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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806화 (805/1,239)

강철의 전사 80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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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호응을 받아낸 대장쥐는 다른 위원들에게 또 하나를 제안했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과 손을 잡은 오크들의 대예언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거다.”

“알지. 그것을 토대로 우리 뿔쥐들은 모든 행동강령을 새롭게 개편 및 갱신했다.”

“찍찍. 그건 아주 중요한 일이었지.”

대장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의 신께서 놈들을 죽이기 위해서 나선 이상, 우리가 활약할 시간은 적을지도 모른다. 최대한 빨리 서로 개발하고 있던 요새를 하나로 합치고, 공중으로 띄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말에 모두 눈을 빛냈다. 대장쥐가 말하는 바를 알아챘기 때문이다.

“성전(聖戰)이다! 성전!”

“홀로 싸우고 있는 그분은 은혜롭고, 우리를 생각해서 피를 흘리고 계실 것이 틀-림없다!”

대장쥐가 크게 흥분했다. 저절로 다른 위원들도 숨을 쉭쉭 거렸다. 핏빛쥐들...검은 뿔쥐들은 이성과 지성을 손에 움켜쥐고 있어도 매우 잔혹한 종족이었다. 여기에는 동족 포식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내실을 다졌고, 이제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했다. 드낙을 돕고 싶은 것이 그들의 충심이었고, 그런 충심이 있기에 드낙은 홀로 나아갔으나 핏빛쥐들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배불뚝 리전은 이미 엘프의 영토에 땅굴을 놓았다. 지하 철도의 진행도도 매우 높은 상태다. 백설산맥 너머 제국으로 향하는 길은 아직도 열려있다.”

두 세력에 대한 교두보를 이미 배불뚝 리전은 마련한 상태였다. 북부에 있는 멜마론 산에 본거점을 마련해두고 있었기에 어느 쪽으로든 쉽게 뻗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제국과 광활한 산맥인 백설산맥을 두고 있었기에 제국으로의 접근도 쉬웠다.

워낙 넓은 것이 백설산맥이었기에 그 외곽 산맥 중 한 곳에 배불뚝 리전의 비밀 요새가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오크들이라고해도 백설산맥을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수준으로 길쭉한 산맥이었다.

“어느새 그런 짓을...”

“요새 건축이 잘못되면 그걸로 재미를 보려고 했겠지! 찍찍! 아주 똑똑하다!”

대장쥐의 유연함에 놀라고, 배불뚝 리전의 강인함에도 놀랐다. 두 가지 모두를 하기에는 힘이 들 것이 분명한데 해낸 것이다. 리전 중 가장 강인한 리전다웠다. 병사라고해도 무식하게 삽질하게 할 수 있었고, 그런 행위를 해도 대장쥐에 대한 불만이 존재하지 않았다.

검은 뿔쥐도 생명체기 때문에 이건 매우 큰 이점이었다. 다른 위원들은 흉내도 못 냈다.

“지금 만들던 지하 요새를 지상으로 옮기고, 서로 만들던 것을 합친 다음에 공중 요새로 만든다면 시일이 얼마나 걸릴까?”

그때가 공격의 때였다.

“적어도 반년 내지는 1년은 걸리겠지.”

“너무 늦는 게 아닐까 싶은데.”

“우리들의 충성심을 보여주지도 못한다면, 우리들의 신께서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지금 당장 소수정예를 꾸려서 엘프들의 목이라도 따야 한다!”

“섣불리 움직일 생각은 없다! 신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파악하고, 그분의 명령서를 받아들여야 한다!”

맹목적 충성은 되려 그분의 분노를 일으킬 수 있었다. 종잡을 수 없어서 드낙의 명령서는 반드시 필요했다.

나중에 일이 잘못되더라도 면죄부로 쓸 수 있었다. 드낙이 시킨 것이라 둘러댈 수 있었다. 오로지 드낙의 마음이 중요하고, 그 마음을 얻고자 하며 서로 마음을 공유하며 함께 나아가고 싶은 게 검은 뿔쥐였기에 이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엘프 제국은 위험한데 거기에 첩보원을 보내기에는...”

모두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대장쥐가 웃었다.

“디아볼로스는 괜히 있는가? 그들과 외교 관계를 증진하는 대가로 알아봐 준다 했으니, 기다리면 된다. 영혼 제국에는 이미 핏빛쥐 첩보원이 있고...”

사회 보안망의 수준으로는 영혼 제국은 하찮은 수준이었다. 검은 뿔쥐는 드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었기에 그림자의 힘을 공통적으로, 필연적으로 다루게 되기 때문이다. 극한의 마도 사회에 마력칩이 화폐로 사용될 정도라서 엘프들의 보안 체제는 뚫기 어려웠다.

“다가올 성전을 모든 이들에게 알려서 그들을 크게 고양시킨다면, 공중 요새의 제작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각 리전에서 미완성 상태인 지상 요새를 검은 돔의 옆에 옮겨라!”

“이를 합치고, 개선 및 개량 이후에 공중 요새로 만든다!”

모양새는 조잡할 것이 분명했다. 따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친다면 그만큼 부피가 커지고, 부피가 커지면 힘을 담기에 좋았다.

대장쥐의 눈에는 성공이라는 단어만 박혀있었다.

그는 정확하게 상황을 보고 있었는데, 드낙이 엉덩이를 떼면 대부분 단기적으로 상황이 끝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 분명했고, 불완성의 공중 요새라도 써먹을 생각을 가졌다.

드낙에게 눈도장을 찍기에 좋은 게 공중 요새였다.

*

황금빛 머리카락은 사라지고, 타락한 것 같은 검은색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칼리스투스의 눈에 보였다.

“벨룸 퓨에르(bellum puer) 전원이 당하다니.”

“무서운 건, 다른 엘프는 건드리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흉악한 스캔 능력이다.

드낙은 지휘관이 누구인지 어림짐작으로 알 정도로 눈치가 빠른 놈이었고, 엘프는 거기에 신명나게 두들겨 맞으며 농락당했다.

“하지만 적이라고 하기에는...”

총사령관 칼리스투스가 말을 흐렸다. 항상 똑 부러지고, 많은 곳에 눈을 두고 활약하고 있어서 다재다능의 칼리스투스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걸 보면 애매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용기의 에르하르트는 주먹을 꾹 쥐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에서 고집이 느껴졌다. 때때로 입을 오물거렸지만, 다시 다물었다.

다른 벨룸 퓨에르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들은 칼리스투스가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해줬으면 했다. 유능한 지배자는 편리한 결정 도구이기도 했다. 알아서 잘하는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 탓에 그들의 회의는 좀 더 길어졌다.

조용하던 분위기도 칼리스투스가 눈을 뜨자 조금 바뀌었다.

“차를 새로 내 와서 다시 이야기하자.”

주변을 확실하게 환기시켰다.

“신체능력의 강화는 확실하다.”

모두 동의했다. 이들은 디아볼로스, 드낙의 하급 악마이자 권속이 되었다. 이를 벗어나려면 힘을 포기하면 되는 일이지만, 간단한 게 아니었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돈뭉치를 쥐여주고, 다 땅에 버리라고 하면 들을 놈이 있을까?

힘에 대한 탐욕, 신으로 향하는 계단에 대한 욕심.

그건 벨룸 퓨에르 18명에게도 해당하는 사안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거대했다. 그들이 가진 웅심(雄心)은 으리으리하게 크고, 굉장했다.

고작 18명이 엘프 사회의 개혁과 파괴를 목적으로 두고 있었다. 또 그런 파괴적인 목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 덕에 아직도 변변찮은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영혼 제국과의 전투에 소모를 조금씩 겪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할래?”

“협상해야지.”

그렇게 말하자 드낙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일어서지 않았다. 전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누구도 죽지 않았기에 드낙을 위협적으로 여기지 않는 ‘척’을 했다.

이는 대범함으로 여겨졌다.

“흐흐.”

드낙이 웃음소리를 냈다. 실로 경박한 웃음소리였으며, 천하의 간신배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가 보여준 힘 때문이다.

못생겨도 100억, 1,000억의 자산가라면 미녀가 들러붙는 것과 같았다.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드낙에 반항할 생각조차 못 했다. 그와 대적하려면 말 그대로 ‘환경’ 그 자체를 새로 짜야 했다. 공기 중에 마법을 퍼뜨리는 안개 형식의 마법이라면 드낙에게도 효과적이었다.

그의 실체는 확실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우거의 적발이 이제는 전신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드낙 또한 곱게는 안 당해줄 것이다.

“판단이 빨라서 좋다.”

“무례한 놈...”

용기의 에르하르트가 윽박질렀다. 드낙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자를 하나 끌어다 와서 앉으며 다리를 원탁 위에 올렸다. 품격을 생각하는 엘프들에게는 가장 꼴 보기 싫은 행동이었다.

에르하르트는 드낙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분을 삭였다.

“노리는 게 뭐냐? 드코라르바.”

“굴복.”

그 말에 18인의 눈에 선명한 신념이 깃들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네.’

드낙은 칼리스투스를 속박해서 몇 초간 잡아두었다.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이때 용기의 에르하르트를 비롯한 엘프들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드낙을 노렸다.

그들은 결코 협상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라고 말하면 안 듣겠지?”

“당연한 소릴.”

“일단은 너희들에 대해서 알고 싶다. 평범한 노벰으로는 안 보이는데?”

18인의 벨룸 퓨에르는 자신들에 대해서 짧게 말해줬다.

“아주 개새끼들이네.”

드낙은 거침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태어나자마자 1500년의 커리큘럼에 속해서 엘프의 지식을 받고, 그다음에는 100년의 해동 주기마다 지식을 때려 박고 다시 얼린다.

미친놈이나 할 짓이었다.

‘꼴에 자기보고 하라고 하면 응 안 해라고 지껄이겠지.’

엘프는 역시 죽여야 한다. 멸망시켜야 했다. 향상심 없이 늙은 엘프가 어찌 되는지 드낙은 이제 잘 알고 있었다.

그 전에 향상심을 통해서 신으로 거듭나는 것도 막고 싶을 지경이었다.

“너희들의 최종 목표는 엘프의 멸망이냐?”

“노괴들의 파멸이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하는 엘프들과 함께 신세계를 건설하고 싶다. 계급 사회를 없애고 조용히 안락한 삶을 원한다.”

“그럼 나한테 올라타라. 나에게는 계획이 있다.”

그들이 이것저것을 말해줬기에 이번에는 드낙의 차례였다.

“가장 먼저 나는 엘프들의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했다. 바로 너희들에게 준 것처럼 ‘영광의 문’으로 향하는 계단을 준 것이다. 세월이 오래 걸리겠지만, 검은 잔을 통해서 엘프신이 될 수 있다.”

엘프의 개체는 그런 확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검은 잔을 보여주고, 이를 사용토록 했다. 18인의 벨룸 퓨에르들은 그제야 드낙의 행보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하지만 여기로 왔다는 건, 실패했다는 뜻인가?”

칼리스투스의 말에 드낙이 반쯤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노괴들을 먼저 물 들여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가서는 나 또한 감옥에 갇혀서 검은 신전을 만드는 생산 개체로 취급받겠지.”

드낙은 진실 속에 구라를 섞었다. 그저 추측일 뿐이지만 이들이 경험했던 소재를 집어넣었다. 얼음 감옥에 갇혀서 엘프의 대적자가 나타나면 용사처럼 총사령관에 임명되어 싸우게 되는 이들에게 감옥이란 소재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더는 추측이 아닌게지.’

전쟁을 경험한 사람에게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건, 그만큼 크게 다가오는 위협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과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었다.

“난 너희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 100만 명의 엘프라면 한 세력을 일굴 수 있을 만하고, 엘프 사회에서 활동하지 않아도 된다. 벨룸 퓨에르 18인의 지식이라면 능히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북쪽 끝자락에 있는 툰드라와 황무지로 갈 생각이었는데, 더더욱 안성맞춤이지.”

“영혼 제국은 어떡하고? 우리가 빠지면 많은 엘프가 피해를 입고, 노괴들은 결국 살아남을 것이다.”

가장 후방에 있으므로 노괴들은 무조건 살 수밖에 없었다. 전쟁터에 나가는 젊은이와 50대가 넘는 정치가의 차이와 다를 바 없었다.

‘복수심에 굉장히 타오르고 있네.’

드낙이 속으로 검게 웃었다. 이건 이용할만했다.

“걱정하지 마라, 난 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영혼 제국의 황제를 암살한다.”

“엘프 제국이 남는다.”

“중립신이 그들을 벌할 것이다.”

“...!”

충격적인 폭탄이 떨어졌다. 드낙은 거기에 신뢰 있는 근거를 몇 가지 올렸다.

“드워프들의 〈신의 봉화〉는 이미 밝게 켜졌다. 중립신은 결코 자신을 버리고 신앙을 취하지 않은 엘프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합당한 벌이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 말에 드낙이 빙그레 웃었다.

“엘프가 어찌 신으로 가는 길을 열고, 계단을 올렸다고 생각하나?”

“이것도 중립신의 안배라고?”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구라였지만, 엘프들은 쉽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신의 힘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종족의 특성을 변형시켜서였다. 그것도 너무나도 쉽게.

‘나중에 속여서 미안하다고 하면 그만이지.’

“지금 죽는 것보다는 검은 잔을 받드는 게 더 이득이지 않나? 여기에 검은 신전을 마련해두겠다. 검은 잔을 받고 싶은 이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라.”

“잠깐. 영혼 제국의 황제를 죽이러 간다면 에르하르트를 데려가라. 큰 힘이 될 것이다.”

드낙은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다.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그의 행보는 엘프를 흔들었고, 엘프가 검은 잔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남부 왕국이나 중립신 그런 건 뒷순위로 밀려났는데, 엘프신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미친 듯이 휘몰아쳐야 한다는 걸 드낙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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