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61화 (86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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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드낙은 서둘러 뿔쥐에게 이를 알렸다.

“괜찮냐?”

“예. 공중 요새를 신제국에게 주는 게 가슴 아프기는 하지만 결국 기술은 기술. 저희보다 많이 보유하지는 못할 것이며 많이 운용하지도 못할 겁니다.”

피숨결 검은 뿔쥐가 냉큼 말하였다.

감히,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께서 자신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담담히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배가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

‘신제국... 어디 계속해봐라. 끝에 가서 누가 웃는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신제국 혼자서는 공중요새 하나도 못 만들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공중 요새 기술을 모두 받아갈 겁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저희보다 한참 뒤떨어질 것입니다.”

“그래. 그렇게 확답을 주니 내가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그래도 소원을 통해서 곤란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

이에 뿔쥐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어찌 감히 저희 뿔쥐가 신께 소원을 빌겠습니까? 저희는 소원을 반납하겠습니다.”

드낙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 이 기회를 빌려서 자신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정치 구도를 미리 선점하는 세력도 있었다.

“안 된다! 소원을 그냥 반납하겠다니!!”

“그것이 검은 돔의 결론이며 저희 지하 연합의 생각입니다. 저희는 아직도 반마반신께 얻은 은혜를 모두 갚지 못하였습니다. 빚쟁이가 무슨 요구를 하겠습니까?”

드낙은 그런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생각해라. 소원을 통해서 너희가 원하는 것을 말해라. 이건 명령이다!”

그 말에 뿔쥐가 소리를 드높였다.

“뜨나아아악!”

지하 연합에게 다시 소원을 생각해보라고 돌려보낸 드낙을 찾아온 건 엘프들이었다. 그들은 검은 잔을 통해서 자신의 피를 드낙에게 공헌하고, 업과 힘의 일부를 얻어서 종족값을 높이는 타락 엘프가 된 지 오래였다.

그 끝에는 디아볼로스라는 권속 악마가 되는 종착역이 있다.

“오랜만이다. 락테아 시오!”

“반마반신을 뵙습니다!”

“요즘엔 뭘 하고 있느냐?”

“예! 저는 최근에 충전식 가전제품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으으으으으음! 좋다! 아주 잘하고 있다!”

드낙이 그녀를 크게 칭찬했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디아볼로스들의 소원은 정했느냐?”

“반마반신의 권능을 원합니다.”

“뭐라? 내 권능이라?”

“예. 저희는 <공통 분배의 업>을 원합니다.”

“공통 분배의 업? 자세히 말해보라.”

이에 락테아 시오가 입을 털었다.

“저희는 엘프 신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논의를 하였고, 그 결과 그 어떤 후보도 당선되지 못하여 논의 자체가 결렬되었습니다.”

“허. 서로 그렇게 양보를 안 하더냐?”

“예.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동시에 신이 되자고 결의하였습니다.”

“뭣?”

‘무슨 병신같은 소리지?’

드낙이 황당해 했다. 이 말인즉슨, 10의 업을 가진 이와 0의 업을 가진 이가 있다면 이를 서로 분배하여 5의 업을 가지도록 정확하게 분배하자는 소리였다.

그것도 종족 전체가.

“그렇게 되면 언제 초월자가 될지 모른다.”

“예. 하지만 그 어떤 디아볼로스도, 타락 엘프도 다른 자가 먼저 엘프신이 되는 걸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 당장에라도 칼부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흐음.”

드낙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뭔가 음모의 맡을 수 있었지만 그게 뭔지를 몰랐다. 가장 먼저 드낙은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일인지 파악했다.

‘그런 건 아니다. 뭐지?’

영문모를 엘프의 소원이었다.

“그 진의가 대체 무어냐? 초월자가 되지 못한다니까? 내 말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는 하고 있느냐?”

“동시에 초월자에 오를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평화로운 해결 방법이라고 엘프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는 어떠냐?”

“저 또한 저 외의 다른 자가 먼저 엘프신이 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락테아 시오가 냉큼 대답했다. 아주 이기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그 모습에 드낙은 혀를 내둘렀다. 설마 신좌를 두고 이렇게까지 격렬하게 논의할 줄은 몰랐다.

“보름의 유예를 주겠다. 그렇게 해도 안된다면 내가 권능을 만들어주마.”

“아닙니다. 지금 권능을 주시겠다고 약조해주십시오.”

“건방지구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확답을 받아오라고 디아볼로스와 타락 엘프들이 난리입니다.”

정확히는 타락 엘프들이 난리였다. 디아볼로스가 몰래 드낙에게 업을 보내는 것도 모자라서 타락 엘프 몇몇이 잠자고 있을 때 은근슬쩍 자신의 업을 몰래 소매 넣기를 해서 순식간에 디아볼로스로 진화시켜서였다.

이는 엄청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디아볼로스가 자기들이 엘프신이 되기 싫어서 엉뚱한 타락 엘프를 멋대로 진화시키고 있었다.

업의 소매 넣기!

간악한 디아볼로스의 치사한 짓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그보다 격이 높은 능력이 필요했는데 그게 드낙이었다.

“그 정도인가...”

락테아 시오가 정말 불안해 보이자 드낙이 눈을 감았다. 자신에게 해가 될지를 먼저 생각했다. 보신주의하면 드낙이다.

‘아...이상한데. 나한테 해는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찜찜하지?’

이유도 몰랐다. 결국 드낙은 이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락테아 시오가 안달이 난 모습을 보여줘서였다.

“나중에 가서 딴소리 하지 마라! 아니, 딴소리해도 된다! 엘프신이 되고 싶은 자가 나온다면 내가 아주 크게 도와주겠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락테아 시오는 드낙이 확답을 내려주자 돈 받고 도망치는 사람처럼 호다닥 도망쳐버렸다.

‘됐다!’

그녀가 소리를 내질렀다. 이제 엄청나게 많은 엘프 배양소를 지어서 업의 총량이 많아져도 엘프신이 나오지 않게 만들면 된다.

드낙은 결코 상상도 못 할 목적은 바로 ‘초월자 거부’였다. 엘프들은 전쟁을 사랑하지도 않은 종족이었다. 그런 그들이 굳이 정복전쟁과 다를 바 없는 차원 원정을 할 리가 없었다.

용맹한 산맥이 오랜만에 드낙과 마주했다.

“요즘에 바쁘다지?”

드낙이 제법 아는 눈치를 하자 드워프 왕족, 용맹한 산맥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드낙은 중립신의 유지를 이어받은 자. 그리고 드워프 제국을 구한 자였다. 그런 자가 드워프의 행보를 자주 체크하는건 놀랄 만했다.

“들으셨소?”

“그래. 스틸 터널이라고 부른다며?”

용맹한 산맥이 신이 나서 떠들어대었다.

“그렇소! 기존 철로의 경우에는 훔치기가 편하지만 아예 기둥을 세워서 지상으로부터 3m이상 높은 곳에 철로를 설치한다면 건드릴 놈도 없고 시간도 많이 걸리오. 주변에 토목 공사를 진행해서 쉽게 접근하지도 못하게 한다면 교통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오!”

드워프 대륙 관통 사업.

대륙을 직선으로 쓱 그어서 거기에 스틸 터널을 짓는 게 그들의 목표였다. 이 사업은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

“아낌없는 지원이 있다고 하던데?”

“흐흐, 정차역에 대한 욕심이 종족마다 대단하여서 그 재미에 살고 있소.”

용맹한 산맥은 드워프의 콧대를 이번에 확실하게 높일 수 있었다.

“잘 돼서 보기 좋다. 소원을 말하라.”

“우리 드워프들은 각성제 악마 공장의 건설을 원하오.”

“각성제 악마 공장?”

“그렇소. 악마 건축물로 드워프에게 강력한 각성제를 생산해서 주는 곳이오!”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만들면 그만이다.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 알고 있겠지?”

“이를 위해서 많은 종족으로부터 가축을 사들일 생각이오.”

드워프 제품은 어디서든 잘 팔리니까 부족하지는 않을 터였다.

“최대한 효율적인 놈으로 만들어주지.”

용맹한 산맥은 연거푸 감사의 말을 전하며 드낙에게 휘황찬란한 왕관을 선물로 내어줬다. 인간, 드워프, 엘프, 오크, 지하연합을 상징하는 보석들이 오색찬란하게 빛이 나고 있는 왕관이었다.

“잘 받겠다.”

마지막에는 다시 뿔쥐들이 찾아왔다.

“소원은 정했느냐?”

“예. 저희는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으로부터 권능을 받고 싶습니다.”

“좋지. 어떤 거냐? 마력을 더 줄까? 뭘 더 줄까?”

드낙의 말에 뿔쥐가 담백하게 말하였다.

“저희의 피를 반마반신께 언제든지 바칠 수 있는 <희생의 잔>을 정신세계에 만들어주십시오.”

“너, 너희들...”

드낙이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한테 좋은 거지, 너희에게 좋은 게 아니다. 그리고 희생이라니! 내가 그런 단어를 지닌 권능을 너희에게 줄 성싶으냐!”

“그게 안 된다면 타락 엘프들의 <검은 잔>을 저희에게도 내려주십시오. 매일 같이 반마반신을 위해서 피를 바치겠나이다아아아아아!!!”

“이놈들! 절대 안 된다! 너희들은 지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드낙이 이리 펄떡, 저리 펄떡거렸다. 그리고는 화가 나서 명령했다.

“너희의 소원은 취소다! 대신 지하 연합 전체에게 내가 내 나름대로 상을 내리겠다! 너희가 그토록 원하는 권능을 지하 연합에 속한 종족마다 하나씩 줄 것이다!”

“그, 그게 무슨...아니됩니다!”

“돼!”

드낙은 뿔쥐의 털을 잡고 그대로 대전 밖으로 동글동글 굴려서 나가도록 만들었다. 토실토실해서는 잘도 굴러갔다. 약간 비만 고양이 같기도 했다.

‘잘 먹고 있군! 그럼 식량 권능은 아니고!’

일단 식량에 대한 권능은 생각에서 제외했다.

*

백설산맥(白雪山脈).

길쭉하게 대륙을 구분 짓고 있었으며 수많은 봉우리가 있었다. 구름 위로 솟은 곳도 있고 그러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광활한 산맥은 웅장했다. 오크들조차도 그 모든 곳을 지배하고 있지는 못했다.

더더욱 그들은 평야로, 바다로 진출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종족이 지닌 식량 수급은 아이러니하게도 산에서 벗어나게끔 그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런 종족 방향성과는 반대되는 일이 이곳에서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다.

“경치 좋다.”

전투 로브를 입은 전투 순찰자와 간편한 복장을 한 척후 순찰자가 나란히 봉우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크들이 물러난 봉우리를 순찰자들이 한둘씩 점거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오크들 몇몇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순찰자들의 숫자와 세력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많은 오크가 평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남은 늙은 오크들은 오크 나무나 유지하며 한적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 험한 봉우리에 살지 않고 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앞으로 30년 이내에 8개의 봉우리에 마을을 짓고, 순찰자를 양성한다.”

자치 왕국으로 떠나지 않은 순찰자들은 백설산맥에 눌러앉았고, 마을을 구성하여 살아가고 있었다. 오크들보다 적게 먹으면서 오크들만큼 사냥할 줄 아는 순찰자들의 마을이었기에 유지는 쉬웠다.

규르소모스는 혜안으로 미리 이를 드낙에게 알려서 교통 정리를 해달라고 했다. 오크가 순찰자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보다는 드낙이 이를 정리해주는 게 더 모양새가 좋았다.

‘반마반신, 등장.’

드낙이 봉우리의 생태계를 조사하고 있는 순찰자 2명의 뒤에 나타났다. 그들은 드낙이 나타났음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기 아래로는 그늘이 등져있어. 나무를 베어서 버섯 군생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울타리를 쳐야겠는데.”

“어이.”

쇅!

단번에 화살이 쏘아졌다. 전투 로브의 틈새에서 단궁을 쏜 것이다. 드낙은 그걸 손으로 잡아챘다.

“누구냐?”

말하면서도 서로 떨어졌다. 순찰자들의 싸움은 합격술이 아니라 티키타카에 가까웠다. 탱커가 없는 공격수의 협동이었다.

“젊은 친구, 입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난 반마반신 드낙이다. 내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오크가 머리 굴리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몸이 약하면 머리가 고생하는 법이었다. 그걸 순찰자가 꼬집으며 드낙에게 욕했다. 그런 놈의 뒤를 단번에 드낙이 잡아챘다.

“헉?!”

세상마저도 속일 수 있는 암살 재능을 지닌 드낙은 세상으로부터 그 어떤 관측도 피할 수 있었고 그 순간 드낙은 ‘파동’으로 존재한다. 고로 손쉽게 순찰자의 뒤를 잡아서 그를 제압할 수 있었다.

“이래도 안 믿으면 나도 어쩔 수 없는데.”

“그녀를 놓아줘! 이 나쁜 자식!”

전투 순찰자로 제압한 드낙은 두 명을 마법으로 띄운 뒤에 마을까지 쳐들어갔다. 제법 소란이 일어난 다음에 순찰자들이 진정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젊은 사람뿐이야? 기존의 순찰자들은? 내 얼굴 아는 놈이 한 명이라도 있을 텐데?”

“다른 마을에 있습니다. 여기는 새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래도 책임자가 완전 새사람은 좀 아니지 않나?”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헌데 무슨 일로...”

“오크들이 한소리 하길래, 영토를 좀 갈라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에 순찰자가 반대했다.

“백설산맥에서 떠나고 있는 오크들에게 무슨 영토를 줍니까?”

“어쩌라고. 반반씩 나눠서 가져.”

드낙이 양피지로 된 지도를 펼쳐서 무식하게 줄로 슥 그어버렸다.

“여기 넘어오면 순찰자들을 그냥 자치왕국이나 신제국으로 옮겨버리겠다.”

“......예.”

아프리카의 국토를 자기네들끼리 정한 열강과 같은 결정이었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드낙이 내뿜는 기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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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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