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80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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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영혼 제국을 먼저 타격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그대도 알고 있을 텐데?”
엘프가 남는다.
중립신이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엘프들의 도시를 두 곳 봐서 알고 있을 터다. 그것도 영토의 외곽에 있는 소도시다. 지방 도시라고 해도 무방하지. 그런 곳에는 제대로 된 엘프의 인프라도 깔리지 않은 곳이다.”
“정치에서 떨어져 나가 좌천한 엘프들이나 있는 곳이다, 이 말이다. 그들의 역량이 무섭지도 않은가 보지?”
“야~ 참 말 많다.”
드낙이 싱글벙글했다. 눈치 하나만으로 중립신의 반응을 모조리 파악했으며, 그는 자신이 택한 선택이 잭팟임을 직감했다.
‘중립신의 청개구리가 된다. 그게 의외로 내가 살아갈 길일지도 모르지.’
물론 진짜 청개구리가 되면 중립신한테 목 잡혀서 죽을지도 몰랐다. 적당히 박쥐 같은 청개구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드낙의 말은 큰 균형을 지니고 있었다.
아예 빤스런치는게 아니라, 영혼 제국을 치러 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어느 정도는 중립신의 편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는 드낙이 생각하지 않고 한 것이었으며, 지르고 난 다음에 중립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눈치를 챈 것이다.
본능적인 아첨꾼인 드낙은 자신의 살길을 본능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드낙이 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 정도로 대단한 놈들이면, 네가 나서야 하는 거 아냐?”
“반마(半魔)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너도 가능하겠지.”
“난 테라의 행성 변화에 많은 여력을 투입하고 있다.”
서로 제법 언쟁이 이어졌다. 힘을 소모하기 싫어하는 중립신의 면모가 크게 드러났다.
“아무튼 내 알 바가 아닌 듯.”
드낙이 손절을 하듯이 손을 털었다.
그는 정말로 엘프랑은 한솥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검은 잔을 사용하는 엘프는 드낙이 데려가겠지만, 그들은 희망 속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가다가 서서히 선별되어서 생사(生死)가 결정될 것이다.
거지 같은 엘프 새끼들에게 줄 드낙의 대답은 토사구팽이며, 그나마 쓸만한 정신을 지닌 엘프는 잘 써먹으며 내정을 담당시킨 뒤에 엘프신으로 만들어 자식 독립시키듯이 독립시키면 그만이었다. 불안한 싹이 트겠지만, 힘으로 결코 반란을 하지 못하게 만들며 1명의 디아볼로스 엘프가 엘프신이 되어 독립하고 이를 역사로 남기면 그만이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겠다고 말하니 중립신 또한 다른 걸 통해서 드낙을 회유하려 했다.
그냥 포기하기에는 엘프 종족에게 소모될 힘과 업이 아쉬웠다.
“엘프 세뇌를 통해서 지배계층을 통솔하여 깔끔하게 영혼 제국과 양패구상을 노리는 전략을 포기하기에는 아쉬울 텐데?”
드낙의 귀가 팔랑거렸다. 실제로 말만 들으면 제갈공명급, 주유 뺨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실현된다면 역사로 남겨도 괜찮아 보일 만큼 그럴듯한 대계다.
개멋진 전략을 놓기에는 드낙의 욕심이 컸다.
이는 자아실현을 위한 정신 건강에도 좋았는데, 커리어가 쌓이는 것만큼 재미난 것이 없으며, 자신의 자아 형성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노숙자보다는 아무래도 판사가 자아가 강한 편이다.
이를 생각한다면 대전략을 포기하는 건 실로 아쉬웠다.
“큰 업적을 그냥 포기하고, 암살자가 된다고?”
중립신의 이어진 반문에 드낙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긴 그렇지.’
자신이 주유와 비교해도 꿇릴 게 없다고 말할 수 있는 큰 전략이 바로 엘프와 영혼 제국의 공멸 전략이었다. 성공한다면 드낙은 자신을 주유와 비교해도 괜찮을 증거물을 획득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속을 중립신이 살살 긁었다.
‘아니, 막말로 멀쩡하게 진행도가 쌓이고 있는 큰 전략을 그냥 버리고 칼 들고 영혼 제국으로 찾아간다? 미친놈이잖아.’
드낙이 손으로 턱을 비볐다. 생각해보니 엘프 제국에서 빤스런치는 것도 모양새가 사납다. 거기에 영혼 제국에 혼자 칼 들고 찾아가는 것도 대가리 빈 행동으로 여겨질 게 분명했다.
‘내 품위를 생각하면 이건 좀 아니긴 하지.’
근데...
‘중립신 요 새끼 괴롭히는 재미가 크다!’
허둥지둥 달려온 것만 해도 재미났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는데, 그만큼 중립신이 보여준 무게감과 품격이 있기 때문에 그 품격을 어지럽히는 것만으로도 등이 오싹오싹할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자신의 상사를 놀려먹는 재미가 아니라, 그냥 자기가 사는 국가의 대통령을 놀려먹고, 장난치는 셈이다.
머리가 이상해져서 맛이 가버릴 정도로 흥이 난다는 게 중요했다. 특히 중립신은 사사건건 드낙의 역량을 가늠하며 그보다 우위를 점하려고 했던 존재였다. 이는 배신할 것처럼 보이기 일쑤였다.
정작 그러지는 않았지만, 드낙은 그 꺼림칙한 기분 속에서 살아야 했다.
중립신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소했다.
“그냥 영혼 제국의 패륜 황제 멱 따는 게 더 쉬울 것 같아서.”
결론은 그냥 모가지 따라가는 백정 새끼가 된다는 소리였다.
“바보 같은 짓이다. 네가 생각하는 대로 결코 흐르지 않을 거다.”
“어차피 최종국면이라는 건 너도나도 알고 있잖아? 검은 잔을 보급한 엘프들은 확실하게 내가 외계 행성으로 떠날 때 데려가겠어. 하지만 남은 엘프들은 네가 처리해야 할 거다.”
애초에 드낙은 이 대륙에서 이길 필요가 없었다. 결국 외계 행성으로 이주하기 때문이고, 나아가서 다른 차원으로 떠나야 했다. 테라가 완성되면 이 차원계는 닫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드낙은 중립신과 함께 엘프의 분담을 요구할 수 있었다. 또 이것이 합리적이기도 했다. 혼자 독박 쓸 가능성이 있는 것보다는 중립신과 분담하는 게 최고였다. 중립신은 동료로 삼기 좋은 파트너였다.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가 없군.”
중립신은 드낙의 말을 모두 듣고 난 다음에 짧게 대답했다.
“엘프는 아직 나에게로 완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그들이 스스로 잘라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없던 생식기조차도 달고 태어나게 하는 게 현재 엘프의 마도 사회다. 나와의 연결로를 끊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하지.”
“그건...”
드낙이 말을 흐렸다.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엘프도 죽으면 이 대륙에서 죽는 것이기에 나에게로 업이 흘러들어 가는 건 맞다. 하지만 살아있는 엘프 중 7할이 나와 연결로가 끊겨 있다. 그들은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다.”
“그중에 5할을 내가 가져갈 예정...이었겠지?”
“맞다. 번거로운 공정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100%, 모두 나이가 많은 엘프들이다.”
드낙의 검은 잔을 가장 먼저 받을 노괴들이기도 했다.
‘이치는 맞다.’
인간들을 멸망시켜서 중립신으로 들어가는 업의 총량을 제한시키려고 했던 게 엘프들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들은 중립신에게 업이 흘러가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죽지 않기 때문이다.
중립신은 이 때문에 때를 기다렸다. 첫째는 엘프가 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젊은 엘프 군대 100만의 출병은 중립신이 기다렸던 것이기도 했다. 일이 잘못되어도 그만큼의 피가 있다면 연결로를 끊었다고 생각한 엘프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혹시나 남부 왕국이 멸망해도 상관없었으며, 중립신에게는 또 드워프들이 있었다. 드낙이 엘프들의 업을 훔쳐먹는 것처럼, 중립신 또한 그런 짓거리가 가능했다.
또한 남부 왕국이 엎어지는 것도 희박했다. 오히려 남부 왕국을 통해서 엘프들의 공세를 잡아먹음으로써 중립신은 늙어서 죽지 않는 엘프들의 업을 취할 수 있었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진짜 미친놈이다...’
여러 가지 방면으로 생각한 것이 전부 이루어졌으니, 드낙은 실로 중립신의 역량이 두려웠다. 드낙이 스스로 만든 것이기도 했지만, 중립신의 보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좋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조건이 있다.”
“뭔데?”
“하나. 현재 전쟁에 동원된 엘프 100만 명은 9할 이상 소모할 것.”
어려운 요구였다. 드낙은 이들을 소모하게 하는 한편, 쓸만한 엘프를 타락시켜 전력으로 오랫동안 써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 영혼 제국의 영혼에 간섭하지 말 것.”
“그건 무슨 말이야?”
“그대가 인간 영혼을 잡아먹을 수 있다는 걸 차단하고 싶다.”
“먹으면?”
“그때 가면 알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리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인간 영혼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걸 추천한다.”
중립신은 그 결과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상상에 맡기는 게 더 이득이다. 하지만 중립신과 드낙의 관계를 입에 담았다. 선을 그어놓은 것이다.
이 선을 넘으면 드낙 또한 중립신과 전면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
“셋. 세파리아스에 대한 관계를 정리할 것.”
“그건 무슨 소리야?”
“세파리아스는 이곳에 남아 챔피언으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를 데려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소리다. 미리 어느 정도 관계 정리를 해둬라. 아니면 가만히 있던가.”
관계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이를 드낙은 쉽게 넘어갔다. 고개를 숙여서 세파리아스를 데려가거나 친하게 지내기에는 드낙이 지닌 열등감이 컸다.
“끝이냐?”
“끝이다.”
그 말을 들은 드낙이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영혼 제국의 영혼은 탐하지 않겠다. 하지만 엘프 100만 중 9할을 죽이라는 건 좀...”
“10만을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결정이다. 그렇게는 생각 안 하나?”
“반대로 내가 영혼 제국의 영혼을 모두 먹으면? 그 위험은 생각 안 하나?”
드낙이 똑같이 중립신을 따라 했다.
“따라 하지 마라.”
“똬롸흐지 믈라공!”
드낙이 몸을 흐느적거리며 말대답을 했다. 중립신은 그런 하찮은 도발에는 걸리지 않았다.
“엘프 90만을 죽이고 영혼 제국의 영혼을 업으로 삼지 말라는 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재차 반박하자 중립신이 즉각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엘프를 죽여라.”
“내가 왜?”
짝!
드낙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내 생각은 이래. 네 말을 듣고 나니까, 딱 해결법이 나오더라고.”
그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영혼 제국의 부산물도 네가 다 먹고, 엘프 놈들 죽이는 것도 네가 다 해. 난 어느 정도 소모를 겪고, 젊은 친구들 데려다가 쓸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할래. 아니, 아예 소모를 막을 거다.”
드낙의 반발에 중립신은 가만히 고민했다. 그가 이렇게 나오면 사실 땡큐인건 중립신이다. 시작 거래가가 한참 안 좋은데 이제야 균형을 맞춘 것에 불과했다.
반면 드낙은 큰 욕심이 없었다. 이것으로 중립신이 치고받으면서 그 이득 총량의 소모를 겪는다면 드낙이 원하는 바를 중립신 스스로 얻기 때문이다.
영혼 제국으로 얻은 힘을 엘프 죽이는 데 쓰기 때문이다.
“좋다.”
거래가 성립되었다. 마지막으로 드낙이 물었다.
“내가 암살에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나 보네. 너무 당연한 거야?”
중립신은 이에 대답하지 않고 사라졌다. 검은 꿈의 접속이 끊겼다.
드낙이 할 일은 중립신이 영혼의 업을 취득하고, 이를 엘프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엘프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일이었다. 검은 잔을 쥔 엘프가 죽어도 무시할 결심을 했다.
또한 세파리아스와 대면하지 않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봐도 서로 싸울 게 분명했고, 검은 꿈과는 다르게 드낙과 그의 격은 차이가 심했다. 아마 세파리아스의 호승심을 크게 일으킬 터였다.
‘그가 있는 것만으로도 중립신은 방심을 못하니까. 인간 최강이라 불리고 중립신의 선택을 받은 게 세팔이다.’
있는 것만으로도 중립신의 시선과 관심을 받을 터다.
마지막으로 영혼 제국의 황제를 최대한 단기간에 죽이는 게 중요했다. 혹은 영혼 제국의 중추 시스템을 무너뜨리면 드낙에게 좋았다. 그만큼 100만 엘프 병사들은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엘프 100만 군대의 사령관을 지배하고, 수비적으로 변하게 만들어야겠지.’
전이었다면 그들을 희생 삼아서 더 쉽게 패륜 황제를 죽이려고 했지만 중립신의 태도를 보고 마음을 돌렸다.
자신감을 가지고 죽이러 갈 마음이 생겼다.
드낙이 홀로 그림자로 변해서 순식간에 뻗어 나갔다. 중립신과의 만남으로 더더욱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
〈엘프 진공군(進攻軍)〉
〈총사령관 칼리스투스(Callistus)〉.
아름다운 칼리스투스라고 불리는 1,800살에 불과한 젊은 엘프가 100만의 엘프 군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특례 중의 특례이며 12가지에 달하는 엘프 특별법을 통해서 그 지위에 올라선 자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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