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9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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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증오로 뒤덮인 도시입니다. 그런 마법이 도시 전체에 깔렸습니다. 엘프들의 정신 상태도 불안전한 상태로 태어납니다.]
[도시마다 센툼 밀리아나 퀸쿼진타가 있는데 그런 곳에는 없었나?]
배정되지 않았을 경우가 컸다.
[범죄자로 이루어졌습니다. 애초에 죄를 저질렀기에 엘프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서 이용하자는 식이었습니다.]
드낙은 거북함마저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이상했다. 이런 것 따위에 거북함을 느끼다니, 무슨 곱게 자란 왕자님도 아니고, 우스웠다. 애써 그걸 밀어냈다. 아니, 깨닫지 못했다.
[왜 그런 도시를 지었지?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엘프 사회가 무너졌을 때, 혹은 몰락했을 때의 경우의 수를 보고 그중 하나를 재현한 것뿐입니다. 완벽한 재현은 아니지만, 훌륭하게 파괴된 도시를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태어난 이들만 안타까울 뿐이었다. 드낙은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자신이 그런 곳에서 태어났다면, 큰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그 상황을 버티기 힘들어서 자해나 자살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사회에 의해서 강제로 등이 떠밀려서 추락하겠지.’
리산드로스가 말하는 시험 도시 율리시스에 대해서 들은 드낙은 절로 심각해졌다. 동시에 그들을 해방한다면,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리산드로스가 반대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을 제어하는데 더 많은 힘을 소모해야 할 겁니다. 그저 점진적으로 그곳에서 살아가게 하는 수밖에 없고, 도시를 빠져나가도 증오로 오염된 정신은 고칠 수가 없습니다.]
드낙은 그 말에 정신을 차렸다.
‘요즘 내가 왜 이러지? 그냥 놔두면 될 일인데.’
호텔의 푹신한 침대에 드러누운 드낙이 일어나며 손뼉을 쳤다.
[여기의 지배자들은 라인홀트처럼 꼭꼭 숨어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 말씀대로입니다. 민간에 있는 엘프들까지 정보탑과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서 마력을 착취하고 있는 걸 보면 다양한 정보를 생산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을 겁니다.]
드낙은 늦은 밤임에도 호텔에 있는 마나 미디어 장치에 접속했다. 수많은 정보가 실시간 갱신되고 있었는데, 오감을 통해서 그 정보를 보고 느끼고 들을 수 있었다.
‘이건 오히려 현대보다 대단한데?’
물론 단순 찌라시도 존재했다. 그런 건 그저 시각적 정보에 지나지 않았다. 읽는 것뿐.
다만, 그 어떤 검열도 없이 유통되는 것 중에는 눈 뜨고 보지 못하는 것도 존재했다. 마력을 착취하기 위해서 모든 걸 동원한다는 식이었다.
‘헤헤. 여기 엘프들은 다 예쁘단 말이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드낙의 몸이 들썩거렸다. 엘프의 성별은 암수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서였다. 서둘러 접속을 끊고 밖으로 나왔다. 리산드로스는 아직도 뭔가를 조사하는 듯했다.
아마, 이 도시의 어둠을 훑고 있을 터였다.
‘분명 탄생률을 조작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겠지.’
도시의 인구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정보의 바다였다. 이를 유지하려면 필연적으로 마력이 필요했고, 그건 엘프를 산채로 생체 마력원으로 사용하고 있을 공산이 컸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 구성원의 허락이 필요했다.
드낙은 이들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고, 그들을 통해서 영혼 제국과의 싸움에 엘프를 쓰고 싶을 뿐이었다.
굳이 센툼 밀리아와 퀸쿼진타가 합의하고 만들어낸 도시 분위기를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도 힘들었고, 이런 도시에 시간을 많이 쓰거나 이 도시의 지배력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유력자와 적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런 유력자를 폐하여 다른 놈을 세우기도 시간상으로 옳지 않았다.
‘중립신이 너무 가만히 있어. 한 번 거래하러 올 때가 되었는데...’
엘프에게 검은 잔을 보급하고 있는 게 드낙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잔의 효율성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압도적이다.
‘발정난 개처럼은 아니더라도 허겁지겁 올 줄 알았는데...’
뭘 꾸미고 있는 건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대계니 뭐니, 물 흐르는 전략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해대는 게 중립신이라서 더더욱 그 손에 놀아난다고 여겨져서 괜히 불안했다.
‘어찌 되었든 이 도시의 유력자를 포섭하고, 라인홀트와 함께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엘프 대표는 3명입니다. 전령 의장 헤르미오네(Hermione) 헌신 의장 줄리에타(Giulietta) 사자 의장 레프(Lev).]
수많은 정보의 양으로 승부하는 찌라시의 대마왕 헤르미오네!
가난하거나 곤경에 처한 엘프를 돕거나, 그런 엘프를 만들고 도와주는 위선자 줄리에타!
싸움, 성행위 등 자극적인 컨텐츠를 만드는 게 집중하고 있는 변태 레프!
이야기의 도시, 라위야의 정보를 이끄는 삼위일체였다. 정보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마력을 많이 가져갈 명분도 존재할 것이다.
‘순위를 매겨서 경쟁을 유도하고 있으니까.’
그건 곧 자신들의 명성으로도 이어진다. 여기까지 본 드낙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놈들은 회유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본질적으로 자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한량처럼 즐기는 삶이 기본인 놈들이다.
[허면 그들을 어찌하시겠습니까?]
[이 도시를 박살 내고, 무효표로 만든다. 아니면 알아서 세상과 합의할 테니까 건들지 않아도 찬성쪽으로 표를 던질 수밖에 없겠지.]
반대표를 던지면? 적으로 간주하여서 가장 최선두에 서게 될 것이다. 그걸 모를 엘프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리산드로스가 불안해했다. 드낙이 흉악하게 웃었다.
[가장 먼저 생체마력원이 된 엘프부터 구해볼까? 품격 있는 엘프들이 해방된 그들을 보고 어떻게 나오는지도 보고 싶고.]
그걸 본다면 더 수월하게 놈들을 심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확히는 화풀이고, 자신을 드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싶어하는 듯했다.
어찌 봐도 목표와는 다른 샛길이었지만 리산드로스는 직언을 하지 못했다. 드낙이 즐거워하고 있어서였다.
‘분명 선행을 하는 걸 기뻐하는 것이겠지.’
말은 명분 만들기를 가장한 도시 혼란이라고 해도 그 나름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터다.
“봐라, 이게 도시의 전체 구조다.”
테이블 위로 백금 카드가 올려지고, 홀로그램처럼 입체적인 도시 구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탑의 굵은 정보 교류 시스템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건 큰 이득이었다.
“물론 모든 걸 보여주지는 않겠지.”
“예. 하지만 소거법을 통해서 그 외의 부분을 조사하면 됩니다.”
간단한 일이었다. 특히 라위야는 굉장한 소비 도시였기 때문에 도시가 포화 상태였고, 비밀스러운 곳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 그리고 이 부분은 도시 구조에 드러나 있지만, 용도에 맞지 않습니다.”
“어째서?”
“큰 도로를 끼고 있고, 도시의 중심에 가까운데 창고로 쓰고 있죠.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효율과 규모를 중시하는 엘프로서는 이런 비효율을 참을 수 없었다. 그걸 허용하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오로지 엘프만 알 수 있는 엘프의 마음가짐이었다.
“다른 곳을 찾을 필요도 없겠네.”
두 곳을 탐사하기로 했다. 물론 드낙 홀로 나섰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문지기들은 그를 전혀 탐지할 수 없어서 들어가는 건 수월했다.
창고의 내부는 텅텅 비어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먼지가 잔뜩 끼얹어있었다.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네.’
다양한 물품이 그저 데코레이션처럼 있을 뿐이었다.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흔적이 있었지만, 쌓이는 먼지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거기에 2층부터는 아예 청소도 안 해놨다.
‘하기야, 그 오랜 세월 동안 침입자가 없으니까.’
경비병조차도 백금 카드로 정보를 소비하기 바빴다.
‘새끼들, 이런 파라다이스에서 살고 있었다, 이거지? 시건방진 녀석들.’
마치 일하면서 X튜브를 마음껏 시청하는 세상이나 다름없었다. 드낙은 용납할 수 없었다. 아니, 용서할 수도 없었다.
이 도시는 반드시 망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드낙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도시였다.
방범 마법진은 굉장히 많았지만 드낙을 막지는 못했다. 반마(半魔)로서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는 게 드낙이었다. 이제 많이 익숙해졌으며 디아볼로스와의 반란 때 얻은 경험치도 컸다.
오우거의 적발은 악마의 육체와 만나서 더더욱 효력이 강해졌다. 이를 통해서 마법진을 손쉽게 무효화시키고 나아갔다.
통로의 끝에는 그 누구도 지키고 있지 않았다. 대신, 내부에 관리하는 엘프들이 존재했다. 웅웅거리는 관 속에 엘프들이 하나씩 들어가 있고, 마력이 뽑히고 있었다.
깡마른 엘프의 모습은 흉측했다.
‘층마다 협소하기 때문에 고작 150개밖에 없어.’
하지만 지하는 끝없이 내려갈 수 있었다. 드낙은 작업자들을 단번에 기절시켰다. 한 방이면 족했다. 그리고 백금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혈관이 드낙의 손에서 뻗어 나갔다. 리산드로스 덕분에 백금 카드에 대한 개념을 익혔고, 이를 통해서 혈관을 통해 백금 카드를 해석할 수 있었다.
악마는 육체를 통해서 초월의 힘을 발산하기 때문에 혈관을 백금카드로 뒤덮어서 해석하는 게 가능했다.
‘이건 아니고.’
하나같이 쓸데없는 백금 카드가 많았다. 그중에서 이 시설의 직원 등급의 백금 카드를 획득할 수 있었다. 마치 현대에 온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직원 카드키나 다름없어서였다.
파직!
드낙이 적법한 사용자가 아니었기에 백금 카드를 변질시켜야했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스파크는 금방 사라졌다. 하지만 이내 그것을 버렸다. 더 좋은 생각이 즉흥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드낙의 몸이 변모했다. 쓰러진 또다른 작업자의 모습과 똑같이 변했다. 엘프들의 마법 수준은 얕볼 수 없었기에 변질된 것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관리자실에 가서 한 방에 정리하는 게 좋겠지.’
승강기를 타고 단번에 내려갔다. 층수는 총 30층까지 이루어져 있었으며 일정 지하 밑으로는 서관과 동관으로 나누어져서 관리되고 있었다. 그 넓이는 도시만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라위야 도시의 연혁만큼 확장된 것이다.
그 이면에는 3명의 의장이 있었다.
관리실에 스며들어서 순식간에 그림자를 토해내 엘프들을 질식해서 기절시킨 드낙은 이곳에서 보관되고 있는 생체 마력원의 개체수를 확인했다.
‘50만?!’
적정 도시 인구의 2배에 달했다.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엘프 도시는 25만명의 인구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유동 수치는 3만을 넘어서는 안 된다. 22~28만인 셈이다.
사고나 행방불명되는 1만년 미만의 노벰(novem) 계급만 인구 변동이 있었다.
그렇게 따졌을 때, 이 도시는 이미 미쳐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서 생체 마력원으로 운용되는 엘프 50만은 관을 나오면 살 수 없었고, 그 수명도 500년에 불과했다.
‘강력한 마약 성분에 이미 장기부터 절어있다.’
조금만 그 수치가 내려가도 호흡곤란에 이어서 근육 경련으로 인한 심정지가 오도록 조치가 되어있었다.
‘정보 소비 체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무엇보다 사건 사고도 없었다. 나오면 죽고, 죽으면 새로 엘프를 탄생시키면 된다. 정보 조작도 간단하다.
드낙은 손을 털었다.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데 50만의 엘프 마약 중독자를 구하기란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고 보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교통사고에서 구해줬다고 천금을 주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은혜를 받으면 감사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소정의 선물을 하면 다행이다.
고귀하면 할수록 자신에 대한 사랑도 크기 때문에 은혜를 갚겠다고 자신의 일생을 바친다고 하는 놈은 없다. 있다면 도망쳐야 한다. 미친놈이니까. 상종하면 안 된다.
결국 드낙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규모의 엘프’에게 압도되었다.
[...그러면 바로 다음 도시로 가겠습니까? 아무래도 이곳은 다른 엘프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시험 도시일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그럴지도. 하지만 날 역병 취급하는 건 못 참겠어.]
[이들도 이들 나름대로 대책을 세운 것이겠죠.]
검은 잔에 대한 존재는 실로 흉악하다. 사회 변화와 계급 이동을 불러올 수 있었다. 엠마누엘이나 라인홀트 또한 윗물부터 바꾸고 그들의 협력을 얻어서 드낙이 원하는 걸 이룩할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도 이 도시는 망가뜨려야겠어.]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그야 의장 3명이 쾌감에 놀라워 하는걸 정보탑에 올려놓으면 알아서 망가지지 않을까?]
[예? 하지만 그건...]
리산드로스가 말을 흐렸다. 생각보다 미친 짓이라서 뭐부터 말을 해야 할지 혼란이 왔기 때문이다.
[놈들이 사는 곳은?]
[중심 빌딩 3곳을 건설하여 서로 견제하듯이 지내고 있습니다.]
[시간도 절약되고 좋네. 초대장을 받은 것이 있으니, 써먹어야겠어.]
[저...부작용이 더 심할 듯한데 이쯤에서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안 돼. 아무리 시험 도시라도 도가 지나쳤어. 50만의 생명 위에 쌓아올려졌잖아? 윗대가리부터 망가뜨리고, 검은 잔이 결코 해로운 게 아니라고 선전하도록 만들겠어.]
50만을 죽일 수는 없었다. 대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목적을 달성하겠지만, 드낙은 망설였다. 그답지 않았다.
[근데 그런 장면을 전송하면, 오히려 권위가 낮아져서 선전해도 소용없는 것 아닙니까?]
[그럼 망하던가. 50만 생명에 대한 것도 다 기록해서 라인홀트에게 주도록 해라. 나머지는 그가 알아서 하겠지.]
[라인홀트 의장도 많이 바쁠 거라 생각합니다만...]
드낙은 이를 듣지 않았다. 2명이 할 일을 1명이 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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