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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파견대.
어느 세계에 가도 중산층 혹은 어느 정도 대우받는 사회 계층이 될 수 있는 3성급 인조 생명체 30명을 운용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전투도 능히 수행할 수 있었다.
특히나 인조 생명체는 용병 지구인(M.E)들 10명에 의해서 지휘를 받기 때문에 전멸의 위기 속에서도 지휘 체계가 살아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1명만 살아남아도 계속 작전 수행이 된다는 게 대단하다.
전술의 신 카실레안이 만든 지휘체계이기도 했다.
위험에 뛰어드는 것은 인조 생명체였고, 그 뒤를 보조하면서도 주도하는 게 용병 지구인 10명이었다. 즉, 후방의 10명이 죽기 전까지는 결코 파견대는 멈추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부사관급 인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아는 카실레안이기에 가능했다.
아무튼, 그들의 목표는 현지에 대한 정보를 계단식처럼 사소한 것부터 착실하게 쌓아나가는 것에 있었다. 그 이유는 우주 낙원(Cosmos Paradise)이 이 차원에 진입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려서였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소규모 중대 활동을 통해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들은 이곳의 재화를 얻을 필요성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3점사 일제 사격.”
따다당!
목표물을 확인하고, 능숙하게 진형을 잡았다. 그리고 단번에 상황이 끝났다.
화력 집중은 숫자가 적을수록 효율적이고, 꼭 필요했으며 전투 상황을 일찍 끝낼 수 있었다. 간헐적 개인 사격은 가장 지양해야 할 일이었다. 무엇보다 화력집중은 탄알의 소비효율도 만족스럽게 이루어낼 수 있었다.
‘탄약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또한 3성 정예병, 오성마탑의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연금술을 통해서 총알을 생산 가능했다. 기간만 길게 정해두면 탄창 제작도 가능하다. 총기의 제작은 불가능했고, 1명이 1개의 잘 고장 나는 부품에 대한 설계도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즉, 완전제작은 불가능하고 결함이 존재하는 군수물자에 대한 수리만 맡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낌없이 총을 발사할 수 있었다.
“큰 놈인데요.”
“털을 봐, 붉은기가 감도잖아. 일백야수가 되기 전의 놈이지. 그렇게 강한 건 아냐.”
일등병 라우리츠(Lauritz)의 말에 상등병 헤스터(Hester)가 대답해줬다. 상등병 아래는 경험이 적은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렇기에 이 파견대에는 상등병보다 일등병이 적었다.
파견대에 일등병이나 이등병이 많으면 전투력 반감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상등병보다 그 아래 계급의 병사는 적어야만 했다.
죽은 거대한 곰을 붉은 요새의 방패병이 도축했다. 그들은 훌륭한 인조 생명체들이었다. 용병 지구인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 어떤 불만도 품고 있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만들어진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었다.
여신(女神) 프레이를 비롯한 만신전(萬神殿)의 인신들이 ‘발키리 시스템’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인조 생명체들이었다. 그들은 강력한 세뇌에 사로잡힌 생명체였다. 심지어 반신급의 인조생명체조차도 그러했다.
그들 모두 가상현실게임에서 NPC로서 삶을 살고, 그때 세뇌를 진행한 뒤에 반신격의 육체에 주입되었다. 이는 드낙이 반신이 되었음에도 중립신의 세뇌에 아직도 못 벗어난 것을 생각한다면 이치가 맞다.
약할 때 세뇌를 받으면 그 영향은 꾸준히 지속된다. ‘압도적인 재능’이 두 개나 있는 드낙이기에 그나마 중립신의 세뇌를 벗길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용병 지구인의 말을 천금같이 여겼다.
퍽! 퍽!
짧지만 무게가 상당한 벌목용 도끼를 혁대에서 뽑아들어서 나무를 팼다.
“이쪽으로, 대.”
곰을 옮기기 위해서 벽 없는 평범한 판자를 크게 만들고, 그곳에 나무 바퀴를 달았다. 그리고 그 위에 일백야수가 되지 못한 곰의 가죽을 펼쳐놓고, 잘 발라내어 나무 한 겹, 고기 한 겹을 쌓고 이를 밧줄로 묶은 것을 얹었다.
‘가죽과 고기.’
무조건 돈이 되는 자원이었다. 이를 통해서 활동비를 능히 벌 수 있었다. 특히나 고기를 구경하기 힘든 세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세상은 그럴 가능성이 크지.’
최단기간에 운영비를 얻기 위해서 거침없이 총알을 사용했다. 초기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며 정보 마법을 거침없이 사용하며 필요한 자원들을 쌓아나갔다.
대부분이 가죽과 고기였다.
“제대로 된 몬스터는 하나 없네.”
에메리히가 이상함을 느꼈다. 진짜 몬스터라고 할 만한 몬스터의 씨가 말라 있었다. 그건 그에게 이상한 일이었다. ‘지하 연합’의 몬스터 구제 사업이 훑고 지나간 것을 이계인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열등감에 싸인 존재였고, 어떻게든 닥치는 대로 죽이며 종족값을 높이려 했다. 그 과정에서 남부 왕국의 중부는 특히나 몬스터의 씨가 마른 상태였다. 권속 악마가 되었기에 더더욱 많은 몬스터를 죽일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몇 킬로 남았나? 왜 마을이 안 보이는 거지? 정보 마법에는 모여서 사는 생명체들이 있다며.”
“예. 저 언덕 때문에 안 보이는 걸 겁니다.”
언덕 위에는 첨탑 하나 없었다. 평야가 많은 남부 중부의 지형이었기에 언덕 위에 반드시 방어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실로 태평했다.
“평화가 도래한 시대 같은데.”
“그럼 저희야 좋지 않겠습니까? 불청객보다는 신기한 무리로 여겨지는 게 좋죠.”
마음이 너그러울 때는 불청객도 신기한 사람이 된다. 그렇기에 오히려 언덕에 방어시설이 없다는 것은 그들에게 좋았다.
언덕을 넘자 아직도 제국 쪽으로 이주를 하지 않은 자들의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낙이 강제적으로 이주하도록 하고 있었지만, 신제국이나 자치왕국은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이주민의 숫자에 한계가 있어서였다.
되려, 인구의 이동이 남부 왕국을 더욱 살기 편하게 만들었다.
사람이 적어졌기에 사람의 가치가 높아진 탓이다.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권력자들은 서로 담합하기 보다는 경쟁하게 되었다. 좋은 방향이었다. 고로 이제는 굳이 이주할 생각을 가지는 이들이 적었다.
물론 그들의 의사와는 다르게 그들은 이주하게 될 것이다.
잔혹한 일이었다.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 오크들은 동부 왕국 쪽으로 눈을 돌렸기에 이종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남부 왕국은 드낙에 의해서 사라질 곳, 그곳에 투자하는 이종족은 단 1명도 없었다.
종족적으로 그런 방침이 정해졌다. 다만, 보이지 않지만, 마을마다 파견을 나와 있는 ‘피숨결 검은 뿔쥐’가 존재했다.
덜그럭! 덜그럭!
40명에 달하는 이들이 보름동안 이동하며 모아온 가죽과 고기는 상당한 수준이라 입구에서부터 이목이 모였다. 독특한 복장을 지닌 것도 한몫했다.
“어디서 온 놈들이지?”
“숫자가 많은데...”
“들여보내도 괜찮을까?”
입구를 지키던 자경단들이 제법 고민했다. 하지만 사실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척 봐도 가죽과 고기를 잔뜩 싣고 와서였다. 약탈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증거였다.
자원이 곧 증거다. 눈물보다는 돈이다. 돈이 많으면 영주권도 얻기 쉽듯이, 자원을 한 아름 안고 있는 이들은 마을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했다.
“출신이 어디인가?”
“동쪽!”
에메리히는 아무렇게나 대답하면서도 짧고 강하게 말했다. 그들은 알아서 해석하게 될 터였다.
“아하. 그럼 이해가 되지.”
“통과!”
물어볼 것도 없었다. 동부 왕국 출신이라면 이렇게 ‘이상 괴상한 복장’을 입고 숫자가 이상할 정도로 많고, 상당량의 가죽과 고기를 가져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괴소문을 펑펑 터트리며 다녔던 것이 드낙이다.
이 정도면 양반인 셈.
“쉽게 통과가 되었네요. 들어오는데 돈도 요구하지 않고요.”
“먹고 살만하다는 소리지. 이곳의 지역 유지는 남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눌 줄 아는 자인가 보군.”
병장 아메리고의 말에 상사 에메리히가 답했다.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가구수가 500 남짓한 작은 마을이기에 지역 유지가 더더욱 자신의 것을 탐욕적으로 챙기기 마련인데 그런 게 없다는 건 위대한 일이었다.
“이곳에서는 일절 문제를 일으키지 마라.”
“여자도요?”
“그래. 이 마을은 충분히 외지인에게 관대해. 여길 베이스 캠프로 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도로의 상태도 좋았다. 길은 아마 대도시로 연결되어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인심이 후할 수 있었다. 대도시로 야금야금 자원과 영향력을 얻어먹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여기 가죽이나 고기를 취급하는 곳이 있습니까?”
능숙한 말로 안내를 받았다. 가면서 이것저것 가게에 들어가서 가격대를 살피기도 했다. 그 결과 적어도 이만한 양을 판다면 은화 3닢은 받아내야 했다. 시세 파악을 마치고 나서야 안내받은 곳으로 향하였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거대한 창고. 한쪽에는 야외에 지붕만 내놓고 볏짚을 잔뜩 보관하고 있었다. 그 볏짚 주위에는 고양이들이 제법 보였는데, 죽은 쥐를 앞발로 톡톡 치다가 파견대의 모습을 보더니 가만히 보다가 냉큼 똥꼬를 보이며 도망쳤다.
“무슨 이런 마을에 이렇게 규모가 큰 창고가 있지?”
“큰 무역이 이곳을 경유하는 듯합니다.”
“그렇기에는 여관업이 발전하지 않았어. 대체 뭐지?”
그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이들이 간과한 것은 그들이 온 길의 정반대편에서는 골램이 밭을 갈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걸 보지 못했기에 이런 판단 착오를 일으켰다.
“누구십니까.”
이런 척박한 유사 중세 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새하얀 관복을 입은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번에 일행의 모습에 긴장감이 돌았다.
‘지역 유지다.’
척 봐도 조심해야 할 인물로 보였다. 첫 단추가 모든 걸 결정하는 ‘야만의 시대’에 살아가는 관리는 가장 악독한 자들이었고, 귀찮기가 농부를 괴롭히는 거머리보다도 심했다.
파견대는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치사해서 지역 유지를 조심해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에메리히라고 합니다. 가진 돈을 다 써버려서 여기, 가죽과 고기를 좀 챙겨왔는데 혹시 화폐와 교환이 됩니까?”
“엥?”
관리가 어리둥절했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많은 가죽과 고기를 가져온 상단은 처음이었다. 매우 드물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거의 망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신제국과 자치왕국의 고기 사업을 이길 수가 없어서였다.
괴이하게도 마을을 위한 사업인 ‘사대밭 새마을 골램 사업’은 고기를 그냥 다른 곳에 내다 파는 유통업으로 변해버렸고, 이는 자연스럽게 남부 왕국이나 아직 골램이 들어서지 못한 마을로 흘러가게 되었다.
고기를 먹긴 하지만 적게 먹고, 팔아버려서 돈을 챙긴다는 마을 사업이 되어버리고 만 것. 그 덕에 남부 왕국의 중부는 이런 고기들이 유통되면서 고깃값이 폭락했으며 사냥꾼도 다른 업종으로 바꾼 지 오래였다.
“안 사요, 안 사.”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고기는 안 사고, 털가죽은 장터 가서 파세요. 여기는 둘 다 취급 안 해. 수지가 안 맞아.”
“하지만 마을 사람이 여기로 가보라고 하던데요?”
“여기서 고기를 사고파는 건 맞는데, 개인한테는 안 사들여요.”
“저, 그럼 푼돈으로라도 괜찮습니다.”
“그럼 동화 50닢.”
“예? 너무 후려치시는 것 아닙니까?”
“뭐?!”
관리가 화를 냈다.
“이 사람들이, 이거, 미쳤어? 장난쳐? 어차피 이 고기 아니더라도 며칠 뒤면 고기가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데! 사정이 딱해서 그거라도 쳐주려고 했는데 뭐가 어쩌고 저째? 썩 꺼져!”
관리가 단박에 퇴짜를 놓았다. 병장 아메리고가 헛웃음을 지었다. 당장 총으로 쏴 죽이고 싶었지만 카실레안 교본을 따라야 했다. 정보가 부족할 때 가장 중요한 전술 교본이 카실레안 교본이었다.
‘무력은 가장 나중에 쓰는 것.’
“일단 돌아갑시다. 마을 사람들에게 팔아보죠.”
“퉤!”
관리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닥에 침을 뱉었다. 관리 같지가 않은 자였다. 남부 왕국의 현 상황이 얼마나 개떡 같은지 알 수 있는 정보였지만 그들은 이를 무시했다.
“안 사요, 안 사!”
“그렇게 비싸게 왜 사요? 동화 한 닢 주면 세 근 정도는 사드리죠.”
“이런 장사치 놈들! 썩 꺼지지 못해! 비계가 이렇게 많은 걸 내가 왜 사!”
어느 집에 가든 퇴짜를 맞기 일쑤였고, 식당에서도 너무 싼값을 요구했다. 결국, 그들은 다시 관리에게 돌아갔지만, 관리는 구매하지 않았다.
괘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빌어먹을.”
절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그리고 그제서야 일차 산업 골램에 대한 걸 들을 수 있었다.
‘권력자가 맛탱이가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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