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69화 (86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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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환희(歡喜)와 자유(自由)의 신(神) 엘레우테리오(Eleuterio)>.

그는 중립신의 아래에 섰던 329명의 인신(人神) 중에서 가장 하찮은 신이었다. 굳이 강해지려고 하지 않아서였고, 애초에 강하지도 않았다.

권능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다.

당연하게도, 그런 엘레우테리오가 대신(大神)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아래로 들어간 건 모든 인신들이 의문을 느꼈다. 100번 중립신에게 잡아먹혀도 시원찮을 랍스타 같은 놈이 자신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서였다.

이에 중립신은 한 마디만 했다.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책을 맡게 될 별이다.”

그게 그에 대한 평가였고, 그는 가장 나약한 주제에 만신전(萬神殿)에 들어간 ‘예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세월은 흘렀고, 중립신은 신들의 땅에서 패배하여 도망 길에 올랐다.

그 피난 도중에 자매신 프레이가 자신의 오빠를 찔렀다. 자연스럽게 엘레우테리오의 진가를 아는 신이 죽었으므로, 엘레우테리오는 서서히 잊혀갔다.

‘그나마 다행이지.’

실망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자신 또한 왜 중립신이 자신을 그렇게 데리고 있는지 몰라서였다.

‘도망칠 때가 되었다.’

만신전에 있어 봤자 언제 잡아먹힐지 몰랐고, 언제 내쳐질지 몰랐다.

그 전에 그는 몇 남지 않은 영향력으로 차원 식민지를 개척하며, 그 세계의 종족들에게 ‘발키리 시스템’을 뿌리는 군사 행동을 하는 우주 낙원(Cosmos Paradise)을 소유한 채 총 131만 명이 넘는 이들을 태우고 머나먼 곳으로 항해를 떠났다.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 수많은 초월자가 북적거리는 곳에서 멀어지고, 또 멀어졌다.

보이는 차원 중 식민지로 삼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식민지로 삼은 뒤에 우주 낙원을 ‘재보급’하고 그 뒤에 만신전에 이를 알려서 관리토록 했다.

그것만으로도 만신전은 그를 방관했다. 인신 하나가 줄면 만신전에 등록된 인신의 숫자는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었다. 경쟁자가 하나 줄어드는 셈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에게 반 토막이 난 자유를 줬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 번 식민지 예정 차원이 관측됐다. 이제 엘레우테리오는 다시 일을 해야 했다.

지구에 자리 잡은 만신전에게 봉헌할 산제물을 도축해야 했다.

‘쯧.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지.’

그저 신성력 한 조각이 소모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 신성력 입자는 평범하지 않았다.

정보를 수집 및 송신하는 신성력 입자의 ‘소모’가 일어났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소모는 행동했다는 증거. 자연스럽게 해당 차원에 신성력 입자에 걸어둔 조건이 충족되어서 관측을 이행했고, 그 행위 속에서 신성력 입자는 자연스럽게 소모되었다.

이제 엘레우테리오는 다시 한 번 차원 하나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일었다.

“현재 동력 상황은?”

권능으로 물을 포도주로 만들며 홀짝이며 엘레우테리오가 물었다. 그러자 우주 낙원이 대답했다. 시원찮은 권능이 가득했다. 물론 그런 권능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권능 여력을 낭비하고 있는 건 확실했다.

[현재 항행 모드는 절약 항행이며, 동력은 9%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대 동력은?”

[최대 동력 명령시, 32%까지 상승 가능합니다.]

20년이나 항행을 했다. 우주 낙원의 100%를 끌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엘레우테리오에게 불안함 하나 없었다.

이곳은 너무나도 동떨어진 차원.

‘핵(核)’에서 멀어질수록 늦게 만들어진 차원이다.

당연히 위협이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신’조차도 100년을 여행해야지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었다.

관측에 성공한 이곳에서도 몇 년을 더 나아가야지 해당 차원에 방문할 수 있었다.

‘그만큼 신격을 획득한 신이나 악마가 없다는 소리지.’

그가 괜히 멀리 도망친 게 아니다. 만신전조차도 자신에게 뭔가를 제지하려면 그가 온 햇수만큼 달려와야 했다. 그건 아주 좋은 자유로움을 그에게 줬다.

손을 비비며 식민지로 삼을 차원에 대해 다시 생각을 집중했다.

‘초월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끽해야 ‘반신(半神)’급이겠지.‘

‘그리고 5성(星)급 존재가 지배하는 차원도 식민지로 못 삼으면 병신이지.’

엘레우테리오의 우주 낙원에 보관되어 동면하고 있는 5성(星) 천사(Seraph)는 10기나 있었다. 그리고 국가 하나를 전복시킬 수 있고 지배 및 관리를 할 수 있는 4성(星) 지배자(Overlord)는 300기에 달했다.

그 외에 3성(星) 정예병(Elite)은 우주 낙원에서 생산이 가능했다. 그야말로 무한의 권세. 지구의 현대과학과 초월의 힘을 통해서 만든 가상현실게임을 통해서 ‘발키리 시스템’이라 불리는 거대한 인격 정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인조 생명체를 만들어 거기에 인격을 전송하는 ‘발키리 시스템’ 덕분에 무한의 병사를 생산하는 게 가능했다.

지구의 경우에는 반신급, 천사조차도 생산할 수 있었다.

현재 엘레우테리오가 있는 지구 낙원은 자체적으로는 3성급까지 제조가 가능했고, 4성급은 식민지로 삼은 차원의 도움이 있다면 제조할 수 있었다.

엘레우테리오는 단번에 명령을 입에 담았다.

“용병 지구인(Mercenary Earthman), 10명과 3성 정예병(Elite) 30명을 순차적으로 차원이동 시켜라. 행성 전체를 감지할 수 없다면, 들키지 않을 테니까.”

행성 전체를 4만 개 이상의 소형 인공위성으로 뒤덮지 않는 이상 이를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에러. 경고! 카실레안 교본에 따르면 기본 파견단의 차원 이동 전에 신성력 정보 입자를 방출하여 해당차원의 정보 취득이 먼저입니다.]

“최소한으로 하고, 그래 2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그대로 진행시켜.”

[해당 발언은 우주 낙원의 정보 데이터에 저장됩니다. 명령을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추후에 만신전에 방문했을 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진행해. 아무 문제 없다.”

[에러. 경고! 전술의 신 카실레안 교본은 이 명령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전술적인 오판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명령을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하라고.”

[첫 번째 조건, 초월의 힘이 확인되지 않는 곳. 두 번째 조건, 지적생명체가 관측되지 않는 곳이 발견되면 ‘신성력 정보 입자’의 방출을 중단하고 파견대를 차원이동 시키겠습니다.]

“좋아.”

엘레우테리오가 늘어졌다.

반면 M.E들은 새로운 소식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식민지 차원의 정복이 시작된다. 그곳에서는 정말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상위인간(上位人間)에 들어선 그들이었지만 그게 무조건 선한 존재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들 모두 히히덕거리기 바빴다. 강자와 약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식민지 지배는 그야말로 지배하는 입장에서는 개꿀이었다.

“이번에는 식민지 생활을 좀 오래 했으면 좋겠어.”

“뭘 약탈할 수 있느냐가 문제지.”

“예쁜 애들이나 많았으면 좋겠다.”

“술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바빴다. 전투나 파견에 동원이 되긴 하지만 대부분 발키리 시스템으로 탄생하는 인조 생명체들로 전쟁을 치르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었다.

신성력 정보 입자는 말 그대로 ‘공예된 원자의 묶음’이었다. 현대 기술이 초월의 힘에 접목하여 신성력의 구성을 변형시킨 것이었기에 매우 작았다. 드낙도 우연히 이를 본 것에 불과했기에 다시 한 번 그 요행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아주 미세한 ‘힘’에 불과했기에 차원 이동에도 자유로웠고 극단적으로 효율적이었다.

그들은 보름 동안 조금씩 신성력 정보 입자를 방출하여 차원이동시켰고, 조건에 맞는 곳을 발견하자마자 <파견대>를 보냈다.

*

“인제야 오셨습니까?”

드워프가 빈정거렸다. 드낙은 그 물음에 미안함을 표출했다. 물론 똑같이 빈정거렸다.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나쁜 놈이다. 됐어? 됐냐?”

“끙.”

요리 대회가 있고 나서 3개월을 빈둥거리면서 이곳저곳 쏘다니다가 이제야 드워프에게 각성제 공장을 지어주러 온 것이다. 늦어도 한 참 늦었다.

“보자, 한 번 만들어볼까?”

드낙이 팔을 걷어붙였다. 가장 먼저 부지를 확인했다.

“어디에 지으려고? 생각해둔 게 있을 거 아냐.”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드워프가 드낙을 안내했다. 그리고는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통로로 쑥 들어갔다. 드낙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낮았다. 그렇기에 드낙은 몸의 키를 줄이고 들어섰다.

“여긴 뭐하는 통로지?”

“개인 철도 구간입니다.”

덜컹! 덜컹!

수레를 하나 끌고 오더니 단번에 드워프가 올라탔다. 심플하게 전진 레버와 브레이크 장치가 있었고, 드워프의 손길이 담겨 있는 원통이 좌우에 3개씩 6개가 달려있었다.

“여기 레버를 당기면 앞으로 나가고, 여기 브레이크 장치를 발로 밟으면 멈춥니다. 표지판이 여럿 보일 텐데 그중에서 광물의 선물, 도시 마티아스가 나오면 멈추시면 됩니다.”

“안 멈추면?”

“다른 곳으로 가겠죠. 근데 되돌아오는 건 안 됩니다.”

그 말을 들은 드낙은 재밌는 표정을 지으며 냉큼 수레를 하나 끌어왔다.

“라르라! 라르라! 우루~~~드루락!”

드워프가 노래를 화끈하게 지르며 단번에 뻗어 나갔다.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드낙도 수레를 타고 내달렸다. 좁은 철로였지만 높이는 제법 되었으며 푯말은 빛을 내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교통 수단이었다. 특히 개개인의 이동을 장려하므로 교통이 분산되기도 좋았다.

‘일방통행이라는게 아쉽지만.’

그게 어디인가. 철도는 여러 개지만 이렇게 자잘한 일방통행 개인철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하하하!”

무엇보다 오픈카나 롤로코스터처럼 바람이 얼굴을 맞이하고, 매우 완만한 커브길이라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브레이크 타이밍만 잡으면 되기 때문에 편하기도 편했다.

“어땠습니까!”

수레를 안으로 집어넣으며 드워프가 말하자 드낙이 솔직하게 말했다.

“관광용으로 써도 재밌겠어.”

“이종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동 수단입니다.”

“드워프 제국에도 다른 종족이 살고 있나?”

“예. 그들은 드워프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주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죠.”

“아하. 전에 들은 기억이 있어. 그래서 이 지하 도시에 세워주면 되나?”

“예. 미리 모든 준비를 마쳐놓았습니다. 가장 심층부로 가시죠.”

드워프가 매우 깍듯하게 말했다.

드낙의 기운에는 중립신의 기운이 있었는데, 그 덕에 그는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날이 갈수록 점점 강해질 것이다.

“마티아스는 점점 활성화되고, 재건되어가는 드워프 도시들에게 가장 많이 연결되어있는 도시입니다. 그렇게 계획을 하고 만든 신도시죠.”

광물 가문의 드워프, 길쭉한 광물입의 말을 들으며 드낙은 걸어가면서 수많은 걸 구경했다. 짧은 시간에 너무나도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가장 먼저 건물의 높이였다.

“어떻게 저게 가능했지?”

아파트가 떡하니 있었다. 다만 재질이 금속으로 되어있었다.

“노동력이 있는데 못하면 바보지요. 드워프와 그들을 도와주는 사용인들이 지낼 곳을 위해서 저렇게 집중된 거주지가 필요했습니다. 지하로도 있습니다.”

또한 바람의 흐름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흐으음. 신선한 바람이군.”

“지상에서 끌어다 오고 있습니다. 통풍구가 바닥에 크게 나 있어서 대류 현상이 그곳으로 향하기에 자연스럽게 바닥까지 확 쓸고 내려가고 있습니다.”

정체된 공기가 없어서 지하에 있다는 기분도 들지 않았다. 또한 드워프에게 가장 중요한 신도시가 될 마티아스에는 수많은 방비가 되어있었다. 딱 봐도 전투 첨탑으로 보이는 곳에 자주빛을 띠는 대포가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방비가 상당한데.”

“이미 지어진 도시보다 새로 지은 도시는 철거를 할 필요가 없으니, 계획한 대로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드워프 도시 중에서 가장 방어력이 높을 겁니다.”

아마라고 말한 것은 그만큼 이 세상이 어찌 될 줄 모르기 때문이었다.

“여기가 바로 중앙 수비탑입니다.”

도시의 중앙에서 조금 동쪽으로 벗어난 곳에 있는 원형탑에 드워프가 들어갔다. 문은 드워프 세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서로 카드를 쥐고 있다가 드낙이 오자 냉큼 품에 집어넣는 게 보였다.

“카드놀이가 재밌긴 하지.”

“이놈들! 근무시간에는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강제로 여기에 끌고 와 놓고 하는 말이 겨우 그거냐!”

드워프 세 명이 되레 화를 냈다. 그 말에 길쭉한 광물입은 깨갱거리며 물러났다. 드낙이 이를 그냥 지나치자 서둘러 그를 뒤 따라갔다.

“여기로 가면 되겠는데, 그렇지?”

드낙이 내려가는 나선의 계단을 가리키며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감.”

드낙이 내려갔다. 그는 전과 다르게 조금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깊은 지하에는 거대한 공터가 마련되어있었다.

“여기에 각성제 공장을 지으면 되나?”

“예.”

그 말에 드낙의 전신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실로 악마적인 광경이었다. 점점 바닥이 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건 서로 위엉키며 살이 되고, 혈관이 되었다.

반마(半魔)였음에도 엄청난 양의 신체가 토해져 나왔다. 그럼에도 드낙은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그의 필멸자들의 숫자만봐도 이런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드워프가 뒷걸음질치다가 이내 계단까지 올라갔다. 피냄새가 잔뜩 올라왔다. 그 농후한 비린내에 코를 막았다.

눈을 감은 드낙이 생각했다.

‘만드는 것은 권속 악마. 하지만 건축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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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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