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80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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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는 어디에나 있다.
그렇기에 형벌은 반드시 존재했고, 사라질 수가 없었다. 인류 멸종의 기로 속에서도 형벌로 벌을 받는 인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파리아스 불파겐에게 있어서 형벌은 매우 불필요한 법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시민에게 실망했고, 그들을 벌레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시민은 그저 지켜줘야 할 벌레에 불과했고, 자신의 지배를 받지 못하면 객지에서 죽어 나자빠지는 잡것들이었다.
인류를 하나로 묶어서 지배하는 것은 세파리아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류는 발전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고, 파괴적이다.
고로, 세파리아스의 형벌은 단순명료했다. 철저하게 계산적이었다.
경범죄의 초범은 그 손해액의 10배를 갚을 때까지 해당 피해자의 노예 혹은 국가나 영지의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 그가 노예로 지내며 얻는 수익금의 50%는 피해자에게로 나머지 50%는 국가에게로 향한다.
그가 노예로 있을 때 소모되는 자원은 국가가 감당한다.
범죄자 때문에 예산을 쓰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고, 쓸데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병사의 질을 높이거나 대장장이, 건축가 등을 양성시켜서 그들 집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더 중요했다.
경범죄의 누범자, 2회 이상으로 유형 관계없이 또 범죄를 저지른 자는 그대로 사형이다. 더 이상 실질적 자원의 손해만 일으키는 인간은 사회에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똑같은 지역의 슬럼가에서 태어나도 그 두 사람의 삶은 판이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게 세파리아스에게는 아쉬운 일이었다. 만약, 슬럼가에서 범죄자만 나온다면 슬럼가 자체를 지우면 간단히 범죄율을 확정적으로 낮출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자가 툭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 또한 불파겐 가문이 전쟁으로 기울어지자 싹 다 죽였지만, 아무튼 세파리아스에게 있어서는 사람의 환경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원을 상처내는 자들에 대한 처단만이 중요했다.
무거운 범죄를 일으킨 자는 고민 없이 사형이다. 이건 통계 때문이기도 했는데, 중범죄자의 누범자 비율이 매우 높아서였다. 결국 범죄를 저지른 놈은 또 저지른다. 그러므로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
괜히 멀쩡히 세파리아스를 위해서 일하는 일꾼을 상처입힐 뿐이었다.
고로, 불파겐 가문의 치세에 놓인 땅에서는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워낙 세파리아스가 뛰어나서 범죄를 은폐하기가 힘들었는데, 객기를 부리는 놈들이 많았다.
하지만 신제국에서는 피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저, 세파리아스의 카리스마에 오줌을 지려버리는 범죄자만 있을 뿐이었다.
“지린 놈들 때문에 악취가 심하다. 물을 끼얹어라.”
“예!!!!!!!!!!!!!!”
젊은 기사가 악 소리를 내질렀다. 간부급임에도 그 정도로 세파리아스를 대우하니, 병사 중에서는 팔과 발이 같이 나가는 놈까지 있었다. 멀리서 보면 우스꽝스러웠지만, 누구도 웃지 않았다.
세파리아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원했다. 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모아놓는 이 행사는 모든 이들이 기피하는 일이었고, 대부분 소수의 베테랑 병사와 다수의 신병, 가장 젊은 기사가 맡고 있었다.
세파리아스는 주의를 주지는 않았다.
이는 신병들에게도 큰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직접 병사를 가르칠 시간이 없는 세파리아스에게 병사들에 두려움을 심는 일은 귀중한 시간이었다.
공포는 철권통치의 근간이 되며, 모든 분야에 언제든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이었다. 그건 말 그대로 모든 것이었다.
그와 처음 만난 마법사조차도 고개를 숙이는데 주저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으허으.”
물이 끼얹어졌다. 질질 싸버린 범죄자들은 정말로 세파리아스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날 것 같은 범죄자의 사회에서 살아가며 서로 뒤통수를 치고, 뒤통수를 맞는 놈들이다. 본능적인 감각이 뛰어났다.
“죽이지는 않는다.”
세파리아스는 간단하게 목을 움켜쥐고, 조였다. 정말로 죽기 직전, 침이 입을 질질 흘리고 눈이 까뒤집어지기 직전에 풀어줬다. 물리적 형벌은 그게 끝이었다.
중요한 건 세파리아스에게 죽을 뻔했다는 점이다. 원체 뛰어난 능력치를 지닌 인간이었기에 진짜로 죽음의 경계에 선 범죄자들은 오줌과 똥을 싸버렸다. 근육 경련까지 겪었고, 몸이 제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하찮게 쳐다봤다.
자신은 심장이 멈춰도 엘프 정예병 다섯을 죽이고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이들은 정말이지,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자신의 범죄를 덮을 재능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모순적이게도 세파리아스의 휘하에는 살인마도 존재했다. 그가 가진 실력 때문이었고, 실제로 몇몇 범죄자는 그의 몫으로 끌려가서 죽을 것이다.
자신을 위한 법을 세운게 세파리아스의 신제국이었다.
“국가 농업에 평생을 바쳐야 할 것이다. 끌고 가라.”
말을 탈 줄 알고, 사격이 능한 병사에 의해서 통제를 받으며 평생을 개간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게 될 터였다.
모두 드낙에게 영향을 받았다. 피 대신에 땀이었다. 다만, 드낙과는 다르게 종신형이 많았다.
범죄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건 무조건 이득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정 수준까지는 이득이었다. 완전한 노예사회보다는 적당한 노예 수를 잉여 병사가 관리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 아니었다.
영혼 제국이 서부에 관심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병사에게 관리되는 범죄자 노예는 이득이었다. 끝없이 소모하는 병사가 다른 일에 투입할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건 병사들의 실력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했다. 인간, 그것도 범죄자를 관리 감독하는 일은 스트레스가 크다. 거기에 밖으로 데려나가서 노동을 시키는 건 더더욱 피곤한 일이었다.
웃는 낯 속에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도망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탈주한다면 이를 추적하는 일에도 병사는 동원된다. 그건 곧 실력 상승의 기회이며 또 다른 실전인 셈이다.
인간 사냥이나 다름없었지만, 세파리아스는 무덤덤했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은 인적자원에 불과했고, 그들이 일으키는 실수와 인간성은 인적자원의 오류에 불과했다.
다만, 이들이 농사에 집중된다는 게 의미심장했다.
그건 드낙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세파리아스는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신제국의 내실을 다지고 있었으며, 단기적 전쟁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범죄자들을 모조리 철광에 집어넣어도 모자라는데, 그들을 농사에 투입한다? 식량 보급 준비가 아니었다. 병사의 수를 늘리는 데에는 철의 증가가 기본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사보다 철광석을 캐는 게 더 고된 일이고, 하기 싫은 일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것은 세파리아스가 드낙을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즉, 제국 서부에 똬리를 튼 신제국은 영혼 제국과의 전면전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신제국의 원탁회의를 하기 위해서 세파리아스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 신제국 원탁회의는 보고가 8할 나머지 2할은 세파리아스의 명령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단 1명의 철인이 모든 걸 통제하고 지배하며 관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효율적이라서 불만 자체가 없었다.
문제 해결에 있어서 세파리아스는 뛰어난 지도자였다.
피까지 부리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고, 반란을 꿈꾸는 자들이 없었는데, 제국은 이미 무너져버렸고, 휘하 군벌 중 세파리아스와 대등한 인재는 없었다.
애초에 세파리아스를 죽인 것도 500명에 달하는 엘프 정예병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수천의 병사 속에 숨어서 일을 자행했다. 엘프가 고작 500명인 것은 그들 내부에서도 파벌이 갈렸기 때문이다.
“군비 문제가 대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은 더 늘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가장 첫 번째로 거론된 문제는 군사력의 부재였다.
“기사는 충분하지만, 기사 1인당 관리하는 병사의 평균 숫자는 3명도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요성에 따라서 병사를 아예 보유하지 못한 기사도 존재할 것이다. 그럴 때 그냥 기사들끼리 다니며 임무(campaign)를 진행한다.
대부분의 임무는 피난민 유도, 도적단 척살이었는데 제국에는 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모조리 쓸어버렸기 때문이다.
고로 제국 밖이나 위험한 정도였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형에 불과했다. 중형의 경우에는 제국의 관측력을 피할 수가 없었다.
“쓸데없는 고민이다. 신제국의 식량 산출량과 증가량을 생각하면 현재 있는 기사들조차도 작위를 회수해야 할 판이다. 그걸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도록 전하라.”
“예!”
“또한 드워프 군사력으로 어떻게든 영혼 제국의 소규모의 군대를 타격하고 있기에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영혼 제국은 끊임없이 소규모의 별동대를 보내고 있었다. 서부 인간을 가만히 두고 있을 수는 없어서였다. 그들은 토지의 황폐화와 숲과 산의 방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원이 없으면 인간도 살 수 없다.
이를 철저하게 이용하며 종종 숨어있는 피난민들을 납치해갔다. 세파리아스가 병사를 늘리지 않게 되면서 생긴 빈틈이었다. 다만, 그건 필요 없는 찌르기에 불과했다. 애초에 가만히 있어도 제국민이 합류하기 때문이다.
고로 드워프 군대를 이용해서 영혼 제국의 작은 공세를 막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음은?”
“신제국의 은폐에 대해서입니다. 아마, 영혼 제국도 언젠가는 알아차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대한 늦추는 게 좋습니다.”
드워프가 아무리 숨겨도, 한계는 있었다.
점점 마주치는 제국인이 줄어들면, 그들도 거대한 은신처에 대한 존재를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엘프들이 얼마나 신경을 끌어주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드낙이라면 오히려 엘프를 잡아먹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전면전은 불가피해질 수 있었다.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세파리아스는 굳이 은폐를 위해서 자원을 투입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피난민 더미를 제공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지만 그런 생명학 기술이 있을 리가 없었다.
“놔둬라. 영혼 제국은 그 정도로 멍청이가 아니다. 제국의 인구수를 잘 알고 있는데, 은폐해봤자 소용이 없지.”
“예!”
세파리아스는 자세하게 말할 가치를 못 느꼈다. 다만 핵심만은 말해줬다. 이들 또한 상류층의 교육을 받은 자들, 다른 인간보다 지능이 높았다. 물론 지능이 높다고 해서 인성이 좋은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세파리아스는 인성을 가장 하순위로 두는 보스였다. 가정 폭력범이라도 천 명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면 중용한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의 신제국은 인재부족에 시달릴 일이 없었다.
죄를 저질러도 경감되고, 풀려난다.
피해자는 피눈물을 흘리지만, 신제국은 발전 또 발전한다.
결과론적으로 신제국은 영혼 제국의 전쟁에 투입되지 않는다. 드낙 멋대로의 생각에 불과했다. 다만 중립신이 원한 건 영혼 제국의 역량 감소였다. 이를 세파리아스는 고작 2천 명의 드워프 군대로 손쉽게 해결했다.
그에게 있어서 중립신의 요구 사항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손쉬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는 ‘딴짓’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대영웅(大英雄)이 닿을 수 있는 검에 대한 것이다.
또한 한 남자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프라이드를 논하지 않고, 세파리아스를 말하는 것은 실로 우스운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중립신은 한참 세파리아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당한 거래로는 세파리아스의 상처 난 프라이드를 치료할 수 없었다.
이미 죽은 세파리아스는 확실하게 그 혈로(血路)에서 만족했다.
인간 기사...로 위장한 엘프 정예병 500명과의 싸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엘프라는 걸 숨겨야 했다고 해도 세파리아스로서는 그 싸움에 만족하고 죽었지만 중립신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미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혈통, 딸에 대한 애착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중립신이 잡았다는 게 중요했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은 크게 달랐다.
*
‘끔찍하다.’
전령 의장 헤르미오네, 헌신 의장 줄리에타를 차례차례 굴복시키고 그들이 행한 더러운 짓거리와 추악한 모습을 백금 카드에 저장한 드낙은 손가락이 떨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사자 의장 레프 때문이다.
놈은 매우 자극적인 정보를 업로드 하는 걸로 유명했다. 적게는 검투사 같은 것부터 많게는 수천 명의 혈투까지.
비단 싸움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도시의 재원을 가장 멋대로 사용하는 독재자나 다름없었다.
그것을 가만히 둔 결과를 본 드낙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처럼 생식기를 지닌 엘프가 난교를 벌이고 있었다. 약에 취한 모습인지 그 반응들 또한 너무 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지?]
[추론입니다만, 엘프 변수론(變數論)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엘프 변수론?]
[엘프의 미래는 변수를 창조하는 것에 있다는 이론입니다. 한때 크게 유행을 탔었습니다. 유행의 기간은 150년 정도로 매우 짧았지만...]
리산드로스는 그 뒷말을 내뱉지 못했다. 아주 흉험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왜? 빨리 말해.]
무신경한 물음에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엘프 총의에 의해서 강제로 중단되었을 겁니다.]
[금서 조치라던가?]
[아뇨. 금서 조치는 안 되었습니다. 엘프의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과 비슷한 일이 이루어졌을 겁니다.]
애매모호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것만으로도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엘프의 가오를 생각하면 쉬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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