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37화 (83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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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모든 악마들의 공통되는 전통적인 권속이 존재한다. 태초에 악마 군세가 있었고, 그곳에서 시작된 강력한 상급 권속의 존재는 모든 악마가 참고하기 좋았고, 그런 수많은 전통의 강자가 존재했다.

대부분의 악마 군세에 반드시 하나는 있는, 있어야 하는 권속. 그 권속은 수많은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악마 기사(Daemon Knight)라 불릴 정도로 무술에 재능이 있었으며, 악마 왕자(Demon Prince)라 불릴 정도로 잔혹한 면모가 대단했다.

붉은용 기사(Red dragon knight)라 불리며 강력한 탈것을 타고 다니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이야기된 차원도 있다.

악마 대공(Devil Grand Duke)으로서 거대한 영토를 다스리며 필멸자를 악마에게 봉헌하는 지배자의 면모도 지니고 있었다.

대악마(大惡魔) 아카타베루가 그런 상급 악마를 아래에 두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소아귀(小兒鬼)를 자원으로 삼아서 잉태되는 다른 악마와는 체계가 달랐음에도 제작하고 있을 정도로 악마 커뮤니티 사이에서 가장 많은 따봉을 받은 게 상급 악마이자 권속인 데빌 나이트다.

그 제작은 감히, 대악마라고해도 자신의 손으로는 만들 수가 없었다. 상급 악마를 악마 스스로 제작할 수 있는데에도 데빌 나이트를 만드는 데에는 다른 것이 필요했다.

‘거대한 생산시설.’

세계를 가지고 있는 대악마에게는 손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유지비는 만만찮았다.

부루루룩.

길쭉하게 늘어진 코끼리 코 같은 곳에서 방귀 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종종 오물을 토해내기도 했는데, 이것이 굳으면 소아귀들이 가져가서 먹기도 했다. 상급 악마 시설에서 나오는 배출물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업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거대한 생체 구조물은 부풀어 오른 풍선과 비슷하게 닮아있었고, 곳곳에 출구와 입구가 나누어져 있었다.

쩌저적...

생체 입구가 움직이며 작아진 아카타베루를 받아들였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내부를 가득 채운 산호초같이 길쭉하게 튀어나오고 자라나 있는 것들이 마구 뒤엉켜 있었는데, 그 내부에 생명체가 자라나고 있었다.

이렇게 거대한 내부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단 두 마리뿐이었다. 하나는 악마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붉은 용이었다. 마룡(魔龍)이라 불리는 종류에 속하며 악마의 손에서 생산되는 용이었다.

그렇기에 반신에 달하는 용보다는 격이 낮았다. 다만, 그런데도 덩치만은 용들과 비슷했기에 용족과 싸울 때 마룡은 악마들의 든든한 병사가 될 수 있었다.

아카타베루는 세심하게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혈액 산호초를 손으로 만지며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불순물.’

암세포처럼 잘못 배양되고 있는 생체 덩어리를 적출하는 작업을 하는 게 가장 큰 순찰의 의미였다. 이런 배양체가 족히 100개는 되었다. 즉, 100체(體)에 달하는 악마 기사와 붉은 용이 나온다는 소리다.

당연히 100개의 배양체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 상급 권속에 해당하며, 상급 악마에 속하고 있는 악마 기사와 붉은 용을 각기 100체씩 만들어내면 다시 뭉개야 했다.

유지비를 감당키 어려웠다.

‘악마 기사와 붉은용의 제작시간은 50년.’

아슬아슬하게 차원침공에 맞출 수 있었다. 아카타베루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수많은 작업 중에 하나가 악마 기사였는데, 중립신의 세계에서 ‘평야’를 획득한 오크 때문이었다.

그 어떤 차원계에서도 오크는 평야를 획득하는 경우가 잘 없었다.

오크의 힘을 마주하면 모든 필멸자들이 오크를 탄압하고 제재하기 때문이다.

호구신 녹색 도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데다가 전사는 타투를 지니고 있으며, 주술사는 주력을 뿌린다. 장력만 받쳐준다면 강철도 뚫을 수 있는 게 오크 나무로 만든 장궁이었다.

워낙 무식한 육체 스펙 덕분에 활의 장력을 아무리 높여도 괜찮았다.

‘그런 놈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상급 악마가 제격이지.’

악마 기사는 오크의 카운터 픽이었다. 100마리에 달하는 거대한 마룡과 그 위에 올라탄 악마 기사가 쏟아져 내려와 단번에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

상상만 해도 짜릿한 파괴와 살육의 광경이었다.

문제는 그 과정까지 아카타베루는 직장인처럼 거대한 배양체를 돌아다니며 점검하고, 종양을 제거해야 했다. 배양체가 지닌 생명체적 목적은 오로지 데빌 나이트의 생산이었기에 대단히 불완전했다.

육체에 대한 대단한 조예가 있는 악마여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급, 중급, 상급 따위로 구분되는 권속 악마와는 차원이 다른 격이 필요했다.

*

원 퍼펙트 팩토리.

강력한 중앙 집권적 공장으로 자원이 들어오는 루트는 많았지만 골램이 출하되는 루트는 단 하나로 이루어지는 완성형 공장 건설은 크나큰 위기를 맞이했다.

T34융합 물약의 도입 때문이었다.

그건 정말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마력 공정 공장에 갑자기 주력을 써야 한다? 거기에 오우거 리고처럼 그냥 손을 비빈다고 마력과 주술이 ‘고체 가루’가 될 리가 만무했다.

드낙조차도 해당 장기를 체내에 만들려다가 실패해서 권능으로 삼아서 집어넣었다.

이 과정을 공장에 접목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렇기에 현재 원 퍼펙트 팩토리의 건설은 올스톱 상태였다. 인부들은 휴식하면서도 안절부절못했다.

X됬다라는 걸 체감하고 있어서였다.

자신이 옮기고 만든 것을 다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했던 일을 두 번 해야 한다는 끔찍함.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반복 노동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뭔가 큰일을 하고 있으며 보람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도 그 일이 되풀이된다면 지긋지긋해지기 마련이었다.

“여기서 55 도발을 쓴다고?”

그런 걱정도 잠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용했다. 전대륙에서 흥행 중인 카드놀이였다.

“아니, 이건 정식 카드가 아니잖아? 이 새끼 끌고 가.”

“뭔 소리야, 완전 메이져 카드인데.”

“지랄하네. 효과가 카드 뒷면까지 쓰여 있는 게 무슨 메이져야?”

“몰라? 모르면 처맞아야지!”

나무로 깎아서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에 허튼 짓거리를 하는 자들도 많았고, 지방마다 카드도 제각각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카드놀이의 패자는 피숨결 검은 뿔쥐였다.

예부터 11인의 의원들이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바로 카드 놀이 문화였다.

그 사이에 원 퍼펙트 팩토리의 올스탑 소식에 드낙이 서둘러 달려왔다. 허둥지둥 헐레벌떡 날아왔다. 드워프와 엘프들의 집중 토론에 참석해야 했다.

“왜 중단되었어?”

그 말에 드워프와 엘프들은 너도나도 많은 문제점을 토로했다. 이건 그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철거하거나 그냥 다른 곳에 새로 짓는 게 더 ᄈᆞᆯ리 공사를 끝낼 수 있어서였다. 그렇기에 드낙이 필요했다. 교통 정리를 해줄 인선은 그뿐이었다. 예정부터 모든 걸 갈아엎어야 했기 때문이고 그 책임을 줄 사람은 드낙이 유일했다.

“다 엎어야 한다니? 절대 안 돼! 무려 3개월이나 걸려서 만든 걸 엎어야 한다고?”

“어쩔 수 없습니다! 마력을 고체 가루로 응축시키려면 연금 시설을 증축해야 하는데, 그럴 공간을 마련해두지 않았습니다.”

“옆에 추가하거나 그냥 공장 천장에 하나 더 만들면 되잖아?”

“효율성이 나오지 않습니다. 폭풍의 요람에서 모은 마력을 옮기면서 마력 소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마력은 이동하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마력 소설이 커진다. 메시지 마법의 경우 ‘이유를 모를’ 정도로 효율이 좋은 셈이다.

“그래도 마주력을 포기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실제로 그 효율성을 확인해봤겠지?”

“그건 그렇습니다.”

4배, 400%의 증폭율. 1+1=2가 아니라 8!

무지막지한 힘의 증폭이었다. 리고조차도 포기한 힘이고, 연금술을 통해서 특수한 물약을 사용해야만 실현 가능했다. 드낙의 경우에는 ‘권능’으로 삼아서 겨우 사용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T34 융합 물약을 생산하는 체내장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만약, 마주력을 경지로써 깨우친 자가 있다면 그건 그냥 신이다.

“사용되면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증폭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긴 합니다.”

그렇기에 멈췄다. 드낙이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다렸다.

“그치? 그렇지? 내가 엄청난 걸 물어왔다니까.”

드낙이 희희낙락해 했다. 누가 봐도 엄청난 증폭률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확장해서 신성력까지 융합시킨다는 오만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주력조차도 물약을 통해서 사용하는데 거기에 신성력까지 융합시킨다? 오만하다.

‘욕심이지.’

실현해 보일 것 같지도 않았다. 물론 차근차근 준비는 할 생각이었다. 마력과 주력을 융합시키는 물약이 있다면, 신성력, 마력, 주력을 융합시키게 해주는 물약도 있을 수 있었다.

드낙이 눈을 돌렸다. 당장은 이걸 정리해주는 게 먼저였다.

다른 이들이 결정하기에는 너무 큰 일이었다. 그리려고 책임자가 있는 법이었다. 일이 터지면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는 게 아니라 대가리를 쳐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이치였다.

‘하지만...너무 크다.’

드낙이 손을 덜덜 떨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3개월간 모든 재원을 총동원한 결과물을 변경해야 했다. 기존의 공장을 포기?

‘욕이란 욕은 다 듣겠지.’

전종족이 자원을 보태주고 있었다. 골램 재원 마련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자원이 들어가는데 그걸 만드는 공장? 드낙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자원이 들어간 상태였다. 이를 통해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폐기하고 다시 짓는다면...

‘내 명성이 하루아침에 추락할 것이다.’

이미 추락할 때로 추락했지만 드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드낙과 마주한 이들은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대통령 없는 곳에서는 이름 석 자도 쉽게 부르지만 직접 앞에 나타나면 환호하기 바쁘다.

지지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그걸 체감하는 건 권력자에게 매우 힘든 일이었다.

“기존에 지었던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드낙이 이내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절로 어려운 조건이었다. 동시에 책임을 은근슬쩍 살짝 돌려서 피하겠다는 고약한 심보가 드러났다.

“하지만 그렇게하면...”

드낙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입을 내자마자 좋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잠깐. 어차피 지금 쟁점이 되는 건 마력과 융합 물약의 연금 설비 때문이 아닌가?”

“예...”

“그렇다면 아예 그걸 양분하는 게 좋겠지.”

“양분이라면...?”

드낙이 드워프를 바라보고 말했다.

“기존의 공장은 드워프가 관리한다. 증기 시스템으로 가득 채워서 골램을 성형하는데 그 어떤 초월의 힘도 사용하지 마라. 가능하겠지?”

“가능은 합니다만...”

그 말에 듣는 이들이 드낙이 뭘 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그리고는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자신들이 뺑이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가 생겼다면 그걸 남에게 줘라. 다른 사람이 해결하도록 밀어내라.

인생의 가장 큰 조언이다. 드낙은 이를 본능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큰일이 터지면 힘없는 이들에게 뻥 걷어차면 될 일이다.

“초월 설비는 모조리 옆 부지로 옮겨서 새로 짓는다. 연금 설비와 마력 설비를 갖춰라. 융합 물약을 제작함과 동시에 골램 핵을 조립식으로 제작해라. 이를 골램을 성형하는 드워프 공장으로 옮겨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드낙이 몸을 일으켰다. 즉흥적이지만 완벽했다.

“앞으로 원 퍼펙트 팩토리는 둘로 나누어 새롭게 개편한다. 드워프 공장과 엘프 공장이다. 이견은 없겠지?”

“완벽합니다.”

“현명한 판단입니다.”

드워프 공장에서는 골램의 성형과 조립식 골렘 핵의 설치를 맡았다.

엘프 공장에서는 융합 물약을 통한 골램 핵의 완벽함을 추구했다.

어차피 현재 만드는 골램은 전투용이 아니었기에 내구력이 감소하더라도 조립식 골램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명심해라. 지금 만드는 골램은 농업용, 목축용 골램이다. 완벽함을 추구하지 말고, 효율성을 추구하도록!”

“예!”

모두가 냉큼 대답했다. 이를 지켜보는 피숨결 검은 뿔쥐들도 사태를 외면했다. 그 수밖에는 다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공장을 악마의 힘을 쏟아부어서 반기계, 반생체 공장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드낙에게 부담을 지게 하는 행동을 뿔쥐들이 말할 수는 없었다.

‘신성모독이다.’

이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난 여길 빠져나가겠어!”

인부들이 파업을 할 것처럼 굴었지만, 그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기에 불만만 토로할 뿐이었다. 규합되지 않은 민초는 그저 들판에 널브러진 잡초와 같았다. 밟으면 밟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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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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