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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81화 (780/1,239)

강철의 전사 78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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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을 수가 없지. 그들은 자신이 공양하는 업의 정확한 양을 모른다. 그리고 내 본심도 모른다.’

정답지를 보고 수학 문제를 맞히는 것은 쉽지만, 그 반대는 어려운 법이었다.

엘프들에게 쥐어진 건 〈괴상한 조직 개편〉. 그것뿐이었다.

그 외에 드낙의 흉험한 피의 배분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위원들에게 의해서 피가 분배된다는 건 어떤 걸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반대로 위원들 또한 그들의 조직을 잘 다스려야 했다.

엘프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지.’

반마의 하급 악마가 되는 순간부터 이미 엘프들은 드낙에게 호감도 지니고 있었다. 미약하지만 이미 초월자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엘프의 가능성은 무너뜨린 엘프가 되면서 열렸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엘프들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게 지금 가장 무너뜨린 엘프들의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기이한 기류.’

드낙이 공중에서 사위를 내려다봤다. 엘프들은 뭔가 ‘당했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당했다.

마치, 거스름돈을 받고 나왔는데 계산이 맞지 않은 것 같다는 기분에 휩싸인 듯한 표정이었다.

사기를 딱 당했을 때, 느끼는 매우 미약한 불안감과 답답함.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될 것이다.

‘이래서 중립신이 엘프를 걍 다 죽이라고 했구나.’

살려둬 봤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드낙은 오히려 웃었다. 엘프들이 똑똑할수록 드낙은 오히려 더 좋아했다.

‘더 많은 업을 공양하겠지.’

그 선순환이 벌써 기대되었다.

“락테아 시오는 내 앞으로 날아올라라!”

“예!”

군중 속에서 락테아 시오가 날아올라 드낙의 앞에 섰다. 드낙이 락테아 시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복잡한 엘프 조직에 대한 통치와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 또 하나의 직책을 내리겠다. 엘프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엘프왕의 칭호를 내린다.”

“열과 성의를 다하겠습니다.”

드낙의 손이 내려와서 얼굴을 훑고가며 엄지가 락테아 시오의 입술에 들어갔다. 드낙의 피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락테아 시오가 점점 몸을 낮췄다. 드낙이 손을 내렸기 때문이다.

짐승처럼 락테아 시오가 허공에서 드낙의 엄지손가락을 빨았다.

기이한 기류는 싹 사라졌다.

모두 이글거리는 눈으로 락테아 시오를 바라볼 뿐이었다.

단지, 무너뜨린 엘프가 가장 먼저 되었다는 이유로 내려지는 특혜! 로또에 당첨된 사람만큼 질투심을 불러일으켰다.

락테아 시오는 훌륭히 무너뜨린 엘프들을 잘 감시할 것이다. 그녀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리기 때문이다. 그녀로서는 지금 결정된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건 다른 무너뜨린 엘프보다 더 많이 받은 핏방울만큼 존재했다.

‘자신의 피로 우리를 다스리겠다는 건가.’

150명의 고등 엘프 출신의 무너뜨린 엘프들이 그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그러나 승리자의 표정을 지었다.

‘끝에는 결국 엘프가 승리한다. 여기 있는 이들이 모두 진정한 초월급이 된다면...’

게임은 끝이다.

검은 덩어리가 그때 쑥 들어왔다.

‘아니, 애초에 그때를 기다릴 이유도 없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엘프의 껍질을 벗기고 나온 무너뜨린 엘프들이 1만5천이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 어떤 제약도 없었다.

고등 엘프들이 서로 눈이 마주쳤다.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이곳에 있는 엘프들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지금, 저 신을 쳐야 한다고.

저 신을 사로잡아 묶고, 저 신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공양하여 살리고, 그 피를 계속 짜내는 것이다.

‘가축처럼.’

초월자를 가축으로 둔다. 반마를 가축으로 두는 것이다. 그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우월감에 휩싸였다.

그만큼 짜릿한 일이었다.

그때, 고등 엘프들에게 특공 조직에 가장 먼저 들어선 아이기디우스(Aegidius)가 다가와서 팔뚝을 쳤다.

“특공의 아이기디우스.”

“이제 알아차렸나 보군. 그는 혼자고, 이곳에는 타락 엘프가 만오천이나 있다.”

“이제는 무너뜨린 엘프다.”

“작명 감각 하나는 정말 거지 같지 않나?”

단번에 드낙을 모욕했다.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서 판단될 것이다.

꿀꺽.

고등 엘프가 침을 삼켰다. 하지만 이내 그 어깨에 손을 올리는 한 고등 엘프가 있었다.

‘유혹을 참기 힘들겠지.’

당연하다.

드낙은 만용을 부렸다.

정확히 15,800명에 달하는 엘프를 한 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뭔가 음흉한 냄새를 풍기는 독특하고 복잡한 조직을 만들었다. 누구나 맡을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그에게 피를 내려받는 건 창설된 조직도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면, 남는 건 하나뿐이다.

“엘프왕의 탄생을 축복하라! 이제부터 너희들은 나의 권속이다!”

드낙이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엘프들은 매우 산만했다. 아이기디우스를 비롯한 특공 조직에 속한 천 명의 엘프가 난잡하게 흩뿌려져 있었다. 허나 그걸 드낙이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저 많은 엘프 속에서 그 흐름을 깨닫는 건 드낙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 이렇게 산만한 것이냐!”

드낙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그 산만함이 싹 사라졌다. 마치, 약속된 것처럼.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목격자와 눈이 딱 맞으면서 우뚝 멈추는 것처럼.

15,800명의 무너뜨린 엘프가 그 어떤 제약도 없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아이기디우스라는 반골과 비슷한 기질을 가진 이들 1천 명을 드낙이 스스로 가려 뽑아 한 곳에 뒀다.

거기서 나오는 추진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평범할 수 없었다.

현재 상황에서 엘프들에게 유리한 것이 뭔지를 짚어냈다. 그냥 드낙을, 왕을 잡으면 모든 게 끝난다. 적어도 무너뜨린 엘프들에게 있어서는 상황 종료다.

‘...!’

오한이 발끝과 손끝에서 시작되어 척추로 맹렬히 달렸다. 드낙이 그대로 락테아 시오를 발로 걷어차고, 그림자로 변했다. 강대한 벼락이 그 어떤 전조도 없이 그곳을 강타하며 강렬한 빛을 토해냈다.

쿠구구구구-!

짧은 순간에 연달아서 1만5천 800개의 빛의 쇠사슬이 하늘을 뒤덮었다.

잡히는 건 없었다.

“놓쳤다!”

“퇴로부터 막아라!”

주변 10km 일대가 단번에 가로막혔다. 드낙이 도망을 못 치게 하기 위해서였고, 그 방어막은 1초가 지날수록 더욱 두꺼워지며 좁혀져 왔다. 그러나 드낙은 도망치지 않았다.

“어?”

아이기디우스의 시야가 갑자기 붉게 변했다. 그리고 그대로 목이 떨어졌다. 그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조차 몰랐다.

‘왜?’

푸슈우우욱!

피가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머리를 잃은 아이기디우스의 목이 피를 쏟아내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한 채 목이 달아났다. 검격도, 초월의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의 목은 떨어져 나갔다.

그의 목이 떨어지고 나서야 엘프들의 이목이 모였다. 마치 존재감이 거세된 것처럼 한 호흡 늦게 그의 죽음을 인식했다.

그 시체 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리석...똑똑한 놈들.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적어도 초월자가 되었을 때, 나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을텐데...꼭 독주를 마시려고 하네. 지금이라도 항복한다면...”

콰아아앙!

폭음과 화염이 아이기디우스의 시체를 덮쳤다. 몸 자체에서 물을 뿜어내며 청철 갑주를 입은 무너뜨린 엘프들이 그 용암 속에서 튀어나왔다. 피아 상관없이 사용된 공격 마법이었다.

“광역 마법을 백날 써봤자 통하지 않는다! 속박 마법을 통해서 잡아채야 한다!”

“정보 마법을 펼쳐라! 어차피 도망칠 수 없다! 단 한 번만 잡아내면 그때 초월의 힘으로 묶으면 그만이다! 방어 마법으로 하늘을 낮춰라!”

쩍.

그렇게 소리를 지른 엘프의 머리가 그대로 쪼개졌다. 날카로운 검에 단칼에 베인 것처럼 깔끔하게 갈라졌고, 청철 갑주를 비롯한 몸이 갈라졌다.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

그 죽음을 바로 앞에서 본 무너뜨린 엘프가 경악했다. 검은 검격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드낙의 모습이 없어서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협력하면서 사용되는 강대한 힘이 하늘을 낮췄다.

그러고 나서 모두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드낙의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괴이한 것은 그들이 펼친 초고정밀 정보 마법에는 드낙이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됐다!”

초정밀 고강도 정보마법을 펼치며 눈알을 굴리는 무너뜨린 엘프의 눈동자가 버들버들 떨렸다.

“어, 어! 여기다! 나한테 나한테 있다!!!”

자신의 코앞에 드낙이 있다고 나오고 있었다. 그가 주위를 미친 듯이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질러대었다. 단번에 모든 속박 마법이 그의 주변에 쏟아져 내렸다. 엘프조차도 묶였다.

“없...는데?”

모든 엘프의 눈이 그를 보고 있었지만 드낙은 보이지 않았다.

“헉, 허헉. 헉.”

속박마법에 묶인 엘프의 입이 부들거렸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커...억...?”

바들바들 떨며 그대로 고개가 쑥 내려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리를 냈다.

“웩!”

심장 찌꺼기가 튀어나왔다. 심장의 굵은 혈맥이 툭 떨어져 내렸다.

“이 대체 무슨?!”

그 광경을 본 무너뜨린 엘프들이 경악했다. 하지만 드낙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유, 육체를 지녔다면 보일 수밖에 없다!”

“아니, 피다! 악마라면 피로 변해서 땅 아래를 돌아다닐 수 있다!”

온갖 것들이 생각됐다.

가장 먼저 빛이 모든 곳에 자리잡히며 그림자를 없앴다. 육체가 있어야지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악마 또한 그림자 계통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 땅속 깊이 속박 마법이 스며들어 갔다. 그 속박 마법은 땅을 끓어오르게 하였다. 반마가 액체로 변했다면 능히 큰 효력을 볼 수 있다고 기대됐다. 또한 모든 엘프에게 연결된 이 속박 마법은 걸려들기만 하면 삽시간에 드낙을 움켜쥘 힘이 있었다.

한계를 돌파한 15798명의 무너뜨린 엘프가 지닌 초월의 양은 중립신조차도 두려워하는 힘이었다.

촤라라라라락!

허공에도 날카로운 벌집 형태를 지닌 반투명한 것들이 나열되며 모든 것을 뒤덮으며 엘프들의 머리 위까지 장악했다.

“......”

식은땀이 주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흐흐, 하하하. 아하하핫!

고요함 속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발에 걷어차여진 락테아 시오의 웃음소리였다. 단번에 머리채가 끌려 나왔다. 아무리 드낙의 핏방울을 받았다고 해도 이 정도로 모여있는 무너뜨린 엘프들을 상대로는 저항이 무의미했다.

“락테아 시오, 뭘 알고 있는 거냐?”

“아무것도.”

그녀의 머리채가 크게 흔들렸다.

“그럼 왜 웃었지?”

“정말로 아무것도 못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너희들과는 정반대편에 서 있다는 거야. 너희들도 지금 아무것도 못 느끼...”

퍼석! 쏴아아아!

락테아 시오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무너뜨린 엘프의 머리가 터졌다. 피가 흩날렸다. 락테아 시오는 쏟아져나오는 피 때문에 말을 하지 못했다.

“퉤퉷. 엄청나잖지 않은가! 대체 어디서 뭘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느껴지는 엘프는 없는 거냐?”

피범벅이 된 락테아 시오가 외쳤다. 그러나 그 누구도 드낙을 볼 수 없었다.

정확히는 감지는 하고 있었다.

드낙이 지닌 격은 숨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드낙을 잡을 수 없었다. 속박 마법에도 걸려들지 않았고, 초월의 힘을 아무리 퍼뜨려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림자를 싹 다 지웠음에도 아무도 드낙의 머리카락 하나 볼 수 없었다.

천천히, 구분 없이 무너뜨린 엘프들이 차례차례 죽기 시작했다.

“으, 으으, 말, 말도 안 된다! 이건 말이 안 돼!!”

엘프들이 벌벌 떨었다.

“힘은, 힘은 힘일 뿐이다! 이 대전제를 격파하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대우주의 법칙을 거부하는 일이다! 있을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초월의 힘이 깃든 속박 마법 속에서 운신할 수 있는 존재는 대신조차도 못한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었다. 모두가 초월의 힘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드낙은 정보 마법에는 걸려들고 있었지만, 하늘과 땅의 속박 마법에는 걸려들고 있지 않았다.

“변모...?”

“멍청한! 정보 마법으로 이미 색적이 되고 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 말대로 정보 마법은 확실하게 드낙이라는 개체를 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입자를 퍼뜨려라! 그렇다면 보일 수 있다!”

수많은 다채로운 정보 마법이 토해졌지만 모두 허사였다. 오로지 점으로 드낙이 있는 곳만을 가리키는 정보 마법만 통했다.

엘프들은 드낙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두려움과 공포가 순식간에 쫙 퍼져나갔다.

뿌득.

정반대편에서 엘프의 목이 으스러졌다. 무릎부터 꿇려지며 옆으로 픽 쓰러졌다. 그 주변에 있던 무너뜨린 엘프들이 거리를 크게 벌렸다. 폭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말도 안 된다. 이건, 말이 안 돼...말이 안 된단 말이다아아아! 모습을 드러내라! 초월의 힘으로 짜인 거미줄 속에서 어떻게!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느냐 말이다!!!”

“침착해라! 놈은 확실히 이곳에 있다! 우리 모두를 관통하는 속박 마법을 써야 한다!”

“마법을 투사해라! 투명화 마법부터 깨야한다! 마법 색적 가루를 퍼뜨려라!”

곳곳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그중에는 제법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

“구역, 구역을 정해서 정보 마법에 표식되는 곳을 그대로 때려 넣어라!”

엘프들이 드낙이 찍히는 곳을 정보 마법을 통해서 구역째로 속박 마법을 쏟아부었다. 그곳에 있는 엘프 모두가 묶였다.

더는 죽어 나자빠지는 엘프가 사라졌다.

“......잡았나?”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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