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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활발한 드워프는 재앙이다.
12시간 동안 열정을 유지하는 드워프는 끔찍했다.
걸어 다니는 귀차니즘, 그 모순된 존재는 땡깡을 부리는 주정뱅이나 다름없었다.
“좋습니다.”
결국 타락 엘프가 포기했다. 엘프는 유능한 자들이었기에 드워프에게 있어서 이 핵심증기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 초대형 증기관을 통해서 얻는 마력적 이득도 생각해야 했다.
“후우우....”
이성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단번에 지친 모습을 보였다.
정신적 충격을 많이 받은 듯했다. 드워프는 콧대를 높이며 돌아갔다.
“허허, 꼬우면 먼저 선점하던가.”
활발한 드워프답게 꼭 한소리를 더 하고 사라졌다. 그 모습에 엘프가 이글거리는 눈을 했다. 타락 엘프들은 평범한 엘프들과는 다르게 잘 흥분하는 성격이었다. 문제는 이중인격처럼 갑자기 냉정해지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드낙을 숭배하고, 녹안(綠眼)을 지녀서였다.
그리고 드워프와 엘프의 싸움 결과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은 엘프가 아니었다. 대장장이랍시고 끌려온 크놀들과 있는 거라고는 노동력뿐인 인간들이었다.
“여기를 전부 비워주시면 됩니다.”
디아볼로스 책임자가 딱 한 마디하고 사라졌다.
“빌어처먹을!”
단번에 욕지거리가 나왔다. 피숨결 검은 뿔쥐 감독관도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엘프에 대한 욕을 할 때면 은근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뿔쥐 또한 엘프들을 싫어했다.
“여길 철거하라고? 어제 만든 곳인데?”
“까라면 까!”
“씨발, 씨발, 씨발!”
“어이! 잭 씨, 시끄럽고 이거나 해!”
원 퍼펙트 팩토리.
한 곳에서 모든 걸 만들어서 출하한다는 뜻의 공장이었기에 당연히 그 규모가 대단했다. 드낙은 집중 발전을 원했고, 번거롭게 완성 과정에서 다양한 루트가 필요하다는 걸 원하지 않았다.
출하되면 끝!
그렇기에 더더욱 골램 공장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게 담기고 있었다.
“이걸 언제 다 옮기냐.”
36밀갈채.
육중하고 거대한 농업 도구였다. 밀알의 크기에 최적화되어있으며 지나가면서 밀알만 냉큼 챙겨서 모을 수 있게 만드는 기계였다. 이걸 통째로 다른 곳에 옮겨야 했다.
“뭘 멍하게 있어! 내 X보다 작은 인간! 빨리 도와라!”
“키도 X같은게!”
크놀의 욕질에 인간이 맞받아치면서 싣는 것을 도왔다. 손으로 밀고, 밧줄을 당기고를 반복해야 할 정도로 거대한 것들이 많았다. 땀을 뻘뻘 흘리던 인간 인부가 한 소리 했다.
“개X만한 새끼들, 키도 작으면서 왜 이렇게 큰 걸 좋아해? 거기도 작나보지?”
“큭...”
웃음이 확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피숨결 검은 뿔쥐는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 끄덕거렸다. 딱 뒷짐을 지면서도 수많은 걸 보고, 판단하고 있었다.
‘인간들의 적응력이 대단하군.’
힘든 일이 있을 때 협력할 줄 알았다.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데도 함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플러스다.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었다.
‘악마 세계에 떨어져도 노예로 살아남을 놈들이다.’
처음에는 질투했다. 드낙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들은 편애를 받고 있었다. 그건 분명 편애였다. 그와 함께하는 영광을 누려서였다. 하지만 지금와서는 그런 질투심은 사라져 있었다.
피숨결 검은 뿔쥐는 명실상부, 드낙의 권속 중 최강이라고 불릴만했다.
다른 종족과는 다르게 ‘지하 연합’을 소유함으로써 다종족 사회를 가장 먼저 확립했으며 그 유연함은 피숨결 검은 뿔쥐를 통해서 하나의 검이 되어 적을 찌를 수 있었다. 다채로우면서도 하나 될 수 있다는 것.
그건 분명 큰 재산이었다. 거기에 이들은 종족값이 애초에 낮아서 성장했음에도 출산에 대한 본능이 대단했다.
디아볼로스를 비롯한 엘프들 또한 빠르게 인구수를 늘리고 있었지만, 지하 연합은 그 수백 배에 달하는 출산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출산 주기도 짧았기에 다른 종족은 상대되지 않았다.
거기에 이제는 피숨결 검은 뿔쥐들이 출산하는 새끼들은 대부분이 뿔을 지니고 있어서 지성을 가지고 태어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동족 포식의 문화도 사라졌다.
중립신과의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이 오히려 이득인 셈이다. 저열한 문화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뿔쥐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단점밖에 될 수 없었다.
개개인은 포식을 통해서 힘을 증강할 수 있지만 동족포식 문화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악(惡)이다.
이렇게 우월해졌으니, 검은 뿔쥐 감독관이 인간들을 이용 가능하고, 협력 가능한 하위종족으로 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지하 연합에 포용하고 싶은 종족이었다.
‘거기서도 잘 살겠지.’
마력 없는 인간은 정말 매력적인 노동자였다. 곧 이런 안건이 드낙의 눈에 담길 것은 불 보듯 뻔했다.
36밀갈채 설비가 빠져나가고 그곳에는 거대한 마법 구조물이 들어섰다. 여기에도 인간은 있었다. 누가 땀을 흘리긴 흘러야 했다. 엘프들은 노동자들을 굉장히 혹사하는 면모가 있어서 악명이 높았다.
“빨리빨리 못합니까!”
“으윽...”
“이러니까 하등종족은...”
싸늘한 눈초리를 받으면 속으로 뭔가가 욱하고 올라온다. 자신 때문에 마치 자신의 종족이 욕을 먹는 기분은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 덕에 공사는 빨리 끝났고 뿔쥐 감독관보다 엘프 감독관의 수완이 더 좋았다.
숫자와 글자로 기록되는 서류를 보면 더욱 명확해졌다.
그 외의 것은 적히지 않기 때문이다.
“별것도 아닌 놈들.”
아무리 디아볼로스가 되었고, 타락 엘프가 되었다고 해서 엘프 패전(敗戰)의 결과를 쉽게 털어낼 수는 없었다. 그들의 뿌리는 그대로 엘프였다. 그 역사는 나라가 바뀌어도 계속 있을 수밖에 없었다.
뿔쥐와 엘프는 명백하게 적이었다.
그들은 밥을 먹는 곳조차도 달랐고, 서로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드낙으로부터 잉태되어 탄생한 뿔쥐들은 눈치가 재빨랐기에 엘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찍찍. 귀만 높은 버러지들.”
“맞다. 맞다. 결과에만 집중하는 바보들이다.”
피숨결 검은 뿔쥐들은 엘프를 신경 쓰기보다는 드낙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그림을 완벽하게 수행할 자들이 뿔쥐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엘프는 아니었다.
패배자들이 고개를 조아리지 않고 작은 싸움에서 이겼다고 고개를 추켜올리며 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악수를 요청한다면 병신이다.
물론 우려를 표하는 검은 뿔쥐 감독관도 있었다.
“신제국에 엘프까지, 적이 너무 늘어나는 것 아닌가?”
“모-독자 세파리아스와 친해져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찍찍.”
“그렇다고 오만한 패배 종족과 친해질까? 어림도 없지.”
“우리가 떠들 것도 아니다. 11의 위원들이 해결할 일이다.”
검은 뿔쥐들이 숙덕거렸다. 그러면서도 우려를 표한 검은 뿔쥐를 나무라지는 않았다.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다. 그만큼 세파리아스는 두려운 존재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하다.
짐승의 감각과 드낙의 피로 받은 사냥꾼과 암살자의 재능이 세파리아스가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를 보여줬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11인의 위원회는, 대장쥐는 세파리아스와 적이 되기를 결의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강자라면 응당 그를 막는 건 뿔쥐들이 되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드낙을 지키는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피숨결 검은 뿔쥐들이 공손이 답하며 그를 숭배했다.
“뜨낙.”
*
드낙의 하루는 생각보다 빡빡하다. 모두 오우거 리고 때문이었다. 부인도 제쳐놓고 드낙은 제국 서남부에 똬리를 튼 오우거 자치구에서 일어나서 리고를 찾았다.
“지금 오지 마라! 바쁘다!”
아이들한테 둘러싸인 리고가 손짓을 했지만 드낙은 거침없었다. 어리지만 드낙보다 큰 오우거 어린이가 드낙에게 다가왔다. 우악스럽게 드낙을 잡으려고 했다. 드낙은 가볍게 피하면서 놈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꾸웃?!”
장난치려는 놈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바르르 떨지는 않았고, 목청도 시끄럽게 울어대었다. 드낙이 손속에 사정을 뒀다.
“어허, 이놈들! 이렇게 작아 보여도 아주 위험한 인간이다! 장난감이 아니다!”
드낙은 장난기가 돌아서 그대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피부가 터져나가면서 거대한 짐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아아아아아!”
한 번 고함을 내지르고 코를 벌름거리며 거대한 숨결을 오우거 어린이들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웬걸, 이 오우거 어린이들은 대차게 웃으며 좋아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자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반응이 영 다른데.”
“오우거니까.”
만용과 용맹은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오우거는 실로 용맹한 종족이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런 용맹함과 거대함에는 관심이 없었다.
“빨리 가르쳐줘.”
“나도 아직 제대로 못 한다.”
“그것까지만 가르쳐달라니까.”
“집을 지어야 하는데...”
“마법으로 이미 다 지은 거 안다.”
리고가 몇몇 변명거리를 내뱉었지만 드낙의 노련함에는 못 배겼다. 눈치도 좋은 데다가 가끔 뇌절하는 드낙은 상대하기 정말 까다로운 괴물이었다.
“누굴 속이려고? 엉? 미쳤어?”
드낙이 손가락으로 리고의 안쪽 허벅지를 꾹꾹 눌렀다.
“크헤헤. 알았다.”
리고가 척 앉았다. 그리고는 혁대에서 물병 하나를 냉큼 바닥에 부었다. 제법 대용량이었다. 거기에 맨손을 비볐는데, 놀랍게도 가루가 쏟아져 내려왔다. 그 모습을 드낙이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사아아아...
‘고체 가루’의 형태를 지닌 마력과 주력이 34번 개량된 물약, ‘T34융합 물약’에 담기자마자 빛을 뿜어냈다. 푸른 하늘에 나뭇잎의 색과 땅색이 뿜어져 나왔다.
“이게 바로 더블 파워...”
“그런 촌스러운 이름이 아니다! 이건 퓨전 파워다!”
“퓨전 파워? 아직도 그런 촌스러운 이름을 밀고 붙이는 거냐! 이건 누가 봐도 더블 파워다!”
“아니! 그런 촌스러운 이름은 안 쓴다니까!”
더블 파워나 퓨전 파워나 똑같이 촌스러웠지만 둘은 다르게 생각하는 듯했다.
‘내가 더 낫지.’
“엄청나.”
싸우는 것도 잠시였다. 매번 있는 일이기도 했다. 누구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서 자기 내키는 대로 불렀다.
“힘이 몇 배나 증가한다고 했지?”
“400%.”
“정신나간 수치다.”
금괴와 은괴를 부딪쳤더니 4배나 불어나버렸습니다...
이딴 개소리가 진짜로 실현된 것이다.
“근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본래는 불가능하다. 아니, 가능은 하지만 그런 재능이 있어야 한다.”
“넌 포기한건가?”
드낙의 말에 리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리고의 아내가 다가왔다. 애들이 일러바친 듯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애들이랑 놀아준다며? 나 산 하나 울타리치고 있는 거 안 보여? 당신은...”
“아니...”
“또! 말 끊으려고 하고, 그런 태도가 가장 문제야.”
리고가 쩔쩔매었다. 그러다가 드낙과 비건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빛을 내는 액체가 눈에 들어왔다.
“또 그 마주력인지, 주마력인지를 연구하고 있었던 거에요?”
“아냐! 이건 보여달라고 해서 그런 거야. 그렇지?”
“예, 예. 이게 어디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드낙 덕분에 비건은 오래 있지 않았다. 그 덕에 거대한 영토를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고, 오우거는 자리를 크게 잡을 수 있고 앞으로 크게 번성할 터였다.
“휴...”
“너...”
드낙은 이내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이거...이름을 마주력(魔呪力)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그러자...아무튼 평범한 방법으로는 실현 불가능하기에 T34 융합 물약이 필요하다.”
1+1=8이 되어버리는 무식한 융합 초월의 힘이었다. 드낙은 이를 자신의 힘으로 삼고 싶어 했다.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드낙이 웃어 보였다.
자신은 악마.
육체의 힘을 사용하는 종족이었다. 피의 성질을 바꾸는 건 간단했다.
“융합물약의 재료를 가르쳐줘. 그럼 난 마주력을 보유한 강력한 신이 될 수 있다.”
“악마겠지...”
흥분한 드낙에게 리고가 한 소리 했다. 신의 힘으로 마주력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악마의 힘으로 소유하는 것이다. 정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드낙은 몸 한쪽에 관련된 장기를 만들려고 노력해나갔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연금술을 장기로 구현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어어, 터진다아아아!!!!”
드낙이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펑!
배 아래쪽에서 폭음과 함께 체액이 쏟아져 나갔다. 인상을 쓴 채로 서둘러 치료했다.
‘이거 그냥은 못 하겠는데.’
마법사로서의 재능, 연금술사로서의 재능이 부족했다.
공부조차도 재능이 80%인데, 이런 건 더더욱 재능이 필요했다. 드낙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그냥 권능으로 만들자.’
열세 번째 권능 <마주력의 융합 물약 장기>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만큼 그가 지닌 업도 소모되었지만, 오히려 이번 경우에는 이득이 컸다.
동시에 골램 공장에도 융합 물약을 통해서 초월의 힘을 400% 증가시켜서 활동하도록 하는 안건이 갑자기 추가되었다.
T34 융합 물약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간단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원 퍼펙트 팩토리의 인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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