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835화 (83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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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월드

논의 끝에 엘프를 죽이는 악마가 설계됐고, 프로토 타입이 만들어졌다.

대(對) 마법사 중급 악마, <인골흉(刃骨凶)>의 모습은 엘프와 똑 닮은 모습이었다. 실로 간악했다. 딱 봐도 몰래 투입해서 엘프를 잡아먹기 위한 악마 설계였다.

아카타베루는 중급 악마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육체의 악마인 그에게 있어서 육신을 지닌 자의 육체를 파악하는 일은 매우 쉬웠다.

“상당하군.”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전신의 뼈를 뽑아내서 상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이 인골흉의 수법이었다. 엘프를 조용히 잡아먹기에 딱 좋았다. 숨기기도 좋다. 자신의 뼈이기 때문에 튀어나온 다음에 다시 안으로 집어넣으면 끝이다.

“마법에 대한 저항력 또한 대단합니다.”

그렇기에 중급 악마였다.

“어느 차원의 엘프도 당할 수밖에 없지.”

아카타베루가 흘흘 웃었다. 구천안흉이 물러가자 대악마는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소아귀로 만들어진 땅을 손으로 쥐어 치덕거리며 뭉개고 이를 쌓아 올려 탑을 만든다.

그 탑의 위에 50m가 넘는 거대한 머리를 얹어놓는다.

“끄으으...”

거대한 머리통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오다가 이네 히히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머리의 밑에서 혈관이 서서히 소아귀로 만든 탑을 넝쿨처럼 탐닉하며 뻗어 나가 뒤덮기 시작했다.

<오십몽대두(五十夢大頭)>.

아카타베루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상급 악마 중 하나였다.

‘전투능력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50m에 달하는 거대한 대가리를 지니고 있었고, 이를 유지할 탑을 쌓아야 했다. 그렇기에 정말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필요한 작업이었다.

마신의 경우에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오히려 그놈이 참전하길 원할 정도였지만 아카타베루는 아니다. 그는 공격적인 사업가였고, 쓸데없는 초월자 전쟁을 겪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호구신, 버러지 같은 새끼들.’

신인데 필멸자에게 오히려 마음을 빼앗긴 놈들이 존재한다. 놈들이라고 말하기에도 뭣했는데, 전차원계를 통틀어서 단 두 놈뿐이기 때문이다. 아니, 놈이라고 하기에도 뭣했다. 한 놈은 년이기 때문이다.

‘가장 골치 아픈 년, 피의 신...아토라신!’

신주제에 피, 살덩이, 뼈를 다루는 무지막지한 년이다. 악마가 왜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할 정도로 육체를 써먹는데 탁월한 여신이었다. 그년의 챔피언인 철혈(鐵血)은 전략과 전술에 모두 능통한 챔피언이었으며 8살 난 애새끼에게도 빙의해서 세계를 피의 신도로 가득 차게 만들기도 하는 암세포로 유명했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그년이 개입할 수가 없었다. 차원의 거리에 따라서 그 힘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는 단점을 지니고 있어서였다.

지금 향하는 곳은 차원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양(大洋)의 대해적이라고 부를만한 대악마 혹은 마신이나 되어야지 손해가 없다.

‘다른 한 놈은 녹색 도끼.’

악마들이 가장 치를 떨어 하는 놈이었다. 조금만 오크들이 학살당한다 싶으면 빙의해서 악마를 조지는 미친 신이다.

즉, 오크들이 명예를 세우고, 전사의 혼을 불사르는 전쟁이 아니면 용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 그 의도가 오크를 먹기 위해서 온 것이라면 사사건건 개입한다.

‘이번에도 개입할 수 있지.’

이를 막기 위한 상급 악마가 바로 오십몽대두였다. 그 용도는 녹색 도끼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사용하는 대예언의 교란이다.

중립신의 세계에 있는 오크들을 다분히 노리고 있었다.

그런 작업을 하는 사이에 차원문이 열리며 마신의 군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선봉에는 마신장(魔神將)이 있었다. 중무장한 마신장의 모습은 오우거라기보다는 강철 거인에 가까웠다.

그 뒤로 수많은 마수가 수레를 끌며 엄청난 양의 시체들을 옮겼다.

“이걸로 전에 있었던 일을 잊어라!”

마신장의 고함 소리가 쩡쩡 울려 퍼졌다. 이에 아카타베루가 성큼 한 걸음을 내디뎠다. 허나 마신장은 동요 하나 없었다.

“이걸로는 부족하지.”

“서로 잘못이 있을 텐데, 더 원한다고?”

“머리 잘 돌아가는 대악마와 함께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요긴하게 날 이용할 수 있을 텐데, 고작 시체 50만구라니. 부족하다, 부족해!”

그 말에 마신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미노타우르스에게 이렇게 나올 거라고 들어서 능히 대처할 수 있었다.

“계속 그렇게 나온다면 다른 대악마에게 귀띔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

“날 지금 협박하는 것이냐!”

“난 내가 들은 걸 말할 뿐이다.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너에게 달렸다.”

기고만장해하는 마신장을 아카타베루는 당장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 오우거는 평범한 오우거가 아니었다. 마신으로부터 은총을 받아 세계 하나를 마신에게 봉납하여 마신의 품에 들어와서 활동하는 오우거였다.

그야말로 신살자(神殺者). 신을 죽이고 그 세계를 마신에게 내어주고 마신의 곁에 머물게 된 자였다. 그런 위업을 달성한 오우거를 죽인다면 전면전이나 다름없다.

“돌아가서 알려라. 10년에 100만구씩 최소 100년간 주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

마신이라면 쉬운 일이었다. 마신장은 그대로 돌아갔지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 대악마는 마신 세력에도 좋은 도구였다. 연료를 무식하게 집어먹는다고 해서 안 쓸 수는 없었다.

다른 신은 못 쓰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컸다.

마신으로부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대가와 그 실수에 대한 대가를 받아 챙기며 아카타베루는 차원 침공을 가속해나갔다.

가장 먼저 구천안흉으로부터 악마 현황에 대해서 들었다.

“현재 살아있는 소아귀(小兒鬼)의 숫자는 500억 마리가 있습니다.”

하늘도 땅도 오로지 소아귀로 뒤덮여 있는 거대한 세계였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태어나고, 죽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조출귀(釣出鬼)의 숫자는 그 1.5%인 750만 마리입니다.”

동족 포식을 통해서 자라나는 소아귀가 상위종이 되기 전에 잡아먹고, 이를 분열하여 재결합하여 여러 마리의 소아귀를 배출(排出)하는 조출귀의 비율은 소아귀와 다르게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소아귀의 숫자의 1.5%를 넘으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굶주린 조출귀는 충분히 동족포식을 통해서 업(業)이 덜 쌓인 소아귀를 잡아먹게 되고, 그럼 1마리를 잡아먹어도 1마리를 배출하지 못했다.

하급 악마의 숫자는 곧, 중급 악마와 상급 악마의 숫자를 의미하기도 했다.

“50년 뒤에는 이것의 3배는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쟁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폭발적인 증가가 필요했다. 생명체였기에 서둘러 소모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었지만, 전쟁에서 써버리면 그만이다. 그게 어려우면 그냥 서로 죽이게 놔둬서 알아서 비율이 조정될 터다.

*

“고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드낙이 고함을 내질렀다.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일차 산업의 완벽하고, 극단적인, 철저한 인력 감소는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골램 공장을 서둘러 지어야 했고, 이를 통해서 중장기적인 계획표를 철저하게 이행해야 했다.

실로 가혹한 국제 산업이 시작되었다.

드낙의 이름으로 드워프, 엘프, 인간, 오크, 지하 연합이 모두 힘을 합쳐서 시작하는 첫 사업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 지원자를 뽑았는데, 벽보는 아주 자극적이었다.

[고기가 힘이다!]

[1일 1인 350g의 육류 지급! 불가능해도 가즈아!]

[시대는 지금 골램 목장을 원한다.]

강력한 슬로건들이 쏟아져나왔다. 비단 벽보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이를 이야기하고 다니기 바빴다. 그만큼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고기를 공짜로 준다니, 진짜 가능한 일인가?”

반신반의하며 일단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엘프나 드워프가 도와준다면 혹시 모르지...”

다른 상위종족에 대한 기대를 지닌 이들도 존재했다.

“오크는 뭘 하는데? 아니, 우리는 뭘 해야 하는데?”

인간이 해야 할 일이 명확하지 않아서 불안에 떠는 이들도 있었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드낙은 모든 종족을 아우루는 공장 건설을 서서히 실현해나갔다.

“여기 하나 나무 토템으로 해놓고, 돌을 쌓아서 내구력을 알아서 보수하도록 하자.”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유지보수를 뒤로 보내기 위해서 돌을 모으는 건 좀. 어차피 오크 나무를 쓰잖아?”

“그래도 아예 싹 잊어야지.”

목장에는 풀이 잘 자라는 토템을 놓기 위해서 오크들이 땀을 흘렸다. 반면 인간들은 목장 지역으로 지시된 곳의 나무를 벌목하는 일을 맡았다.

“쓰으러 진다아아아아!”

끄그그...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쓸려나가며 소리를 크게 내며 천천히 쓰러졌다. 너도나도 달려들어서 나뭇가지를 쳐내고 통나무로 만들어 끌고, 밀어서 옮겼다.

“식사시간이다!”

서로 눈치를 봤지만 이내 밥을 먹으면서 서서히 서로를 인정해갔다.

‘덩치가 무슨 저렇게 커?’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덩치가 부락부락한 오크들을 상대로 시비를 걸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숫자도 비슷했기에 만용을 부릴 조건이 없었다. 반대로 오크들 또한 근면·성실한 인간들의 모습에 제법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자신들의 손으로 벌목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이 주술사라서 애초에 폭력적인 성향의 오크가 아주 드물었다.

함께 일한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오크와 인간은 제법 잘 녹아들었지만 다른 곳은 영 엉망이었다.

“그렇게 하면 마력을 더 써야 합니다! 효율성이 안 나옵니다!”

“관을 그쪽에 길게 놓으면 화력을 옮기는 의미가 없다!”

검은 잔을 힘으로 삼고 있는 타락 엘프와 반나절은 너끈히 활동적이게 된 드워프가 서로 부딪쳤다. 그 모습을 지하 연합 소속의 크놀과 신제국의 인부들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은 언제 끝날 거라고 생각해?”

“모르지.”

크놀과 인간 인부들은 친구를 먹은지 오래였다. 엘프와 드워프가 격렬하게 싸우면서 반면교사가 되어줬다. 무엇보다 크놀들은 <고소한 가루>를 인부들에게 간식으로 나눠주고 있어서 더더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땀을 흘리는 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먹을 것이다. 배급식이라서 언제나 배고팠는데 그걸 크놀들이 해결해주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가루가 벌레를 한 번 굽고, 바짝 말려서 빻고 다시 한 번 달군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단백질에 고소함까지 있었기에 절대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골램 공장에서 중요한 건 마력 효율성이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스팀 시스템도 중요해!”

“스팀은 너무 효율성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하이브리드 공장 컨셉을 버려야 합니다!”

“뭐라고오오! 그럼 네놈이 마력을 다 가져올 수 있다는 거냐!”

골램 공장의 경우 여러 가지 원료를 추구해야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마력과 증기였다. 증기의 경우에는 골램 제작에 소모되는 힘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고, 마력의 경우에는 어디에든지 쓸 수 있다는 범용성이 있었다.

다만, 목장 골램과 농사 골램 제작은 다분히 마법적이라 마법 효율성도 추구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고, 증기 또한 애초에 효율성이 낮다는 게 문제였다.

드워프의 손길을 통해서 수증기가 열을 관 밖으로 소모하지 않고 오롯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했지만 그런데도 아직도 부족했다.

그 논의는 공장을 건설하는 내내 격렬하게 타올랐다.

드낙이 무식하게 일을 진행해서였다.

“오늘은 좀 긴데?”

“그야 그렇지.”

크놀들을 관리 감독하는 피숨결 검은 뿔쥐가 입을 열었다. 인부들의 시선이 절로 그에게로 꽂혔다. 숨 쉴 때마다 피숨결을 뭉게뭉게 담배처럼 토해내는 검은 뿔쥐는 괴물이었으며 지하 연합의 가장 강력한 사회 구성원이기도 했다.

그 언행에는 높은 지위가 스며 들어가 있었고, 카리스마 또한 있었다.

감독 검은 뿔쥐가 손가락으로 대단히 굵은 증기관을 가리켰다.

“드워프들의 증기관은 대부분이 난잡하지만 그래도 핵심 줄기가 존재한다. 저 대형 증기관은 골램의 몸 형태를 자르고 정리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니 포기할 수 없지.”

골램을 움직일 수 있게 골램의 몸을 절단하는 걸 마법으로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많은 마력을 아낄 수 있었다. 고로 드워프들로서는 이 핵심 증기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럼 엘프가 양보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크놀 대장장이의 말에 검은 뿔쥐는 코웃음 쳤다.

“마력 또한 만능은 아니다. 특히 거리가 멀어질수록 마력 효율성은 떨어진다. 골램 핵에 마력을 전송하는 길을 뚫어야 하는데 그걸 드워프들이 먼저 선점해서 대형 증기관을 떡하니 만들어놓았으니, 양보할 리가 없지.”

좋게 말하면 드워프들의 털털함. 나쁘게 말하면 배려심이 없는 짓거리가 제대로 터졌다. 대기에 존재하는 마력을 폭풍의 요람으로 끌어모으고 이를 골램의 핵으로 전해야 하는데 그걸 다른 곳을 경유해서 해결해야 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X됬네.”

제법 눈치가 있는 인간 노동자가 욕지거리를 날렸다.

“저거 해결 안 되면 그 무거운 골램핵이나 성형 안 된 골램 덩어리를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거 아냐. 통로나 라인 하나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경유로를 최소 하나 더 추가해야 하는 미래가 보였다. 공정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니미럴, 싸우는 건 저쪽인데 피 보는 건 우리라고?”

고래 2마리가 싸워서 제대로 승부가 안 날 것이 뻔하니 결국 새우 등만 터지는 격이다.

“합의도 없이 이런 중요한 통로를 먼저 채우다니, 말이 됩니까!”

“미리 말을 했어야지!”

“ 말을 안하면 모릅니까? 드워프에게도 중요한 공간이 엘프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아몰랑! 이미 만들어놨는데, 어쩌라고!”

엘프가 머리를 지끈거리며 비틀거렸다. 무신경함의 극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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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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