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45화 (84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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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삼위변종악마(三位變種惡魔).

드낙이 보유하고 있는 악마 권속 중에서도 가장 악마같은 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처우도 자연스럽게 변해갔다.

바로 대륙 북부 불모지 개발에 동원되었다.

“이런 곳을 개발하라고?”

체내에서 수천가지에 달하는 연금 재료를 뽑아낼 수 있는 소형 권속 악마, 흰 여우 새린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대륙 북부의 황무지는 죽은 땅이었으며 엘프들의 무분별한 마법 실험으로 인해서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면 불이 지펴지고, 해가 지면 살얼음이 맺혔다. 얼음 속에서 나무가 자라기도 했는데 금방 썩어문드러져서 먼지처럼 변해 바람에 날렸다.

바람은 종종 남풍으로 불다가 북풍으로 불기도 해서 매우 불안정했고 기괴했다.

우우우우우...!

거친 바람의 변동은 자연스럽게 귀신의 울부짖은 같은 바람 소리를 냈다.

모두 엘프가 저지른 실험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곳을 개발하라는 드낙의 지시는 기가찰 노릇이었다.

쿵.

“차근차근 진행하다보면 제법 그럴듯하게 멋진 땅이 될 수 있을거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포낙서스가 그녀의 불평에 대답했다. 그는 흉측한 모습을 지닌 권속 악마로 트롤 이상의 덩치를 지니고 있었고, 계속해서 몸이 불어나고 있었다. 변종 키메라 시절 얻었던 인자가 드낙이 준 악마 육체와 뒤섞여서 생긴 ‘변이 증식 세포’ 때문이었다.

“그리고 발바룽이 있지 않나.”

“흥.”

그 말대로 엄청난 헤드스 하이에나를 이끌고 온 여왕 발바룽은 불모지 개발에 제격이었다. 가장 영향력을 많이 행사할 수 있게 기대되었다.

새린은 가장 먼저 마력 중화제를 사용해서 정신나간 마법 토양을 중화시켰다. 햇빛을 마주하면 불타는 미친 땅이었다. 중화되면서 마력이 들끓어올랐다. 얼마나 많은 실험이 이루어졌는지 측정이 불가능했다.

화아아아악!

쏟아져나오는 마력 수치가 정상이 아니자 결국 다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이거 어떻게 된건가?”

“토양에 누적되고 누적된 마법이 중화제를 맞고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거야. 며칠이 걸릴지는 모르겠네. 땅 깊숙이 뻗어있어.”

보름이 지나도 그대로자 결국 드낙을 호출해야했다.

“정신나간 엘프들이에요.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에 마법을 때려박은건지.”

“흠.”

드낙이 오색으로 빛남과 동시에 토해져나오는 다양한 원소들을 보며 대답도 안 한 채 그걸 유심히 보고 있었다.

“일단 저걸 진정시켜라.”

“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흰여우 새린은 생전에는 중급 연금술사에 불과해서 마력을 액체에 담는게 고작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락테아 시오를 비롯해 다양한 엘프 연금술을 받아들였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효율성이 중요한 시대. 성과를 내면서 공부도 병행해야만 했다.

들끓던 마법 토양이 진정되었다. 그제서야 드낙이 그 흙을 한 줌 쥐고 매만졌다. 반마반신(半魔半神)이었지만 반마(半魔)가 먼저 되었기에 육체를 통해서 흙을 파악하는게 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개판이구만.’

“원소마법이 아무렇게나 쓰여진 것 같은데...이걸 실험이라고 볼 수 있나?”

그냥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쓴 듯하다. 그걸 보며 드낙은 상상이상으로 엘프 사회가 많이 억압된 사회였고 불만이 계속해서 토해졌지만 해소는 안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기진 마력을 칩으로 만들지 않고 여기에 화풀이 하듯이 써버린 엘프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현대로 치면 지폐를 태우는 식인가.’

진짜 끝장인생이 아니면 못할 짓이다. 먹고 살 수는 있지만 엘프들은 그런 걸로 만족을 못한 듯했다. 하지만 끝내 드낙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종족이 달라서 그런지 좀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녹안(綠眼) 때문일지도 모르고.’

냉정하게 생각해서 죽도밥도 안 되니 참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잘 참았다. 그러다보니 썩어 문드러져버렸을지도 몰랐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수틀리면 그냥 지주에게 죽창 꽂는 식의 사회 정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토양 한 줌에 깃든 마법은 적다.’

하지만 쌓이고 쌓이고 흘러서 엄청나게 깊이 마법이 스며들어있었다. 중화제로 자극받으면 끝도 없이 원소와 파괴적인 마법들이 솟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목적 없는 마법은 흐물거리기도 해서 오래 지속되는 점도 있었다.

‘쓸만한데?’

“그냥 흙을 퍼올려야겠는데?”

“네?”

“이 흙은 못 쓰는거잖아. 거기에 중화제 연금물약을 써도 자극만 될 뿐이고, 무엇보다 대기에 있는 마력에 전염되는 특성이 있어.”

오래 땅에 존재하다보니 자연적인 특성이 스며들어가서 대기에 존재하는 마력과 융화가 쉽게 이루어졌다. 즉, 1+1인 셈이다. 푹 묵힌 된장처럼 이득이 크다.

“마력 발전소로 딱이잖아.”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흙을 이용하면 공짜로 마력을 추출할 수 있잖아.”

“저 흙을 사용하려면 퍼내야하는데, 그건 공짜가 아니지 않습니까?”

“초월의 힘이 보여주는 이득을 생각하면 공짜지. 크놀들도 많잖아. 그리고 이렇게 불안정한 밞고 어떻게 살아?”

“중화하면...”

너도나도 말렸다. 미친짓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낙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했는데, 골램 생산의 가속화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져서였다. 어차피 대기로 마법을 날려버릴 거면 발전소처럼 단단한 곳에 넣어서 자극시켜 마력을 모아서 필요한데 쓰는게 더 이득이었다.

그렇기에 마력 발전소였다.

발바룽은 흰여우 새린과 변종 키메라 포낙서스와는 다르게 곧바로 타협안을 제시했다.

“운반에 도움을 주신다면 하겠습니다.”

어차피 지하 연합의 지원 덕분에 굶어죽지는 않는다. 여기서 묵힌 마법 토양을 상품으로 삼는 건 그렇게 나쁜 생각이 아니었다.

“진행시켜. 그리고 이걸 배양시켜서 퍼뜨려라.”

드낙이 버섯 하나를 품에서 꺼냈다. 버섯 밑에는 곰팡이 같은게 잔뜩 있었는데, 균체인 버섯의 씨앗들이었다. 뿌리가 없는게 버섯이었기에 양분으로 삼을 흙만 있으면 키우는게 가능했다.

“그것도 권속 악마입니까?”

인간, 키메라 이제는 악마이기도 한 포낙서스는 다양한 종족을 체감했기에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확하다. 역시 포낙서스. 이건 <악마 진화 버섯>이라고 한다. 영양분을 업과 격으로 변환시켜주지. 그건 매우 미미하지만, 필멸자들에게는 톡톡히 그 역할을 해낼 것이다.”

“악마 진화 버섯!”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자칫잘못하면 불모지가 또 불모지가 될 겁니다.”

영양을 뺏어먹기 때문이다. 드낙이 고개를 살살 쳤다.

“나무에 대고 키우면 되지않느냐. 어디서든 잘 자란다. 너무 온도가 높으면 안 된다. 삼림업을 제대로 계획해서 키울 생각이기에 벌목할 나무들이 많아서 생각해냈다. 숯으로 만드는 벌목하는 나무 중에 가려서 여기로 운반하기로 명령해뒀다.”

산림 조정 산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든 최하급 권속 악마였다. 공격 능력도 없고 식용 버섯에 불과했다. 단, 복용하면 업과 격이 쌓인다는 장점이 있었다.

“최대한 잘 키우겠습니다.”

매우 중요했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공손한 말이 나왔다.

“그리고 버섯은 날 위한게 아니다. 너희들도 먹고, 다양한 종족에게 적당히 배분해서 거래해라. 협상에 따라서 비율도 다르게하고, 상업적으로 써도 된다.”

“허나, 반마반신시여. 그렇게 한다면 신격에 오르는 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드낙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려고 만든 버섯이었다.

“그게 내가 원하는 바다. 일단 반신이라도 빨리 한놈 나오게 해서 독립시켜줘야, 다른 이들도 내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 않겠냐.”

중립신꼴이 날까봐 무서운 것도 있었다.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제가 당장 가서...”

드낙이 그 말을 끊었다. 임금이 안 보이면 임금욕도 하는게 이 바닥이거늘!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아니다. 상업적으로도 쓰지마라. 한놈만 찾아서 일단 반신으로 만들어야겠다.”

“예?”

드낙이 한놈만 걸려라는 식으로 말하자 모두 뒷걸음질 쳤다.

그들은 결코 드낙의 품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불모지를 개발하고 어느 순간이 오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개꿀이었다. 권속 악마가 되면서도 사실 수명도 의미가 없어졌다. 그럴듯하게 수준이 오르면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어서 흰여우 새린이 가장 기민하게 물러섰다.

이들의 태도는 실로 그럴듯했는데, 엘-오 연합 뿐만 아니라 다종족 연합체가 드낙 때문에 욕심없이 재화가 분배되면서 제대로 굴러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엘프는 보통 엘프도 아니고 악마의 힘을 받고 있는 하프 데몬이 된 상태다.

이 상태에서 묻고 더블로 드낙이 악마와 신의 반열에 동시에 오르면 드낙이 만들고 잉태한 권속 악마 또한 이 세계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호로 잡놈의 새끼도 건들기가 쉽지 않아진다.

그들이 물러나자 드낙이 중얼거렸다.

“한놈...딱한놈...리스트를 만들어야겠어. 너희들!”

“예?!”

“너희들도 악마가 되고 싶을거 아냐. 독립해야지! 그래야 내가 중립신처럼 안 될 거 아냐, 빨리빨리 신격을 지닌 채 안전하게 독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내가 편해져.”

드낙이 새린을 쳐다봤다.

“너! 연금술의 악마라던지 그렇게 되어서 차원 하나 새로 가져서 막 네 아이들 꾸리고 그러는거 좋지 않겠어?”

“예? 아, 저는 지금 엘프 연금술에 많이 심취해 있어서...아직은 뭐랄까, 제 차원을 가지고 싶다는 그런 마음은 애착이 없고 자식도 좀 너무 지금은 예, 제가 뭐랄까...모성애가 좀 없어서요.”

새린이 고개를 휙 돌리며 횡설수설했다. 이에 드낙의 눈이 포낙서스에게로 향했다.

“저는 그 자연인이 꿈이라서...”

포낙서스는 되도않은 변명을 했지만 드낙은 의외로 그 변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현대에서도 제법 그런걸 로망으로 삼는 자들이 있어서였다.

“발바룽, 너다. 너.”

“예?”

“헤드스 하이에나만의 세계를 만들어야하지 않겠어? 세팔이는 좀 불안해. 그러니까 네가 악마 진화 버섯을 다 해먹어라. 빨리빨리 커서 반신으로 올라가자. 팍팍 지원해줄게.”

“네? 아뇨...저는 조금 소소하고 좀 확실한 행복을 원한달까, 너무 크게 세력이 있으면 체감이 반대로 적지 않습니까? 이 가족같은 분위기의 헤드스 하이에나 무리를 이끌고 싶달까...”

“그래도 나라 하나는 만들어야지...”

“물론! 나라도 만들겠습니다만, 차원의 지배자는 좀...”

드낙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독립이 최고야. 그러다가 이 세계도 망하면? 차선이 있어야지, 차선. 항상 이 미래를, 응? 미래를 생각하란 말이야.”

망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세계였다. 곧 집값이 내리니 빨리 팔라고 종용하는 부동산 업자 같았다.

“네...근데 전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어서...예예...”

“너도 싫으면 디아볼로스를 반신으로 일단 만들어볼까?”

“적극 찬성합니다!”

“옳으신 결정입니다.”

“엘프들은 원래 그렇게 성장을 못한 불우한 이웃 아닙니까? 분명 좋아할겁니다.”

“거기에 그들은 한 번 중립신에게 호되게 당해서 멸망의 기로까지 선 자들 아닙니까? 반신이 되겠냐고 물어보면 얼씨구나 좋다하고 집어먹기 바쁠겁니다.”

“그럼요! 저도 포낙서스의 의견에 크게 공감하고 있어요.”

삼위변종악마들은 혓바닥을 놀리기 바빴다.

‘모든게 끝난 상황인데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피를 철철 흘려서 만들어진 평화였다. 이제 방석깔고 앉으면 끝이다. 다른 차원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야망이 없었다.

*

오랜만에 피숨결 검은 뿔쥐의 11인 의원회가 총소집을 맞이했다. 거기에 평범한 총소집이 아니었다. 그들의 부관이나 제법 영향력 있는 자들이 3천마리나 모여있는 대회의였다.

연회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환희보다는 진지함이 더 컸으며 일말의 불안함마저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뿔쥐 역사상 가장 큰 위험이 다가왔다. 찍찍.”

대장쥐의 한 마디에 웅성거림이 자연히 커져갔다. 모두가 그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살아 숨쉬는 우리들의 신께서 요리경합 대회를 열 생각을 가지셨고, 공표마저 끝냈다. 우승하는 자는 소원을 하나 그분께 요청할 수 있다.”

“신성모독이다. 어찌 감히 그분에게 부탁을 한단 말인가.”

“모독이다. 모독!”

너도나도 소리를 냈다.

“오크들이 우승한다면 그들은 분명 욕심에 가득찬 부탁을 할게 분,명하다!”

“엘프들은 피를 내놓으라고 성을 내겠지. 오만하다! 오만한 자들이다!”

모든 뿔쥐들이 그들을 욕하기 바빴다. 괘씸하고, 오만하고 주제도 모르며 그분이 대우를 해준다고 히죽이죽 웃기 바쁜 버러지같은 종족들!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 요리대회에서 우승해서 소원을 얻어 이를 드낙의 은혜라고 외치고 또 외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승해야한다. 하지만...우리는 요리를 너무 등한시했다!”

대장쥐가 주먹을 흔들며 외쳤다. 실제로 뿔쥐들은 재료 본연의 맛과 아주 제한적인 식량 종류로 살아가고 있었다.

애초에 생식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요리 대회’에서 그들이 승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식문화 자체가 너무달랐다.

그렇기에 그들은 대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종족 자체가 엄청난 단합력으로 발전해야했다.

“일단은...”

대장쥐가 조금 말을 골랐다. 그만큼 이번 위기는 역사상 최고의 위기였다. 뿔쥐들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요리 전쟁에 임해야했다.

상황은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뿔쥐마저도 있을 지경이었다. 벌레를 볶은 고소한 가루같은게 최고로 맛있는 거라고 타종족에게 그나마 한 마디 들은게 전부이니 할 말 다했다. 다른 먹거리는 혐오스럽다고해서 숨겨서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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