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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70화 (769/1,239)

강철의 전사 77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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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들이 배치될 곳을 단단히 만든 것은 실로 완벽했고, 드낙은 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서둘러 산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자주-포 생산기지로서 기능하고 있었고, 산 내부가 요새가 된 상태였다.

특히 드워프들은 체고가 낮아서 다른 건물들은 매우 웅장하게 짓는 경우가 많았기에 매우 넓었고, 대단한 작품이 되어있었다.

벽 하나하나에도 조각되어있고, 곳곳에 인공물들이 마련되어있었다.

‘도굴꾼들이 좋아하겠는걸.’

하나같이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돈 있는 사람들을 아주 만족하게 할 수 있을 터였다.

‘이럴 때가 아니지.’

“여긴 지키는 자들이 없는가?”

“드워프들이 알아서 지키겠다던데 없네. 자주-포를 만들러 갔겠지.”

“자주-포가 아니라 자주포다!”

드낙이 대전사(大戰士) 살키흐 크후루-(바람 손가락, Salkhi Khuruu)에게 경고했다.

“알았다.”

격렬한 반응에 살키흐 크후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건드려서는 안 될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다. 마치 새끼를 건드린 호랑이 같은 느낌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살기와 분노였다.

무(武)를 닦는 무인에게서는 보기 힘든 난폭한 기운이었다. 제대로 기(技)를 닦지 않았다는 뜻이고, 삼류 무인에 불과하다는 소리였지만, 드낙에게는 그게 통용되지 않았다. 고로 모순적인 전사였다.

‘껄끄럽다.’

그제야 대전사 살키흐 크후루-의 표정이 굳었다. 오크 전사 중에서 일류의 무인이 대전사라는 존재였다. 그에게 있어서 드낙은 정석을 따르지 않은 전사로 보였다.

편법을 썼다는 뜻이고, 불쾌했다.

“난 여기까지 따라가겠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이며 대전사가 다시 산에서 내려갔다. 드낙은 그를 곁눈질했다. 대전사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의 격에 걸맞게 그가 왜 저런 태도를 보였는지 악마의 피가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건 실로 기이한 감각이었다.

“킁.”

이내 콧소리로 대전사의 분노를 털어내고 드낙은 드워프들을 찾았다. 대전사를 탓하기에는 저 대전사가 노력한 피 묻은 도끼에 담긴 피나는 노력과 땀 냄새가 드낙을 주저하게 하였다.

“이게 누군가! 동부왕 아니십니까!”

가장 먼더 드낙을 본 드워프가 양팔을 쭉 벌리며 그를 환영했다.

“반갑다. 그 누구도 지키는 이가 없던데, 어찌 된 일이냐?”

그 말에 드워프가 수염을 움직이며 크게 성을 냈다.

“내, 이놈들이 그럴 줄 알았다! 한 새끼도 지키는 놈이 없어!”

그렇게 윽박지르는데, 옆에서 철조각을 양손에서 생성해내는 드워프가 입에서 말을 툭 내뱉었다.

“너도 마찬가지잖아!”

“커흠!”

‘이 새끼들...’

드낙이 어처구니없어했다. 죽고 싶어도 잘 죽지 않는 드워프였다. 그렇기에 적의 기습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상인들은 왜 들여보내서 자주포를 보여줬어?”

“그건 오크놈들이 귀찮게 하니까, 들어준 거야! 왜 우리 탓을 하나!”

존대도 잠깐이었다. 드워프를 공격하자마자 드워프들이 크게 반발했다. 위대하고 명예로운 드워프를 타박하다니? 건방졌다. 드낙이 기세를 피워도 무덤덤했다.

‘에효.’

“알았다. 그건 넘어가 주마. 하지만 다음부터는 어림도 없다고 말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오크놈들에게도 말해놓으셨으면 합니다. 아주 귀찮게 굽니다. 상인들이 주는 말고기에 눈이 돌아버렸는지, 입이 강간을 당했는지...”

얼마나 시달렸으면 감히 입에 담기 힘든 말도 했다. 그만큼 드워프를 귀찮게 하는 건 드워프에게 아주 큰 스트레스였다.

“알았다.”

모든 게 고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정보 유출은 위험했다. 혹시라도 영혼 제국이 정보원이나 척후병을 운용한다면, 사로잡힌 상인이나 인간은 동부 왕국에 대해서 떠들어댈 것이 분명했다.

“자주포를 보고 싶어서 왔는데.”

“아, 마젠타 캐논을 말하는 것입니까?”

“내가 자주포라고 하지 않았나?”

“자주-포는 솔직히...너무 작명 감각이 없습니다.”

“콜록.”

드워프의 말에 드낙이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더 언급하지 않았다. 서둘러 결과물을 보고 싶어서였다. 철조각을 손에서 만들던 〈녹쇠 주먹〉이 드낙을 안내했다. 산의 중턱에서 살짝 위쪽인 곳에 도달했다.

그곳의 입구는 문으로도 막혀 있지 않았다.

“지하에 보관하는 게 좋지 않나?”

“무거워서 보관소는 중턱이라고 정했습니다.”

‘...나쁘지 않지.’

목적이 확실하게 있는 드워프들의 보관소 위치였다. 드낙은 단번에 수긍했다. 보관되어있는 자주포는 기름을 오랫동안 먹인 천으로 뒤덮여있었다. 그렇기에 기름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공간은 거대했지만, 공기가 정체되어있었다.

드워프는 거침없이 행동했지만 드낙은 코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흐허허허! 그렇게 하면 더 고생합니다! 냄새에 익숙해지는 게 최고입니다.”

말은 쉬웠다. 평범한 사람은 이 보관소에서 오래 있으면 현기증이나 쓰러질지도 몰랐다. 평범한 횃불과는 다르게 강렬하게 수직으로 치솟는 횃불을 쥔 드워프가 천막을 크게 걷어냈다.

드낙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진짜로 자주색이잖아!’

망했다는 표정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직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고치면 되고, 방향성이 달라졌다면 바로잡으면 된다. 적어도 외면은 자주포 그 자체였다.

사각형의 사람이 들어갈 법한 거대한 몸체에 포신이 들어가 있는 것도 훌륭했다.

‘그럴듯하다.’

“포신 15미터. 가장 일반적인 놈입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걱정을 많이 했고, 대형화까지는 바라지 않고, 딱 강철을 꿰뚫는 수준의 마젠타 캐논(Magenta cannon)을 원해서 만든 놈입니다.”

드워프는 더 말할 것이 있음에도 다음으로 넘어가서 천막을 거두었다. 포신이 50미터인 놈으로 확 증가했다. 어마어마한 덩치였고, 천막을 걷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다른 드워프도 불러와야 하는 거 아닌가?”

“대포 만드는데 빠지는 놈이 어디 몇 놈이나 있겠습니까. 이놈은 포신이 50미터 짜리로 오공 캐논이라고 불립니다. 저기 있는건 백공 캐논이라고, 100미터짜리입니다.”

드낙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그렇게까지 크게 할 필요가 있나? 15미터짜리로도 강철을 꿰뚫는다며?”

“장인으로서 더 발전할 수 있는데, 안 하라고 하면 말을 듣습니까?”

포신을 고정하는 고정대는 드낙이 말 한 것처럼 마치 탱크처럼, 차량처럼 되어있었다. 궤도가 달려있고, 궤도 안에는 작은 바퀴가 다닥다닥 붙어있었으며 거기에 종종 겹치듯이 중, 대규모의 태엽도 들러붙어 있었는데 정말 난잡했다.

어떻게든 드낙이 말한 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었고, 1차세계대전의 초기 잠수함을 보는 듯한 정리가 안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텅!

뒷면에 존재하는 개폐기를 열고, 내부에서 포탄을 꺼냈다. 미사일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지만, 뒷부분은 오크 나무였고, 앞부분은 강철이었다. 또 오크 나무의 정중앙에 강철 쇠막대기를 꽂아넣은 형상이었다.

“전에 말씀하셨던 대로 〈쐐기 포탄〉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동부왕의 작명 실력을 헐뜯는 건 아니지만, 형태가 화살과 비슷해서 화살 중에서도 으뜸이라 하여 대장군전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쐐기 포탄도 나름 괜찮다 싶어서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라고.’

드낙이 눈을 부라렸다. 자꾸 작명센스를 들먹였기 때문이다. 킬더배틀이라는 걸출한 기술명을 지었던 드낙은 자신의 작명 센스를 폄하하는 드워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건방졌다.

“효과는 가장 먼저 매우 무거운 중(重)질량체라는 겁니다. 이걸 맞은 놈은 성벽이고 배고 강철이고 남김없이 부수고 우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제대로 맞건, 빗맞건 한 방에 전투불능에 빠질 겁니다.”

쐐기 포탄의 질량은 35.6kg에 달했다. 정말 죽창 중의 죽창이었다.

“폭발하는거지?”

드낙의 말에 드워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탄두에 화약과 작은 철구를 최대한 우겨넣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드워프는 엄청난 신체능력으로 오크 나무를 쩍 갈랐다. 그 내부가 실로 독특했다. 통나무가 아니라, 속이 2중으로 되어있는 토템이었다. 속을 비운 큰 오크나무에 작은 오크 나무를 집어넣은 식이었다.

‘머리 좋다. 현명한 방식이야.’

결국, 맞는 부분은 앞부분이다. 그곳만 강철로 만드는 게 중요했지 측면의 오크 나무는 굳이 무겁게 할 필요도 없었다. 물을 먹이지 않은 나무는 특히나 가벼웠다. 차라리 토템으로 기능하는 게 좋았다.

“겉을 두르는 오크 나무는 토템이 망가지는 걸 보호하기 위한 방어층입니다. 이건 초기 개발단계의 쐐기 포탄이라서 큰 오크 나무의 속을 깔끔하게 비워냈지만, 최근에 개발되는 쐐기 포탄은 작은 오크 나무 토템이 딱 들어갈 정도만 비우고 나머지는 가만히 둡니다.”

굳이 오크 나무의 속을 많이 비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만들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피드백이었다.

“어떤 주술과 드워프 손길을 넣었지?”

“오크 주술은 폭풍과 사물의 눈이고, 드워프의 손길은 자주빛입니다.”

“효과가 뭔지 모르겠는데...”

드낙의 말에 드워프가 더욱 상세하게 설명했다.

“폭풍 주술은 쐐기 포탄의 추진력을 높임과 동시에 대포 내부에서 와류를 형성시켜서 포탄과 대포가 만나는 부분에 공기를 압축시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화약으로 인해서 오크 나무가 타지 않을 수 있지요.”

“......”

드낙은 와류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추진력을 높인다는 소리군!”

“예. 그리고 사물의 눈은 쐐기 포탄에 눈을 달아주는 겁니다. 적을 유도하는 식이죠.”

“그건 놀라운데...”

엄청나게 비싼 유도 미사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반면 드워프는 어리둘절해했다. 그렇게 대단한 주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자연의 주술 아닙니까. 자연만물을 이용하는 술법이니, 그렇게 놀랄 일은...”

“크흠! 그래?”

드워프는 드워프의 손길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쐐기 포탄의 중앙에 위치한 길쭉한 쇠막대기를 건드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강철 중심대와 탄두에 깃들어있는 게 자주빛의 손길입니다.”

“효과는 초월의 힘을 강화하는 겁니다. 다른 드워프 가문의 무기에 잘 스며들기도 하지요.”

견습 드워프 대장장이가 하는 일에 속하는 게 빛깔의 손길이었다. 보조적이었기에 주도적이지 못했고, 그리 크게 드워프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완성품에 부여하는 것이었기에 대장간 일을 하는 드워프는 하기 싫어했다.

자신이 제련하고 두드리는 물품에 손길을 넣고 싶어 했지 이미 만들어진 곳에 초월의 힘을 사용하는 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술과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겠는데.”

“예. 특히 사거리에 따라서 파괴력이 크게 달라집니다. 폭풍 주술은 자주빛 손길 때문에 날아가는 동안 계속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쐐기 포탄의 사거리는?”

“처음에는 2km밖에 되지 못했습니다.”

실로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 총과 대포는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쐐기 포탄만으로는 부족하니, 대포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멀리 날아가야 했고, 더 강력한 파괴력이 필요했죠.”

“그렇기에 대포가 커지는 거구만!”

드낙이 손뼉을 쳤다. 포신의 두께는 그대로인데, 길이만 길쭉한 걸 보면 쐐기 포탄은 대형화를 하지 않았다. 반면 대포는 매우 길어진 상태였다. 사거리를 늘림과 동시에 더 많은 힘을 포탄에 주기 위함이었다.

“예. 저 대포에도 특수한 주술이 담겨 있습니다.”

“자주색인 걸 보면 대포에도 자주빛이 들어갔군.”

“예. 사실상 자주포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건 자주빛 가문입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가장 하급의 손길이라 어느 드워프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남이 만든 물건에 자주빛을 부여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특색이 강한 드워프의 손길을 지녔거나 전사 가문의 드워프들은 매우 비효율적이거나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대포 자체에 자주빛을 넣은건 〈요정의 소용돌이 주술〉의 증폭을 위해서입니다.”

“어떤거냐?”

“쐐기 포탄의 주위를 돌며 힘이 다할때까지 추진역할을 하고, 힘이 다하기 전에 적과 부딪치며 주변 대기에 있는 자연의 힘과 주력을 응축하여 강력한 범위 피해를 입힙니다. 바람 마법이기에 갑옷 안까지 스며들어가서 칼날과도 같은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영혼 제국 놈들의 푸른 슬라임을 노렸구나.”

“예.”

그러면서도 주목적은 사거리 증가였다. 드워프들 또한 자주포를 시험 운행해봤고, 산을 넘어서 타격하는 그 강력한 사거리에 매료되어있었다. 또한 그 무서움을 잘 알았다.

보이지 않는데 적의 공격을 받는 셈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공포스러운 공격이다.

“저 50미터 짜리 포신을 지닌 대포의 사거리는 그럼 몇이냐?”

“5km입니다. 백공 캐논은 10km입니다.”

“더 길게 만들고 있나?”

“예. 적어도 1000m짜리 천공 캐논을 만들면 100km 밖의 적도 타격할 수 있습니다.”

짝!

드낙이 손뼉을 크게 쳤다.

보상받은 기분에 휩싸였다.

‘드워프는 역시 총과 대포지. 이게 드워프 기술이지.’

“혹, 대량 생산하는데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라.”

“인간 대장장이들을 줄 수 있다면 주셨으면 합니다. 용광로 작업에 투입되는 드워프를 다른 곳에 투입할 수 있다면 생산은 몇 배로 껑충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좋다!”

드낙이 냉큼 수락했다. 대규모 징집을 할 생각마저 가졌다.

그들의 판단? 중요하지 않았다. 전쟁을 앞두고 있는데, 개개인의 자유 따위 생각나지도 않았다. 기관차와는 다르게 자주포 프로젝트는 완벽 아니 완벽을 넘어선 엄청난 대성공이었다.

백설 산맥은 자주포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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