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44화 (84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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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목축과 농업인들이 대규모로 실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는 게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골램 사업이다.

드워프, 엘프가 공장을 짓고 있었기에 그 공장이 완공되면 무시무시한 사회적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를 미리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지 않는다면, 엄청난 숫자의 실업자들을 오랫동안 묵히게 될 것이다.

그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계단식으로 목축인과 농업인들을 프로토타입의 골램들과 바꿔치기하여 그 생산비를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해결방안은 광산입니다.”

세리안은 태평하게 말했다. 노동이 필요한 곳은 눈감고도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그 어떤 감정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내 자식이 광부가 된다면 무슨 기분이냐라는 질문도 그녀에게는 맞지 않았다.

수준에 맞는 일이 인간에게는 정해져 있다. 즉, 천직(天職)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재능있는 자는 대우받고, 재능 없는 자는 천직(賤職)에 종사해야 한다.

다분히 귀족적 사고관이었다.

“채굴은 골램이 더 잘하지.”

드낙의 말에 세리안이 입을 삐죽였다.

“채굴 골램 제작 공장도 안 짓고 있지 않습니까.”

“곧 지을 거야. 그것도 일차 산업이잖아?”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힘든 일이기도 했다.

“그럼...그나마 기술이 필요하고 복잡한 의류업에 종사하는 건 어떻습니까.”

“한 번 입으면 헤져도 수선해서 계속 입는데, 되겠나?”

“옷 또한 문화가 될 수 있습니다.”

게제라스의 말에 세파리아스는 코웃음쳤다. 옷은 권력이다. 그걸 다른 이들이 영유하게 만든다면 사회 혼란이 커지고, 권력자를 못 알아보는 천치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 외에 온갖 것들이 이야기 됐다. 그중에는 제법 드낙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게 보였다. 바로 필사본이나 양피지 혹은 저급한 종이 제작에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목판인쇄나 철판인쇄가 확 떠오르기도 했다. 이를 미리 언급하여 나중에 까먹지 않게 점찍어놓았다. 아이디어는 획기적이었으므로 반대는 없었다.

“인쇄 쪽에 종사하도록 한다고 해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수요가 적은 게 문자였고, 문학이었다. 모두 고민할 때 세파리아스가 발언했다.

“반마반신이 일차 산업의 끝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것도 사람들에게 해방하는 게 좋겠지.”

“뭘 말하고 싶은 거냐?”

“요리다, 요리. 식사를 만드는 것에서 해방하는 건 시민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도 된다.”

그 말에 드낙이 무릎을 탁 쳤다.

“가사! 가사로부터 해방! 와! 로봇청소기!”

현대에서도 있는 집안이나 할 수 있는 게 요리에서의 해방이었다. 그걸 실현한다면 여가 시간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고 식량 해결은 물론 맛까지 갖추어진 자유가 주어진다. 의식주의 식이 100% 남의 손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요리는 전문성도 높다.’

하기 나름이지만, 커리어를 쌓기도 좋았다. 재미를 느낀다면 얼마든지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식재료를 키우는 건 농업 골램에게도 힘든 일 아닌가. 소금이나 설탕을 대량으로 생산하기도 힘들고.”

수많은 향신료, 생장 조건이 다르고 수확 시기도 다른 온갖 식물들을 대량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고기의 자유’를 추진하고 있었기에 가축용 곡물이 농업 골램에 의해서 키워질 예정이었다.

쌀보다 소고기를 많이 먹는 세상! 그리고 그 소고기가 공짜인 세상!

그것이 드낙의 현재 가장 큰 노림수였고,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로부터 나오는 문제는 무조건 해결해서 우직하게 밀고 나갈 생각을 가졌다. 황소 같은 정책이 가지는 무서움을 잘 몰랐다.

다만, 세파리아스는 이를 잘 알았다.

그만큼 많은 개혁을 단행한 영주도 없다. 수틀리면 마을 하나 전부 장대에 걸어 죽이는 건 예사였다. 지금과 세파리아스의 처세는 너무나도 달랐다.

“향신료에 종사하도록 한다라...그렇다면 바다 쪽으로 이주를 해야겠는데.”

소금을 만들기 좋게 바다가 육지 속에 쏙 들어오는 만(灣)을 만드는 게 좋아 보였다. 세파리아스는 당연히 그 속에 숨긴 진의(眞意)를 스리슬쩍 내뱉었다.

“그렇다면 신제국 서쪽의 바다겠군. 제국 동부는 아무리 동쪽으로 가도 바다가 없으니까.”

그는 계획이 있는 남자였다. 다분히 신제국에 이득이 대는 해결 방안을 말했다. 근데 놀라운 건 그게 그럴듯하다는 점이었다.

“소금은 골램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냐?”

“그건 다른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

“교육시설도 정비해야 하고, 보급화를 해야 하는데 쳐내야 할 건 쳐내야 합니다.”

드낙이 하는 일은 국제적 사업이었기에 국제 연합 회의를 통해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신제국과 자치 왕국의 통치는 드낙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맡고 있었다. 드낙이 하는 짓을 보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통치와 개발이 분리되었다.

반마반신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했기에 이게 가장 이상적 형태였다. 그렇기에 농업인과 목축인은 향신료를 만드는데 동원되기로 결정되었다. 바다에서 소금을 만드는 이도 있을 것이고, 사탕수수와 비슷한 걸 수확하는데 열일을 할 자도 있을 터다.

그 외에 온갖 다양한 향신료 식물을 키우게 될 터다.

“다음 안건은 삼림에 대한 안건입니다. 매우 조직적인 산림 구성 조정에 대한 상세입니다.”

게제라스의 말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계획 산림업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나? 없다고?”

다음은 계획 산림업에 대해서였다. 제국이 인간의 적을 영토에서 완전히 밀어낸 것과 같이 지성종족에게 필요한 식물을 대거 키우는 선별작업이었다.

그 누구도 여기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진행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이건 드낙이 제법 놀랐는데, 나무의 가치가 이 세계에서는 상당히 높아서였다. 그걸 재정비하는 일이다. 한 소리 정도는 할 법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목공, 약재, 과일, 수액과 고무, 나무와 공생하는 다양한 버섯과 같은 식용 식물들이 가장 많이 들러붙는 나무 등 용도에 따라서 각각 10여 종씩 선별하고 묘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후별로 구간별로 지역별로 용도별로 각각의 산지와 개발하지 않는 곳을 싹 밀어버리고 새로 심을 생각이었다.

“또한 화재를 통해서 구간별로 태우기보다는 벌목하여 숯으로 만들어 민간과 중소 작업소에 무료로 공급할 생각입니다.”

드낙이 게제라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훈수를 뒀다.

“아낌없이 주는 것이 나무이기에 확실하고 철저하게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지만 모든 것이 더욱 편해지기 마련이다.”

“예. 차질없이 진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산림 조정안에 대해서는 여기서부터 문제였다.

“나무를 심는 구역에 대해서 너무 평등하게 이루어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자급자족을 하지, 누가 내다 팔고 사겠는가?”

세파리아스의 말에 게제라스가 언짢은 기분을 했다.

“어차피 기후와 지형 때문에 충분히 나누어져 있고...사업으로도 쓸 수가 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신제국과 자치왕국을 비롯한 종족별로 영토에서 키우는 나무 중 몇 가지를 제외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신제국이든 자치왕국이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은 대부분이 국유지였다. 왕의 땅이며 영토다. 이 가치를 더 높일 생각을 하는 건 그들로서는 당연했다. 게제라스의 시선이 드낙에게로 향했다.

“마음대로 해라. 다만 국제 연합의 안건으로는 지정하지 않는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끝냈다. 어차피 교통 수단이 계속 발달하면 안 쓰는 땅만 많아질 뿐이기에 그렇게라도 가치를 높이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드낙은 주제를 돌렸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나서였다.

“그리고 외식업의 경우에는 지금부터라도 수많은 먹거리 레시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양한 맛을 추구해야지 나중에 향신료가 따로 놀지 않는다.”

“저명하고 창의적인 이들을 모아서 결과를 내겠습니다.”

“또또 빤따스틱. 판타스틱 요리 경합을 개최하겠다. 그래야 문화가 되고 유행이 되겠지. 독특하고 참신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들이 많이 나올 것이야!”

이는 신제국과 자치왕국을 비롯한 모든 지성종족의 숙제가 될 것이다. 드낙이 ‘판타스틱 요리 경합’을 하고 승리자에게는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기생인(寄生人)은 눈을 떴다. 그는 주위를 살폈다. 숲이었지만 다른 건 기억나지 않았다. 왜 여기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손이 사타구니로 쑥 내려갔다.

북북.

사타구니를 긁었다. 용솟음치는 정력이 들끓었다.

금발에 푸른 눈을 지닌 기생인은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신체도 건강했다. 미남 소리를 어디서든 들을 법했다.

악마에게 빚어졌으니, 못생길 수가 없었다. ‘목적성’이 아주 뚜렷했다. 남자는 여자가 예쁘면 그만이고, 여자도 남자가 잘생기면 그만이다.

성욕이 강한 미남에 대한 수요는 어디든지 있었다. 그리고 미남의 숫자는 적다.

강간이라는 것도 사실 못생긴 것들이 탐욕을 부리는 것에 불과했다. 잘생긴 것들은 못생긴 것들과는 다르게 굶어 죽기도 힘들다.

예쁘고 잘생기면 장땡이다. 그건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려온 정정당당한 외모지상주의였다. 못 생기면 강단에 서지도 못하는 철학자가 수두룩했고, 돈 못 받는 조명한 정치가도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철학이 꽃피던 시대에도 그랬는데, 이런 야만의 시대는 더더욱 심했다.

산 아래에 자리 잡은 작은 촌락에 자신이 악마로부터 만들어진 것도 모르는 각성인이 자리 잡았다. 그는 젊었고, 질병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돈을 벌고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장 열정이 있는 자였다.

자연스럽게 모든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그를 위해서 사랑을 속삭이는 처녀들이 있었다.

“헉헉!”

그는 사타구니를 열심히 놀리기 바빴다. 그건 서로 간의 합의에 의한 교미교미였다. 이내 마을 촌장의 사위가 되었고, 그는 자식도 여럿 출산했다. 문제는 다른 여자들도 건드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처벌받지는 않았다. 촌장의 보살핌 덕분이다. 오히려 죄를 지은 것은 여자가 되었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그런 승승장구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자식이 많아지자 키우기가 힘들어지고 성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졌다. 결국 각성인이 한 것은 야반도주였다. 사타구니 놀리는 건 쾌락인데 자식을 키우는 건 책임이었다.

‘이건 내가 꿈꾸던 생활이 아냐.’

각성인에게 설계된 욕망과는 맞지 않았다. 흐르고 흘러서 보부상이 된 그는 수려한 외모로 추녀들과 과부들을 핥아먹었다. 만약 각성인이 미녀였다면 추남과 홀아비를 핥아먹었을 터였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이 들끓는 욕망을 풀어헤치는 것뿐이다. 책임 없는 쾌락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긴 꼬리는 단번에 잡혔다. 결국 도를 넘은 것이다.

“이러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가만히 있어!”

철썩! 퍽!

뺨을 후려갈기고 배를 걷어찼다. 여자가 숨을 쉬지 못하고 꺽꺽거렸다. 무자비한 폭행 속에서 또 한 번 성욕을 해결한 그가 골목길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뭔가가 그 입구를 막아섰다.

“찍찍.”

그가 서둘러 몸을 돌렸다. 하지만 반대편도 막혀있었다. 퇴로가 양방향이라고 선택한 곳이었는데 둘 다 막혔다. 하지만 냉큼 엎어진 사다리를 고쳐 올려 지붕에 대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발로 그걸 걷어찼다.

그곳에도 피숨결 검은뿔쥐가 있었다. 놈이 내뿜는 피숨결은 붉디붉어서 공포스러웠다. 양지로 올라선 뿔쥐들은 이제 공개적으로 자신들을 내비치며 치안 유지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X대가리 잘못 놀린 놈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나 신제국 내에서는 젊은 여성에 대한 보호가 상당했다. 남자와는 다르게 후손을 낳을 수 있어서였다.

인구 싸움이야말로 지금 가장 치열한 상황인데, 성폭행 범죄자는 살인자와 같은 수준의 중범죄로 여겨지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일부다처제를 통해서 부유한 자들은 몇 명이나 아내들을 거느리고 있을 수 있었다. 진탕 허리를 놀리려면 돈을 더 벌어서 세금을 내라는 식이었다.

그 세금은 자연스럽게 궁핍한 자들에게로 들어갔다.

“쉐, 쉐도우 위스퍼...”

그가 두 무릎을 꿇더니 손을 싹싹 빌었다.

“딱! 딱 한 번이었습니다!”

“어리석도다. 뜨-낙께서 그리시는 세상을 더럽히려고 하고 있다니...”

“신성모독이다. 뜨낙!”

그렇게 비는 손에 주술로 이루어진 족쇄가 묶였다. 사지가 묶인 채 놈의 죄목이 적힌 저급한 종이와 함께 경찰에 넘겨졌다.

기생인은 그렇게 한순간의 충동 실패로 더는 사회로 나갈 수 없었다. 한 번의 범죄가 한 여자를 망가뜨렸기에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노동력’이 곧 돈인 세계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세파리아스는 무엇보다 돈보다는 명성을 원하는 자였다.

신제국에 나타난 기생인은 그렇게 노예가 되었지만, 그가 낳은 자식의 숫자만 해도 벌써 30을 헤아렸다. 그리고 그 기생인 또한 모조리 잘생기고 이쁜 미인이 될 것이다.

검버섯처럼 퍼져나갔다.

성욕을 풀지 못해 미쳐버린 기생인 노예는 광질을 하던 손으로 자기 위로를 하다가 그만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그 시체는 불타서 뼛가루만 남았고, 지정된 구덩이에 그냥 버려졌다.

시간이 흐르면 그 뼈는 썩어서 토양을 ‘악마적인 토양’으로 만들 것이다. 다만 이는 곧바로 느껴지지 않을 수밖에 없었는데 다른 뼛조각들이 수북이 쌓인 구덩이에 묻혀서였다.

이미 그곳의 토양은 썩을 대로 썩었다. 빗물이 고이면서 뼈가 썩고 이미 그 썩은 물이 토양을 검게 변질시킨 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그 썩은 토양이 악마적인 요소가 깃들었다고 해도 바로 악마의 토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 지식이 있는 자는 이곳에서 범죄 노예들을 관리하고 있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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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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