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8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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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어떻게 낙수 효과를 통해서 내가 이득을 보지?’
디테일함.
그게 결여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드낙은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은 엘프 본대까지 그냥 쭉 달릴 생각을 가졌다.
선봉대 테나시타스(Tenacitas)를 이용해서 순식간에 본대의 으뜸 엘프들을 싹 다 타락시키고, 북부에 주둔하여 조금씩 엘프들을 타락시켜 나갔다.
이 과정을 천천히 하며 드낙은 이내 밑그림을 대충 그릴 수 있었다.
또한 몇몇 꼭 필요한 것들도 생각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걸 생각하지 않으면 형편없이 일을 끝낼 게 분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엘프들의 업을 80% 못해도 70% 이상 당겨오고 나머지 20%를 엘프들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 매우 중요. 별표를 그리고 x100을 적어놓을 아주 중요한 뽀인트였다. 드낙의 양피지에는 실제로도 ‘별 x100’ 뽀인트가 그 항목에 쓰여 있었다.
그가 생각해도 대기업의 횡포는 역시 하청의 하청의 하청이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닌, 실질적 대기업의 이득이었다.
‘오히려 엘프가 고통스러워하면 결속이 약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타락하기 전의 엘프와는 다르게 드낙의 피에 굶주려 있는 타락 엘프의 유대는 실로 낮다고 할 수 있었다. 언제 서로 싸울지 몰랐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틀렸다.’
드낙이 펜을 놀렸다.
‘대기업의 흉포함은 발악할 수 없게 하는 것에 있다.’
혹독한 기업이지만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곳.
그게 바로 대기업이 지닌 힘이었다. 또한 내부에서 저항할 수 없도록 가혹한 업무를 얹어야 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을 모두 움켜쥐어야 했다.
‘최대한 많이 고려해야 하지.’
드낙이 양피지를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쳤다.
한 달은 훌쩍 흘렀다.
북부 인간들은 뭉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매우 더뎠고, 수비적인 진형만을 갖추고 있을 뿐이었다. 적어도 북서쪽에 있는 킹슬레이가 도착하지 않고서는 공세로 전환하지 않을 터였다.
그 사이에 드낙은 청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변경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기본은 이로 삼는다.’
“들어라! 모든 엘프들아, 나를 신앙으로 삼기로 한 자들아!”
드낙이 많은 이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허공에 홀로 날아올라서 그들을 지나다니며 내려다보며 말했다.
“만 오천에 달하는 엘프를 내 손으로 직접 그들을 묶고 있는 속박을 풀었다! 그리고 벽을 제거해줬다. 단련하면 근력이 강해지고, 수련하면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 가능성을 너희에게 베풀어줬다!”
쩌렁쩌렁 그 목소리가 울렸다.
검은 머리의 엘프들이 똑똑히 드낙을 올려다보며 귀를 기울였다.
“너희들은 이제 나의 권속이며, 가장 낮은 초월자인 하급 악마로서의 특성도 가지고 있다! 노력한다면...나와 같은 초월자에 닿는 일도 있겠지!”
그 말에 공기가 변했다.
화산처럼 대기가 달아올랐다. 대단한 열의와 동기가 부여되었다. 그 모습에 드낙이 웃었다.
‘엘프의 그릇은 크다.’
풀어헤쳐 진 족쇄만큼이나 야망도 크다.
이를 자극했으니, 당연히 달아오를 수밖에.
‘이 정도의 동기라면 가능하다. 충분히 제어할 수 있겠어.’
한다면 남의 등에 칼이라도 찔러서 드낙의 피를 갈구할 것이다. 더 이상 타락 엘프는 엘프라고 할 수 없었다. 변질되어져도 너무 변질됐다.
엘프들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드낙이 본격적으로 입을 놀렸다.
“만 오천의 타락 엘프를 새로운 조직에 담을 것이다! 4개의 조직이며, 각각의 조직의 명칭은 일왕(一王), 이군(二軍), 삼장(三將), 사병(四兵)이다!”
“그 기준은 지금 본인이 지닌 지식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은 일왕 조직에 서고, 가장 적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엘프들은 사병 조직에 서라!”
엘프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표정이 썩어들어가 있었다. 오로지 소수만 표정이 밝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엘프 사회에서의 계급은 나이와 지식의 양으로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전부터 있었던 그 경직된 사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드낙 또한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다.
‘흐흐.’
드낙이 흉악하게 웃었다. 엘프들이 지닌 고질적인 고정된 사회를 통해서 드낙은 간계를 집어넣었다.
치졸하고 옹졸하며 간악한 간계였다.
바로 엘프 사회에서 기득권으로 살아온 엘프들을 희생양으로, 피해자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들은 철저하게 약자가 될 것이다.
드낙이 만든 울타리를 결코 넘지 못하고.
다른 타락 엘프들의 조롱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터였다.
물론 그들은 전혀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서로 인사하기 바빴다. 모두 자신들이 가진 지식이 드낙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여겼고, 이를 통해서 드낙의 총애를 단번에 휘어잡아 대량의 피를 하사받을 거라 여겼다.
반면 다른 이들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제기랄...악마의 피를 먹었음에도 전과 똑같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크게 분통을 터트리거나 절망한 채 입을 꾹 다물기도 했다.
그 일련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드낙에게로 향했지만, 이것 또한 예상된 바였다.
‘여기서 불만을 토로하는 놈에게는 피를 주지 않을 생각이다.’
반골(反骨)!
드낙의 강력한 영향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타락 엘프를 찾아내야 했다.
“꾸물거리지 말고 움직여라!”
“신이시여!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나는 이런 대우를 받으려고 피를 받아마신 게 아닙니다!”
반발하는 엘프를 보며 드낙이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아이기디우스(Aegidius)라고 합니다!”
“으음! 좋다, 아우디...기우스!”
“아이기디우스입니다!”
“좋다! 아이기디우스! 네 말대로 지식의 양으로 타락 엘프를 시작부터 규정하는 건 어리석다고 할 수 있다. 누구는 왕의 조직에 속하고, 누구는 병의 조직에 속하니, 분통을 터트릴 만하다!”
드낙이 열거한 조직의 이름만 해도 철저하게 계급과 순위를 말해주고 있었다. 1과 왕, 2와 군대, 3과 장수, 4와 병사다.
열이 안 뻗치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분노하고, 불합리함을 느껴야지만 드낙에게 불만을 토로할 수 있었다.
드낙을 통해서 큰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찍어 눌러야지만 반응이 온다.
“특공 조직을 새로이 만들겠다. 모든 것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은 자들은 특공 조직에 속하라! 특공 조직의 대장은 아우디기우스다! 물론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아이기디우스입니다!”
‘빌어먹을 외제차 이름이랑 어찌 이렇게 비슷하지?’
드낙이 볼을 긁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입이 꼬일 정도로 괴상한 이름이라 여겼다.
아무튼 그렇게 다섯 번째 특공 조직이 만들어졌다. 드낙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일러두었기에 특공 조직으로 향하는 자의 숫자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많았다. 그 숫자는 천에 달했다.
‘놈들은 버림패다. 어리석은 놈들. 네놈들은 하청의 하청의 하청보다도 더 각박하게 살게 될 것이다. 다시 엘프로 돌아가는 일도 없지. 평생을 그 상태를 유지하며 내 핏방울 하나 얻지 못하며 지금의 선택을 저주하며 살아갈 것이다.’
드낙이 그들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그 싸늘한 눈빛은 매우 간사한 미소와 함께 쏙 사라졌다. 힘을 쓰지 않는 상황에서 드낙의 마음속에서 잠자고 있던 사냥꾼의 재능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모든 것이 단기간에.
한순간의 선택으로.
너무나도 가혹한 미래가 결정됐다.
“일왕의 조직은 150명! 가장 상급의 지식을 보유한...”
타락 엘프라고 말하려던 드낙은 그들을 다르게 부를 말을 골랐다.
“무너뜨린 엘프(Dismantle Elf)다!”
백오십의 엘프들이 드낙이 바라보며 말하자 절로 경례를 올렸다. 그걸 바라보는 다른 엘프들의 표정은 무시무시한 열등감에 휩싸여있었다.
저기에 들어가지 못했기에 참담함을 느낀 엘프도 있었다.
첫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걸 모두 깨닫고 있었다.
“1,000명의 조직원을 지닌 특공 조직! 이들 또한 빠질 수 없겠지! 모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그 마음! 용감하도다! 그대들의 분투를 난 기억할 것이다! 반드시!”
척!
반골기질을 지닌 혹은 그저 휩쓸린 엘프들이 경례를 올렸다. 자신들이 두 번째로 언급되었기에 표정이 매우 밝았다.
“다음은 1350명의 규모로 결성된 이군 조직!”
“4500명으로 이루어진 삼장!”
“8000명으로 구성된 사병!”
드낙이 빠르게 다음 조직을 언급하고 지나갔다. 경례를 올렸지만, 표정이 굳어있었다. 엘프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각 조직은 열명의 위원을 뽑아라. 시간은 한 시간을 주겠다.”
단번에 소란스러워졌다. 시간에 제한을 둔 이유는 제대로 된 위원이 선출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첫인상으로 결정되겠지.’
멍청한 엘프가 선출될 수도 있었다. 그저 외모와 지식? 약간의 커리어로 모든 게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조건은 타락 엘프가 되면서 휴지조각이 된 지폐나 다름없었다.
제대로 된 위원이 선출될 수도 있었지만, 그 가능성은 낮았다.
그렇게 50명의 위원을 뽑자 드낙이 본모습을 드러냈다.
“각 조직은 위원들의 명령하에 나에게 공양을 하고, 기도를 하며 신앙을 바로 세운다. 알겠느냐?”
“예!”
모두가 일제히 대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모든 것은 노력에 달려있다. 바치는 것에 걸려있다. 얼마나 많은 피와 생명을, 업을 바치냐에 따라서 너희들의 처우가 결정된다!”
“......?”
그 말에 일왕 조직에 속한 150명의 고등 엘프가 물음표를 띄웠다.
‘잠깐, 그렇게 된다면...?’
갑자기 오한이 서렸다.
150명의 타락 엘프가 개처럼 기어가도 8천 명이나 되는 사병 조직이 모으는 업을 극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식의 차이? 업은 생명체를 죽여서 나오는 것이다.
가축을 길러도 8천 명에 달하는 타락 엘프가 압도적 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시, 시시시신이시여! 지식에 따른 하사품은 없는 것입니까?”
“그건 모든 타락 엘프가 해야 할 일이다. 경중은 있겠지. 특혜 또한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피를 하사받을 수는 없다.”
“아!”
탄식이 쏟아져나왔다.
동시에 반대편에서는 입을 틀어막는 타락 엘프들이 나왔다. 정확히는 사병, 8천 명이 한 조직에 묶인 엘프들이었다.
“으, 으흐흐.”
“끝났다. 우리가 1등이다.”
“가장 많은 피를 하사받을 수 있어!”
그곳에 속한 무너뜨린 엘프들이 너도나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허나 그건 정말이지 안일한 생각이었다.
“피의 하사품은 위원 10명에게 내린다. 위원 10명은 조직원이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 확인하여 피의 하사품을 공정하게 내려야 한다. 공평하게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열심히 하지 않는 무너뜨린 엘프가 내 피를 하사받는 것 아니냐.”
“예!”
50명의 위원들이 일제히 답했다.
드낙은 특공 조직에 속한 천 명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아무리 업을 공양해도, 피 한 방울 받지 못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깨닫게 되겠지.’
무엇이든지 뛰어넘으려고 한 그 만용을.
자신의 신 앞에서 호방하게 떠들어대고, 그 사상에 손을 들며 속했던 지금의 선택을.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다.’
드낙은 그것으로 무너뜨린 엘프의 조직 개편을 끝냈다.
각 10명의 위원은 서로 피의 하사품을 꼬불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엘프보다 강해질 터였다.
‘크크큭.’
드낙이 비열하게 웃었다. 조직마다 인구 차이가 극명하게 갈려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은 열등감과 우월감에 젖어 서로 반목할 수밖에 없었다.
사병 조직은 대기업이다. 하지만 그들 일원 하나하나는 거대한 업을 공양한 것치고는 하찮은 핏방울만 얻게 될 터였다. 위원들은 드낙이 규모에 비해서 적게 내려줘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남들보다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괜히 불평했다가 한 방울도 얻지 못하고 있는 특공 조직에 가라고 한다면? 정말 똥되는 것이다. 특공 조직은 협박 도구나 다름없었다.
다른 조직은 많은 피를 하사받은 대기업을 보며 괴로워하며 그들을 욕할 것이다.
‘특공을 배제하고, 다른 3곳의 조직을 합치면 5천 400.’
8천과 5천 400은 그렇게 차이가 극심한 것도 아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견제 도구로서 훌륭했다. 그러나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것도 중요했다. 완전히 규합할 수 없었다. 드낙의 또 다른 제어 장치였다.
‘복잡하지만 나에게는 간단하다.’
50명의 위원이 14950명보다 더 많이 먹는 사회가 되었을 뿐이다.
또한, 8천 명이나 5400명이나 서로 비슷하게 드낙의 피를 받아먹으면서도 서로 반복하게 되는 사회가 되었을 뿐이다. 그것도 극소수의 피를 두고 피튀기는 경쟁을 하는 사회였다.
‘그흐흐흐흐.’
무엇보다 반마(半魔)의 하급 악마(Lesser Daemon)는 그 격이 정말로 낮았다. 평범한 악마의 하급 악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너뜨린 엘프(Dismantle Elf)들은 얼마나 많은 업을 나에게 공양했는지 모른다. 또 내가 얼마나 업을 소모해서 피를 내려주는지도 가늠할 수 없지.’
중립신이 드낙에게 했던 짓이다.
드낙은 그걸 정확하게 엘프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양심? 내로남불? 그 기회를 못 얻고, 그 지위에 올라서지 못하고, 그 힘을 가지지 못한 놈들이나 하는 불평일 뿐이지.’
너 대신 남을 죽여라.
그럴 때 얼마나 많은 인간이 상대를 죽일지 드낙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거리낌 없이 무너뜨린 엘프를 업의 노예로 부릴 생각을 가졌다.
‘어차피 신을 고꾸라뜨릴 놈들이다.’
무엇보다 중립신을 걷어차려는 엘프들이었다. 그들의 족쇄가 풀리고 묶여있던 가능성이 열어젖혀 졌다. 경계하는 건 필수적이었다.
천 명에 달하는 반골 엘프들이 그 산증인이였다.
“물론! 서로 간의 연대는 허락한다. 이럴 때 위원들이 그 공적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예!”
하청의 하청의 하청.
거대한 규모를 지닌 8천 명의 엘프 조직이 다른 소조직을 향해 채찍질을 할 수 있도록 언급하기도 했다.
실로, 간악했다.
8천명 조직이 많은 걸 가져간다고? 물론 그렇다. 그들은 독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8천명에게 핏방울이 흘러가지 못한다. 위원 10명에게 집중될 뿐이다. 또한 드낙이 내려주는 핏방울 또한 적었다.
그저 다른 조직에 비해서 조금 더 얹어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경쟁 구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충분히 가능했다.
그들 또한 드낙의 하청인 셈이다.
지옥.
지옥 그 자체.
그런 구조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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