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8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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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신체는 악마와 잘 어울리는 신체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특성을 살리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잡아먹는 것.’
악마는 육식이고, 신은 채식인 셈이다.
악마는 동물을 사냥하고, 생명체를 물어뜯는다. 반면 신은 필멸자들을 가꾸고, 키워나가며 그 속에서 힘을 획득한다. 사냥꾼과 정원사라고 비교할 수 있었다.
악마는 사냥을 하고, 사냥감이 부족해지면 다른 곳으로 향하여 항상 풍요로움을 얻고, 신은 필멸자라는 곡식이 여물기를 기다리고 수확하는 농부였다.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드낙은 그들이 그냥 똑같은 놈으로 보였다.
‘최종 권력자가 되면, 결국 자기 입맛대로 만든다.’
그 어떤 리스크도 원하진 않는 게 농부였다. 해충? 다 죽인다. 잡초? 다 뽑아버린다. 중립신에게 있어서 드낙은 겨우 그 정도에 불과했다. 같은 동업자라 여기지도 않았다.
‘해충이 될 수 있는 익충이라 생각했겠지. 개새끼.’
적어도 드낙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앞과 뒤에 거대한 아가리가 생겨난 드낙의 몸집은 트롤보다도 작았다. 그가 지금 낼 수 있는 힘은 충분히 많았지만, 정신력이 부족했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사각사각 머리를 다듬어주는 가위 소리를 들으며 꾸벅꾸벅 조는 사람처럼 언제 잠들지 몰랐다.
그렇기에 드낙은 무리하지 않았다.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양손으로 철퍽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지금 싸우고 있는 검은 뿔쥐들의 격동하는 마음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게 바라보았다.
그것만으로 용기가 펄떡펄떡 뛰었다.
‘난 해야만 한다.’
그전까지는 인간이 아니었지만, 인간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조차도 기대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콱!
손으로 엘프의 머리통을 부수고, 그 몸을 들어 올려 상체에 전체적으로 쩍 벌린 채 먹을 것을 찾는 아가리에 쑤셔 넣었다.
콰직! 콰득! 주르륵! 첩첩!
피와 뒤섞인 살집과 뼈. 그리고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쇄기에 집어넣은 육체가 내는 소리!
드낙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끔찍했다.
자신은 지금 인간과 닮은 엘프를 산채로 집어먹고 있었다. 그 감각은 정말 신물이 날 정도로 끔찍했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오든 인간 윤리가 무너져내렸다. 살인자조차도 종종 인정을 베풀고, 좌판을 깐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만 원 한 장 건네며 매연이 듬뿍 묻은 나물을 사간다.
이제 드낙은 그런 모순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짐승.
감히 인간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인간미가 없는 맹수가 된다. 사람을 산 채로 잡아먹는 악마가 된다.
콰드득! 콰직!
엘프의 골반이 그 입과 뒤엉키며 끔찍한 소리를 냈다. 우두둑 거리는 소리가 턱을 지나쳐 드낙의 전신으로 그 충격이 뻗어 나갔다.
그의 얼굴이 잔뜩 찡그려졌다.
돈 3만 원이 부족해서 사람을 죽인 사람의 얼굴처럼 변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부숴버리는 만행. 그런데도 드낙이 이 행위를 계속해서 하는 이유는 오직 자신을 위해서 뛰어온 검은 뿔쥐들 때문이었다.
그들이 성전을 외치며, 드낙의 이름을 외치는 한, 드낙은 그 어떤 괴물도 될 수 있었다.
우적우적!
공중에서 끌려가 산채로 집어삼켜서 팔이 떨어져 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엘프를 본 다른 엘프들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숨조차 쉬는 걸 까먹을 정도로 몰입해 있었다.
“그흐흐흑.”
드낙이 자신의 역겨움에 구슬픈 소리를 냈다. 모든 걸 강행하고 있고, 단 하나의 주저함도 없었지만 끔찍한 건, 끔찍한 것이었다. 피의 진한 비린내. 꿀꺽 삼켰을 때 오는 굵직한 액체의 무게.
산채로 엘프를 씹어 삼키게 좋도록 몸 앞뒤로 수백 개의 이빨이 겹겹으로 쌓인 아가리를 만들었지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괴감만 더 심했다.
그 소리를 들은 엘프들이 사색이 되었다. 허나 그중에 고결한 엘프가 검을 뽑아들며 소리를 쳤다.
“우리들의 고결함과 순수함을 증명하자! 우리가 바로 엘프다! 필멸자 중에서 가장 고결한 종족이다!”
수많은 엘프가 이에 화답했다. 그들은 엘프를 집어삼키는 과정을 확인하며 그곳을 타격했다. 하지만 드낙은 무리 없이 이를 회피해냈다. 움켜쥐고, 삼키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뒤를 잡아 다리를 잡아들어오려 삼켰다.
“흐, 흐악, 흐아아아아아아악!!!!”
엘프가 ‘잡아먹힌다’라는 끔찍함에 온몸을 비틀어대며 애새끼처럼 울부짖었다. 아무리 냉정한 엘프라도 한도가 있는 법이었다. 더군다나 드낙에게 집어삼켜 지는 엘프는 마치 케잌이 뚝뚝 잘려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드낙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화르르르! 쩌적....쿠구구...!
공중 요새의 한 부분에 들러붙은 불꽃은 끝을 모르고 타오르고, 균열이 일어나 거대한 바위처럼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콰아아아앙!
화염을 동반한 충격파를 거세게 토해내는 통나무 미사일은 엘프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단 숫자가 너무 많았다.
한 번에 3만 개씩 쏘아지는 정신 나간 통나무 미사일의 궤적은 난잡하게 날뛰다가 내려꽂히기 때문에 요격은 거의 불가능에 아까웠다.
한 두 개 떨어지는 게 아니라 30,000개가 하늘을 마구잡이로 날다가 곤두박질 치기 때문에 감당할 수가 없었다.
“발사 준비 완료! 찍찍!”
통나무 미사일을 발사 위치에 재장전을 하고 나면 다른 사출로에서 불이 깜빡이는데 이를 통해서 일제사격이 가능했다. 타이밍을 맞춰서 발사할 수가 있었다.
1시간 동안 발사된 통나무 미사일 40만 개는 160만 명이 넘는 엘프를 타격했지만, 아직도 엘프들은 수십만 명이나 남은 상태였다.
그 사이에 공중 요새와 엘프들의 싸움은 순식간에 결판이 났다. 표적이 거대한 공중 요새는 오랫동안 건재할 수가 없었다.
쩌적...!
2차 내부 구역까지 균열이 크게 나자 검은 뿔쥐들이 어디론 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맞는 족족 처맞았고, 피해가 고스란히 남았다.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형편없는 공중요새라고 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엘프들 또한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
거기에 통나무 미사일을 제외하면 무력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는데, 미완성의 공중 요새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쿠구구구구!!!
검은 뿔쥐의 공중요새 〈낙원(樂園)〉이 그렇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드낙에게 집어삼켜 지는 지역에 아닌 곳에 있는 엘프들이 승리의 고함 소리를 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떨어지는 지상 요새는 물경 160만에 달하는 엘프들을 상처입히는 피해를 입혔지만 기어코 무너져내렸다.
쿠우우웅!
자욱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
〈5차 내부 시설〉
〈역전의 피난소〉
그곳에는 살아남은 검은 뿔쥐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그 숫자는 100만 마리에 불과했다. 핏빛쥐들의 성장세와 동족 포식의 문화를 생각하면 지나칠 정도로 적은 숫자였다.
엘프와 전쟁해서 이기겠다는 숫자가 결단코 아니었다. 형편없이 적은 숫자였고, 지하 연합 그것도 대장쥐가 이를 용인했다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 어처구니없는 결정은 그런데도 이루어졌다.
말 그대로 대장쥐를 비롯한 지하 연합은 이 성전을 자신들의 힘으로 끝내러 온 것이 아니라 이곳에 순교하려고 온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살아남은 엘프의 숫자는 적어도 80만 미만으로 남은 상태였다. 일전(一戰)을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잘 깔린 판이었다.
드낙으로부터 받은 은총과 권능을 받은 검은 뿔쥐가 드낙이 보는 앞에서 엘프들에게서 승리하여 자신들의 신앙심을 증명할 좋은 기회였다.
“찍찍! 통나무 미사일은 전부 다 소모했겠지?!”
“예! 두 번이나 확인했다! 40만 개 모두 소모했다! 그들은 피떡이 되었다!”
피떠어억! 피떡! 피떠어억!
곧 다가올 싸움에 흥분한 검은 뿔쥐들이 무기로 땅을 치면서 소리를 내질렀다. 간단한 단어를 반복해서 외치는 것만으로도 사기가 대단하게 올랐다. 그들의 뒤에 드낙이 있기 때문이고, 지금 이 전쟁터에는 드낙이 싸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들어라아아! 이것이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이다! 여기서 패배하면 우리는 우리를 증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뿔을 드높여라! 우리가 바로 검은 뿔쥐다!”
대장쥐가 주둥이 옆에 길쭉하게 나 있는 털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외쳤다. 다른 검은 뿔쥐들이 모두 악다구니를 찔러대었다.
침까지 흘리는 놈도 있었다.
크아아아!!!!
3m짜리 통나무를 통해서 만든 통나무 미사일은 화염과 충격파의 바리에이션을 통한 대(對) 엘프용 결전 병기였다. 말 그대로 엘프 5명이 모여도 막을 수 없는 무기였다. 무지막지한 지하 연합의 주력이 쏟아부어 진 병기였다.
이를 하나라도 남겼다면 배가 쓰리고,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좋오오오타! 이제 결전이다!”
숟가락 얹고 그냥 죽어서 순교하려고 한 것이 100만 검은 뿔쥐들과 대장쥐였다. 헌데 진짜로 해볼 만한 싸움이 남았다.
“뜨나아아악!”
그들이 모두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림자가 득실거리며 일어났다. 그림자에 서로 겹치고 겹쳐서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모두 공중 요새의 최심장부에서 조금 왼쪽에 치우쳐져 있는 텅빈 공간은 충격 흡수를 위한 피난처였다. 공중 요새 낙원은 공격 타격 수단에 대한 한계점이 존재했고, 적의 공격을 상쇄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어서였다.
통나무 미사일 40만 개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위업이었고, 거대한 생산량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은 준비를 안 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죽이기 위한 수단만 가지고 왔다.
엘프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목표는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160만에 달하는 엘프 사상자(死傷者)가 나왔다.
중립신 때문에 잔뜩 몰려온 결과, 통나무 미사일은 가장 많은 엘프들을 죽일 수 있었다. 지하 연합의 도착이 성공한 순간이기도 했다.
거대한 충격이 공중 요새를 흔들었다.
검은 뿔쥐들은 이 시간을 잠자코 기다렸다. 땅에 곤두박질친 공중 요새가 멈췄고, 대장쥐가 고함을 내질렀다.
“다친 놈 있나!”
“없다!”
“멀쩡하다!”
“조오오타! 가자! 엘프를 죽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떻게든 달려들어서 마구잡이로 죽여라! 놈들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라! 뭉치지 못하게 만들어라!!!”
“오로지 난전! 난전만이 답이다! 그것만이 엘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찍찍찍!
검은 그림자가 떼처럼 변해서 공중 요새의 밖으로 향했다.
그 거대한 흐름은 단번에 나타나지 않았다. 워낙 공중 요새가 컸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엘프들은 드낙에게 피해를 주기 바빴다. 물론 무너뜨린 공중 요새로 진입하는 엘프도 있었다.
드낙과의 전투는 모호했고, 그렇기에 많은 엘프를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었다. 공중 요새가 더 많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양분한 상태에서 드낙으로 향한 엘프들의 뒤통수를 검은 뿔쥐들이 습격했다.
내부에 들어선 엘프들은 사위를 훑어봤다.
수많은 파이프가 있었는데,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내부는 습기로 가득했고, 곰팡내와 누린내가 뒤섞여서 맡아졌다.
‘야만적이다.’
들어가기 싫었지만, 이곳을 처리해야 모든 힘을 살아남은 초월자에게 쓸 수 있었다. 그런 엘프 여러 명의 눈에 검은 통로를 질주하는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적이다!”
“그 충격 속에서도 멀쩡하다니?”
방어 주술을 공중 요새에 새기지 않은 대신에 피난소를 지은 전략 덕분이었지만, 엘프들은 이를 몰랐기에 경악했다. 그들은 확실하게 냉정을 잃고 있었다. 중립신과의 전투와 밖에 존재하는 엘프 시체로 쌓아올려진 산과 그 산이 만든 계곡에 흐르는 피 때문이었다.
이글거리는 화염벽이 세워지고, 다른 엘프들은 화염 마법을 쏟아냈다. 벽 전체를 크게 울리는 화염구는 허공에서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화려하게 타올랐다.
하지만 그림자는 페이크였다. 천장에 달라붙은 검은 뿔쥐들은 엘프 분대가 화염벽을 일으켜 세우고 화염구를 쏟아내는 순간에 떨어져 내렸다.
“뜨나아아악!”
그림자로 만들어진 송곳이 엘프들이 미리 쳐놓은 투명한 방어막을 부수고, 그 균열 속에 검은 뿔쥐들의 공통된 무기인 할버드가 그대로 내려쳐 져서 엘프들의 머리통을 깨부쉈다.
“캬아아아아!!!”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를 입으로 마시며 닥치는 대로 검은 뿔쥐가 머리를 들이받아서 엘프의 목을 뿔로 꿰뚫으며 들어 올렸다.
살육은 한순간에 이루어졌다.
엘프들의 근접 장기인 영혼 이동술을 사용하지도 못했다. 마법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서였다. 엘프들을 물어뜯고 잡아먹는 사이에 다른 검은 뿔쥐들이 이를 지나가면서 은근슬쩍 팔 하나를 한 입 쑥 베어 물었다.
“이건 내꺼야!”
“움뇸뇸!”
그러든 말든 한입 먹은 검은 뿔쥐는 이미 지나가 버린 지 오래였다. 엘프 한 명을 먹어치운 검은 뿔쥐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뿔이 3개나 돋아났고, 꼬리 끝에도 뿔이 2개나 더 돋아났다.
“그, 하하하하!”
미친 듯이 쾌락에 젖은 진화한 검은 뿔쥐의 혓바닥에서 피를 머금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악마적인 특성이었고, 드낙의 하급 악마라고 말해질 최소한의 특징이 발현되었다.
검은 뿔쥐는 엘프를 잡아먹으면서 피숨결 검은 뿔쥐가 되었으며 하급 악마의 말석에 오를 수 있었다.
드낙의 편애가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그릇만 커지면 단번에 하급 악마가 될 수 있었고, 드낙의 권속으로 오르는 게 가능했다. 모든 검은 뿔쥐에게 앉을 의자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사랑, 사랑, 사랑. 오로지 그분의 사랑이 여기에 있다!!!”
검은 뿔쥐의 외침에 공중 요새의 통로에서 뻗어 나갔다. 그들의 선택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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