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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기차 혁명.
물류 허브의 꿈.
중계 무역의 웅장한 이득.
이를 위해서 자치 왕국은 상당한 노동력을 투입하고 있었다. 신제국에 많이 양보했지만, 능히 남부 왕국의 이주자들을 받아들였다. 강제로 이주되는 이들이었지만 ‘사대밭 새마을 골램 운동’ 덕분에 굉장히 만족하는 편이었다.
드워프들의 철로와는 다르게 자치왕국은 또 그들만의 교통 발전을 이룩하고 있었다.
“마력 기차도 아니다.”
“주술 기차도 아니다.”
“희귀한 T34 융합 물약을 써야 하는 마주력 기차도 아니다!”
“철로의 발전만이 필요하다.”
드워프들의 경우에는 ‘드워프의 손길’을 통해서 필요한 것을 반영구적으로 효력을 토해내면 그만이지만 언제까지 그들에게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거기에 최근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지하 세계 또한 크게 발전시키기 바빴다.
외부 인력은 최소한에 그쳤다. 드낙이 원하는 사업이나 프로젝트에나 투입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리스크를 이미 알고 있던 자치 왕국은 자체적 기차 개발에 노력했고, 그 결실을 맞이했다.
쿠구구구구....!
나무가 비명을 지르며 움직였다. 단순한 나무는 아니었다. 원통 형태의 거대한 물레방아의 구조 속에는 수많은 태엽이 존재했다. 내부의 복잡함은 설계도만 해도 수백 장에 달했다.
건설하다 보니 필요한 게 더 있어야 했고, 누더기처럼 짜 맞춰야 했다.
<풍력 물레방아>의 프로토타입은 언제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걸 만들었다는 게 중요했다. 엄청난 지식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들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높이는 50m에 달했다. 동시에 고지 위에 지어져서 바람이 엄청났다. 그 물레방아의 앞뒤로 기둥이 2개씩 총 4개가 박혀있었는데, 바람을 안쪽으로 크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기둥을 가로지르며 둘로 나누어진 바람 중 절반이 물레방아 쪽으로 확 유입되기 때문에 강력한 풍력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이는 거대 물레방아를 돌리는데 이득이 된다.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철로에 거세게 물이 유입되고, 압력을 내뿜었다. 이 ‘수압’을 통해서 철로의 안쪽에 움직임이 일어나고 동력이 발생한다. 거기에 기차를 놓으면 움직인다.
“하나로는 동력 발생력이 낮지.”
기차의 위아래에서 잡아당기고, 밀어주는 방식이었다. 동시에 기차에는 다양한 마법과 주술이 깃들어있었다.
태엽 철로 기차 방식으로 자치 왕국은 가장 먼저 화물을 옮기기 시작했고, 성공적으로 이를 만들어냈다. 프로토타입이지만 30대에 달하는 기차가 돌고 돌았다.
단점은 브레이크 장치를 자주자주 바꿔줘야 하고, 멈추는데 많은 공이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정차 구역이 상당히 넓었고, 역도 적었다. 하지만 그런 단점 속에서도 뿔쥐 다음으로 기차를 완성했으며 지상 기차는 유일했다.
자치왕국의 기차는 신제국의 국경지대까지 이어져 있었고, 아래로 향하며 백설산맥까지 갈 수 있었다. 신제국과 오크 그리고 드워프와도 어느 정도 맞닿아있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대규모 물류 이동은 자치왕국의 기차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단하다.”
당연히 완성되고,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자 드낙이 시찰을 왔다. 끝없이 움직이고 있는 기차였기에 정차 스테이션에서 기차를 정차시키는 건 그야말로 공사나 다름없었다.
F1 레이스처럼 딱딱 맞아떨어져야 했고, 숙련된 자들이 수많은 연습 끝에 일에 손을 댈 수 있었다. 1초가 늦어지면 마력이 그만큼 소모되고, 브레이크가 그만큼 더 닳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있었다.
드낙은 그걸 구경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일’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다.
‘드워프도 각성제 권속 악마를 만들어줘야하고...할 일이 많네.’
칭찬하고 그들을 치하하며 관련자에게 금일봉을 하사한 드낙은 발에서 느껴지는 행성의 거대한 ‘힘’을 마주했다. 중립신이 작업하다가 미완성인 채로 내버려둔 ‘테라의 씨앗’이 심어진 행성이었다.
거기에 중립신의 정신은 없었다. 그저 힘일 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행성 작업을 하고 싶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지.’
행성 개조 작업은 대신이나 되어야 가능했다. 그렇기에 드낙은 행성에 큰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고,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마반신(半魔半神)의 수준으로는 행성을 바꿀 수 없었다.
‘빨아먹어서 흡수하는 방법이 있지.’
그렇게 한다면 드낙은 단번에 신격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무한히 확장하는 행성, 테라>의 계획은 오로지 중립신만이 가능한 설계였고, 그 설계는 미완성임에도 <한계가 존재하는 확장 행성>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드낙이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된다.
‘설계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기를 집에 까는 셈.’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비전문인에게 전기공사를 맡길 수 없었다. 쌩노가다판을 곳곳에서 제법 돌아다녀 봤기에 드낙은 이를 잘 알았다.
전문가 중에서도 병신이 있는데 하물며 비전문가? 상대할 가치조차 없었다. 그 세치혀에 놀아난 사람은 다시 사람을 불러야 한다. 돈 좀 아껴보려다가 3배 5배로 나가기 마련이다. 다시 철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들지 않는 게 상책이지.’
미완성이라고해도 착실하게 행성은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이 대륙을 중심으로 그 밖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끝에는 초거대행성이 드낙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 미래는 실로 아름다울 터였다. 드낙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자치왕국은 많은 물자를 효율적으로 보내며 다양한 화폐를 취득했으며 이는 세수로 들어왔고, 그들 지배자들의 손에 의해서 다시 재분배되어갔다.
모든 것이 드낙의 손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는 드낙의 생각이 하나, 둘 쯤은 들어가 있었다. 그저 그가 직접 하지 않을 뿐이었다. 가만히 놔두면 느리지만 그래도 어찌 되었든 중립신이 설계한 대로 이루어진다.
‘건들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소리지.’
드낙은 상념을 마치고, 드워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드낙의 눈에 이상한 게 밟혔다. 그건 신성력이었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이게 대체?’
섬뜩한 생각이 드낙을 엄습했다.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신성력은 단번에 사라졌다. 드낙이 다가와서, 간파해서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 신성력은 소모되었고, 소실되었다.
자신이 한 일을 수행하고 사라진 것에 불과했다.
결국 드낙이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수많은 운이 겹쳐서 생겼고, 그 운을 잡을 수 있는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파리아스의 것은 아니다.’
반신격에 오르며 신성력을 사용하게 된 세파리아스였지만 그 신성력의 기질을 알고 있는 드낙이었다. 그가 찰나의 시간 본 신성력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그게 너무나도 불안했다.
드낙 속에 잠들어있던 보신주의가 꿈틀거리며 눈을 떴다. 그리고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전혀 몰랐다. 그런데도 그 소용돌이가 보여주는 거대함은 드낙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
“흐음.”
“음.”
드워프와 오크가 서로 마주 보았다. 그 주위에는 서서 그들을 보좌하는 부관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 손에는 하나씩 저급한 종이가 들려져 있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 두꺼운 무릎(Zuzaan Kham)!”
탕탕!
드워프의 안부에 대전사가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하늘 산맥이야말로 오랜만에 본다! 내가 준 약재 효과를 많이 봤다고 전해 들었다!”
“그래, 그 덕에 드워프들이 많이 편해졌다.”
엘-오 연합은 전차원에서 으레 볼 수 있는 연합체였지만 드워프는 전혀 아니었다. 그들은 앗 하면 장기 동면에 들어가는 종족이라서 필요한 ‘때’에 강성한 종족이 아닐 때가 많아서 좋은 파트너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판도는 드낙이 준 각성제 나뭇가지로 어느 정도 완화되었고, 오크들의 강력한 약성을 지닌 약재들로 더욱 반감되었다. 그 덕에 오크와 드워프는 제법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드워프는 철강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들을 오크의 약재와 교환하고 있었다.
이는 오크들에게 특히나 고무적인 일이었다. 어찌 되었던 무역 판도는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안정되기 마련이었다. 가격 경쟁에서도 우월하며, 기술 경쟁에도 도움이 된다. 또 다양한 요구를 말하는 다채로운 종족들 덕분에 오크들 또한 발전할 수 있었다.
예를들면, 신제국은 토템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가장 많은 토템을 수입하는 곳이었는데, 그만큼 인구대비 초월의 힘을 다루는 자가 적어서였다. 반면 자치왕국은 주력 그 자체를 보관한 것을 원했다.
주술로 굳이 변형시켜서 주력의 소모를 끌어내지 않고 주력을 담은 저장소를 원하는 셈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오크와 드워프는 서로서로 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여기서는 드워프들이 조금 더 오크에게 질척거리는 편이었다.
“이렇게 오늘 회담을 요청한 까닭은 바로 ‘건강약탕’ 때문이다.”
“아아, 역시 그런가. 하하하. 요리 경합 대회 덕분에 아주 난리가 났다!”
세파리아스가 괜히 ‘전략 물자’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게 아니다. 실제로 많은 종족은 이 건강약탕을 두고 엄청난 전투를 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오크들만 웃음 짓고 있었다.
드워프들에게는 ‘독하면 독할수록’ 이득이었다. 활력이 없다가도 불쑥 튀어나오고, 열정이 샘솟기 때문이다. 각성제와는 다르게 음식을 통해서 드워프의 장기동면을 막을 수 있다는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허나, 하늘 산맥. 자네도 알다시피 경쟁이 대단해. 신제국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엘프들까지 달라고 하고 있어.”
“엘프? 그놈들이 왜?”
“폭풍의 요람 사업만 해도 피곤해서 죽는다고 난리인데, 건강약탕을 안 원하겠나? 강력한 스테미터 회복음식인데. 기침하면서도 먹기 바쁘지.”
뭐 하나 정력에 좋다고 ‘카더라’만 해도 씨가 마르는데, 진짜로 그게 효능이 있다면? 이거 그냥 미치고 마는 것이다. 없어서 못 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 전에 미리 장기 계약을 맺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늘 산맥 또한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안 되겠는데.’
다만, 싱글벙글한 오크 대전사의 모습을 보니 성사되기는 그른듯했다. 그걸 느낀 대전사, 두꺼운 무릎(Zuzaan Kham)이 호탕하게 웃었다.
“왜 그렇게 죽을상인가! 누가 안 해주겠다고 했나? 다만, 서로 오가는 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허어, 이 오크, 이거 상인 다 되었구만.”
“주술사 영감탱이가 하도 지랄, 개지랄을...크흠, 아무튼 자세한 건 이걸 봐주게.”
주술사들이 심혈을 기울어서 쓴 양피지를 꺼내서 건네줬다. 유통기간이 적은 저급한 종이와는 다르게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한 것이 양피지였다. 계약서나 다름없는 셈이다.
드워프 왕족 가문, 산맥 가문의 일원인 하늘 산맥이 이를 꼼꼼히 읽었다. 그러고 나서 두꺼운 무릎을 바라보았다. 오크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히 대전사들의 숫자도 늘어났고, 그들의 영향력은 자연히 감소, 오크 사회의 관리가 되었다.
“바다라니...”
“후흐흐. 크흐흐흐.”
드워프가 너무 놀라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감정의 동요를 보이자 대전사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실로 유쾌했는데, 드워프들도 깜짝 놀라는 행보를 자신들이 걷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남보다 우월하고 특별한 길을 오크들은 걸으려 하고 있었다.
“엘프들의 산박 기술은 모두 우리 오크들의 손에 들어왔다.”
“......바다는 위험하지만, 생명으로 가득 차 있지.”
드워프는 자신도 모르게 팔뚝을 쓰다듬었다. ‘둔한 피부’에도 소름이 돋았다. 그만큼 오크라는 종족에게 ‘식량’을 주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특히 어업(漁業)은 고대로부터 이어지는 편하면서도 리스크가 적고 엄청나게 쓸어담을 수 있는 무지막지한 산업이었다. 바다로 나간 사람이 물고기에 먹힌다는 소리는 우스갯소리나 다름없었다.
사냥꾼처럼 야수에게 당하는 것보다 어부가 더 쉽게 더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 그물 하나에 무수히 딸려 나오는 물고기를 보면 절로 덩실덩실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오크에게 식량을 맡기다니...’
고양이에게 물고기를 맡기는 격이었다. 그만큼 오크들의 잠재력은 식량을 만났을 때 가장 극대화된다.
하나하나가 교육을 받지 않고, 그저 산과 들을 뛰는 것만으로도 ‘순찰자’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놈들이 오크들이었다.
“오크가 생산하는 건강 약탕에 사용되는 약재의 5할을 드워프가 원하면 먼저 줄 수 있다.”
이를 하늘 산맥이 받았다.
“대신 배를 만들어달라는 소리군.”
“기술이 있어도 실제로 이를 적용하는 일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특히 선박이 클수록 터무니없을 정도로 크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선박 기술은 안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답을 바로 받아오라고 주술사가 말해서. 다른 오크 대전사들과 족장들도 빨리 답을 원한다. 건강 약탕의 약재를 구매하고 싶은 이들이 많다.”
드워프는 양피지를 품으로 챙겼다. 각성제 공장이 생기고, 각성제 열매를 맺는 작은 나무가 있다고 해도 아직도 부족했다.
‘드워프가 진정한 의미로 ‘제국’으로 불리려면 건강 약탕의 강렬한 활력이 필요하다.’
“드워프 3,000명이 거주할 항구가 있나? 없다면 우리 드워프가 만들어주겠다.”
그 말에 두꺼운 무릎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하늘 산맥의 손을 굳세게 움켜잡았다.
“옛 동부 왕국의 동쪽 끝에 있는 항구가 남아있다. 아무도 살고 있지 않지만, 오크들이 미리 가서 정리하고 있다. 그곳으로 향해서 배를 만들면 된다.”
두꺼운 무릎이 그렇게 말하며 큰 미소를 지었다.
산맥에 사는 오크들은 대게 쫓겨나서 그곳으로 들어간다. 모든 종족이 ‘기술’이 낮았을 때, 야만의 시대일 때 오크들은 너무나도 강대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다굴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오크들이 운 좋게 평야를 차지하면 단번에 전쟁을 일으킨다. 그간 산맥의 적은 식량 때문에 받은 고통을, 피의 역사를 알고 있어서였다. 그리고 다시 평야를 빼앗기기 마련이다.
너무나도 강대한 전사의 종족.
이는 역사가 되풀이되면서 오크들이 산맥에서 내려와서 평야를 못 가지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아니었다.
‘오크는 산의 종족이 아니다.’
오크는 바다를 가지고 있었을 때 가장 강력하다. 바다에서 나오는 식량은 평야보다도 많은 고기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션 오크다. 대해의 종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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