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81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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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터의 요소는 고정되어 있으며, 승부를 위한 조건 또한 결정되어있다. 그 요소의 싸움에서 무엇을 획득하고 버리느냐에 따라서 전투의 행방은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야수 기사의 군사학서를 통해서 이를 꿰뚫고 있는 드낙은 가장 먼저 〈세파리아스 이외의 모든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인간의 무서움이지.’
변수가 언제 어떻게 생겨날지 몰랐다. 특히나 세파리아스는 작은 틈새에도 코끼리를 집어넣고 ‘응, 가능~.’ 이 지랄을 떨 수 있는 몇 없는 인간이었다.
말 그대로 대영웅(大英雄).
인류가 낳은 최강의 인간.
한없이 격이 낮음에도, 하찮은 필멸자임에도 드낙의 눈을 베어냈다. 그것만으로도 드낙은 세파리아스를 제대로 상대할 생각이었다. 아니, 세파리아스가 미리 방심하지 말라고 눈을 벤 것일지도 몰랐다.
‘오만한 새끼.’
자신이 온힘을 다해도 이길 수 없다는 걸 보여줄 생각인 듯했지만, 드낙은 예전의 드낙이 아니었다. 분명 세파리아스도 방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날 반마반신(半魔半神)으로 올라가게 하려고 이 싸움을 시작했는지도 모르지. 기분 나쁜 녀석이야.’
[죽기 싫으면 격을 올려라.]
행동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드낙으로서는 기분 나쁜 일이었다. 제대로 격의 차이를 보여줄 생각이다.
반대로 세파리아스 또한 드낙이 뭘 노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놈은 무르다.’
생명의 무게니 뭐니, 헛물도 제대로 들이켰다. 진짜로 자신이 초월자가 된 것처럼 굴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질이 나빴다.
중립신이 필멸자를 대하는 것을 보라, 그는 대업(大業)을 위해서라면 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핏물로 만들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게 초월자였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의 세상을 파괴한다.
‘그러나 놈은 다르지.’
어디서 헛배운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건 세파리아스에게 전술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 분명했다. 그의 명성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대단해져 있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 듯이, 제국이 무너진 상태에서 세파리아스의 행보는 새로운 황제의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기 충분했다.
어린애까지 빗자루 들고 참전할 정도였다.
드낙과 세파리아스의 격돌은 마법사들이 있는 곳에서 시작되었다. 드낙은 당연히 높은 곳에서 정보 마법을 통해 마력을 지닌 이들을 노렸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이가 드물었고, 마력을 다룰 수 있다면 대개 연금술사나 마법사가 된다. 드낙을 방해할 존재는 기껏해야 마법사들뿐이었다.
‘세파리아스의 명령이 있다면 빈틈 하나 만드는 건 쉽겠지.’
드낙이 허공 위로 단번에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정보 마법을 펼쳤다. 성 전체가 그 영향력 아래에 놓였다.
서걱!
섬뜩한 소리가 들려오며 정보 마법이 사라졌다.
‘미친 새끼.’
세파리아스가 무안(武眼)을 통해서 정보 마법을 ‘잘라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생전에 가지지 못한 경지이기도 했으며, 세파리아스라는 존재에게 경험은 또 다른 깨달음을 주는 근거였다. 남들은 1의 경험치로 1렙도 올리기 힘든데 혼자서 100렙, 1000레벨을 올리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불합리하다.’
드낙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파리아스의 롱소드. 드워프가 만들어준 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점이었다.
‘젠장할, 이제 좀 알겠다. 뭐하는 검인지.’
〈영향검(影響劍)〉.
세파리아스가 올라선 무의 경지를 세상에 퍼뜨리는 검이었다. 검 자체로서의 성능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공산이 컸다. 무식하게 단단한 것도 ‘초월자’와의 싸움을 애초에 고려해두고 제작한 검이었다.
그렇기에 간격에 들지 않았음에도 드낙은 눈이 베였다.
세파리아스의 무(武)가 드워프들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뻗어나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그보다 뛰어난 무의 경지가 필요했다. 당연히 불가능했기에 초월의 힘을 통한 상쇄만이 답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지.’
실력에서 차이가 나기에 공격당하고 나서 깨닫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한 수가 세파리아스의 영향검을 통해서 발출되는 것이고, 이를 깨부수려면 세파리아스보다 대단한 무재여야했다.
‘황당할 노릇이다. 이게 가능한가?’
마력, 신성력, 주력과는 궤를 달리했다.
‘비슷한 게 있다면 악마의 초월의 힘이다.’
악마 또한 육체를 통해서 초월의 힘을 행사하기에 그들의 힘은 육력(肉力)이나 육체력(肉體力)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드낙의 그림자 또한 조금 궤가 다른 힘의 계통이었다. 마이너한 초월의 힘인 셈이다. 세파리아스의 무력(武力) 또한 궤가 다른 힘의 계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 드낙이 개발해낸 은신과 암살의 격(格) 또한 암살력(暗殺力)이라는 힘의 계통 중 하나였다.
마력, 신성력, 주력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의 힘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했고, 세파리아스는 인간인 주제에 그런 초월의 힘 계통을 하나 개발해낸 것이다.
초월의 힘, 무력이 지닌 가장 강력한 강점은 선제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상대가 이를 깨달으려면 세파리아스보다 더 뛰어난 무의 경지가 필요했고,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것이 바로 인류가 낳은 최강의 인간 세파리아스 불파겐이 그 삶의 끝에 정상에 도달한 무의 경지였다. 또한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초월의 힘이기도 했다. 몇 가지 제약과 조건이 있어야 했지만, 인간에게 더할 나위 없는 초월의 힘이었다.
드낙은 이를 영향무력(影響武力)이라 명명했다.
왜냐하면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대단한 알고리즘을 지닌 초월의 힘이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계무력, 영향무력 똑같았다.
‘무기에 따라서 영향력이 결정된다.’
공중에 있는 드낙을 공격하지 못했다. 드워프가 얼마나 대단한 검을 만드냐에 따라서 영향무력의 거리가 정해진다. 그리고 세파리아스가 쥐고 있는 영향검은 프로토타입일 가능성이 높았다.
말 그대로 시제품이다.
앞으로 개량과 개선 그리고 수많은 발명을 거쳐야 했다.
‘승산은 있다.’
무차별 마법 폭격.
그게 그 방법이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희생자가 많아질 수 있어서였다. 결국 자신과 싸울 결의를 한 자들만 죽여야 했다.
‘하지만 분명 세파리아스가 끼어들겠지.’
근접전으로 혹은 저공비행으로 마법사들을 노리면 세파리아스가 기회를 보고 개입할 터였다. 놈을 피한다는 가정은 하지 않았다. ‘반드시’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그 때를 노려서 드낙을 칠 수 있었다.
지나칠 정도의 맹신이었지만, 드낙은 확신하고 있었다.
“꺄아아악! 밀지 마세요! 아기가 있어요!”
극도의 혼란 상태에서는 남녀노소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넘어져서 인파에 의해서 짓밟혀 죽는 건 현대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드낙은 이내 마음을 굳혔다.
‘세파리아스는 보통 놈이 아니다. 놈은 수단을 마련해왔어. 방심할 수 없다.’
또한 저들은 드낙이 지켜야 할 대상도 아니었다. 그 울타리의 차이를 통해서 드낙은 스스로를 변호했다.
세파리아스가 보여준 새로운 초월의 힘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모조리 죽이는 수밖에.
드낙의 손이 휘저어졌고, 입이 달싹거렸다. 마력이 쏟아져나오고 드낙의 피가 쏟아져나와서 질주했다. 트롤의 재생력은 더더욱 반마의 격과 어울려서 빠르게 응고되며 살덩이로 굳어졌다.
기괴했다.
다만, 반마의 피는 훌륭한 마법재료인 것은 틀림없었다.
쿠구구궁...!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다. 이 일대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희희낙락해 하고 있는 드낙은 마법사들이 있는 곳을 특정할 수 있었다. 이 지진은 그저 간단한 블러핑에 지나지 않았다.
반마의 블러핑은 인간을 크게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실제로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곳들이 5곳 있었다. 마법사들이 전력을 다해서 막은 곳이었다.
다섯 곳의 위치 모두 내성과 가까운 곳에 있었으며 멀지 않은 곳에 첨탑과 대로로 향할 수 있었다.
모두 마법사들의 집결지로 충분했다.
‘다섯 곳에 분산 배치되었네! 영악하다.’
실패를 염두하고, 집결지를 분산시켜서 합류 속도를 증가했다. 아마 2차 집결지도 분명 있을 터였다. 그러나 마법사들이 그렇게 모일 때까지 기다려줄 이유가 없었다.
드낙이 한순간이지만 전력을 다해서 만들어낸 바람 마법이 그 일대를 망치처럼 때렸다. 강력한 충격파에 이층집까지 무너질 정도였다. 돌은 두부처럼 쪼개졌다. 목조 건물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단 한 명의 마법사도 살게 놔두지 않겠다는 드낙의 마음이 표현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창했지만 바람 마법은 한계가 뚜렷했다.
드낙의 사지에서 피가 쏟아져나와서 5개의 핏덩이가 되어서 날아갔다. 그것은 혈액으로 드낙과 연결되어있었다. 단번에 끓어오르며 태풍을 일으키고, 화염이 그 바람 속으로 들어갔다.
화르르르!
화염 폭풍 다섯 개가 다섯 곳을 싹 털기 시작했다.
동일하지만 다섯 개의 대마법을 단번에 사용한 드낙은 쌍코피를 흘렸다. 초고도의 집중력은 주변 환경에 대한 방심을 끌어냈다.
세파리아스의 반격이 시작되는 건 필연이었다.
세파리아스는 마법사 따위 애초에 버림패로 사용했다. 가장 필요한 건 드낙을 하늘에서 떨구는 일이었다.
‘일이 잘 풀렸어.’
세파리아스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서 만들어질 빈틈을 원천 봉쇄한다는 전술은 훌륭했다. 손쉽게 그것을 움켜쥘 수 있는 게 드낙이었다. 물론 놈은 역시나 크게 나왔다.
‘설마 공중에 있다고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다음은 없다,라는 마인드로 마법사가 분산 집결한 5곳을 한 번에 털었다. 이는 세파리아스도 조금 당황했다.
본래라면 다섯 곳을 터는 과정에서 방심을 끌어내 떨굴 생각이었는데, 한 번에 처리하려는 만용을 부렸다.
그 결과는 공중 근접전이었다.
“흣!”
드낙이 소리를 내며 이를 간파하며 몸을 그림자로 변환시키며 물러나며 전율이 쫙 끼치는 양다리를 위로 올리며 팽글 돌았다.
주우욱.
세파리아스의 거리가 10걸음이 넘게 있었음에도 그림자가 세파리아스의 검에 걸려있었다. 끔찍한 직감에 드낙이 양팔로 얼굴을 가드했다.
촤악!
팔로 방어했음에도 두 눈이 검에 베였다. 팔은 잘리지 않았다. 그 외에도 다섯 개의 자상(刺傷)이 드낙 주변의 공간을 베었다.
드낙이 외부 세계에 펼쳐둔 마법의 법칙이 조각났다. 비행 마법이 끊기며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그의 눈에 세파리아스의 모습이 들어왔다.
‘새끼!’
양다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세파리아스의 모습은 딱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무릎관절이 비틀려서 기괴했다. 신성력이 빠르게 이를 치유하고 있었는데 그 속력이 엄청나게 빨랐다.
중립신으로부터 신성력을 땅겨오는 속도가 드낙이 챔피언이었을 때와는 현격히 다를 정도였다. 정신력으로 강제로 신성력을 줄다리기하듯이 잡아당겨서 가져오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뚜둑!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전신이 반 바퀴 돌려지며 그 작은 힘을 이용해서 회전력을 키웠다. 점점 드낙에게 근접해왔다.
‘미친 새끼네, 이거!’
드낙이 손으로 충격마법을 통해서 세파리아스를 강하게 밀치며 추락시켰다. 하지만 피떡이 되어서 떨어져 나가는 세파리아스는 웃고 있었다.
볼살이 충격 마법에 뜯겨 나가서 이빨이 훤히 보였음에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이런 고통에 굴복한다면, 세파리아스라는 이름이 아깝다.
자신은 진정으로 인간을 아래에 두고 군림해야 하는 존재였다.
쿵!
드낙덕분에 먼저 땅에 착지한 세파리아스가 질주했다. 그제야 드낙의 얼굴이 흑빛이 되었다. 다만 희망은 있었다. 떨어지기 전에 다시 비행 마법을 사용하면 될 일이었다.
‘크윽?!’
거대한 반발력에 드낙이 깜짝 놀랐다. 그제야 자신의 옷에 흠집이 나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영향무력이 만든 자상 때문에 비행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마력과 빠르게 충돌하며 상쇄되고 있었지만 땅에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베이고 나서 상쇄가 가능한 것이 영향무력의 가장 큰 이점이었다.
세파리아스는 충분히 드낙에게 자상(刺傷)을 여럿 남길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시야를 빼앗아서 뒤늦게 세파리아스를 보게 하여 대처를 늦췄다. 자연스럽게 세파리아스부터 떨어뜨리기 위해서 비행 마법이 뒷전이 되었다.
영향검과 세파리아스가 스스로 깨우친 초월의 힘인 무력(武力)에 옷이 베인 드낙은 자신의 마력이 외부에 전혀 뻗어 나가지 못하고 비행 마법으로 변하지 못하는 걸 깨달았다.
독의 밑이 깨져서 물이 차오르지 않았고, 독을 붓는 곳에 거름천을 덮은 듯했다.
쾅!
그대로 드낙이 머리부터 땅에 처박았다. 마법에 신경 쓰다 보니 땅에 그대로 직격했다. 하지만 그 어떤 피해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먼지가 아지랑이를 피우며 위아래로 갈라졌고, 회복된 드낙의 눈에 검 끝이 쑥 튀어나왔다. 이를 주먹으로 올려쳤다.
캉!
서걱-!
‘말도 안 돼!’
드낙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세파리아스가 괜히 싸움을 건 게 아님을 깨달았다. 그 짧은 부활 시간 속에서 거대한 성장을 이룩해냈다.
영향검을 올려침과 동시에 허벅지 안쪽에 자상(刺傷)이 생기는 일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세파리아스를 위해서 세계가 변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세파리아스의 초월의 힘. 〈무력(武力)〉의 알고리즘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근접전이 시작되면서 그것은 더더욱 미궁으로 빠졌다.
콸콸콸!
선홍빛의 생피가 아니라 검게 죽은 썩은 피가 쏟아져나왔다. 재생은 그 검은 피를 모두 쏟아내고 시작되었다. 힘줄이 잘렸음에도 드낙은 허벅지를 움직였다. 악마의 힘을 소모해서 그냥 힘줄을 하나 덧대었기 때문이다.
후웅!
드낙이 돌려차기를 하며 한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검을 찔렀다. 공기가 찢기는 소리가 들렸고, 그저 그 바람에 닿는 것만으로도 세파리아스의 피부가 찢겨나갔다.
아무리 단련해도 피부까지 단련할 수는 없었다.
인간의 한계였다. 하지만 피부가 찢겨나가면서도 세파리아스의 표정은 전혀 고통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까불거렸던 드낙을 패는 일은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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