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68화 (86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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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드낙은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레이시아의 부탁으로 신출귀몰한 도적 떼를 잡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세상에 평화가 도래했다고 해도 악인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중에 몇몇은 쓸데없이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착하면 실력도 좋다. 인성이 먼저 향하면 실력은 따라온다.

모두 개 같은 헛소리에 불과했다.

재능과 실력에는 선악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세상은 평화가 도래했음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고, 범죄는 끝없이 일어나는 편이었다.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고 광산 징역형에 처해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한 자원으로 토해지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피해를 본 과거를 잊을 수는 없었다.

특히 산중지역에 있는 이 도적 떼는 어딜 그렇게 바쁘게 도망 다니는지 쉐도우 위스퍼를 통해서 본 근황을 보면 기가 막혔다.

‘유목민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기를 쓰고 곳곳에서 도적질을 일삼기에 잡기가 힘들었다.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어서였다.

물론, 드낙 앞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헉. 헉.”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을 넘어가던 도적 떼는 수많은 노예를 거느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무식하게 도망치고 다녔고, 행동 범위도 넓었기에 도적 떼는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수많은 산업에 동원되고 있는 뿔쥐들의 정보력은 조금 줄어든 상태였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정보 획득 같은 비생산적인 일에 너무 투자하면 기술과 인프라 건축이 힘들었다.

서울 사람 절반이 불륜 탐정꾼이 되는 것과 같았다. 그건 끔찍한 일이었다.

쿵.

가던 도적 하나가 그대로 쓰러졌다. 혹독한 행군에 그냥 죽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도적도 이를 살피지 않았다. 오직 자기 자신만 챙겼다. 노예들도 마찬가지였다. 죽으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재미를 느끼고 있네.’

도망치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었다. 역설적으로 잡히면 끔찍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 무엇을 하든 그것보다 나은 셈이다.

휘릭.

단번에 드낙은 우두머리부터 시작해서 18명에 달하는 도적을 묶고, 30명에 달하는 노예도 묶었다. 혹시 몰라서였다. 철저한 심문 끝에 죄를 지은 자를 모조리 처넣을 생각이었다.

놈들을 붕 띄워서 단번에 인근 성에 인도해주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대단하십니다! 코끼리 발 도적단을 단번에 사로잡으시다니!”

잡힌 도적들 모두 발의 상태가 굳은살로 박혀 있고, 고름이 퉁퉁 부어있어서 생긴 이름이 바로 <코끼리 발 도적단>이었다. 이들이 얼마나 걸어 다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흔적이나 피해가 관측되고 나서 허둥지둥 가도 이미 저만치 가버려서 수색해도 잡히지 않았다. 순찰자들 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놈들이었다. 같은 편이 걷다가 죽을 정도이니, 그럴 수밖에.

‘거기에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지.’

아무래도 우선순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애매한 선을 유지하며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던 놈들은 드낙을 만나서 모조리 잡혔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시간에 불과했다.

아무리 ‘파동 이동술’을 익혔다고 해도 적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드낙의 손길에 빨리 잡힌 건 드낙이 지닌 사냥꾼의 재능 덕분이었다.

하나를 보면 셋을 훑어볼 수 있는 드낙은 흉악했다.

“식사라도 하시고 가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많은 분이 반마반신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그들에게 은총을 내려주시옵소서!”

자치왕국의 성주가 넙죽 숙였지만 드낙은 그를 치하하며 일으켜 세웠다.

“미안하지만, 예정이 있어서. 그럼 이만.”

드낙은 홀연히 사라졌다. 그 기적에 성주가 깜짝 놀랐다.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더 무서워졌다. 잠자고 있을 때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드낙은 검은 돔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거대한 공중 요새가 3대 자리잡혀 있었고, 스팀을 간헐적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수증기가 일정 압력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배출이 이루어졌다.

<공중 요새 전술 기동 훈련>.

정기적으로 공중 요새를 띄워서 몇 가지 전술 훈련을 하는 날이었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공중 요새가 가장 작았고 가장 늦게 만들어진 공중 요새가 가장 컸다.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있었는데, 핵심 부품의 효율이 높아지면서 더 큰 공중 요새를 띄울 수 있었다.

원래 100kg밖에 못 드는 부양 장치의 크기가 20% 줄어든다면? 더 많은 부양 장치를 놓을 수 있었다. 이처럼 부품 효율성은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이 또한 지하 연합은 잘 알고 있었다.

그 덕에 만들면 만들수록 공중 요새는 커질 수 있었고, 더 많은 걸 담아낼 수 있었다.

“가짜 통나무 미사일을 적재하라! 앞부분을 초록색으로 칠해진 것이다!”

연습용 통나무 미사일 또한 내부로 들어갔다. 언덕이나 산에 지어진 마을에서도 ‘사대밭 새마을 골램 사업’이 진행되었고, 그 덕에 방화부터 시작해서 벌목이 엄청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나무가 아주 값싼 편이었다.

자연히 통나무 미사일의 압도적인 제작이 가능했고, 그중에는 바리에이션을 넣어서 연기만 잔뜩 뿜어내는 가짜 통나무 미사일도 존재했다. 이 가짜 통나무 미사일은 적의 원거리 공격을 방해하기도 하는데,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서였다.

그 모든 과정을 뒤늦게 드낙이 참관하며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이건 뭔가? 어디에 들어가는 보급품이지?”

“안은 텅텅 비어있지만, 규격화된 보급 상자입니다. 창고에 차곡차곡 최대한 효율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정육면체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여기 보시면 꾹 누르면 앞부분이 열리는 스위치 형식입니다.”

수십 명에 달하는 지하 연합 기술자들이 드낙을 따라다니며 공중 요새에 대한 모든 걸 말해주기 바빴다. 그만큼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드낙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시험 100점 맞은 날에는 부모님 다 죽었다며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의 업적을 노래하는 고등학생처럼 굴었다.

“그런데 무기는 통나무 미사일 뿐인가?”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워낙 위력적인 무기라서 그렇고, 이후에는 자주-포를 달 생각입니다.”

“자색 주포, 좋지.”

드낙이 이내 가장 큰 공중 요새 안으로 들어섰다. 통로에 들어서자마자 직감했다.

‘이 통로.’

빙그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걸음 또한 자연스럽게 멈췄다.

“찍찍.”

이를 안내한 뿔쥐들도 음습하게 웃음 소리를 냈다. 자신들의 신이라면, 이 통로에 딱 들어섰을 때 멈출 수밖에 없을 터였다.

“대단하다.”

평범한 통로로 보이지만 이 통로는 말 그대로 ‘암살’과 ‘기습’을 위한 습격지대였다. 문양처럼 보이는 곳에는 발을 디디기에도 좋게 문양이 툭 튀어나와있었으며, 어떤 곳에는 몸을 딱 숨기기 좋게 마름모꼴로 그럴듯한 디자인으로 쑥 들어가 있기도 했다.

턱.

드낙이 웅장한 자신의 상을 바라봤다. 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독특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양손을 모은 채로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생기는 그림자는 자연스럽게 그 뒤를 가리고 있었고, 상의 옆구리 살짝 뒤쪽에는 올라갈 수 있는 발돋움 장치가 다닥다닥 튀어나와 있었다.

하나하나가 내부의 적을 기습적으로 습격하기 좋았다. 동시에 천장 또한 들러붙어 있기 좋게 매달릴 수 있도록 물방울 같은 것이 쭉 내려와서 단단히 고정되어있었다. 그 길이는 제각각이고, 물방울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장식으로 여겨지기 충분했다.

알아도 쉽게 지나칠 수 있었다. 특히 그런 장소가 있는 곳에는 뜨겁게 가열된 물이 졸졸졸 흐르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시각을 빼앗기에 부족함이 없다.

“칼날 통로라고 저희는 부르고 있습니다.”

“들어오는 자가 어떤 자라도 기습을 당할 수밖에 없겠어.”

“예.”

드낙이 통로를 지났다. 다양한 시설을 확인했다. 톱밥이 가득 든 상자에 많은 굼벵이를 키우거나 매미 유충을 넣어둔 곳도 있었다. 최소 10년을 유충 상태로 지내는 매미는 공중 요새의 ‘장기 보급품목’ 중에서도 탑급의 품목이었다.

“1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기에 공중 요새에서 보관하기가 아주 좋습니다.”

“좋군.”

드낙이 흡족해했다.

곧 거대한 소리와 함께 스팀을 내뿜으며 공중 요새가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이를 마법 시야를 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었다. 사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모든 걸 구경한 드낙은 절로 편안함을 느꼈다.

“이 정도 공중 요새가 낼 수 있는 화력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통나무 미사일 하나가 집 한 채는 부수고, 그 일대를 파괴합니다. 공중 요새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번에 1만개에서 최대 5만개의 통나무 미사일을 발사 가능합니다.”

“적재 가능한 통나무 미사일의 개수는?”

“아직은 양산에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버전업이 되고 있고, 오크 주술의 발전이 상당하여서 통나무 미사일 공장을 짓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됩니다.”

한 번 공장을 지으면 다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기가 어려웠다. 철거를 해야 하고 설계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다. 좋아. 하하하!”

드낙이 웃었다. 국가 하나는 공중 요새로 싹 정리가 가능했다. 그런 게 계속 모이고, 통나무 미사일에 대한 개발도 느려지면 그때 미사일이 양산될 터였다. 그때가 오면 차원 침략에 대한 걱정도 크게 덜어낼 수 있었다.

“...공장 하나는 지어놔라. 버전이 다운된 것이라도 미리 공중 요새 3대는 무리 없이 전력으로 운용 가능토록 해두도록.”

드낙은 ‘소모된 신성력’을 떠올렸다.

‘힘이라는 그렇게 쉽게 소모되지 않는다.’

신성력의 자연적인 소모?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음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조심할 필요는 있지.’

재고로 남아도 그걸 떨쳐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뜨나아아악!”

뿔쥐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들은 드낙이 말한 대로 자원을 버리는 짓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 아직 한참 개발 가능성을 지닌 통나무 미사일을 현재 버전으로 대량 양산하는 공장을 단번에 세울 것이다.

*

<우주 낙원(Cosmos Paradise)>.

거대한 평탄한 땅덩어리가 부유했다. 그것은 이차원에 존재했으며, 아득히 먼 공간을 돌아다니는 군대였다. 그 땅덩어리의 길이는 30만km가 넘었다.

그 내부에는 수많은 이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화면이 가득한 곳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신성력 정보 입자의 소모를 확인했습니다. 차원 특정 완료했습니다.”

하나의 변수가 생겨서였다. <신성력 정보 입자>가 ‘소모’되었다. 그 입자가 얻은 정보는 당연하게도 우주 낙원으로 전송됐다. 아주 단편적인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인간이 살아갈 수 있고, 발키리 시스템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안정된 세계가 비로소 특정되었군.”

“거의 20년만 아닙니까? 이걸로 우주 낙원의 다섯 번째 공적이 생깁니다.”

용병 지구인(Mercenary Earthman) 2명이 대화를 나눴다. 그들의 목에는 사원증이 걸려 있었는데 직함은 없고 그저 M.E라는 글자와 이름, 사진이 있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

“가서 누가 반겨주기라도 합니까?”

“하하, 그래도 허리를 놀리며 진탕 놀 수는 있겠지.”

우주 낙원에 승선할 때만 해도 그들은 40대였지만 이제는 60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늙었음에도 전혀 흰머리가 없었고 피부도 20대처럼 젊었다.

상위인간(上位人間)이었으며 그들 모두가 발키리 시스템으로부터 보정을 받고 있었다.

“환희와 자유의 신께서 아주 좋아하시겠어. 쯧. 전쟁광 놈들, 그게 무슨 신이라고.”

“당연한거지요! 만신전에서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확보하고 싶어 하시지 않습니까.”

329명의 인신(人神)들의 회의소. 그게 바로 만신전(萬神殿)이었다. 가장 최근에 만신전에 들어선 자는 전쟁(戰爭)의 신, 카실레안이었다. 그는 정당한 ‘시험’을 통해서 합격한 자로 여신(女神) 프레이의 가장 큰 총애를 받는 신이었다.

실제로 카실레안은 500년이 채 안 된 나이를 지니고 있음에도 전술 능력이 탁월하여 100명으로 천 명을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고, 천 명으로는 만 명을 능히 감당하며 만의 병권을 쥐면 가히 불패(不敗). 승리하지는 못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고 일컬어지는 전설적인 인신이었다.

이곳에 지내는 용병 지구인(Mercenary Earthman) 중 카실레안과 함께 전쟁을 뛴 자는 없었다. 그들은 그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엘레우테리오 인신에게 알려라. 새로운 식민지를 특정했다고.”

“예.”

단번에 서류가 작성돼서 올라갔다. 동시에 우주 낙원의 유리관에서 동면에 들어있는 수많은 ‘천사’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천사들의 모습은 제각각 달랐다.

그것은 용이기도 했고.

엘프이기도 하였으며.

일곱 개의 머리를 지닌 히드라이기도 했다.

오랜 여정 속에서 인신, 엘레우테리오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게으름을 피우러 왔는데, 식민지 차원이 모습을 드러내서였다. 다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정도로 외진 곳이었다.

초월자 하나도 없을 수 있었다.

중립신의 안배가 태엽처럼 감겨가며 시작되었다.

그는 328명의 인신을 아래에 둔 대신이었으며, 그 인신의 모든 특징들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필연이었다.

만약, <테라>가 닫히지 않는다면 그의 대계는 실패할 것이나 다름없었으며 이는 곧 다른 자에 의해서 자신의 모든 것이 넘어갔다는 뜻이었다.

그러므로 차원 장벽으로 인해 완전히 '닫혀진 차원'이 되지 못한 테라는 파괴되어야했다. 그런 안배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중립신이 심혈을 기울여서 '때'를 기다리고 그 '때'가 왔을 때 움직여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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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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