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43화 (84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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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헛짜, 헛쨔!”

드낙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허공해서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헛짓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 이를 본다면 웬 미친놈이 정신이 나간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새로운 물질 창조.’

그는 반마반신(半魔半神)이었지만 밑에 사람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비틀린 존재였고, 일을 시켜도 은근히 마음 한 구석이 케케묵은 김치처럼 냄새가 피어올라오는 것이었다.

이번에 하는 일 또한 필멸자를 위한 상품을 만들고 있는 과정이었다.

상과 벌은 중요했고, 노동하는 이에게 금일봉은 마약보다도 더 강한 동기부여를 주기 마련이었다.

드낙이 노리고 있는 표적은 바로 드워프였다.

활력을 반나절 동안 유지한다고 해도 꾸준히 그들의 활동성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민을 해봐야 했고, 최대한 시도를 해봐야 했다.

그중에 하나가 물질창조였다.

악마의 육체로 T34 융합물약도 만들었는데, 다른 물질을 못 만들 리가 만무했다. 보면 볼수록 악마들이 가진 육체의 힘은 나눠주는 데 제격이었다. 신보다 더 필멸자들에게 좋은 걸 줄 수 있었다.

‘술과 마약 같은 것들이 최고지.’

호흡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이 드워프였고, 워낙 육체 내구력이 좋은 것이 그들이었다. 강력한 각성제를 만드는 게 드낙이 할 일이었다. 또는 다양한 물질을 통해서 드워프들의 호르몬을 자극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물론 이는 미래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드낙이 할 수 있는 건 현재로서는 강력한 각성제를 도입하는 것뿐이었다.

호르몬 자극제를 비롯한 DNA 활성화 물약은 어림도 없었다.

불룩.

드낙의 손짓에 허공에서 피가 떨어져 내라며 혈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곳 나뭇가지가 되었고, 뿌리도 없이 땅에 쑥 박혔다. 곧 나뭇가지와도 같은 혈맥에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맥동이 시작되었다.

곧 나뭇가지의 끝마다 새하얀 것이 매달렸다. 반투명한 액체였고 점성이 대단해 보이는 것이었다.

‘속행의 잎.’

순찰자들의 지식 중 하나였다. 12종에 달하는 식물을 모아서 한입에 쏘옥 먹어야 하는 강력한 각성제였다. 보통은 가루를 내서 들고 다니다가 한 번에 털어먹는다. 몸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다만, 그렇게 12종의 식물을 키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고산지에서 자라는 식물이 5종 등 전부 자라나는 환경이 달라서였다.

그렇기에 이런 방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각성혈맥지(覺醒血脈枝)>는 오로지 드워프만을 위한 것이었지만 희석시킨다면 다른 이들도 즐길 수 있었다. 이는 소비 상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다만, 각성혈맥지는 땅의 힘을 소비하기 때문에 관리에 제법 힘을 써야 하는 게 문제였다. 드낙이 지닌 힘은 한계가 있어서였다.

이를 드워프 대표자에게 넘겨줬다.

“숫자를 늘리고 싶으면 나뭇가지 하나 뚝 끊어서 옮겨 심으면 된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흰색 액체를 핥아먹어 본 타오르는 돌산맥이 절로 고개를 숙였다. 이걸로 깊은 잠에 빠지는 드워프의 숫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지금 가장 드워프들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드워프에게 이같이 밝게 빛나는 빛이 어디에 있는가.’

강력한 각성제야말로 드워프에게 필요한 물품이었다. 이를 업을 소모하여 권능으로 까지 내어줬으니 절로 고개가 숙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으로 출산율도 높일 수 있고, 더욱 활동적으로 행동하게 될 터였다.

드낙의 보살핌을 확인한 드워프는 다시 한 번 드낙에게 좋은 시선을 보내올 것이다.

‘꼭 필요한 일이지.’

부려 먹기만 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종족과 함께 나아가는 게 드낙의 목표였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나보다 똑똑한 녀석들이 많다.’

그들을 대우하면 할수록 자신이 편해지며 그와 반대로 발전하는 속도는 빨라졌다.

‘상을 또 줄 만한 종족은...’

오크와 인간은 뭐, 골램 산업만 해도 말 다했으니 당장 더 줄 것은 없었다. 반면 엘프들을 챙겨줄 생각을 가졌다.

디아볼로스와 타락 엘프에게는 드낙이 연회를 개최했다. 준비는 그들이 했지만, 그들은 불평 하나 없었고, 오히려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대들에게 큰 프로젝트를 단기간에 끝내라고 해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드낙이 상을 내려줄 것처럼 굴자 너도나도 기운이 샘솟았다. 볼에는 홍조가 달아오르기도 했다. 감정이 불룩불룩 튀어나오는 것만 봐도 예전의 엘프들이 아니었다.

드낙은 중앙에 마련된 제단에 자신의 피를 크게 담았다. 그리고 황금으로 된 잔으로 직접 피를 떠서 한 명씩 호명하여 피를 마시도록 했다.

이것에 담긴 업은 오롯이 엘프들의 넓어진 그릇에 담길 것이고, 그들은 단번에 초월의 길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될 것이다. 고작 한 걸음이라고 하기에는 검은 잔을 이용하고 있는 타락 엘프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것이었고, 한 꺼풀이 벗겨진 디아볼로스들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 보상이었다.

모두 드낙의 피가 담긴 잔을 앞에 두고 고개를 깊이 조아리고, 양손으로 받아들었으며 매우 조심스럽게 한 방울도 빠짐없이 핥아먹었다.

혀를 움직이고, 흥분한 숨소리가 거칠게 드낙의 귓가로 들려왔다. 그건 드낙을 흥분시키기도 했는데, 자신이 내려준 상을 미친 듯이 좋아해 줬기 때문이다.

이타심으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이다.

수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회 봉사를 하는 이들이 가지는 기쁨이기도 했다. 그건 술이나 마약과는 또 다른 종류의 고등한 정신적 쾌락이었다.

툭툭.

드낙은 특히 락테아 시오를 비롯해서 18인의 벨룸 퓨에르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한마디를 하기도 했다.

“여기서 최대한 날 위해서 일하고, 나중에 신격을 얻으면 널 따르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 언제든지 떠나도 된다. 날 결코 의심하면 안 된다. 알겠어? 난 중립신처럼 다 잡아먹을 생각이 없다.”

“예?”

모두 당황한 눈치였다. 왜냐하면 엘프신으로 오른다고 해도 다른 차원으로 가기에는 불안요소가 너무나도 많아서였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드낙이 다음 차례를 불렀다.

그건 하나의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초월자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는 디아볼로스가 생겨날지도 몰랐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이 지닌 업을 드낙에게 몰래 밀어버리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황은 결코 나쁜 게 아니었다. 노괴들은 사라졌고, 고통받던 벨룸 퓨에르는 엘프들의 지배자가 되었다. 락테아 시오는 외지에 투입되던 원정대 신분이었다.

그 지옥구덩이 보다는 죽지는 않는 지금 이 시대가 오히려 엘프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시대였다. 최고의 자유 또한 쥐어졌고, 원하면 모든 지식을 열람할 수 있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그 뒤로 드낙은 또한 엘프 공장에서 일하는 엘프들에게도 직접 찾아가서 피를 전해줬다. 그 행보의 귀찮음이야말로 엘프들을 기쁘게 하는 보상이기도 했다.

지배자가 직접 행차해서 종족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겸사겸사 농업과 목축 골램 시제품을 구경하기도 했다. 프로토타입이라서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계산된 공장 공정에서 나오는 양산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조잡했다.

“오오...이게, 이게 지금 밭을 갈고 있는 거냐?”

“예! 한 치의 오차도 없고, 무엇보다 이렇게 여기를 보시면 이 자투리땅이라고 해서 큰 도구를 사용하지 못해서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해야 하는 것도 농업 골램은 능히 해낼 수 있습니다. 여기만 해도 족히 밀을 50개를 더 심을 수 있고...”

“...밤낮 구분 없이 잡초부터 시작해서 병충해 또한 잡는데 탁월합니다. 여기 이 팔부분을 보시면 다섯 개의 조밀조밀한 벌레잡이용 사출팔이 발사되는데 그 발사속도는 감히 병충해가 반응하지도 못하고 잡혀 죽을 수 있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기능을 실제로 보여주고 설명하기 바빴는데 의외로 농업용 골램이 목축용 골램보다 더 많은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다.

“어찌 그런가?”

“방목해서 키우면 의외로 목축이 더 키우기 편합니다.”

평야가 많은 대륙이었다. 면적을 최대한 좁게 해서 가축을 키울 필요가 없었기에 건강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농업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드낙이 이상할 정도로 유기농, 자연적인 것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였다. 그덕에 농업용 골램은 가히 병충해 살육병기나 다름없었다. 밀밭 하나 키울 때 수십만이 넘는 벌레를 죽이도록 설계되어있었다.

비건들이 보면 놀라서 까무러칠 정도로 농업은 피로 잔뜩 물든 생산 산업이었다.

“이대로 진행해.”

동시에 프로토타입으로 확실하게 골램이 농업과 목축을 대체할 수 있어 보였다. 문제는 농부와 목축업자들의 대체 직업이었다.

*

인간 아기들의 시체로 이루어진 세계.

“무슨 일이냐?”

가만히 있던 아카타베루가 눈을 돌렸다. 그는 지금도 수많은 곳에서 흑마법사들로부터 다양한 업을 받아 챙기고 있었다.

구천안흉(九千眼凶)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접고, 무릎을 꿇었다.

“차원 침공을 위해서 기생인(寄生人)의 침투를 청하러 왔습니다.”

“흠, 차원 침공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함인가?”

“중립신의 안배가 이루어진 토양입니다. 그 토양이 양분이 넘친다면 이를 썩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생인이라, 오랜만에 들어보지만, 이번 경우에는 제법 효율적이군. 허나 너무 조심스러운 것 아닌가?”

“엘프와 오크가 있는 세계 아닙니까. 거기에 중립신이 죽었다면 더더욱 그들의 기개가 대단할 겁니다. 괜히 시선을 끌어서 엘-오 연합을 끌어내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되옵니다.”

엘-오 연합.

듣는 것만으로도 입이 마르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차원에서도 종종 엘-오 연합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마신조차도 한 수를 접어야 했다.

차원 침공을 접고 손절한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아얄타를 외치며 마신장을 타고 오르는 오크와 그 덕에 여유롭게 마법을 사용하는 엘프들의 연합은 그 차원에 침투한 그 어떤 세력보다도 강할 수밖에 없었다.

‘엘프와 오크면 인정해야지.’

대악마도 인정하게 만드는 게 엘-오 연합이었다. 반박 불가능이었다.

“허락하마.”

아카타베루가 이를 허락했다. 어차피 예정된 차원 침공이다. 그 여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이득이었다.

기생인은 일종의 ‘테라포밍’을 위한 기초 작업에 해당했다. 수많은 테라포밍용 권속 악마가 존재했고, 소아귀(小兒鬼)도 비슷한 권속 악마였다.

그중에서도 기생인의 경우에는 그 어떤 경우에도 들키지 않는 비밀 테라포밍의 대가였다. 그 누구도 못 알아차린다는 게 중요했다.

워낙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었다. 허나, 50년이라는 세월이 쌓이면 그제야 문제가 드러날 터고, 그때 맞춰서 차원 침공이 개시된다. 해결하려고 해도 이미 차원 침공이 시작되기에 거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

성공적인 테라포밍인 셈이었다.

아주 잘 된다면 아카타베루의 세계와 중립신이 있었던 세계가 부딪치는 형세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세계의 부딪침이 아니라 세계의 융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초전(初戰)부터 대악마 아카타베루가 전투에 참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기생인 하나를 중립신이 있었던 세계에 침투시키는 일은 매우 간단했다.

악마가 빚어낸 인간 하나를 보내는 게 끝이었다. 거기에 그 기생인은 자신이 악마로부터 탄생했다는 것조차도 몰랐다.

구천안흉(九千眼凶)이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온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9천 개의 눈도 휘었다.

기생인(寄生人)은 구천안흉이 가장 좋아하는 하급 권속 악마의 한 종류였다.

‘흐흐흐.’

성욕이 강한 인간이며, 이종교배에 대한 탐욕도 강하다. 종족불문으로 박아대는 것이 기생인이었다. 모두 악마의 손길이 닿아서였다. 놀라운 건 실제로 아이와 새끼를 잉태한다는 점이다.

그건 또 다른 기생인이 된다. 그저 종족이 다르고 형태만 다를 뿐이었다.

동시에 신중하기도 하고, 탐욕 덕분에 부자가 되기도 쉽다. 남의 두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며 돈 먹기 바쁜 존재다.

그런 삶을 살다가 죽어서야 기생인(寄生人)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썩어 문드러지면서 없었던 형질 변화가 일어나며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며 악마적인 흙으로 변모시킨다.

동시에 수많은 혼란도 야기된다.

자연적 언데드의 발생율이 높아지는 건 물론이고 사사건건 혼란을 야기시키는 종자들이 발악을 한다. 워낙 인자가 불안전해서 신중하지 않은 기생인이 생길 수 있어서였다.

또한 그들 모두 자식을 낳는게 기괴할 정도의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성 종족에게는 잘 보이지도 않는 변화일 수밖에 없었다.

사회를 무너뜨리기도 좋았다. 혼란과 내분이 일어나기 쉬웠다. 운 좋게 눈독이 들어서 엘프라도 강간해서 아이를 잉태한다면 엘프 내분도 노릴 수 있었다.

실력 있고 성욕 강한 인간이 바로 기생인의 정체였다. 그것이 악마의 소행이라는 걸 알기 위해서는 썩어 문드러진 몸을 봐야 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살아있을 때는 그 어떤 악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급 권속 악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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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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