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42화 (84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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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사례가 걸리기는 했지만, 리산드로스는 그와 관련된 지식이 엘프에게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일은 힘들겠지만, 처음부터 모래성을 쌓는 것보다는 괜찮은 일이었다. 적어도 자-주포를 소형화시키는 것보다는 100배 나았다.

엘프 정보탑을 중추로 내세우고, 단말기를 열화판으로 설문지 조사만 가능하도록 한다면 어찌어찌 가능했다. 자-주포를 소형화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이라 상대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쌍코피를 터트리며 괴성을 지를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건 변함없었지만 그래도 오크들 보다는 괜찮은 일이다.

“단말기는 소형화가 가능한가?”

“펴, 펴펴편법으로 마차 정도의 크기에 마력을 담을 그릇을 두고 거기에 연결해서 이용한다면 능히 소형화도 가능합니다.”

“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근데 그 정보탑을 막 아무 곳에나 박아서 연결은 못 시키나? 그냥 정보를 전송하는 개념으로다가...”

“예? 그 무슨...안 됩니다.”

“그런가...아쉽다.”

드낙은 생각보다 쉽게 넘어갔다. 지금은 엘프들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알아서 1년 내로 끝내라.”

“예? 예?”

드낙은 그 반문을 그냥 넘겼다.

‘온돌이다, 온돌.’

“아무튼, 최대한 빨리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확인하고, 부족한 곳에 대신육체를 건네주도록 해라.”

모두가 일제히 대답했다. 세파리아스는 립싱크를 했는데, 드낙은 한 번 피식 웃는 게 끝이었다. 불파겐이라는 핏줄이 있는 한 세파리아스가 진짜 드낙과 대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대책을 세워야겠지.’

가장 좋은 방법은 세파리아스와 관련된 자들을 잔뜩 품에 들이는 것이었다. 방패막이로 쓰기 좋았다. 세리안이 대표적이다.

‘부인들에게 불로의 삶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즐길 거리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 삶은 행복한 삶이다. 한평생을 문화를 즐기는 데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있는데, 불로를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거기에 수많은 욕심도 가지고 있지.’

레이시아는 어린 시절 누리지 못한 평화로운 삶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녀는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집착했다. 신전에 사는 괴로운 아이들을 도와주려고 헌신했다. 자신의 삶을 그대로 세상에 비출 수 있는 용기를 지닌 게 레이시아였다.

세리안은 혈육에 대한 집착이 존재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욕심과 집착을 하고 있었다. 드낙조차도 그렇다. 세파리아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속에서 삶은 끝도 없을 정도로 재미났다. 그런 생각을 할 때, 게제라스가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대신육체와 전산시스템이 결정된 다음 안건은 바로 온돌 시스템의 도입에 대한 것이었다.

“이미 신제국에는 빈집이 많아서 굳이 새롭게 개발할 이유가 없다.”

세파리아스는 바로 발을 내빼기 바빴다. 실제로 신제국의 인구는 제국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었고 숭숭 빈 빈집이 많았다. 동시에 다른 이들을 까기 시작했다.

“자치왕국은 말 그대로 새로 시작하는 것 아닌가? 제국의 기후는 남부 왕국과는 많이 다르지. 분명 반마반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세리안이 웃으며 말했다.

“자치 왕국도 빈집이 많습니다.”

격화될 조짐이 보이기 전에 드낙이 바로 안건을 날치기해버렸다.

“난방 시설은 무조건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도입된다. 내가 갔을 때 안 되어있는 것들 보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릴 거다.”

“일단 제대로 된 효율이 나오는지 실험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제라스의 말에 드낙은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공장을 돌아다녔고, 다른 나라에서 불법으로와서 세금도 안 내는 불법체류자들과 일용직 경쟁도 해봤다.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귀농이 핫이슈였을 때 집 만드는 인부가 되었을 때였다.

‘좆뺑이의 최고봉이었지.’

거기서 드낙은 온돌 시스템의 달인이 되어있었다. 단번에 이를 도입할 줄 알았다. 물론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너무나도 많은 세월이 지났고, 현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되어서 대부분 까먹은 지 오래였다.

‘이제는 용어도 잘 기억이 안나네...’

그렇기에 실험이 필요하긴 필요했다. 굳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직접 만들다 보면 기억이 새록새록 날 수 있었다.

국제 회의가 끝나자마자 대표자들을 이끌고 드낙은 온돌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온돌은 뜨거운 연기를 가두는 것에 있다. 오랫동안 가두면 가둘수록 이득이다.”

드낙이 모닥불을 하나 피워져 있는 곳의 연기를 손으로 슥슥 매만지며 말하자 모두가 알아들은 표정을 지었다. 달구어진 공기를 방바닥 밑에 가두어 두는 것이다.

오히려 그 아이디어 하나만 듣자마자 세파리아스는 뒤통수를 후려맞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내가 알던 드낙이 아닌데?’

소름 돋을 정도로 좋은 아이디어로 여겨졌다. 그걸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여기 있는 이들 대부분이 뛰어난 자들이라서였다.

“한 번 불을 지펴놓으면 적어도 3일은 가고, 길면 10일도 갈 수 있다. 전설적인 온돌은 49일을 갔다고도 여겨진다.”

“허세는.”

“진짜야! 무슨 아공이인지 아달이인지 그런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더라.”

드낙이 대충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고 기술자들의 훈수가 더해지면서 그의 기억이 불사조처럼 되살아나서 온돌이 재현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타오르는 돌산맥과 리산드로스가 충돌한 것이다.

“엘프는 빠져. 이 온돌이라는 거슨 말이야, 드워프의 손길이 딱 제격이다. 이 말이야. 어차피 계속 마력을 보급해줘야 하는 비~효율적인 게 마법 아닌가?”

“농담도 지나치다. 드워프의 손길은 반영구적인 대신에 효과가 미천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하하하. 어느쪽이 달아오른 돌의 온도를 오랫동안 유지할지는 뻔하지.”

“화력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니지. 헐헐, 마력을 연료로 쓴다는 것에서 이미 논란의 대상도 안 된다!”

“아니, 그건 드워프도 마찬가지지! 온돌에 왜 강철을 쓰나!”

“달아오르는 강철이야말로 온돌에 가장 적합한 드워프 손길이다!”

그 모습을 드낙이 가만히 지켜봤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왜 저렇게 일을 하고 싶어서 난리지?’

“쟤들 왜 저러냐?”

드낙이 세파리아스에게 물었다.

“앞으로 모든 건물에 온돌 시스템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엄청난 영광이지.”

거대한 사업이기도 했다. 고기가 무료로 풀리지만 다른 건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드낙의 소비 성향적 발전은 드워프와 엘프도 자극시키고 있었다. 소비 경제는 그만큼 중독성이 강했다.

겨울에도 한 번 뜨끈하게 불을 피워놓으면 2일 이상 가능 온돌 난방은 혁신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큰 사업이 들어왔으니 드워프가 엘프가 싸우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단가가 문제겠지.”

있는 집에서는 드워프 손길이나 엘프 마법을 통해서 다양한 온돌 시스템을 놓겠지만, 민간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이제 더는 농사와 목축으로는 돈을 벌 수 없으니까.’

살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 종착지가 어딘지는 드낙도 알 수 없었다. 세계 속에서 실 하나 찾는 일과 같았다. 다양한 산업을 부흥시키도록 노력해야겠지만 하나를 콕 집어서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노력할 뿐이다.’

지구와 교역하며 그들의 소비 문화도 받아들여야 했다. 드낙은 그런 걸 즐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고로 이 세상도 그렇게 되어야만 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드낙을 믿고 따르는 지하 연합이라는 든든한 세력이 드낙을 단단히 받쳐준다는 점이었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으로 만들겠다.’

약자에게 제대로 분배만 되어도 시민들은 행복하다고 느낄 게 분명했다. 그리 대단한 걸 원하지 않는다.

‘행성도 최대한 크게 만들어야겠지.’

우주 진출은 약속된 것이지만, 그래도 중립신이 못다 한 대계 중 취할 수 있는 건 취해야 했다. 행성의 크기는 테라와는 다르게 크기가 커지는 게 한정되겠지만 안 커지는 것보다는 낫다.

제2회 국제 연합 회의는 그렇게 끝나지는 않았다.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논의되어야 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법’에 대한 것이었다.

제국의 법도가 다르고, 자치 왕국 내에서도 법이 다 달랐다.

이를 통일하는 작업은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반드시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건 드낙이 아닌 다른 이들의 몫이었다. 법하면 천치가 되는 게 드낙이었다.

“전과 5범이라도 교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본주의적 사상이 있는 게제라스는 세파리아스의 법을 악법이라 칭하는데 어떤 주저함도 없었다. 다섯 번의 실수로 사회 격리라니, 심하다.

“너무 주관적이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공정한 것이지. 게제라스 그대는 인간을 잘 몰라.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변하기 위해서는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그릇이 깨지거나 태생적으로 좁은 것들이 있어.”

오히려 세파리아스는 더욱 오만하게 굴었다.

“성범죄를 저지른 자는 마음 같아서는 1번만 걸려도 광산 종신형에 취하고 싶을 지경이야. 어떻게든 피땀 흘려서 사회에 이바지를 해야지 희생된 인간들이 그나마 위안을 받지 않겠나.”

“지나친 형벌이오. 그렇게 하다가는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모두 살인마가 될 것이오.”

좀도둑도 바로 종신형에 처하면 누구나 살인을 해서 목격자를 죽이는데 열과 성을 다할 게 분명했다. 가혹한 형벌은 결코 범죄를 예방할 수 없었다. 그게 게제라스의 생각이었다.

“잡도둑도 다섯 번이면 사회의 암덩어리다!”

반면 세파리아스는 더더욱 자신이 가진 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모두 드낙을 통해서 느낀 깨달음들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그저 작은 행복이고, 어쩌면 행복처럼 보이지 않는 걸 평범한 사람들은 가장 큰 행복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실로 나약하고 하찮으며 부질없는 잡것들이지만, 그렇기에 자신이 통치해야만 했다.

*

“...그래서 그냥 하기로 했습니까?”

18인의 벨룸 퓨에르(bellum puer) 중 1인인 칼리스투스(Callistus)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락테아 시오도 있었는데 그녀 또한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엘프의 숫자가 몇 명인지 아십니까? 중립신과의 전쟁으로 살아있는 엘프는 없고 반마반신의 권속만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타락 엘프 수천에 디아볼로스는 100명도 안 됩니다.”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보이는 리산드로스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어떻게 반대합니까? 그냥 정보탑을 곳곳에 박아넣으라고 말씀하실 겁니다.”

“그 무슨...? 정보탑은 그냥 건축물이 아닙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메시지 마법으로 그들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리산드로스에게 들려왔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게 무서운 일이라는 겁니다. 그냥 최대한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오히려 더 좋습니다.”

그의 변명에 결국 수긍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졌다. 이 역시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여겨서였지만 결국 자신들의 토지 개발보다 이 대륙의 생산과 소비 생활의 대소를 조사하는 게 먼저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엘프 배양을 시작한 겁니다. 누구보다도 빨리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겁니다.”

바닥까지 추락한 인구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살아남은 디아볼로스와 타락 엘프의 인자를 통해서 닥치는 대로 엘프를 배양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성 종족과 품위의 거죽을 뒤집어쓴 엘프들의 노괴들이 저지른 연구는 이를 능히 가능케 했다. 실로 악독한 자들이었다. 이제 그 지식은 그들의 손에 들어왔고, 엘프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사용될 터다.

또한 이 모든 건 드낙을 통해서 관리되고 있었다. 워낙 충격이 커서였다.

“누가 가겠습니까?”

“누가 가긴요. 모두가 가서 해결을 봐야 합니다. 기간이 1년입니다. 1년. 그때 제대로 해결해내지 못한다면 반마반신으로부터 관심이 멀어질 뿐입니다.”

칼리스투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의 시대는 종족 경쟁의 시대입니다. 살아서 숨 쉬고 있는 신이 있고, 그 신은 신격을 얻어서 독립하라 말씀하시지만 누가 독립하겠습니까?”

어지간히 반골 기질이 아니면 눌러앉을 게 분명했다.

자식이 어른이 되듯이 필멸자가 신에 올라도 억압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럼 오히려 거기에 얹혀서 사는 게 이득이었다.

집 나가면 개고생하는 법이다.

드낙이 지배하는 이 차원은 필멸자에게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고, 그렇기에 초월자에게도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리는 세상은 중립신과 너무나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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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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