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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820화 (819/1,239)

강철의 전사 82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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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大神)이 움직였다.

세상이 들썩였다.

그 속에서 엘프들은 자신들을 위해서 싸워야 했다.

그 누구도 도망치지 않았다. 그건 부랑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엘프 사회의 패배자들! 그들은 훌륭한 자원이었다.

“끼히히히히히히히!!!!”

전의(戰意)를 상실한 부랑자에게는 뒷목에 약물주입기가 착용 됐다. 그들은 귀신처럼 웃으면서 피부가 괴사할 정도로 마력을 사용하는 미치광이 마법사가 되었다. 이들은 사지가 결박된 채 중대형 마법 아티팩트의 탄약으로 소모되었다.

쾅! 쾅!

거칠게 마법이 사용됐다. 주력으로 사용되는 건 추적 기능이 깃든 화염 마법이었다. 빛이 지나가자 엘프 부랑자가 피떡이 되어버렸다.

이곳에서 아름답게 내리쬐는 빛은 흉악한 살육의 빛이었다. 중립신의 정신이 깃든 빛은 엘프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싸워라! 정신체도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는 엘프다! 신을 뛰어넘는 필멸자들이다아아아!!!”

엘프들이 곳곳에서 발악했다. 그런 모습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엘프가 고함을 지르다니? 보기 드문 일이었다.

슈욱!

정신체가 단번에 공간을 격하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마법이 허공에서 서로 부딪치며 폭발했다.

압도적인 기동력. 그건 중립신의 형태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육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은 육체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엘프와의 싸움에서는 불필요했다. 그들은 개체 하나하나가 작았기 때문에 오히려 육체가 없는 편이 더 이득이었다.

만약 〈대신육체(大神肉體)〉를 만들었더라도 정신체로써 싸웠을 터였다.

퍼버버벅!

엘프들의 육신이 찌그러졌다. 대신의 존재영역이 닿는 곳에 있는 엘프는 타격 당함과 동시에 인형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전보다 다른 건 그 힘의 사용이 격렬하다는 점이었다.

엘프 도시를 부술 때 머리의 일부분을 타격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 싸움에서는 그런 ‘정교함’은 사용할 수 없었다.

수십 톤에 달하는 물리력에 노출된 것처럼 짓이겨져서 널브러졌다.

쿠구구구!!!

존재영역에 닿는 땅은 움푹 들어가고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압력이 땅을 짓누르고 있었다. 엘 마르토 카사다민이 엘프와의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는 힘이기도 했다. 찍어 누르는 물리력은 ‘마법 종족’인 엘프에게 가장 확실한 타격법이었다.

쐐애애애액!

빛의 줄기가 대신의 존재영역을 지나갔다. 한 획을 그었고, 실날처럼 남은 빛에서 화염이 솟구쳐올랐다.

화아아아아아악!

불꽃의 길. 둑이 무너지고 쏟아져나오는 물처럼 치솟는 화염!

정신체를 확실하게 타격하는 방법이었다. 중립신도 타격을 받았지만 금방 회복했다. 아니, 애초에 회복할 것도 없었다.

지닌 초월의 힘과 업이 줄어들 뿐이었다.

와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는 걸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야만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고귀한 엘프들이 목청을 드높였다.

종족의 생사가 걸린 전투였다. 구름을 걷고 벌떼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증원군의 모습에 감정이 크게 고양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곳에서 엘프들이 모여서 백금 카드를 통해서 대마법을 사용해서 중립신을 향해 쏘아 보냈다.

“아아아아-!”

노래를 부르는 엘프들의 소리는 마력을 담아서 지평선까지 퍼졌고, 그곳에 노출된 마법의 속력이 폭증했다. 〈속력의 아리아〉는 엘프들의 마법 체계 중 하나에 속하는 특수 마법 계통이었다.

‘규모의 엘프’에게 있어서 마법 발사 속도를 증가시키는 건 필요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중립신의 힘을 줄일 수 있었다.

단 12명의 〈아리아 마법사〉가 수천, 수만에 달하는 마법들의 속력을 증폭시키는 광경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고로, 그들은 당연히 중립신의 표적이 되었다.

꽝!

땅이 깊게 패였다. 그 규모는 수만 평이 넘었다. 12명은 그걸로 피떡이 되었다. 다만 그걸 준비하던 엘프들도 많았다.

콰아아악!

바람 마법이 중립신의 정신체를 상처 내고, 화염이 그걸 타고 빠르게 흡입되며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콰과과광!

벼락이 쏟아져 내렸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며 중립신의 태양처럼 빛나는 존재영역이 가려졌다. 하지만 엘프들은 계속해서 마법을 퍼부었다.

대량의 먼지가 한 번에 반대편으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더니 거대한 빛이 다른 곳을 비추었다. 노출된 엘프들은 꾸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나며 죽어 나갔다.

물리력.

압도적인 물리력.

육체 능력이 그렇게 대단치 않은 엘프들의 천적이기도 했다.

끝없는 소모전 속에 중립신은 굵직한 존재 덩어리가 다가오는 걸 느꼈다. 대신(大神)이기에 가능한 간파능력은 아니었다.

이 행성에는 이미 중립신의 힘이 7할이 녹여져 있었다. 그 덕에 다가오는 놈을 미리 깨달을 수 있었다.

‘실패했구나.’

반신급 존재 덩어리다. 반마인 드낙이었다. 그가 이쪽으로 빠르게 오고 있다는 것은 ‘설득’에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아마 세파리아스 불파겐에게 넘어갔겠지.’

어리석은 인간이다.

‘어리석고, 어리석다.’

중립신은 드낙을 강제로 반마의 격에 오르게 유도한 적이 있었다. 반신보다는 반마를 처리하는 게 그나마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신과 마는 다르다. 신이 신을 죽이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동족을 죽이는 기분이니까.’

그렇기에 드낙은 반신(半神)이 아니라 반마(半魔)가 되었다. 악마의 힘을 먼저 느껴봤으니 자연스러운 귀결이기도 했다. 중립신은 그 흐름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저 더욱 확실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음흉했다.

‘세파리아스...’

놈은 위험하다. 하지만 경계만 잘하면 된다.

그걸 그 스스로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지금이다.

엘프와의 전투를 하고 있는 중립신을 통수치지 않으면 놈에게 승산은 없다. 드낙이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배경을 추측할 수 있었다.

드낙의 진의 따위는 무의미했다.

여기 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립신을 고꾸라 뜨릴려는 것으로 확신할 수 있어서였다.

무엇보다 중립신은 감성(感性)이 적은 존재였다.

검은 꿈에서 밀랍 같은 모습을 지닌 건 그냥 멋져서 한 게 아니었다. 그것만큼 정신세계에서의 중립신을 잘 표현한 것도 없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드낙이 다가오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배신.

‘배신했구나, 드낙.’

분노는 찰나에 불과했다. 중립신은 냉정했고, 이성적인 존재였다. 지금 일어난 일을 파악하고, 판단을 내리는데 더욱 신경을 썼다.

전후 과정 따위, 서로 얽힌 감정 따위 그에게 무의미했다.

외치는 인신들과 복잡한 표정을 짓는 남매신이 있었음에도 중립신은 변하지 않고 여전했다. 변하기에는 그의 프라이드는 너무 높았다.

세파리아스가 변한 건 중립신과는 다르게 한계가 존재하는 인간이기에 가능했지만 중립신은 대신(大神)이라는 격까지 있었다. 거기에 인신(人神) 최초의 대신이다.

자부심이 엄청났다.

그는 정말로 변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별빛이 중립신의 영역을 침범하며 터져나가며 산란했다. 그의 존재영역이 이동하는 속력이 살짝 경감했다. 제법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약하다.

‘엘프는 가장 후순위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적었다. 가장 많은 힘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걸 중립신에게 보내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다. 서로서로 개체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몰이꾼은 될 수 있지만, 사냥꾼은 될 수 없고, 처형자도 될 수 없었다.

‘세파리아스는 2순위다.’

인간이라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협적인가? 위협적이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었기에 가장 어중간한 존재였다. 특히 정신체가 된 중립신에게 닿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인간의 이동속도는 결코 중립신의 이동속도를 이길 수 없었다. 그는 정신체였다. 엘프들이 존재영역의 속력을 늦추고 속박하는 데 노력하더라도 그가 중립신의 정신체에 검 하나 쑤셔 박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엘프보다 윗순위인 것은 단순했다.

〈세파리아스 불파겐이니까.〉

인간은 변수덩어리다. 고로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엘프보다 먼저 죽여야 하는 게 옳았다.

‘1순위는 드낙이다.’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을 죽이러 오고 있었다. 이미 그 행위만으로도 모든 게 무너졌다. 이미 배신당해본 중립신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만으로도 쎄하다는 걸 느꼈다. 여기서 필요한건 신속성이다.

미친놈처럼 단칼에 베어내야했다.

‘기회를 주는 것조차도, 향후 미래를 생각하면 힘의 소비가 크다.’

그 시간에 버리는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단 한 번 믿는다? 한 번쯤은 믿어줄 수 있겠지만 그건 그저 감정에 호소하는 존재들이나 하는 믿음이었다. 중립신은 아니었다.

중립신은 그 어떤 믿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드낙이 중립신을 믿었다면, 중립신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 애초에 믿음이라는 건 감성적인 존재만 가능했다.

‘가장 큰 변수 창출자.’

전투 속에서 빛을 발할 게 분명했다. 고로 한 방에 죽인다. 그 어떤 변수도 창출하지 못하게 만든다.

‘반마의 격을 흡수해서 그릇을 키우고, 다른 놈들을 정리한다.’

간단한 플랜이 세워졌다. 가장 이성적인 전투방식이었다. 다만, 적들은 그걸 파악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솨아아악!

중립신이 하늘 위로 쑤욱 올라갔다. 단번에 엘프들의 모습이 점으로 변하고 구름 위로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구름은 여전했다. 존재영역은 말 그대로 정신체 그 자체. 구름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중립신이 시간선을 훑었다.

드낙과 세파리아스 그리고 엘프들과 전투하는 중립신의 시간선이었다.

그 속에는 드낙을 신뢰해서 오는 해피 엔딩도 있었지만, 가장 먼저 쳐냈다.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믿음이 근거라고 말하기에는 우습다.

지나가던 개새끼가 쳐 웃을 일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다. 갈대가 이번에는 어디로 흐를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그걸 믿는다...? 말도 안 되는 논리였다.

시간선을 훑은 중립신은 가장 최적의 행동을 했다. 가장 먼저 드낙을 향해 움직였다. 엘프들이 소란스러워했지만 무시했다.

‘엘프들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동시에 행성과 접촉했다. 그 힘을 3할 끌어왔다.

미친짓이었다.

끌어오면서 변환된 업과 힘은 고작 48%의 저효율로 들어왔다. 100개의 힘 중 48개만 들어오는 셈이었다. 끔찍한 비효율성!

그런데도 중립신은 거침없었다.

바로 그 상대가 드낙이기 때문이다. 끌어온 힘으로 단번에 존재영역에 육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심장이 부풀어오르고, 삼면육비(三面六臂)가 모습을 갖췄다.

여섯 개의 팔에서는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액체가 되었고, 무기로 모습을 갖추었다.

대신이었을 시절, 중립신이 이용했던 몸이었다. 물론 크기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았다. 하지만 100m에 달했다. 시간선을 훑어서 보았을 때, 드낙이 최대로 변할 수 있는 육체 크기의 2배에 달했다.

동시에 세파리아스에게 있던 신성력을 빼앗았다. 그것으로 적은 깨달을 것이다. 중립신이 온다는 것을. 이를 통해서 시간을 번 중립신은 단번에 육신을 완성하고, 정신을 그곳에 집어넣었다. 다만 절반만 집어넣었다.

머리 위에 존재 영역이 나풀거렸다. 그 존재 영역의 일부는 목 뒤로 이어져서 마치 날개처럼 보였다.

이를 볼 수 있는 건 드낙 뿐일 터였다.

후우웅!

100m에 달하는 육체가 움직였다. 구름이 쩍 갈라졌다.

쿠웅!

발이 내려앉은 산이 짓눌리며 무너졌다. 거대한 산사태가 일어나서 나무를 뒤덮고, 모든 것을 헤집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드낙과 세파리아스의 모습이 중립신의 눈에 들어왔다. 드낙의 몸이 커지기도 전에 중립신의 존재영역이 채찍처럼 휘둘러져서 단번에 드낙을 낚아챘다.

저항하고 있었지만 부질없었다.

드낙은 가진 업을 모조리 탕진했고, 그저 한 명의 반마에 불과했다. 대신과 반마.

누가 더 강한지는 불 보듯 뻔하다.

‘힘은 힘일 뿐이지.’

압도적인 힘에 낚아채진 드낙의 전신이 찢겼다. 엄청난 힘을 쏟아부었다.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중립신은 토끼를 잡는 호랑이처럼 전력을 다했다. 드낙은 찍소리도 못하고 찢기고, 그 파편은 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존재영역에 이끌려서 삼두육비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 광경을 본 세파리아스가 속으로 웃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대화 하나 없이 상황을 정리하는게 중립신 답다고 해야 할지. 오히려 일이 잘 풀렸다.’

무엇보다 기분 좋은 일은 괘씸한 놈이 육편이 다져져서 아주 고통스럽게 죽었다는 점이었다.

후두두둑...

“...?”

이상한 소리에 중립신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곧, 눈이 위로 향했다. 자신의 존재영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을 본 중립신이 깜짝 놀랐다.

피가 눈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그건 점점 더 커지더니 존재영역 자체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립신은 느낄 수 있었다.

드낙의 존재가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세 개의 머리가 입을 나불거렸다. 짧은 시간 그가 파악해야 할 시간선에는 존재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뭘 놀라는 거냐? 중립신. 네놈도 결국 전지전능(全知全能)하지는 않다는 거다.”

세파리아스의 그림자가 길쭉하게 커졌다. 도망쳤던 레우치터가 중간에 합류했고, 세파리아스를 돕고 있었다. 그림자는 거대한 날개가 되었고, 단번에 세파리아스를 공중에 띄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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