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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813화 (812/1,239)

강철의 전사 8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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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중립신의 공격법을 간파했다. 그건 실로 기괴했고, 대신(大神)답다고 해야 했으며 신(神)들이 즐기는 방법처럼 여겨졌다.

‘중립신이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은 도시 하나 정도. 대신이니까 이 정도 크기를 지니고 있겠지. 그냥 신이라면 더 좁은 곳에서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테고. 상황에 따라서 줄이거나 무리해서 넓히는 것도 가능할 터다.’

육체가 없기 때문이다.

드낙은 이를 〈존재 영역〉이라 이름 지었다. 육체가 없는 신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존재를 옮긴 다음에 그 내부에서 활약을 시작할 수 있어 보였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초월의 힘과 격에서 차이를 보여야 했다.

‘초월의 힘으로 전투의 방향성을 바꾸는 방식이야.’

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런 종족이었다. 다른 방식의 싸움이 아니라 초월의 힘이나 격을 통한 차이로 승패가 갈리도록 물길을 틀었다.

‘왜 인신들이 대신이 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겠네.’

격이 오르면 자신이 지닌 존재 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 영역이 넓혀지면 넓혀진 만큼 더 넓은 곳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한 번에 도시 하나에 사는 엘프들을 단숨에 죽일 수 있었다.

반대로 존재영역이 좁으면 한 번에 한 사람씩에만 기적을 선사해줄 수 있었다.

‘진짜 사기야.’

존재 영역이 넓어서 생기는 이점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순간에 일어나는 일이기에 엘프들은 반항조차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중립신의 존재 영역이 매우 좁았다면 엘프들도 대항을 했을 터였다.

슬링에 맞고 죽는 것처럼 타격에 머리를 맞고 뇌가 죽는 수준은 대신에게 아주 하찮고 손쉬운 일이었다.

‘불합리하다.’

규모가 크면 무조건 이득인 게 신이라는 존재였다. 그걸 보며 드낙은 엘프들이 아무것도 못 하고 죽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 자신의 존재가 도착하면 툭 쳐서 죽이면 그만이다. 그것도 대규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낌새를 차리고 나서 행동에 나서더라도 그 도중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아, 나도 반신(半神)이 되겠다고 할걸.’

후회가 막심해졌다. 나중에는 악마도 되고, 신도 될 수 있다고 중립신이 말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현재의 드낙은 그저 반마일 뿐이다.

그가 투덜거렸다.

“이렇게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으면 왜 나보고 처리하라고 한 거야?”

그 불만은 진짜였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도시 하나를 털어버렸기 때문이다. ‘규모의 엘프’를 ‘규모의 힘’으로 찍어누른 것처럼 보였다. 진돗개가 배가 든든해도 쥐새끼가 보이자 서둘러 물어 죽인 것과 비슷할 지경으로 엘프들은 유린당했다.

[전에 말했다시피, 내가 대신이 되지 않고 바로 테라에 녹아드는 게 가장 소모가 적기 때문이다. 대신으로 부활을 한 다음에 테라에 녹아들면 버리는 자원이 너무 많다.]

그 소모는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 선택하기 싫었다. 중립신의 영혼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신(大神)의 영혼이었고, 신으로 부활할 수가 없었다. 격에 맞는 부활을 해야 했다. 다만, 이것은 영혼의 격을 맞춰서라도 조정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한다면 되려 테라의 완성이 불완전해질 뿐이었다.

테라는 대신의 영혼을 받아먹은 행성이어야 했는데 그게 사라지면 메리트가 없었다. 신의 영혼과 격을 받아먹은 행성은 차원을 닫는 것조차도 어려웠다.

다만, 중립신의 경우 엘프와 영혼 제국의 업 덕분에 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결국에는 상대적이었다. 또 드낙이 몸을 사린 덕분이었다. 그는 진정으로 행성에 녹아서 사라질 중립신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중립신이 도시 하나를 멸망시켰을 때, 엘프들이 크게 들썩였다.

그건 행성 때문이었다. 중립신과 기질이 70% 이상으로 비슷해져 있고, 그를 받아먹을 준비가 중립신에 의해서 이루어진 행성은 중립신이 대신으로 부활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어서였다.

“다, 당장 중앙 도시로 향해야 한다! 힘을 합쳐야 해! 그렇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모든 걸 제쳐놓고 엘프들은 백금 카드만 챙긴 채로 서둘러 몸을 뜨웠다. 하지만 그들의 비행 마법은 오랫동안 정체되어있는 마법 체계를 지니고 있었다. 개인에게 교통수단을 맡겼기에 그 어떤 발전도 이룩하지 못했다.

연구에 미친 엘프들을 감옥에 가두면서 위기에 처해서 필요할 때 빼서 써먹겠다고 여길 정도로 지식에 대한 차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썩은 엘프 사회였다.

그 독은 대신(大神)과의 전쟁에서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변화를 일으키는 걸 싫어하는 엘프 노괴들의 선택은 엘프 종족 전체를 대위기로 몰아갔다. 그들이 영유한 무한한 세월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비행 마법은 그대로였다.

다른 종족들에게 비행마법은 대단한 마법이었지만, 대신에게는 하찮은 이동속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가만히 있다고 발전하지 않았다.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했다. 그건 마법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정체된 비행 마법은 필멸자 수준에서는 뛰어난 것이었지만, 중립신 앞에서는 버러지 같은 마법에 불과했다. 전쟁은 많은 것이 상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대국(大國)도 상대에 따라서 소국(小國)이 되는 법이다.

[엘프들의 대응 속도는 빠르다. 그전에 처리해야겠지. 따라오고 싶으면 따라오고, 그게 아니라면 제국 서쪽에 있는 세파리아스에게로 가라. 전에는 그를 챔피언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대가 데려가야 할 것이다. ‘반드시’.]

중립신은 그걸 알면서도 느긋하게 드낙에게 2가지의 선택지를 줬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동했다. 드낙은 중립신의 이동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육체를 지니지 않은 중립신의 속도는 감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빨랐다.

드낙은 우두커니 서서 고민했다. 그럴듯하게 이중일택을 건네줬지만, 사실 그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빨리 사라져버렸으니 세파리아스에게 가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세파리아스는 분명 떠나고 싶을 텐데, 그게 아닌가?’

중립신의 챔피언보다는 드낙에게서 대우받으면서 신으로 나아가는 게 더 좋은 판단이었다. 근데 중립신의 말을 보면 그게 아닌 듯했다.

‘인간답게 죽겠다고 생각하는 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나 인간찬가적 사고방식이었다. 드낙을 보면 절대 아니고, 어색했지만 세파리아스는 진실로 신살자(神殺者)로 보였다. 그가 직접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그냥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초월의 힘이니, 격이니...

그런 것을 깨부수고, 신의 목을 베는 세파리아스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게 아니었다. 평범한 인간이 그런 짓을 하겠다고 하면 코웃음부터 치겠지만, 세파리아스에게는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있어 보이고, 거적을 더럽게 입고 있어도 기사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주군으로 삼는다.

그런 인간이었기에 드낙은 세파리아스가 인간으로 평범하게 죽을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제국을 세우고 그곳의 황제가 되어 역사에 한 줄을 담백하게 써내려고 죽는다.

그리고 그의 가문은 다시 오랜 역사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북부인들이 생각하는 영속성이었고 그들이 추구하는 불멸성이었다.

‘자신은 죽지만 가문은 남는다. 세파리아스면 할 만하지.’

그 엘프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중립신과 동등한 거래를 할 정도의 인간이다. 드낙과는 사는 세상이 다르다고 봐야 했다.

‘그걸 설득해달라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중립신을 노리는 걸지도 모르지.’

세파리아스는 중립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드낙은 일단 제국 서부로 향했고, 검은 뿔쥐 척후병으로부터 세파리아스의 위치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구오오오오오오!!!!

거대한 마력이 들끓었다. 지축이 흔들리고, 용암이 솟구쳐올랐다. 지하수가 터져 나오며 수십 미터 솟구쳐오르는 끓어오르는 물 분수가 곳곳에 존재했다. 물과 불의 세상과 땅이 흔들리는 말세(末世)의 재림이나 다름없었다.

엘프 도시의 성벽이 굳건하게 그 여파를 막아주고 있었지만, 마력 돌풍으로 수톤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가 들어 올려져 그대로 성벽에 처박거나 수백 킬로의 돌덩이가 허공으로 끌어올려 지다가 힘을 잃어 도시 내부에 그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행성의 깊은 지하를 자극해서 일으킨 자연재해를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마력을 흡수하여 엘프 도시를 보호했다. 그건 신에 대적하기 위한 엘프들의 자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효과적이지.’

규모의 엘프는 기습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했고, 어느 도시가 될지는 몰랐지만 중립신과 전투다운 전투를 하면서 버티는 게 필요했다.

이런 자연재해를 일으켜서 대기 마력을 이용한 대마법은 오래 할 수 없었지만 확실하게 중립신과 힘 싸움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도시 내부의 엘프들도 그 제어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보였다.

1의 제어력으로 10의 힘을 운용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었다. 행성에는 독이 되지만, 엘프가 그런 걸 따질 종족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초극의 권능은 날 이곳으로 이끌었다.’

결국, 엘프들이 모일 수 있는 도시는 중앙에 있는 도시들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엘프들을 움직이고 명령할 수 있는 엘프 노괴들이 모여서 사는 곳도 중앙 도시였다.

센툼 밀리아(centum milia) 계급 전체 중 7할이 살고 있는 게 중앙 도시들이었다.

즉, 이건 피할 수 없는 승부였고 정석 중 정석이었다. 이 싸움을 회피하면 더 많은 힘을 소비할 게 분명했다. 중앙 도시는 엘프들의 집결지였고, 이런 도시를 파괴하는 걸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더 빠르게 엘프들이 하나로 뭉쳐서 중립신에게 대항할 수 있었다.

사아아...

중립신의 존재 영역이 도시를 뒤덮었다. 들끓는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엘프들의 마력에 간섭했다. 단번에 그 줄기들을 움켜쥐고, 속박했다.

“끄윽...”

엘프들이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그저 앓는 소리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버티는 엘프들의 칠공(七孔)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두 개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고, 쌍코피가 터져 나왔으며, 귀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입에서는 기침 소리와 함께 피가 쏟아져나왔다.

“쿠헉!”

일제히 무릎을 꿇거나 쓰러졌다. 더는 못 참았기 때문이다. 짧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엘프들이 죽어 자빠졌다. 단단히 조이던 항문이 죽으면서 열렸고, 오물이 흘러내렸다.

초월의 힘을 다루는 정교함에서 엘프들은 중립신을 이길 수 없었다. 그들은 크게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초월의 힘으로 자신들의 주변을 둘러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중립신은 너무나도 쉽게 엘프들의 제어력만을 움켜쥐고 그들을 굴복시키고, 단숨에 중앙 도시 하나를 털어먹었다.

〈전초극의 권능〉은 엘프 노괴들이 거주하는 중앙 도시에만 중립신을 인도하지 않았다. 또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점점 더 전초극의 권능에 들어가는 힘의 소모가 커졌다. 이에 중립신도 시간선의 저 너머를 파악하고 골라내고 선별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중앙 도시로 폭풍의 요람을 옮겨야 한다!”

운 좋게 대공장에서 방금 출하된 폭풍의 요람을 쓰기도 전에 중립신의 존재 영역이 대공장을 휩쓸었다.

엘프는 순식간에 뜨끈한 인형처럼 허물어졌지만, 활성화된 폭풍의 요람을 정지시키는 일은 무식한 방법이 사용돼야 했다.

꽈드드드드득!

폭풍의 요람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마력과 중립신의 신성력이 부딪쳤다. 끔찍한 굉음과 함께 단번에 폭풍의 요람이 찌그러져서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순식간이었지만 소모된 초월의 양은 엘프 30만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마력량과 똑같았다.

중립신과 엘프들의 전쟁은 극심한 소모전을 맞이했다.

*

세파리아스는 눈을 떴다. 칠흑처럼 어두운 방에서 촛불만이 여러 개 켜져 있을 뿐이었다. 그 흐릿하고 음울한 방에서 그는 침대에서 벗어나 무기를 손에 잡았다.

끼익.

기묘할 정도로 정확한 타이밍에 창문이 열렸다. 경박한 목소리가 세파리아스의 귀에 들려왔다.

“어? 잠자고 있었는데?”

“흥. 네놈 오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우니, 잠을 잘 수가 있나.”

그 말에 드낙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파리아스는 그 모습을 보며 씨익 웃었다.

“멍청한 표정 그만 지어라. 아직도 변한게 하나도 없구나.. 그게 아니라면, 왜? 내가 널 ‘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것이냐?”

드낙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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