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7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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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탄으로 교체! 소이탄으로 교체하라! 1번부터 52번 공성 병기까지다!”
공성 병기에 무광택의 철구가 올려졌다. 용암이 내부에 흐르는 듯한 불꽃 기류가 있는 광역 불꽃탄과는 달랐다. 온전히 인화성 물질이 든 것처럼 보였지만, 여기에도 초월의 힘은 깃들어있었다.
부딪쳐야지만 터지는 철구는 피해 범위가 낮기 때문이다. 소이탄의 내부에는 주술 토템이 있었고, 일정한 법칙에 의해서 폭발하며 얇은 철구의 표면을 박살 내도록 만들어졌다.
허나, 철구의 크기가 작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방법을 만들어냈다. 그 ‘빌어쳐먹을 대포동인지 하는 미사일’을 만들기보다는 철구를 효율적으로 적은 주력으로 터트리는 게 더 현실적이었다.
철판을 매우 얇게 하는 기술 발전을 이룩하게 하였다. 동시에 바람 마법을 통해서 철구 내부를 밀폐시켜서 바람을 자연스럽게, 초월의 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큰 압축력과 힘을 지니게 하였다.
그 덕에 소이탄은 진짜 소이탄과 비슷한 효력을 지니게 되었다.
펑!
투구덩!
다양한 공성 병기 백여 대가 순차적으로 쏘아졌다. 절반은 광역 불꽃탄이었고, 나머지는 소이탄이었다. 가장 먼저 쏴진 광역 불꽃탄에 반파되었던 달빛 방어막이 대부분 무너졌고, 그 뒤에 이어지는 소이탄이 고도 30m에서 알아서 뻥하고 터졌다.
철구가 박살이 났고, 그 잔해와 함께 불꽃의 세례가 성채의 한 구역을 완전히 뒤덮었다.
화르르르!
인화성 물질에 지붕이 타고, 내부에 있는 식량에 불이 옮겨붙었다.
“흐악, 흐아아아아악!”
온몸이 불타는 병사가 소리를 지르다가 3초도 되지 않아 그대로 죽어버리며 뒹굴었고, 그 시체에 걸려 넘어진 병사에게 불꽃이 옮겨붙었다.
마법 불꽃과는 다르게 액체와 반고체 형태를 지닌 인화성 물질이 들러붙어 버렸다.
“끄아아아악!”
상체 일부분과 얼굴이 타올랐다. 검은 유독성 가스가 고함을 지르는 입속으로 들어갔고, 헉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켠 병사가 그대로 기절했다. 거대한 화염으로 타오르는 집이 그대로 무너지며 병사를 매몰시켰다.
고함 소리.
비명 소리.
무너지는 소리와 거센 화염으로 생겨난 연기가 모든 것을 뒤덮었다.
지옥 같은 곳에서는 방향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매캐한 연기 때문에 기침이 나오고 눈물과 콧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순간에 520여 명의 병사들이 죽고, 천 명이 넘는 이들이 화상과 질식, 기절 등으로 전투 불능에 빠지고 중경상을 입었다.
“사, 사태를 파악하라!”
기사들과 지휘관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고, 하수구와 우물에서 물을 퍼는 병사들로 단번에 전투 요새 내부가 시끄러워졌다.
혼란이 잠재워질 때까지 세리안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이것은, 강자의 여유였다.
모든 것에 우위를 지니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허나, 백기는 들어 올려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잔혹한 놈이군. 우리가 멈출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세리안의 말에 겐 쟝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혹은 무능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보시죠. 분명 백기가 올라올 겁니다. 그 어떤 군대도 천이 넘는 피해를 단기간에 입고 멀쩡할 수 없습니다.”
적게는 수십 명만 죽어도 붕괴하는 게 남부 군대였다. 북부인의 거친 감성과는 차이가 심했다. 호전성이 낮았다.
평화에 찌들어있는 평야민족이었다.
“두 번째 발포를 허락한다. 소이탄 2차 발사를 실시하도록!”
“예!”
반론은 없었다. 세리안은 완벽하게 구세력을 지배하고 있었다. 더는 잔혹이 아닌, 지배를 할 줄 알았다. 드낙 덕분이었다.
매캐한 연기가 전투 성채에서 끝도 없이 올라왔다. 일부 구역에 불과했지만 그 시각적 효과는 무시무시했다. 바람이 바뀌었고, 곧 전투 요새 전부를 관통하며 검은 연기가 지나갔다.
사상자는 4천 명을 넘어섰다. 흩어졌지만 소용없었다. 너무나도 광범위한 곳에서 병사들이 모여있는 전투요새를 쳤다.
그 끔찍함에 그대로 백기가 올라갔다.
반달 성채에 있는 사람들 7천 중 3천이 경중상을 당하고, 천 명이 넘게 죽었다. 그 어떤 자도 더는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스트라페 플래티넘(Astrafe platinum)는 너무나도 허망함을 느꼈다. 그는 무기와 갑옷을 모두 벗고, 옷만 걸친 채 외성 문밖으로 나갔다. 그와 함께 중책을 맡았던 10명의 관리와 기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동부 왕국의 기병들에 의해서 안내를 받아 세리안이 있는 곳에 당도하였다.
“그대가 아스트라페 플래티넘인가?”
“예.”
“나는 세리안 불파겐 중앙 사령관이다. 이번에 남부 해방을 위한 군대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예.”
“항복하겠는가?”
“예.”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담담하게 말했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그저 방어 마법을 썼고, 전투 요새는 그대로 마법 기능을 상실했다.
황당할 따름이었다. 적의 공성 병기를 요격할 공성 병기 또한 쓰기도 전에 검은 연기에 집어삼켜져서 시야를 차단당했다.
드낙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이탄은 강력한 전쟁 도구였다. 그 어떤 장작도 필요 없이 불타는 원료가 떨어지는 것이었기에 검은 연기가 초대량으로 뿜어져 나오는 구조였다.
이는 적의 공성 병기의 명중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저항을 포기한 이유는 그 외에도 수없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광기와 반란이었다. 병사가 삽시간에 3천의 사상자를 냈다. 거기에는 기사도 있었고, 제법 뛰어난 자도 있었다.
그런 무위를 지닌 자도 불타서 죽어버리는데, 무슨 저항인가?
오히려 빠른 태세 전환으로 목이 안 잘리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자신의 손에 쥔 권력을 포기하고, 고개를 숙이는 일은 권력자가 되고 나서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 겐 쟝이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세리안에게 저항했던 것도 이와 같았다.
“기득권을 유지해주신다고 말씀하신 게 사실입니까?”
자칭 사생아의 말에 세리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러나 그대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
“그 무슨!”
“항복하지 않았소!”
그와 거사를 함께했던 10명의 관리와 기사가 소리를 높였다. 총 20명의 인사였다.
‘혼자 오기는 겁이 났겠지.’
세리안은 저렇게 뭉쳐서 온 이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다. 사자와 호랑이가 하이에나를 좋아할 것 같은가? 절대 아니었다.
“이미 중소 마을을 해방시키며 소문을 듣고, 진실로 그것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을 터다. 그런데 전투를 하지 않았나?”
“동부 왕국군에 사상자는 1명도 없지 않습니까!”
사생아가 소리쳤다. 동시에 그의 팔이 세리안의 검에 의해서 날아갔다. 깔끔하게 잘렸기에 피가 비현실적으로 쏟아져나왔다.
“끄아아아악!”
전쟁터에서의 판결은 즉시 이루어진다.
한 명을 죽이는 데 하루를 쓴다면,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병사들이 먹을 걸 생각하면 지금 이러는 시간조차도 돈이었다.
거기에 다른 곳은 아크온 몽펠리에, 북부의 명가가 배출해낸 자가 군대를 이끌고 있었다. 세리안은 결코 그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허헉. 허허억!”
관리들이 헉소리를 내며, 벌벌 떨었고 큰절을 올리며 살려달라 곡소리를 냈다.
“너희들의 죄는 동부 왕국의 전략 물자를 크게 소비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촌장들조차도 동부 왕국에게 감히 창칼을 겨누지 않았거늘, 어디서 그것보다 더 대단하고 똑똑한 것들이 창칼을 겨누는가아아아!”
세리안이 한 걸음 내디디며 그렇게 외쳤고, 기사들은 발악이라도 하려고 검을 뽑았지만 일초지적도 들어가지 못했다.
후웅!
롱소드가 허공을 갈랐다. 세리안의 검이 겨드랑이를 찔렀다. 그대로 상대가 넘어졌다. 목을 베고 지나가며 그대로 검을 앞으로 내찔렀다.
“큭!”
투구 사이로 그대로 검이 들어갔다. 기사는 피했음에도 맞았다.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굴었다.
멀리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지만 실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대단했다. 세리안은 순식간에 기사 10명을 베어 죽이고, 목숨을 구걸하는 핵심 관리의 목을 쳤다.
과다 출혈로 쇼크사한 사생아, 아스트라페의 부릅뜬 눈이 바닥에서 높아졌다. 그 머리가 장대에 걸려 효수된 것이다. 21개의 머리가 그날 반달 성채의 입구에 걸렸다.
로열 블러드가 흘린 피. 지배자들이 쏟아낸 피.
그 뒤로 진정한 의미의 무혈입성이 시작되었다. 반달 성채에서 살아남은 병사와 기사를 그냥 풀어줬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전하였다.
반항하면 죽는다. 병사와 기사가 죽는 게 아니라, 인간들을 지배하고 권력을 잡는 자들이 죽는다. 그러나 항복하면 많은 혜택이 있다.
무조건 백기를 걸어놓는 게 이득이었다.
나라? 악마 준동을 초기에 진압하지 못한 것으로 이미 몰락했고, 멸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드낙이 두 눈을 뜬 채로 조용히 명상했다. 그에게 세파리아스의 궤적이 보였다.
‘일류의 흐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호흡에 대한 것이다. 디테일하게 들어간다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자신에 대한 호흡. 다른 하나는 상대에 대한 호흡이다.
그렇기에 어려웠다. 닿기도 힘들고, 대성하기도 어려웠다. 상대는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대성’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뭔지 좀 알겠다.’
매번 그 설명이 다른 일류의 흐름에 대한 것. 드낙은 거기에 대해서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준 것이다.
‘상대의 호흡에 따라서 공수, 태도, 자세, 모든 판단이 달라지는 경지.’
나를 상대에 맞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었다. 드낙은 이를 태극이라 생각했다. 양과 음의 조화는 대한민국에서 살았기에 알 수 있었다.
‘그건 밸런스다.’
수동적으로 보면 절대 죽지 않는 철벽의 밸런스다.
능동적으로 보면 상대를 언제든지 찌를 수 있는 창의 균형이다.
나와 상대 그리고 그 상황 전체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맞추고, 거기에서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했다. 변화는 곧 무기고, 피다. 흉기와도 같은 살인과 상해다.
거대한 비전이나 다름없었고, 비전의 총망라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비전 또한 그 상황에서 이기는 필승 동작 내지는 필승법이기 때문이다. 비전이라 이름 지을 필요가 없는 비전이고, 모든 상황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
호흡이라는 것은 진짜 호흡이기도 했다. 허를 찔렀을 때 내는 헛바람 소리는 신체의 컨디션과 균형을 쉽게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관련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 기억 속의 세파리아스와의 대련을 모두 동작화하고, 각인 및 숙련화를 진행한다면 나도 얼추 세파리아스의 무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범인이 일류의 흐름을 획득하는 방법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그 어떤 고난도 한계도 이제는 경험하기가 너무 드물었고, 그 상황 자체도 냉병기와 리치 거리의 싸움이 아니게 되어버린 게 드낙이었다.
인간일 때 배우고, 익히고, 깨달을 수 있는 게 일류의 흐름이었다.
격이 높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유일하게 비슷한 게 있다면, 상황 속에서 최고의 투로를 쫓는 전초극의 권능이 일류의 흐름과 비슷했다.
“저...이렇게하면 제가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만...”
락테아 시오가 눈밑이 검게 되어버린 채 드낙에게 말했다.
“어허. 지금 세팔이의 동작을 내 외우고 있거늘...”
드낙이 쓴소리를 했다.
“검은 뿔쥐들의 마법 실력도 준수한데 그들에게 시키는 게 어떻습니까?”
“내가 잘 설명을 해줄 수가 없지 않나. 정신 공조를 통해서 그걸 너도 보고 마법으로 구현해야 하는데. 그걸 검은 뿔쥐들이 어떻게 하느냐?”
드낙은 말실력도 부족하고, 세파리아스의 동작을 완벽하게 마법으로 보여줄 수 없었다. 고로 락테아 시오같이 상당한 존재가 힘을 합쳐서 드낙의 의식에 들어가서 세파리아스와의 대련 기억을 훑어내서 표현해야 했다.
제한이 풀어진 락테아 시오의 포텐셜은 위협적일 정도로 높았다. 드낙을 대신해서 드낙이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해줄 정도였다.
“그리고, 검은 뿔쥐들은 완벽하게 부활의 못에서 일을 하고 있잖아. 이제 불파겐 마탑으로만 마법 지식을 보내면 되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벌써 4,200개의 대련을 환영 마법진에 각인했습니다. 더 해야 합니까? 지금 몇 번째 대련을 외우고 계시죠?”
“...282번째 대련이었나...?”
“저 그 정도 성과라면 그냥 안 배우시는 게 낫지 않습니까? 악마, 신으로서의 격을 더 높이는데 시간을 쓰시는 것이...”
초월자에게 있어서 일류의 호흡은 하찮은 잔재주에 불과했다. 힘으로 그냥 밀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낙이 락테아 시오의 물음에 씁쓸하게 웃었다.
“난 인간이야. 그리고 날 우습게 하는 놈이 하나 있는데, 그놈을 태풍이 아닌 검 한 자루로 놀라게 해주고 싶거든.”
이긴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드낙에게 그는 생각보다 큰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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