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57화 (85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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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댕! 댕! 댕!

화려한 요리 시간이 끝났다. 이제 평가의 시간이었다. 요리를 일찍 완성한 순서부터 시작됐다. 가장 먼저 요리를 끝낸 것은 인간들이었다. 구우면 끝이었다.

듬직하게 썰어진 것만으로도 일품 요리에 손색이 없었다.

거대한 통돼지 고기를 보면 그냥 군침이 고였다. 비주얼 적으로 거대하기 짝이 없는 통돼지를 척척 썰어서 부위별로 나누고 이를 다시 분할하여 시계방향으로 쌓았다.

“요오리의 이름은 핫오일 피그입니다!”

턱!

“꿀에 찍어서 드시면 됩니다.”

“꿀에 이물질이 좀 있는 것 같은데?”

“꽃가루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드시면 됩니다. 선별한 꽃밭에서 키운 꿀벌들에게서 내온 꿀입니다.”

“음.”

심사위원들 모두 제법 돈을 잘 버는 요리사들이었다. 그들은 명성을 더욱 높이고 싶어 했고 이는 드낙이 주최하는 요리 대회와도 잘 맞아떨어져 있었다. 여기에 드낙이 훈수를 뒀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입을 탈탈 털기 바빴다.

“꿀은 조금 자극적인 풍미를 가지고 있으니, 일단 요리 본연의 맛을 맛보고 그다음에 꿀과 같이 먹어보지.”

그럴듯한 말이었다. 그리고 드낙은 물을 한입 물고는 오물오물 거렸다. 이를 심사위원들이 보고 참 기가 막혀 했다.

“혀가 맛을 잘 다스리도록 모두 입을 청결히 하시오.”

그걸 보고 드낙이 한 소리 하자 다른 이들도 허둥지둥 입을 씻었다. 요리 대회라는게 잘 없는 시대였다.

“음...그럼.”

드낙이 손을 비비며 돼지고기의 겉면을 포크로 톡톡 눌렀다. 딱딱함이 느껴졌다.

‘기름으로 튀겼기 때문이지.’

밀가루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드낙은 침을 삼켰다. 그렇게 한 이유를 잘 알고 있어서였다.

‘돼지 껍데기.’

그걸 굳이 떼지 않았다. 기름으로 확 튀긴 돼지 껍데기는 딱딱하지만 씹는 맛이 있을 터다. 단번에 입으로 집어넣었다.

바삭!

‘우, 우웃!’

가장 먼저 바삭거리는 식감부터 입에서 튀어나와서 드낙의 귀를 간질거렸다. 하지만 버틸 만 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헉!’

돼지고기의 감추어져 있던 육즙이 입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드낙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꿀꺽!

“허헉. 허어.”

입김이 펄펄 나왔다. 뜨끈하게 달구어진 육즙은 대단했다. 냉동 삼겹살만 먹었던 드낙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래 조리하지 않았다. 통돼지라서 깊게 익혀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었다. 육즙이 남아나질 않을 때까지 바짝 구워도 안쪽이 익기 힘들다. 하지만 확실하게 익혔고 동시에 육즙도 보유하고 있었다.

‘아무리 갓 잡은 것이라고 해도...’

현대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도축후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 근거가 부족했다.

“육즙은 유지하고, 속살은 완벽하게 익었는데 어떻게 한 거지?”

“아랫배에 끓는 기름을 채웠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봤지만 거기에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드낙과 요리사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튀겨진 돼지고기의 맛!’

지나칠 정도로 호화로운 풍미였다. 육즙을 지킨 건 아마 기름층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

드낙은 다시 한 입을 욱여넣었다. 후추의 풍미가 후욱 코로 들어오며 기름진 돼지의 느끼한 맛에도 능히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방패를 제공했다. 그리고 돼지 고기를 씹을 때 혀에 파고 들어오는 맛있는 짠맛!

거침없이 다섯 입을 하자 그제야 드낙이 화들짝 놀랐다.

‘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여기는 요리대회였다. 이렇게 거지처럼 먹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그가 눈을 돌리자 다른 심사위원들은 눈이 돌아가서 꿀을 퍽 찍어서 돼지고기를 먹기 바빴다.

“그, 그만! 다른 요리를 맛 봐야 한다!”

“후웁, 후우웁!”

“멈추라는 말이 안 들리나!”

드낙이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 모습에 심사위원들이 계속해서 더 격렬하게 돼지 고기를 먹었다. 꿀이 담긴 작은 그릇을 다른 손에 들어서 마시기까지 했다.

“이, 이놈들!”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웅성거림이 커졌다. 드낙이 가까이 가서 그들을 끌어냈지만, 돼지고기가 든 그릇을 쥐고 놓지를 않았다.

“마, 맛있어! 더! 더 먹을 수 있어!!!”

“이, 이놈들을 끌고 가라!!!”

사람을 돼지로 만드는 요리! 그것이 바로 인간들이 준비한 요리였다.

드낙은 손발이 덜덜 떨렸다. 만약 자신의 격이 낮았으면 그 요리의 힘에 저들처럼 굴복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조차도 돼지고기 요리를 눈으로 계속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 엄청난 요리를 탄생시켰군.’

부위별로 모양도 모습도 달랐기에 먹고 싶은 욕망이 너무나도 컸다. 특히 꿀이 일품이었다. 아무리 기름진 것이라도 꽃내음이 느끼함을 잡아주고, 후추와 소금과는 확연하게 다른 단맛을 통해서 입의 피로도를 줄였다.

‘이거라면 3인분도 거뜬하다...’

기름진 돈까스와는 격이 달랐다.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요리! 하지만 동시에 게걸스럽고 지성종족이 결국 ‘동물’임을 보여주는 요리였다.

입 주변이 기름으로 범벅이 되었음에도 꿀떡 꿀떡, 넘어가는 마약 요리는 미증유의 공포를 유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서운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줘라!”

드낙이 서둘러 요리를 밀어냈다. 다리가 달달 떨렸다. 중독된 사람처럼 굴었다.

요리사들이 그 모습을 보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는 다른 참가자들을 내려다봤다.

‘이 승부, 우리들이 가져가겠다.’

“다음은 뿔쥐 요리사의 요리입니다!”

다섯 명의 뿔쥐들이 단상 위로 올라와서 그릇을 제공했다. 고기 다음에 올라온 요리는 야채와 채소뿐이었다. 하지만 심사위원이 끌려갔기에 드낙 혼자뿐이었다.

“구경하던 관리라도 좀 불러와서 구색이라도 내라.”

어차피 평가는 드낙이 내린다. 의견을 참고하는 것뿐이었다. 앞다투어서 관리들이 내려오지는 않았다. 직급이 높은 이들이 헛기침하며 자리 잡았다. 그중에는 세파리아스도 있었다.

“뭐야? 너. 언제 왔어? 그렇게 요리 대회가 쓸모없다고 욕하더니?”

“국제 연합이 주최하는 일인데 황제가 빠질 수는 없지.”

그의 입 주변에는 기름이 범벅이었다. 분명 핫오일 피그를 먹은 게 분명했다.

‘새끼.’

드낙은 꼴값을 떨며 기품 있는 모습을 하는 세파리아스를 욕했다. 결국, 저놈도 요리에는 별수 없었다.

“야채와 채소를 졸인 밑에는 고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걸 이렇게 큰 포크로 떠서 한번에 먹어야 합니다.”

약간 큰 포크가 제공되었다. 다진육을 펼친 것이라서 포크라기보다는 케잌을 들어 올릴 때 쓰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

드낙이 가장 먼저 포크를 이용해서 그릇 밑으로 쑥 집어넣었다. 들어 올려서 단번에 입에 가득 집어넣었다. 입이 잔뜩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본 세파리아스는 썩 내켜 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게 먹어야지만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세파리아스가 결국 드낙과 비슷하게 한입에 한 조각을 크게 집어넣었다.

‘헛.’

세상.

그것이 혀 속에서 터져 나왔다.

수많은 야채와 채소의 물이 잔뜩 졸여졌기에 풍미는 말할 것도 없이 깊었다. 동시에 다채로운 향을 내는 향신료가 입을 지나서 숨을 내쉬는 코까지 점령했다. 콧물이 쭉 나올 정도였다.

“흣, 흐!”

뜨겁게 달구어진 것이라 입김이 훅훅 나왔다. 절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계속 씹을 수밖에 없었다. 다진육이 씹는 맛을 줬지만, 전혀 다른 것이 씹히기도 했다.

‘아! 구름을 씹는 맛이다!’

질기지만 씹을 때 공기층을 씹는 것 같은 식감을 주는 버섯! 거기서 즙이 나왔다. 꿀꺽 삼킬 때마다 행복감이 펄떡 뛰었다.

“요리의 이름은 세상의 요리입니다.”

인간 때와는 다르게 감탄이 없었다. 모두 눈을 감기 바빴다. 그리고 입을 계속 씹고 또 씹었다.

씹기 전에 맛있고.

씹어도 맛있고.

계속 목을 넘기며 먹었음에도 아직도 입에 먹을게 남아있었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건 새콤함이다.’

베이스는 토마토의 새콤함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끝까지 유지되는 건 아니었다. 조금 굵은 야채의 덩어리를 씹으면 새로운 야채향이 코를 괴롭혔다. 또 새콤함을 짓누르고 단맛을 주거나 기분 좋은 쓴맛을 유발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세파리아스가 포크를 또 다시 쥐자 순식간에 나타난 드낙이 이를 막았다. 눈을 감고 있던 세파리아스가 그를 노려봤다.

“뭐하는 짓이냐?”

“넌 평가를 내려야해. 한 입이면 충분해.”

“아니, 아직 요리의 정수를 모르겠다.”

그가 힘을 줬지만 어림도 없었다. 반신격에 올랐지만, 육체는 아직도 인간이다. 육체에 힘이 깃든 반마의 인자를 지닌 드낙을 이길 수는 없었다. 보통이면 여기서 칼부림이 나서 드낙을 물러나게 하겠지만 세파리아스는 그러지 않았다.

이 대단한 요리에 피를 묻히는 건 큰 무례였다.

그가 입을 닦았다. 그리고는 뿔쥐 요리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건방진 종족이지만, 이번에는 나도 부정할 수 없는 요리를 만들어냈군.”

“찍찍.”

그들이 쥐소리를 냈다. 건방진 세파리아스가 자신들이 만든 요리를 두고 굴욕적인 표정으로 맛있다는 것을 돌려서 말했기 때문이다. 죽어도 맛있다는 소리는 안 했지만 인정은 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맛없다고 말한다면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그건 무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떤 정치적, 국가적, 세력적 싸움도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소신을 마음껏 주장할 수 있었다. 항상 무인적 소양을 상황에 따라서 굽힐 줄 아는 게 세파리아스였다.

“뭐야, 진짜야?”

드낙이 재차 묻자 세파리아스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까딱거렸다.

‘살다 살다 뿔쥐들이 세팔이한테서 요리로 실력을 인정받네.’

물론 그만큼 뛰어난 요리였지만 솔직히 고개를 젓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그걸 거부한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백번의 변화를 주고, 씹을 때마다 다르다.

나머지 음식은 구경꾼들의 손에 돌아갔다. 앞에 있는 자들이 크게 좋아했다. 물론 대부분 어디 자리 하나 꿰찬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다.

“다음은 엘프들의 요리입니다!”

드낙은 의자 등받이게 척 기대었다. 아까 본 대로라면 솔직히 기대되지 않아서였다.

“요리 이름은 뭔가?”

“볼케이노 스네일입니다.”

“음?”

드낙이 조금 상체를 일으켰다.

‘볼케이노? 치즈를 그렇게 사용했는데?’

궁금증이 확 일어났다.

‘마법이군. 하지만 그래서는 안 돼.’

요리 자체에 마법을 넣다니. 그건 조금 반칙이었다. 인간들이 쓴 마법 기름은 간단한 것이라 유통이 쉽고, 또 통돼지였기에 한 번 하면 수백 인분은 금방이다. 대량 제조에 쉬운 것이 인간들의 ‘핫오일 피그’였다.

반면 엘프들은 달팽이 요리였다. 대량 제조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건 별개였다.

“요리 자체에 마법을 썼나?”

“아닙니다.”

“그래?”

드낙은 일단 요리가 자신의 앞에 오는 걸 기다렸다. 뚜껑이 열리자 드낙의 표정이 좁아졌다. 달팽이 껍질에서 빼낸 달팽이들이 잔뜩 있었고, 녹은 치즈가 한 가득이다. 거기에 조금 묽다.

‘프랑스 요리랑 비슷해 보이는데. 어디...’

드낙이 포크로 쿡 찍어서 달팽이를 입에 넣었다. 치즈의 향...일품이다. 하지만 대단하고 놀랍지는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그리고 한 번 씹는 순간...!

‘읍?!’

그 두 눈이 부릅떠졌다. 달팽이의 쫄깃한 식감은 골뱅이와 비슷했지만 크기가 더 컸다. 거기서 나오는 육즙이 폭발하듯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 매콤한 맛이 혀에 닿았다.

‘아! 이거, 달팽이가 원래 매운 성분을 지니고 있구나!’

현대에는 없는 식재료! 애초에 먹으면 매운 달팽이 식재료였다. 특이하기 짝이 없는 달팽이엿고 자연스럽게 치즈와 맞았다.

고소한 치즈는 자주 먹으면 느끼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씹으면 매운 육즙이 흘러나왔다.

‘쫀득하다!’

거기에 골뱅이와 비슷한 달팽이의 식감은 즐거움을 줬다. 특히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종족들이 고기와 채소 야채를 썼지만 ‘쫄깃한 식감’은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매운맛도 적었다.

‘볼케이노라고 말하기 충분한 매콤함이다.’

“크흣!”

실제로 씹자마자 깜짝 놀라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치즈 때문에 잘 중화되었기에 즐기기 충분했다. 강렬한 매콤함은 단 한 번,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고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베스트 중 베스트다.’

매운맛이 메워봤자 고통뿐이다.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게 매콤함의 진면모였다.

‘매운맛의 딱 좋은 부분만 내주고 나머지는 치즈로 털어내고 중화시킨다.’

드낙이 눈을 감았다. 엘프들이 이 요리를 위해서 전술을 짜는 것이 훤히 보였다.

‘이건...전술 요리다.’

노오란 치즈 속에 숨겨진 한 방이 있었다.

또 치즈만큼 중독성 강한 음식도 없었다. 실제로 치즈는 연구결과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드낙은 거기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치즈를 떠서 한 입 넣었다.

“이 달팽이의 이름이 볼케이노 스네일이었군.”

“예. 치즈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달팽이입니다.”

“한 방이 있는 요리였다.”

드낙이 흡족해했다. 달팽이라서 양산도 가능했다. 치즈는 목축과도 잘 어울린다. 즉, 정치적 요리였다.

‘무섭다.’

청탁 요리라고 할 수도 있었다. 드낙이 추진하는 골램 사업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치즈 또한 어렵지 않게 공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고 국가가 목축업을 장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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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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