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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콜록! 커흡!”
가장 먼저 기침 소리를 낸 세파리아스가 손을 떨었다. 그만큼 이 오크 요리를 잘 체감한 자도 없었다. 몸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천부적이기에 몸의 반응에도 민감하다.
‘태산(太山)!’
약탕의 고기에 들어가 있는 강렬한 약기운은 평범하지 않았다. 나무마저도 강철보다 단단하다고 불리는 게 ‘오크 나무’였다. 그걸 인간의 몸에 맞게 적용한 약탕.
그게 바로 건강 약탕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고깃국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크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아무리 인간이 먹을 것을 감안했지만 결국에는 오크의 시선. 오크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설계였다.
그 영향력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말도 안 되는 힘이 느껴졌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양기(陽氣)는 태양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겠지.’
세파리아스가 주먹을 움켜줬다. 숟가락과 포크를 양손에 꼬나쥐었다. 그리고 단번에 국물을 집어삼키고, 고기를 뜯어 먹었다.
그건 다른 자들과는 한 발 더 빠른 모습이었다.
‘실질적으로 육(肉)을 강화할 수 있다.’
인간의 한계를 돌파함과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약재였다. 건강 약탕이라기보다는 강화 약탕 내지는 초월 약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저 뜨거운 것이 아니지.’
온몸의 기운이 펄떡 뛴다. 그리고 모든 세포에게 활기를 준다면 모든 면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운동선수가 마시면 3일 운동하고 하루 쉴 것을 7일 내내 달릴 수 있었다.
‘그건 인간 출신 반신격에게도 통하지.’
세파리아스는 말초신경의 한올 한올이 모두 활력으로 넘치는 기분을 느꼈다.
‘이건 전략 자원이다.’
요리업계? 개소리다. 천박한 민간인의 하찮은 소비문화를 이 약탕에 적용하는 건 무례한 짓이었다. 군사적으로 관리해야 할 물품이었다.
“이게 1등이다.”
무인의 마음에 쏙 들었다. 병사의 피로도, 근육은 오로지 시간만이 해결 가능했다. 아무리 날고 기고해도 부차적 수준의 회복량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만 이건 본질적인 회복과 강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뭘 네 마음대로 하는 거야?”
“그리고 이건 레시피를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
“뭔 개소리야, 또.”
드낙이 코를 비비며 말했다. 엄청난 약재의 강력함에 코에 고춧가루를 처박는 것처럼 느껴져서 코를 비비기 바빴다. 그만큼 강력한 약재다. 하지만 기괴하게도 몸이 원했다.
고통스럽지만 계속해서 몸이 원하고 있었다. 기침해도 숟가락을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잡고 있었다.
‘본능’이 이 건강 약탕을 원하고 있었다.
옷을 벗고 야지를 내달린 적 없는 도시인에게 주어지는 강력한 자유로움, 날 것 그 자체. 지식과 지능 그리고 사회관계를 위한 소셜 스킬. 그런 게 전혀 관계가 없다. 오직 자유로운 두 발만이 필요했다.
그리고 야생의 거칠함은 인간들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오랜만에 맛보는 야생의 바람은 몸이, 본능이 원하고 있었다.
본능의 요리!
“정신? 마음? 시끄럽고 앉아서 한 숟갈 혀! 몸이 안 좋으면 머리를 복잡하게 써야 해.”
그것만큼 가슴 아픈 게 없었다. 똑똑할수록 몸이 허하다. 그게 오크들의 진리였다. 몸이 튼튼하면 굳이 머리를 굴릴 이유가 없었다.
그걸 어리석다고 말하는 종족들에게 오크가 권하는 요리, 그게 바로 건강 약탕이었다.
머리로는 거부하고, 강렬한 맛에 정신을 못 차리지만 숟가락을 놓지 않는 것만 봐도 알 만했다.
“일단 나중에 이야기해.”
“전략물자를 민간에게 주면 큰 곤란을 겪을 거다.”
세파리아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도 경고하는 걸 잊지 않았다. 징병제의 무서움을 모르는 권력자는 10년 가기 힘들다. 무술의 평균치는 사실 놀랍도록 빨리 갖출 수 있었다. 그 이상을 향하는 게 어려울 뿐이다.
그에게 있어서 건강 약탕은 오크의 의도와는 다르게 훌륭한 전략 물자였다. 반드시 제한을 걸어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드낙은 코웃음을 쳤다. 결국, 잘되면 모든 이들이 상향 평준화가 될 것이다. 그건 드낙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관리하는 거? 똑똑한 이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다.
‘골램 공장만 봐도 말 다했지.’
드낙이 사실 건드린 게 없다. 근데 아주 잘 돌아가고 있었다. 유능한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그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게 드낙이었다. 그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피의 연결로>를 통해서 드낙은 상위인간이 되고 싶은 자들에게 그릇을 주고 반대로 약간의 업을 받아 챙기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종족에게도 이어져 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강제적으로 종족 값이 드낙 때문에 높아지고 있었다.
오직 신제국만이 세파리아스의 ‘신념’ 때문에 그게 가로막혀져 있었다. 약간의 변동은 있겠지만, 최소한 인간다운 인간으로 남을 터였다.
그렇기에 드낙은 세파리아스의 의견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의 목적은 종족값 상승과 종족 수준의 상승이다. 반대로 세파리아스는 무분별한 이들까지 강하게 만드는 걸 우려하고 있었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거기에는 강력한 힘과 영향력의 논리가 매우 컸다. 결국 세파리아스는 오크들의 건강 약탕을 민간에게 풀 수밖에 없게 되기에 이렇게 미리 면대면으로 승부수를 뒀지만 드낙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
중립신의 세뇌로 인한 영향력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드낙은 드낙이었다.
“이걸로 끝이군.”
모든 종족의 요리를 맛봤다.
‘하나하나 무섭다.’
손발이 덜덜 떨렸고, 현기증이 핑핑 돌았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가 드낙 앞에 섰다.
‘요리에 집중한 건 뿔쥐들의 요리지.’
[세상의 요리]라고 불릴 자격이 있었다. 또 고기를 아주 얇게 다진 것을 바닥에 펴 바른 것이라 ‘혼합육’을 쓰기도 편했다. 도축하고 남은 짜투리 고기로도 능히 가능했다.
‘뿔쥐답게 야만적이지. 고기의 근본 자체가 좀 허접하다고 해야 할까, 가난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드낙에게 더욱 다가오는 면이 있었다. 보급하기도 좋고, 레시피가 현지에 맞게 바꿀만했다. 현지에 있는 야채와 채소를 써서 졸이면 그만이다. 베이스가 되는 토마토에도 여러 가지를 섞을 수 있었다.
‘가장 추천할만한 건 역시 삭힌 포도주지.’
토마토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게 삭힌 포도주였다. 식초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풍미고 역시 포도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칼로리도 높은 편이고, 특히 포도주를 삭히는 건 누구나 할 줄 아는 쉬운 일이다.
포도가 없을 뿐!
“단순히 생각하면 일등은 역시...세상의 요리죠.”
“그렇죠. 특히 이번에는 대부분 고기를 주로 다루는데 뿔쥐들은 야채와 채소가 주재료 아닙니까.”
“민간에게 레시피를 공개한다면 가장 많이 쓰일 겁니다. 다진육은 특히 아랫사람들이 자주 사서 먹은 거지요.”
고급 부위 정리하고 남은 고기는 밑에 사람들이 먹는다. 비계는 물론 가지지 못한다. 동물 기름도 중헌 것이기 때문이다. 짜투리 고기는 말 그대로 짜투리다. 여러 사람 입에 오르지 못하지만 그래도 다른 요리보다는 할 만하다.
“가장 대회다운 요리입니다.”
요리 경합 대회.
거기에 맞춤형 요리는 필수적이다. 문제에 맞는 답은 정해져 있다. 거기에 뿔쥐들은 정확하게 그 ‘답’을 맞춰왔다. 말 그대로 우승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고기를 원합니까? 핫오일 피그는 앞으로의 삶에 행복을 줄 수 있습니다.”
“마을마다 주기적으로 보급하면 행복도가 확실하게 올라가기는 하겠지. 겨울에는 특히.”
세파리아스가 이에 동의했다. 생명체는 감정적 존재였다. 그렇기에 때로는 비효율이 더욱 효율적일 때가 있었다. 오로지 법칙만을 강조한다면 여름에 탄산음료를 1달러 더 올려서 팔아야 한다는 괴논리로 퍼질 수밖에 없었다.
욕이란 욕은 다 처먹고 인생 끝내고 싶은 CEO나 할 법한 생각이다.
인간은, 지성종족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중요할 때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솔직히 말해서 인간들의 ‘핫오일 피그’는 퍼포먼스적인 요소도 컸다.
“돼지 축제 같은 거로 매년 겨울에 축제를 벌일 수도 있겠지. 나쁘지 않다.”
거기에 맛도 일품이다. 그야말로 튀김과 기름과 돼지고기의 폭력이나 다름없었다. 이기려면 그보다 더 많은 기름을 썼어야 한다고 빈정거릴 요리가 바로 핫오일 피그였다.
‘맛있을 수밖에 없었지.’
특히 돼지껍데기를 굳이 안 벗긴 점이 플러스 요인이었다. 돼지 고기의 여러 가지 식감을 보여줬다. 이 또한 요리적으로 완성된 재미다. 한 가지 재료로 여러 가지 식감을 보여줬다.
‘굽기, 튀기기를 동시에 섞어낸 것도 일품이지.’
불향이 진득하고 겉이 바짝 탄 구운 돼지고기와 아랫배 속에 집어넣은 끓는 기름으로 튀긴 돼지고기.
“고기 조리의 양대산맥을 하나로 했습니다. 거기에 통돼지 한 마리를 요리하는 시각적 재미. 이걸 1위로 하지 않는다면 어느 요리가 1위입니까?”
너도나도 소란스러워졌다.
드워프는 국밥의 추억을 꺼냈다.
볼케이노 스네일은 청탁 요리로 일품이었다. 앞으로의 사업에 필수적인 레시피에 맛도 있고, 특히 매콤함이 특별함을 줬다.
건강 약탕은 전략 물자로 써야 할 정도로 기운 증진에 좋았다. 늙으면 없어서 못 먹을 지경! 젊은 사람도 본능적으로 숟가락을 소중하게 꼭 쥐고 있을 정도였다. 보양이 아니라 강화개조를 받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났다.
잘 부러지는 나무조차도 강철을 이겨내는 오크 나무로 변화시키는 것이 오크들의 약방이었다.
“모두 우승자로 하겠다.”
결국 드낙이 선택한 건 공동 수상이었다.
“모두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그렇다! 인간은 신제국과 자치왕국 공동팀이지?”
“그래.”
“너희들은 따로 두 개를 들어주도록 하지.”
나쁘지 않았다.
도전한 요리사들 모두 100개에 달하는 금화가 들어갔다. 레시피를 공개한다는 조건 때문이라는 걸 차지해도 큰돈이 개인에게 들어갔다. 금화를 쓰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그런 걱정은 조금 덜했다.
‘즉, 펑펑 써도 된다는 소리지!’
“모두! 축제를 즐겨라! 소원은 나중에 따로 받겠다.”
종족 하나에 하나의 소원! 그런 건 사실 지배자들을 위한 것이었기에 드낙은 고기를 풀고, 술을 공짜로 지급해줬다. 소비문화는 먹고, 마시는 사람이 있어야지 가능했다.
다섯 가지 레시피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있는 자들이 먼저 따라 했고, 없는 자들은 식당을 통해서 맛이라도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의외로 인기를 크게 구한 것은 뿔쥐들의 ‘세상의 요리’였다.
생각보다 현지화를 빨리할 수 있었고 대충이라도 따라 하는 게 가능했다. 쥐고기를 다져서 쓰기도 하고 그냥 대충 구색이라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장쥐는 신제국도 세상의 요리에 곧 점령당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며 뿔쥐 VS 세파리아스의 전적에 1승을 자축하였다. 물론 세파리아스는 모르는 일이었다.
“오늘을 기리는 동상을 만들어라! 간악한 대적자가 요리 앞에 무릎을 꿇었도다!!”
“뜨낙!”
“찍찍!”
*
사업은 항상 시작 전에 계획서를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사업 계획서는 상상과 다양한 지표를 만들어야 했기에 매우 어려운 편에 속하며 그걸 만드는 사람들끼리 갈등도 이어진다.
수평적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갈등은 사업 계획서의 완성도에 크게 관여하는 조건 중 하나였다.
<삼위 변종 악마>라 불리고 있는 이들은 당연히 수평적 관계였고, 불모지 악마 사업 계획서는 아직도 큰 논쟁 속에서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헤드스 하이에나의 여왕 발바룽.
연금 권속 악마 흰여우 새린.
중대형 변종 권속 악마 포낙서스.
그들은 하나같이 성격도 달랐고, 살아온 과정도 격차가 심했고 그 중 발바룽은 종족도 달랐다. 그런 세 명의 권속 악마가 모였으니 갈등이 갈등을 만들어내기 바빴다.
요는 전혀 생산적이지 못했다. 의견 교환도 정도껏 해야지 이제는 서로 앙금만 쌓여갈 뿐이었다.
“하하, 정말 웃기는 개지랄 소리네.”
그중에서도 히스테릭을 부리기 바쁜 건 흰여우 새린이었다. 남자는 힘들면 혼자가 되고, 여자는 힘들면 여럿과 함께하고 싶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새린은 방랑을 하며 살아갔고 그 누구와도 자신의 속사정을 공유하지 못한 비운의 연금술사였다.
그 덕에 그녀의 히스테릭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어떻게 타협하란 말인가? 헤드스 하이에나의 지상 계획은 완벽하다! 그걸 개지랄이라니! 말이 심하다!”
“개지랄이니까 개지랄이라고 말하는거지! 특히 거기서 내가 개지랄 맞은 오아시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문제야! 한여름에 개가 헥헥거리는 횟수만큼 많은 오아시스를 어떻게 만들어!”
자기 종족 위주 주의를 지닌 발바룽은 그녀의 히스테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서로 마구잡이 엉망진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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