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56화 (855/1,239)

<-- 856 -->

판타지 월드

“지금부터! 요리 대회를 시작하겠노라!!!”

“와아아아아!!!”

수많은 이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공짜로 얻은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맥주잔을 단번에 원샷했다. 밀을 공짜로 생산하면서 자연스럽게 맥주의 단가 또한 내려갈 수 있었다. 그 덕에 맥주는 국민 음료가 되었다.

남녀노소 즐기는 맥주는 인간의 행복이고, 다른 종족도 나쁘지 않게 즐겼는데 맥주의 맥아 비율이 대단히 높아서 그 풍미가 진짜 장난 아니게 진해서였다.

“종족의 음식을 하나씩 맛보고 평가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드낙이 호언장담했다. 그 외에도 점수를 내는 요리사들이 있었지만, 권위가 없는 편이었다. 앞으로 계속 나아질 것이다.

댕댕댕!

허공에 놓인 종이 알아서 크게 울리자 요리팀이 서둘러 움직였다. 그중에서 단연코 시선을 받고 있는 건 뿔쥐들이었다. 보통 옷을 입지 않는 뿔쥐들이 꽁꽁 자신들의 몸을 숨기고 있어서였다.

‘크흑.’

드낙은 그걸 보고 눈물이 조금 튀어나올 정도였다. 자신이 하는 요리를 위해서 털을 미는 것을 선택한 숭고한 뿔쥐 요리사들은 그만큼 드낙의 마음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수치심을 숨긴 채 그들은 오늘 결과를 내기 위해서 땀을 뻘뻘 흘렸다.

그들이 털을 싹 밀어버린 건 오늘을 위해서였다.

“채소! 야채!”

“뜨나악!”

다섯 마리의 피숨결 검은 뿔쥐들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손에서 그림자가 숙숙숙 나와서는 야채와 채소들을 척척 집어서 도마 위에 올렸고, 식칼을 쥔 뿔쥐 요리사가 허리를 살짝 숙인 상태에서 체중을 조금 기울여서 단번에 손질을 시작했다.

북, 북, 부욱!

겉껍질을 벗겨내고 바로 옆으로 보냈다.

쏴아아아!

물이 쏟아져 내리는 상당한 수압에 꼼꼼히 씻었고, 이를 다음 차례의 뿔쥐에게 던졌다.

탁!

그림자로 단번에 받아내어 도마에 놓은 뒤에 거침없이 쌍칼을 놀렸다.

다다다다다다다닥!

그 날랜 모습에 드낙이 가까이 가서 구경했다. 굉장히 넓은 냄비에 차곡차곡 야채와 채소가 쌓여갔다. 굵직하게 토막을 내기도 하지만 오래 끓어야 하는 건 얇게 채로 썰기도 했다.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사이에 소스를 만드는 작업도 이어갔다.

솨라라라라!

거칠게 수많은 향신료가 멧돌에 들어가고 대충 부서져서 나와서 그걸 다시 빻기 시작했다. 이중으로 갈아버리는 셈! 워낙 공중 요새에 많은 자원과 영향력이 투입되고 있어서 마법이나 주술로는 잘 빻지를 못했다.

충격파를 토해내는 주술을 요리에 쓰면 폭발하기 일쑤!

쿵쿵쿵!

그렇게 잘게 한 향신료를 계량하고 펄펄 끓는 토마토 소스를 짓이긴 곳에 넣기 시작했다. 풍미가 확 올라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루로 낸 것을 손짓해서 향을 맡으면서 그 강도를 살폈다.

하나하나가 양질의 품질을 지니고 있어도 빻고 나면 향이 강한 것, 약한 것으로 나뉘어 있어서 필요했으며 품위 있게 새끼손가락을 빨딱 세워서 콕 찍어서 입에 대기도 했다.

“으므, 음!”

드낙은 스리슬쩍 다가갔다. 다양한 향신료를 빻는 모습은 실로 잡다한 냄새가 났다.

“대체 무슨 소스를 만드는데 향신료를 이렇게 다양하게 써?”

“뜨, 뜨나아아악! 이 소스는! 수많은 향신료를 배합한 트릴리언스 소스입니다. 많은 요리사가 합심하여 만들었습니다!”

킁킁.

향이 제법 강해서 드낙의 콧속으로도 거침없이 들어왔다.

‘아!’

드낙이 감탄했다. 코를 탁 찌르는 강렬한 향신료로 시작하지만, 서서히 냄새와 자극도의 강도가 낮아지면서 끝에는 향긋하다. 최상의 배합법이 분명했다.

‘수, 수준이 높다...꿀꺽!’

맡기만 해도 군침이 흘러내렸다. 향신료가 워낙 많은 세계라서 더더욱 향신료의 다양한 배합에 승부수를 던진 듯했다. 그리고 확실히 그럴듯해 보였다. 특히 토마토를 삶아서 소스로 만드는 게 특히 눈에 들어왔다.

‘제법이다.’

채소와 야채. 고기는 얇게 다진 것을 바닥에 편 것이 다다. 고기가 굉장히 적게 들어가는 요리였다. 반면 야채와 채소는 대단히 많았다. 결국, 강한 풍미를 위해서는 향신료에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그럴듯하다.’

“요리의 이름은?”

“세상의 요리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채소와 야채 식재료를 사용하기에 만족스러운 이름이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고기가 저렇게 조금밖에 안 들어가다니.’

너무나도 아쉬웠다. 결코 무거운 요리는 될 수 없어 보였다.

와아아아아!

‘응?’

드낙은 환호성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인간들이 요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드낙 또한 감탄사가 나왔다.

“와우.”

서커스나 다름없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단단히 준비한 모습이었다.

“킁킁!”

코로 맡아지는 자극적인 불향! 거기에 기름진 냄새의 향기! 지하철을 올라오다가 불현듯 맡게 되는 고소한 내음을 맡는 기분이었다. 실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꿀꺽!

뿔쥐의 요리를 보고 군침을 삼켰는데 이번에도 삼켰다.

‘어찌 이렇게 욕심쟁이인지!’

인간 요리사들을 보며 드낙이 속으로 호통을 쳤다. 정말 욕심쟁이들이었다. 동시에 대단했다.

그들은 돼지를 통째로 바비큐하고 있었다.

화르르르!

최근에 벌목해서 나무향 내음이 그득한 나무를 쑥 집어넣었다. 또한 대장간 일에 쓰이는 백탄을 거침없이 집어넣었다.

‘사치스러운 요리다!’

척 봐도 드낙은 거기에 들어가는 돈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장작이 확 추가되자 불이 거세게 타올랐고 돼지 기름이 후두둑 소나기처럼 흘러내렸다.

치이이익!

잔뜩 달구어진 숯불에 닿으면서 기름이 타는 소리가 났다.

“흐으으으음!”

드낙이 눈을 까뒤집으면서 그 기름진 냄새를 맡았다. 향기롭고, 또 향기로웠다.

‘아! 불향과 기름 냄새! 이토록 사치스러운 냄새가 이렇게 세상에 가득하다니!!!’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돌려! 돌려!”

통돼지를 계속해서 360도 회전했다. 활활 태우면서 손질한 통돼지의 갈라진 뱃가죽에서 기름은 계속 나왔지만, 거침없이 돌렸다.

촤악! 촥!

바람 핀 애인에게 싸대기를 날리듯이 온몸을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요리사가 거침없이 손을 놀렸다.

계속 돌아가는 통돼지에 소금과 후추를 팍팍 뿌렸다. 드낙의 반마반신의 격이 그 뿌리는 행동을 포착했다.

“아, 아닛?!”

깜짝 놀랐다. 소금과 후추는 평범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초록색의 바짝 말린 뭔가가 같이 있었는데, 그 초록색으로 뭉친 것도 여러 가지로 나누어져서 색도 조금조금 달랐다.

휙!

단번에 이를 잡아내서 집어넣었다.

‘가, 감칠맛이이이이!!!’

혀를 공격하며 단번에 점령할 정도로 강력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동시에 드낙은 풍만한 몸으로 거칠게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의 환상을 보았다.

‘물고기를 통째로, 머리까지 갈아서 가루로 냈구나!!!! 이, 이놈들! 어떻게 이렇게까지 요리가 발전한 거지?!!’

엄청난 감칠맛을 내는 가루의 정체는 물고기를 통째로 갈았다. 거기에 가루마다 달랐던 점은 어패류도 뒤섞여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육류의 대왕, 돼지! 그리고 물에 사는 것들을 갈아서 만든 감칠맛!’

육해군의 엄청난 진군! 드낙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됐다! 다음!”

“하나! 둘!”

‘여기서 더 있다고?’

드낙의 눈이 홱 돌아갔다. 그리고 따로 펄펄 끓인 기름이 잔뜩 들어간 검은 솥을 천천히 들고왔다. 그리고 그걸 한 국자 퍼서 그대로 돼지의 위에 조심스럽게 부었다.

화르르르르!

“호우!”

기름 때문에 불길이 확 살아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돼지가 단번에 불에 휩쓸렸다. 하지만 괴이하게도 금방 꺼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마법 기름이다! 미친놈들!!!’

드낙이 입을 쩍 벌렸다.

‘이놈들은 일회성 기름에다가 마법을 부여했다!!!’

엄청난 시각적 효과까지 더했지만, 실리 또한 추구하고 있었다. 거기에 끓는 기름을 손질한 뱃속에 붓기도 했는데 내부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드낙의 귀를 괴롭혔다.

촤아아아아악!

‘비, 빌어먹을. 맛있어 보인다.’

척 봐도 존맛일게 분명했다. 불맛을 확 집어넣고 거기에 튀기기까지 하고 있었다. 맛이 없을 수 없었는데 거기에 필살기가 들어갔다. 바로 소스였다.

“그건?! 그건 뭐냐?”

드낙이 손가락으로 작은 그릇에 담고 있는 걸 척 가렸다.

“예! 이것은 꿀입니다. 소금의 짠맛과 후추의 거친향! 그리고 돼지고기...그걸 꿀에 찍어서 먹는 겁니다.”

요리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드낙이 꿀에 손을 콕 찍어서 맛을 봤다.

번쩍!

“이, 이럴 수가!?”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아아...’

자신은 지금, 꽃밭에 쓰러져 있었다. 꿀에서 엄청나게 농후하기 짝이 없는 꽃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벌꿀에서 지나칠 정도로 봉긋한 꽃내음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어, 어떻게...”

“꽃가루입니다. 벌들의 벌꿀은 꽃가루가 있습니다. 그 향이 이 벌꿀에 담겨 있습니다. 평범한 양봉으로는 얻을 수 없습니다. 꿀을 저장하는 곳까지 모두 꿀벌의 꽃가루가 묻어있는 것으로 만들어져야지 풍미가 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도 반나절이면 사라집니다.”

“공수하는데 엄청나게 공을 들였겠군.”

“여왕꿀벌에 다른 꿀벌들까지 통째로 마차에 넣어서 가져왔습니다.”

“그런!”

드낙이 다시 한 번 꿀을 맛봤다.

설탕을 먹여서 만든 벌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꽃향이 느껴지는 벌꿀은 그야말로 천연의 꿀이었으며 지나치게 단 꿀을 계속 먹어도 지치지 않게 만들어줬다. 단맛과는 별개로 코가 신선한 꽃과 풀의 냄새가 가득 느껴져서였다.

‘무섭다! 대, 대체 뭘 1등으로 해야 하는 거지?’

통바베큐에 칼집을 크게 냈기 때문에 소금과 후추가 깊게 베여있으며 국자로 기름을 쏵쏵 붓는다. 표면은 바짝 튀겨지면서도 검게 타지 않았다. 기름 덕분이었다. 사치스럽지만 그만큼...대단한 요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의외의 복병이었다. 아니, 뿔쥐도 복병이다.

‘복병에 복병...!’

드낙이 서둘러 다른 종족들까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우뚝 섰다.

‘왜 저렇게 조용하지?’

드워프들의 조용한 모습이 들어왔다.

‘킁, 킁킁.’

퀴퀴한 냄새까지 풍겼다. 절로 코를 막는 구경꾼들이 있었다. 하지만 드낙은 달랐다. 홀린 듯이 그곳으로 다가갔다.

구수한 내음.

점심 시간, 제법 바쁜 소고기 머리 국밥만 취급하는 맛집에 들어갔을 때 가게에서 맡아지는 냄새. 드낙은 그 냄새를 맡고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었다.

“무슨 요리를 하는 거지?”

“발효 생선탕입니다. 발효한 식물잎을 써서 쟁여둔 생선을 써서 푹 끓여내어 생선뼈까지 쉽게 문드러져서 씹어먹는 게 가능합니다.”

등푸른생선! 거기에 생선의 두툼한 지방은 국에 녹아들어 가서 감칠맛, 그 자체가 될 터였다. 거기에 푹 발효된 길쭉하고 평평한 나뭇잎을 드낙이 생으로 살짝 뜯어내어 씹었다.

‘헉! 무, 무슨 나뭇잎이길래 이토록 많은 수분을...!!’

츄릅...꿀꺽, 꿀꺽! 꿀꺽!

‘시다, 하지만 시원하고 맛있는 신맛이다!’

잎 속에 수분도 대단히 많았고 시면서도 동시에 짠맛이 있었다. 짠맛 덕분에 더욱 씹을 맛이 났다.

드낙은 다시 눈을 돌렸다. 사이드 메뉴에서 눈을 냉큼 돌려서 생선탕을 바라봤다.

펄펄펄펄!

미친 듯이 수증기를 내뿜는 냄비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치명적이었다. 한국인의 심장을 날카롭게 가르고 지나가는 요리사의 매서운 칼날!

‘이건, 이건...! 국밥 냄새다.’

드낙이 안절부절못했다. 발효음식이란 걸 드워프들에게 잠깐 말해주긴 했지만 이 정도의 퀄리티를 내다니, 놀라울 지경이었다.

‘이거 야단났다.’

소원 한 가지가 만들어낸 엄청난 종족들의 경합! 거기에 하나같이 필살의 무기를 들고 왔다. 드낙은 서둘러 엘프에게로 눈을 돌렸다. 타락 엘프와 디아볼로스로 구성된 엘프 팀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뭘 준비했을까?’

하지만 곧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달팽이를 삶고 있어서였다. 단번에 식욕이 팍 꺾였다. 다만 그것도 그들이 아는지 달팽이 껍질은 버리고, 살만 내어오고 있었다. 조그맣게 튀어나온 눈도 잘라냈다.

한입 하기에 딱 좋았다.

‘어찌 보면 골뱅이 같기도 하고...’

두고 보긴 봐야 했다.

“이 초록색 다진 건 뭐지? 향이 독특한데.”

“느끼함을 잡아주는 향신료인 울로스라고 하는 겁니다. 저희들은 치즈를 녹여서 소스로 쓰기 때문에 살짝 얹어서 먹으시면 좋습니다.”

‘제법이군.’

그럴듯했다. 마지막으로 드낙은 오크들에게로 향했다. 거기는 시작부터 다 때려놓고 냄비를 닫은 채 끓이고 있었다.

“킁킁.”

약재 냄새가 났다. 한의원에서 자주 맡는 쓰디쓴 한약 냄새다.

“약초 소고기국! 그게 저희들이 보여줄 요리입니다!”

“기대하지.”

물론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가장 평범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

[작품후기]

5897자

평점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