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41화 (84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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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세파리아스를 난방 시설로 겁을 준 드낙의 생일은 드낙에게 아주 재미난 생일로 기억되었다.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후끈거렸던 축제의 여파는 자연스럽게 소비 생활의 자극과 성장을 일으켰다.

더 많은 자원이 쏟아져나오게 사람들은 땀을 흘렸고, 더 많은 돈을 추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드낙은 꾸준히 해오던 수련을 계속 이어나갔다.

“후우!”

그가 요즘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건 당연히 <전초극의 권능>이었다. 이를 깨우치고 터득하며 권능으로 삼을 수 있다면 다른 이에게 권능을 내려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전력 강화를 노릴 수 있었다.

‘마치 총의 도입과 같지.’

하루 만에 정예 검술을 사용하는 병사를 양육하는 권능이 있다면?

단 하루 만에 농부가 기사와 백중세를 겨룰 수 있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워졌다. 기사가 아니라 농부에게, 일반 병사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게 드낙이었다. 약자에게 감정 이입되는 드낙의 모습은 ‘재능’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았다.

“꾸웱!”

정신을 집중해서 대신육체에 스며들어간 드낙이 전초극의 권능을 사용하자마자 온몸이 뒤틀렸다. 영향검을 이용해서 영향무력을 사용하여 드낙에게 장난쳤을 때와는 다르게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몸을 가눌 수 없는 건 똑같았다.

‘어떻게 중립신은 이걸 제어한 거지?’

전초극의 권능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제어 불가능한 힘이라는 점이었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게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드낙의 보신주의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뭘 믿고 자신의 몸을 다른 것에게 맡기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인공지능 믿고 150km로 질주하는 차 안에서 잠자는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사지가 따로 노는데 마음 편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낑낑거리는 드낙은 결국 제어를 풀었다. 하지만 그 노력이 헛된 건 아니었다. 사냥꾼이 단서를 역추적하듯이 드낙은 점점 중립신이 유일하게 지닌 권능의 이모저모를 깨닫고 있었다.

‘평범한 권능은 아니다.’

그 이유는 중립신이나 되는 대신이 그 권능 하나만 가지고 있어서였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많은 인신이 그를 죽이기 위해서 덤볐고, 그 밑에 굴종하였다.

‘덫이지.’

그 일련의 과정은 ‘사냥’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미끼로 사냥감을 끌어들이고, 잡는다. 알게 모르게 중립신에게 잡아먹힌 인신도 있을 거라 생각됐다. 그렇게 해야지만 이야기가 딱 맞아떨어진다.

‘많은 인신 중에 살아남은 인신은 쓸모가 있었겠지.’

감성적인 면이 적은 중립신이기에 능히 가능한 행동이었다.

‘권능과 권능을 엎치고 쌓아둬서 만든 누더기 같은 게 전초극의 권능일 가능성이 있다.’

지금 보면 하나의 권능이지만 그 권능은 중립신이 활동한 세월과 경험으로 예쁘게 조각된 결과물이었다. 처음에는 조잡한 권능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그래, 단순히 인간에게 기술이나 지식을 전수하는 권능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드낙이 우두커니 서서 몰두했다. 중립신의 흔적을 더듬었다. 그가 지나간 발자국의 깊이를 가늠하고, 그가 지나간 자취의 흔적을 주의 깊게 살피고 디테일을 덮어씌웠다.

간석기를 만들고 있는 인간 사회에 철을 발견하게 만드는 권능.

백발백중의 투창술.

‘이거 같다.’

시작은 기술 전수의 권능. 끝은 전초극의 권능.

그럴듯했다.

그렇다면 드낙 또한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기에는 낭비가 심했다. 드낙의 권능은 이미 13개가 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많아질 생각이었다. 중립신은 그걸 포기하고 전초극을 택했다.

‘극단적인 놈이야. 그래서 대신까지 올라섰겠지.’

수많은 경쟁자와 견제자 그리고 대적자들이 중립신을 노렸을 터다. 그는 그 싸움이 있었기에 대신이 될 수 있었고, 그런 싸움을 스스로가 만들었다. 그저 꼭 필요한 과정에 불과했다.

‘대계(大計). 놈이 그렇게 칭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드낙은 끝도 없는 중립신의 계획에 절망스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만약, 저 끝없는 차원을 넘어 중립신의 안배가 존재한다면? 자신의 실패에 이은 실패를 해결할 그럴 안배가 존재하지 않다는 보장이 없었다.

정신이 죽었기에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기에는 중립신의 치밀함과 그 계획의 스케일에는 두려움만 밀려들어 올 뿐이었다.

권능부터 시작한 ‘흔적 더듬기’의 끝은 그저 중립신이 대단한 존재였다는 결과만이 남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초극의 권능은 뛰어나지만, 거기에 도달하는 게 어려웠다. 중립신처럼 작은 권능처럼 시작해서 쌓아 올라가야 했다. 다만 한 가지 행운이 있다면 대신육체(大神肉體)에 전초극의 권능이 있다는 점이었다. 완성물을 보고 필요한 권능을 쌓아올리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래 걸릴 뿐이지.’

아무리 효율적으로 필요한 권능을 쌓아 올려 다듬는다고 해도 드낙은 반마반신(半魔半神)에 불과했다. 적어도 온전한 신이 되어야지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즉, 현재는 전초극의 권능에 대한 수련은 무의미했다.

‘대신육체에 대한 처우를 국제 연합 회의 안건으로 올려야겠다.’

100m에 달하는 거대한 육체는 관광용으로 완벽했다. 국제 연합 도시에 놔두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이곳은 드낙이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많은 자원이 들어오고 있었다.

독단적으로 그냥 아무 곳에나 딱 놓고 싶었지만, 그래서야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제2회 국제 연합 회의>는 드낙의 생일이 있고 한 달 뒤에 다시 개최되었다. 해야 할 안건이 제법 되었고, 무엇보다 세파리아스가 가장 안달이 나있었다.

드낙 멋대로 신제국에 난방시설을 도입하겠다고 생일 연회에서 입을 털었기에 이를 파(破)하기 위함이었다. 어찌 되었든 국제 연합의 안건으로 난방 시설이 논의되는 건 모양새가 좋긴 좋았다.

물론 다른 이들은 반대했지만, ‘공교롭게도’ 대신육체의 처우에 대해서 드낙이 안건을 올렸기에 참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아있는 100m짜리 육신은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국제 연합 도시에 오는 이들도 많았다. 신제국과 자치왕국의 사이에 건설된 국제 연합 도시는 중앙 정치 기구로 점점 변하고 있었다.

드낙의 존재와 국제 연합 회의 덕분이었다. 국제적인 정치는 이곳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대신육체는 자치 왕국에 설치되어야 합니다.”

“신제국 쪽에 물류의 심장이라 불리는 평야 도시에 설치하는 게 맞다. 유동 인구를 생각했을 때 가장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다.”

대신육체를 가장 원하는 곳은 당연히 신제국과 자치 왕국이었다. 디아볼로스를 비롯한 타락 엘프들은 그런 것에 흥미가 없었다.

“드워프들 중에서는 중립신을 아직 잊지 못하는 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회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드워프들 또한 이를 원했는데, 중립신을 그리워해서였다.

“반란자들을 키우는 꼴이다.”

세파리아스가 이를 하찮게 여겼다. 관광용으로 전시해서 막대한 소비를 인간들로부터 끌어내는 게 더 이득이었다.

“이미 죽은 신인데, 키워서 뭘 하겠나. 오히려 더 많은 활력을 드워프들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파리아스의 대답에 드워프 대표자가 칼같이 잘라냈다. 살아있어야지 반란을 도모하지 죽은 신인데 어찌 반란을 도모하냐는 것이었다.

반면 지하 연합은 엘프처럼 시큰둥했다. 결국 3개의 세력 중 한 곳에 설치하는 게 좋을 듯했다.

“게제라스. 가장 이득이 될만한 곳이 어딘가.”

“신제국과 드워프입니다. 양적으로는 신제국이고, 질적으로는 드워프입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길게이 공왕이 눈을 찌푸렸다. 완전히 제외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로 실리적이었는데, 자치 왕국의 인구수는 신제국의 반의반도 되지 않았다. 꾸준히 남부 이주민들이 자치 왕국에 많이 향하고 있었지만,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파리아스를 필두로 한 중앙집권 국가인 신제국의 성장세는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이를 상대하는 자치 왕국은 공왕만 넷이다.

드낙을 통해서 민중과 백성, 시민에 대한 걸 깨우친 세파리아스는 공정한 통치자였으며 강인한 카리스마를 지닌 황제였다. 마냥 선왕도 아니었기에 가장 인간에게 어울리는 자였다.

그런데 이를 게제라스가 고려하지 않고, 확 쳐버렸으니 길게이로서는 짜증이 날 법했다.

“평등하지 않은 것 같소.”

이에 게제라스가 목을 가다듬었다.

“반마반신께 감히 여쭙겠습니다. 잠시 회의와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어떤 이야기인가.”

“중립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파리아스가 코웃음 쳤다.

“죽은 신에 관한 이야기가 지금 왜 필요한가.”

“죽은 역사를 귀족들이 가장 많이 읽는 이유는 어째서입니까.”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제 대답도 그와 같습니다.”

세파리아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서 배울 건 없다.”

“신제국의 황제는 문제를 듣기 전에 답부터 정하시는 분이십니까?”

“들어봤자 귀만 아프고, 말해봤자 쓸모가 없는 문제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팔장을 끼고 의자에 몸을 맡겼다. 들어보겠다는 뜻이다. 세파리아스가 말하는 종류가 아니라면 말해보라는 뜻이기도 했다. 만약 그러한 종류의 말이라면 대가를 치러야 할 터였다.

“중립신은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이 계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실로 그러하였기 때문이다.

‘때’를 맞이하자 노도와도 같은 기세로 내달렸다. 처음에는 작은 눈덩이였지만 그 끝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불어난 눈덩이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했다.

“무엇보다 가장 깊게 봐두어야 할 것은 이 대륙에 자신의 힘 7할을 쏟아부어서 행성 변화를 추진한 것입니다. 저희는 여기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 말에 드낙이 입을 열었다.

“테라의 완성을 서둘렀다?”

“예. 그리고 그곳에서 저희가 가져가야 할 건 중립신이 테라를 완성했을 때, 이 차원이 굳게 잠긴다는 것입니다. 다른 자들은 감히 들어오려고 하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차원벽이 생성됩니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테라의 계획 중 하나였다. 초월자라는 개념 자체를 사라지게 할 생각이었기에 밖에서 들어올 초월자를 완전히 차단하는 건 필수적인 요건이었다. 동시에 안에 존재하는 필멸자 중 초월자에 대한 걸 아는 자들 또한 모조리 죽여야 했다.

깔끔한 시작이 중립신이 원하는 테라의 모습이었다.

새하얀 도화지를 계속 유지하겠단 계획이다. 오점 하나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게 바로 테라였다.

“왜 그렇게 서둘렀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차원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우습다.”

세파리아스가 반문했고, 자신 나름대로 대답을 내놓았다. 지나친 억측에 불과했다.

음모와 위협으로 지위를 유지하고, 사람들을 지배하는 악마 같은 생각이었다.

“지나친 억측이오. 이 대륙이 있고 나서 자잘한 개입자는 존재했지만, 차원 전쟁 같은 건 일어난 적이 없소. 우리 대륙은 그런 환경에 있다는 거요.”

대부분이 억측이라고 여겼다. 세파리아스의 말에 동의했다.

“허나, 꾸준히 고민해봐야 할 일입니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걸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은 차원 전쟁에서 승리할 조건에 도달하고 나서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양손으로 드낙을 공손이 가리키며 말하였다.

“반마반신께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기에 집중발전이 가능하다고 저는 말할 수 있습니다. 끝없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지금은 신제국에 집중해야 하고, 드워프 제국에 집중해야 합니다.”

세파리아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눈을 빛냈다.

“허면 대신육체의 전시는 신제국에서 가져야겠군. 드워프들은 딱히 소비적인 성향도 아니라서 경제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활동적이면 가장 생산적인 게 드워프들이다. 오히려 생산물을 생각한다면 드워프 제국에 대신육체를 모셔야 한다.”

“모셔야 한다? 이거 문제 있는 발언 아닌가.”

“중립신은 죽었지만,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기 위한 단어 선택일 뿐이다.”

세파리아스와 타오르는 돌산맥이 팽팽하게 맞섰다. 요는 생산과 소비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걸 가늠하는 건 어려운 문제였다.

“게제라스, 결정을 내릴 지표가 있나?”

“없습니다. 모두 수기로 해야 하는데, 그걸 하려면 족히 5년은 더 넘게 걸립니다.”

수기 기록의 언급에 드낙의 눈이 엘프 대표자에게로 향했다. 리산드로스는 물을 마시다가 그 시선을 느끼고 콜록거렸다.

“쿨럭! 콜록콜록!”

“내가 전산시스템이라는 걸 아는데 말이야...이게 또, 참 기똥차단 말이야.”

“케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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