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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818화 (817/1,239)

강철의 전사 81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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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은 반격으로 이루어졌다.

그 낌새에 독에 중독되어 무너지고 신체 재생을 드낙보다 더 빠르게 하고 있는 세파리아스는 온전히 모습을 되찾았다.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눈도 조금 충혈된 정도에 불과했다.

독가스에 초당 세파리아스의 몸에 영향력을 끼치는 그 수준을 짧은 시간 파악하고 신성력을 통해서 그만큼 회복하는 순환 시스템을 이룩했다. 오로지 정신력만으로 가능했다는 게 무서웠다.

세파리아스는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더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고로, 드낙의 독가스는 지금 이 순간 세파리아스에게 그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했다. 그 독가스를 감당하고 있는 건 중립신의 신성력일 뿐이었다.

고통에는 굴복하지 않는 게 세파리아스 불파겐이라는 남자였다.

척.

드낙이 마법을 쓸 생각 없이 검을 들어 올리자 세파리아스의 눈이 이채가 서렸다.

“검은 검으로 상대하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대가리에 창 맞았냐? 그런 생각을 하게.”

이미 ‘일류의 흐름’을 얻으려고 노력했을 때 깨달았다.

드낙은 죽었다 깨어나도 잘해봤자 일류 턱걸이다. 그것도 다른 것들의 도움을 받아서 가능한 수준이었다. 또한 방금까지도 세파리아스와 부딪쳤다. 대가리 검으로 몇 대 맞고 나서 똑같이 검으로 승부하겠다고 나불거리면 그런 주둥아리를 잘라야 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포기해. 넌 그 어떤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

그런 세파리아스를 보며 드낙이 씨익 웃었다. 입이 쩍 갈라지며 머리가 쭈욱 늘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몸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5m에 달하는 신체가 단번에 반으로 갈라졌다. 피가 쏟아져나오다가 다시 드낙의 몸으로 스며들어 갔다. 극도로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드낙은 절벽의 끄트머리에 손가락 하나 올라가 있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

드낙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가 내건 해결책은 다름 아닌 중립신의 방식을 모방하는 것이었다. 세파리아스를 쫓았지만 결국 그 끝은 막다른 길이었다. 이제는 다른 길을 모방해야 할 때였다.

드낙은 범재(凡才).

평범하기에 창조할 수 없고.

부질없기에 뛰어날 수 없었다.

혁명(革命)이라는 말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이 드낙이었다. 발버둥 쳐도 할 수 있는 건 그저 다른 존재가 걸었던 길, 다른 사람이 하던 것을 따라 하는 것뿐이었다.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오면 그곳으로 흔들리고, 눈이 내리면 소복하게 그 머리 위에 눈이 쌓인다. 그런 존재였다.

허나, 반대로 그렇기에,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적응력이 뛰어났다.

포기가 빠르고, 좀 맛보다가 이거 아니다 싶으면 다른 거로 바로 바꿔 탈 수 있었다.

지금처럼 인간의 껍데기를 버리는 것도 드낙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격(格)에 걸맞은 몸을 갖추고.

모아둔 업(業)을 소모하여 자원으로, 힘으로 치환했다.

모두 대신(大神)으로 부활한 중립신이 엘프를 상대로 어떻게 했는지 봤기 때문이다.

‘세팔이, 이 개새끼. 날 때리면서 감히 웃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는 법이야.’

내일 나올 드라마 기다리는 사람도 먹고 살기가 팍해지면 시위에 나서는 법이었다. 드낙은 중립신이 아니라, 세파리아스를 적으로 규정했다.

벼랑 끝을 기어 올라오는 드낙을 향해 세파리아스가 등반을 시작했다. 영향무력의 범위를 넘어서려는 신체의 거체화는 세파리아스가 드낙의 몸을 타도록 만들었다.

15m까지 커진 드낙을 오르는 세파리아스는 산과 등산가와 비교할 수 있었다.

쩌렁쩌렁 공기가 떨렸다. 거대해진 만큼 드낙의 목소리도 커졌다.

“반신의 격? X이나 까라고 그래! 지금 이 순간 난 널 뛰어넘는다!”

“건방진...”

세파리아스가 달라붙은 곳이 아닌 먼 곳에서 드낙의 마법과 주술이 맺혔다. 인간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화염 마법과 주술 불꽃들이었다.

초월의 힘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폭격 속에서 세파리아스는 자신의 모든 걸 사용했다.

영향무력의 자상(刺傷)이 세상을 흠집 내고, 그곳을 지나가는 마법과 주술을 파괴했다. 잘라냈다. 거기에는 힘의 우위가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신을 잡기 위한 무(武)가 바로 영향무력이었다.

높은 격(格)을 지닌 영향무력과 많은 힘(力)을 지닌 마법과 주술이 부딪쳐서 공(空)으로 돌아갔다. 그 속에서 세파리아스의 등반은 계속됐다. 머리까지 올라가 그 목을 베기 위함이다.

그렇게 한다면 드낙은 잠시 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우오오오오!!!”

드낙의 얼굴과 목에 핏줄이 돋아났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힘으로 세파리아스를 찍어누르는 것. 그거 하나뿐이었다. 당장은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파리아스 또한 소모를 겪고 있었다.

‘언제까지 중립신이 세파리아스에게 신성력을 보태줄지 모른다.’

적정 수준이라는 게 정해져 있을 터였다. 그때 가면 드낙의 승리였다. 동시에 거기에 도달하지 않고, 세파리아스를 힘으로 찍어 누른다면 그 또한 드낙의 승리였다.

거대한 몸이 움직였다. 세파리아스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작은 움직임에도 거대함이 깃들어 있었다.

푸욱!

송곳처럼 날카로운 세파리아스의 손이 단번에 드낙의 살을 파고 들어갔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짓을 세파리아스는 평범하게 해내고 있었다.

괴물.

인류가 낳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서걱!

콰과과과강!

빛이 번쩍였다. 화염이 만들어낸 열기는 영향무력으로 막을 수 없었기에 세파리아스의 눈썹이 타고, 머리가 타들어 갔다. 적발이 신성력에 의해서 빠르게 돋아나고 자라고 있었지만 드낙이 보여주고 있는 마법 출력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세파리아스의 손가락 하나에 튄 용암 같은 불꽃이 슥 지나갔는데, 새까맣게 타버렸다.

퍼석!

힘을 조금만 줬음에도 손가락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대로 쇼크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화상의 고통과 절단의 공포.

그 속에서 대영웅(大英雄)은 드낙을 타고 오르는 걸 단 1초도 멈추지 않았다.

단 1분 만에 올라가며 3280번의 자상(刺傷)과 1만 개가 넘는 마법과 주술이 부딪치며 상쇄되었다.

동시에 드낙의 목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목에서 드낙이 튀어나왔고, 머리가 몸통이 되고 또 다른 팔과 다리가 생겨났다.

그 모습을 본 세파리아스가 고함을 질렀다. 그제야 드낙이 뭘 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정신 나간 녀석은 자신의 모든 걸 지금 이 순간, 모두 쏟아붓고 자빠졌다. 가장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모든 걸 저버릴 생각이냐! 그간 모았던 업을 모두 동나게 할 셈이냐!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알고 하는 짓인가!”

10m가 넘었던 몸과 다르게 이번에는 5m. 딱 반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커지고 있었는데 세파리아스의 외침에 멈춘 것이다.

세파리아스의 말 그대로 드낙은 반신의 격에 오르기는커녕, 지금 이 대등한 싸움을 위해서 그간 모은 모든 업을 빠르게 소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세파리아스에게 업을 그냥 버리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실제로 버리고 있었다. 세파리아스와 드낙의 전투에서 남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세파리아스의 검이 그 자신에게로 향했다. 드낙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파리아스가 말하는 설득은 굴복과 똑같은 뜻이었지만, 드낙 같은 하찮은 놈을 위해서 설득을 하는건 세파리아스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동시에 드낙이 이렇게 자신의 업을 세파리아스와 동수를 이루는데 써버렸기 때문에 중립신에게 복수한다는 것도 이행할 수 없었다.

남은 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

그거 하나뿐!

칼을 뽑았다면 무라도 썰어야 했고, 자신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을 이용한 놈이 있다면 이 한목숨 버려서라도 되갚아줘야 했다.

그게 무인(武人)이었다. 그게 세파리아스 불파겐이 생각하는 사나이였다.

‘뒤는 없다.’

중립신의 대계(大計)를 막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의 가장 강력한 대적자(大敵者)가 되겠다.

푸우우욱!

세파리아스의 눈이 커졌다. 영향검에 박힌 건 자신이 아니었다. 드낙의 신체 일부분이 바닥에서 튀어 올라와서 세파리아스를 밀어내며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서 영향검을 대신 받아냈다.

“응. 안 돼~.”

드낙의 목소리가 검게 죽어가는 부풀어 오른 살덩이에서 흘러나왔다. 그건 실로 기괴한 일이었다. ‘악마적’이었다.

“네놈.”

그제야 세파리아스가 드낙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발목을 잡으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치사한 짓이었다.

“왜? 나한테 한 걸 그냥 너한테 돌려주는 것뿐인데? 꼬우면 네가 대신 반마(半魔)하던가. 쓰레기 새끼야.”

“그만 욕해라. 천박하다. 언제 정신을 차릴 생각이냐?”

“아! 아유! 우리 세파리아스 님께서 욕 듣는 게 그렇게 불편하셨쎄여? 그렇게 불편하셨으면 지랄옘병을 하지 않으셨어야죠! 헤헤! 사람 참 무안스럽게 만드시는 재주가 아주 뛰어나십니다요!”

세파리아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드낙의 깝죽거림은 상상을 초월했다. 손까지 싹싹 비비는 솜씨가 일품이었고 무엇보다 너무 연기톤이라서 더욱 짜증 났다.

드낙이 이판사판 개사판거릴 때 하는 행동방식 중 하나였다. 평소에 보기 힘든 반응이기도 했다.

동시에 무수히 많은 나뭇잎이 세상을 가득 메웠다. 드낙이 뿌린 것이고, 이것은 세파리아스의 피부에 들러붙었다.

사냥꾼의 재능으로 영향무력에 대한 대처법을 순식간에 개발해냈다.

숲에서 동물보다 빠르게 지름길을 이용하는 비상한 사냥꾼은 결국 세파리아스의 앞에서 그를 막을 수 있었다.

나뭇잎 하나하나에는 초월의 힘도 깃들어 있었지만 드낙이 그간 받아서 모아놓았던 업도 깃들어있었다. 이를 상쇄하려면 노력이 필요했다.

“똑똑하네. 노력도 안 하는 걸 보니, 이미 결과도 알고 있어서겠지? 흐흐흐!”

드낙이 허리를 굽히면서 키득거렸다. 영향무력을 완전히 봉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봉쇄에 들어간 자원은 죽는 것보다도 못할 정도로 많았다.

10억을 투자해서 1억을 가로막은 꼴이었다. 10배가 넘는 업을 그냥 세파리아스의 영향 무력을 막는데 쏟아부어 버렸다.

“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는 건가? 중립신은 결코 믿으면 안 된다! 테라에 녹일 수 있는 건 모조리 녹일 거다!”

“그건 네 착각일지도 모르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잖아? 하지만 인정해. 중립신을 내가 너무 믿고 있었다.”

사실 〈테라의 완성〉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녹이고, 자신도 녹이면서 아예 새로운 필멸자들을 탄생시키는 게 이득이다. ‘초월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세계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초월자가 존재한다는 걸 아는 필멸자는 불필요하다.

하나님이 방주를 통해서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 시작한 것처럼.

새로운 도화지에는 새로운 물감과 새로운 붓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중립신을 과하게 믿는 건 어리석었다. 세파리아스가 드낙이 지닌 격(格)을 이용하려고 했을 때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의심은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강렬했다.

냄새를 풀풀 풍겼다.

“알았으면 됐다. 그럼 이제...”

“반마(半魔)를 겨우 유지할 정도를 제외하고 난 내 업을 날 따르는 이들에게 분산할 것이다.”

“뭣...?! 재정신이냐? 미쳐버린 거냐, 드낙!”

드낙이 씨익 웃었다. 그는 제대로 꼭지가 돈 상태였다.

“중립신도 너처럼, 똑같은 개새끼가 될 가능성은 확실히 있어.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모 아니면 도다. 네 말대로 내가 지금 엘프를 상대하는 중립신과 동수를 이룰 정도의 힘을 가지는 게 아니라면 배신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아예 무(無)로 만든다. 그리고 그 무(無)에 악마적인 수작질을 집어넣는다. 드낙은 그 ‘악랄한 수법’에 대해서 세파리아스에게 말하지 않았다.

세파리아스의 눈에는 드낙이 미친 짓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업을 포기하고 다른 필멸자에게 나눠준다면 드낙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력 없이 국가가 유지된다는 헛소리를 하는 망나니 새끼나 다름없었다. 드낙의 몸이 무너지고, 미립자로 변한 피가 하늘과 땅으로 퍼져나가는 광경 속에서 세파리아스가 입을 쩍 벌렸다.

“으아아아아아!!! 안 돼애애애!!!”

“돼! 후, 하하하하하!”

드낙은 처음 듣는 세파리아스를 절규를 음악 삼으며 속으로는 식은땀을 빼며 작업에 들어갔다.

그건 중립신만을 위한 〈덫〉이었다. 만약 중립신이 정말로 자신과 이 세상의 모든 필멸자를 녹여서 테라를 만들려고 한다면, 그런 괘씸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테라를 빼앗을 생각을 가졌다.

그 덫은 순식간에 심어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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