 있지.”
“애처가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군!”
특히나 여자들의 기 싸움에 이용될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이런 건 돈이 된다. 인테리어와도 크게 관련 있었다. 너희 집은 돌덩이 세탁기 없지? 이러면 그 날 그 집은 전쟁터가 돼버린다.
돈 있는데 못 사는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다.
“많이 무거운 것 같은데.”
“들어보시오. 경량화 마법까지 해놨으니.”
“오오오옷?! 진짜냐고!”
매직숍 주인이 크게 감탄했다. 성인 남자 한 명이면 능히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대단히 가벼웠다.
솨솨솨솨!
거칠게 아래가 뱅글뱅글 도는 모습은 흡족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이물질을 잘 처리하기 위해서 연금술을 할 줄 아는 오성마탑의 정예 마법사 7명이 만든 산소 표백제는 화학의 선물이기도 했다.
“당장 구매하겠소.”
“얼마를 주실 수 있는지부터 말씀하셔야지.”
“제시.”
“선제시.”
“제시.”
“선제시.”
정가제를 도입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제시를 서로 미루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가제에 푹 절인 교양있는 사람들이나 제시충이라고 욕할 뿐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모른다.
에메리히 상사와 매직숍 주인이 서로 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눈을 내리깐 건 매직숍 주인이었다. 그럴 것이 이런 실생활 아티팩트는 강력한 문화와 아이디어의 힘이 느껴졌다.
“대당 은화 다섯 닢. 교섭은 없소.”
“좋소.”
나쁘지 않았다. 가볍게 만든 돌덩이 세탁기 25대가 쑥 들어섰다. 125 은화를 챙기고, 그들은 뒤로 빠졌다. 가장 싼 곳에 숙소를 잡고, 흩어져서 숯숯 마을의 이모저모를 파악하고, 그 인근을 이 잡듯이 뒤지며 전술 지도를 만들었다.
이는, 전술의 신. 카실레안 교본의 기본 수칙이기도 했다.
“나쁘지 않습니다.”
“민둥숭이가 된 산에 자연동굴이 있습니다. 거기는 사람이 안 옵니다.”
“거기에 초월자 파악파동탑을 건설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파견대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 <초월자 파악파동탑>. 중형 마법 건축물이었기에 건설 기간은 1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리는 편이었다. 환경에 따라서 달랐다.
“여기서 잔류를 시작한다. 아메리고 병장.”
“예!”
“용병업을 시작해라. 정예병은 알아서 추려가라.”
“예!”
아메리고가 군기가 바짝 들어서 대답했다. 이제부터는 진짜 실전이다. 농담을 던질 상황이 아니었다.
“블랑쉐 병장.”
“네!”
“아티팩트 제작 작업장부터 시작해서 사업 루트까지 뚫어라.”
“네!”
“상등병 얼.”
“예!”
“일등병 라우리츠! 라쉬!”
“예!” “네!”
“너희들은 블랑쉐 병장을 도와라.”
나머지 상등병 렉스와 리셸 그리고 제디어는 아메리고를 돕기로 했고, 상등병 막내인 헤스터는 상사 에메리히와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 그들은 정보를 다루며 시간을 보내다가 수익이 이루어지면 그때부터 천천히 인부들을 통해서 <초월자 파악파동탑>을 만들 것이다.
모두 능숙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는데, 다양한 식민지 개척에 대한 동영상 정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삼고 있어서였다. 그 동영상이 하는 만큼만 해주면 된다.
“찍찍.”
그리고 뿔쥐들은 이들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외차노 같은데. 찍찍.”
“그게 무슨 단어냐?”
“외부 차원 노동자! 저들 하는 거 봐라, 분명 도망쳐 나왔다! 여기서 새살림을 꾸리려는 거다.”
“음, 음! 그렇다면 정보 등급을 하나 내릴까?”
“내려도 우리 신께는 보고가 이미 올라갔다. 의미가 없다.”
“그래도 내려야 한다. 외차노는 중요한 인력이다. 찍찍.”
“기반이 하나도 없어서 모든 곳에 돈을 써야 한다.”
“그런 이들은 특히 좋다, 좋아. 산업적으로 좋은 인간들이다.”
특히나 마법 물품을 만들어서 파는 외부 차원 노동자들은 실로 이로워 보였다. 뿔쥐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들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꾸준히 주시하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외차노들이 많이 유입된다면 큰 목소리를 지닐 것이 뻔해서였다. 이는 우려할 만했다.
“이계인도 인간이지. 거기에 저들의 숫자는 고작 40명뿐이야. 힘들게 다른 차원에서 도망쳐온 거 같은데.”
“저놈 저거 봐라, 고새 힘들게 얻은 은화로 바로 여자한테 주고 있다.”
용병 지구인 중 몇몇은 바로 사창가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뿔쥐들이 비웃었다. 하여간 못 말리는 인간들이었다. 특히 ‘마력’을 품고 있는 상위인간(上位人間)이 저렇다.
‘인간들의 미래가 뻔히 보인다. 찍찍.’
형편없었다.
*
콰르릉!
번쩍!
드낙이 천둥 번개를 동반한 채 흰여우 새린이 있는 오아시스에 등장해서 히어로 랜딩을 하며 척 내려앉았다.
오우거 리고를 표절한 것이나 다름없는 등장씬이었지만, 드낙은 거침없었다.
‘어쩌라고요.’
표절만큼 쉬운 도피처도 없었다. 피, 신성력 이것저것 실험해보던 드낙은 결국 오우거 리고의 등장을 표절했다.
자기보다 대단한 존재가 없었기에 거침없는 행보였다. 그리고 사실 그 누구도 거기에 관해서 목소리를 크게 높이지도 않았고, 드낙에게 제재를 가하지도 못했다.
‘손해를 보지도 않는데, 표절해야지.’
리고도 뭐라고 못할 것이다. 고로 드낙은 벼락 등장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내적 갈등을 좀 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냉큼 써먹기 시작했다.
“어때? 멋지지?”
드낙의 느긋한 태도에 흰여우 새린이 고개를 조아렸다.
“대단히 멋진 등장이십니다.”
흰여우 새린의 말을 들으며 드낙이 주위를 살폈다. 자신의 등장을 보고 너도나도 달려온 상태라 상당한 인파가 모여있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하급 권속 악마가 된 헤드스 하이에나들이었다.
놈들은 머리와 하체는 하이에나였고, 상체는 인간이었다. 그 모습은 하급 권속 악마가 되면서 커져 있는 상태라 훤칠했다. 그리고 드낙의 시선이 새하얀 여우 꼬리를 여럿 가지고 있는 반인반수에게로 향했다.
“저들이 네가 만든 권속 악마냐?”
“예. 화이트 폭스 혹은 흰여우 반인이라 불립니다.”
하나같이 새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었고, 어디서 공수해왔는지 몰라도 하얀 털가죽을 두르고 있었다.
“저 새하얀 털가죽은 어디서 가져온 거냐?”
“네? 아, 자기들 꼬리를 잘라서 벗겨낸 겁니다. 제가 설계를 잘못한 것인지 꼬리가 자꾸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흰 여우 꼬리를 가진 자는 10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게 불편할 정도로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엉?”
드낙이 멍청한 소리를 냈다. 거의 구미호처럼 보였는데, 그것보다 더했다. 유전형질이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계속 흰 여우 꼬리가 튀어나오는 게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였다.
“그,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좋게 생각할 수 있잖아?”
“네. 아이들도 그렇게 여기고 있어요.”
드낙은 새린으로부터 그녀가 만든 권속 악마가 현재 하는 일들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중급 이하 물약을 체내에서 제조하는 게 가능합니다.”
“물은? 오아시스를 만드는 게 반인반수가 하는 일 같은데.”
“예. 저기 보이는 화장실 보이시죠? 저기서 물약과 물약을 배뇨해서 맑은 물로 만들어서 쏟아 보냅니다.”
“대단하군! 혹 다른 건 필요한 게 없나? 더 흥해야지. 안 그래?”
“아뇨! 지금도 만족합니다. 개체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헤드스 하이에나들한테 물파는 것도 재미나고요.”
돈버는 재미에 맛 들린 게 새린이었다. 시간이 아주 잘 간다는 장점도 있다. 드낙은 발바룽과도 만났다. 이제는 그녀가 되어버린 그는 느긋하기 짝이 없었다. 요즘에는 불모지 카드팩이랍시고 카드놀이 지역 배급사가 되려는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들었다.
‘취미도 잘 가지고 있네.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나.’
이제 드낙은 포낙서스의 조언을 들어야 했다. 딱히 업과 피를 원하지 않는 불모지의 모습을 통해 진짜 각성해서 빨리 초월자에 들어서야 하는 건 자신임을 깨달았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문제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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