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6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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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왕국의 참전 소식은 당연히 수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범죄, 똑같은 놈들...거부하기에는 너무 큰 돈.
보이지 않는 새도우 위스퍼의 강제력은 현대의 CCTV보다 약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곳의 인간들이 지닌 윤리와 도덕은 한없이 낮았다. 수틀리면 찌르고 보는 세상에서 범죄가 싹 사라지는 모습은 결코 기대할 수 없었다.
병사의 내통도 여전했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교체되어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난 강간하지 않았어! 난 죽이지 않았다고! 믿어주세요! 이들은 제 돈을 노리는 겁니다!!”
끌려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도 범죄는 언제나 일어났다. 그저 줄어들었을 뿐이고, 확실하게 처벌받을 뿐이었다.
피해자는 무조건 생긴다. 그들에 대한 보상은 게제라스 법관 덕분에 잘 마련되어있었지만, 죽은 이를 되살리지 못하고,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수많은 괴소문이 득실거려도 판타지 세상에서는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도 범죄의 그 순간에는 결코 그 범죄를 막을 수 없었다. 저지르고 난 뒤에 시간이 흐르고 차례가 되었을 때 그저 광산 종신형에 처할 뿐이었다.
인간이라는 종이 지닌 한계성 덕분에 인간은 끝없이 서로를 해하고, 짓밟고, 빼앗는다. 허나, 그런 자잘한 범죄 속에서 하나의 범죄가 드낙의 귀에 들어올 정도로 굵직하게 들어와 동부 왕국을 강타했다.
“어처구니가 없구만. 돈 세는 것들은 이기적이지만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의 또라이가 있었네.”
드낙이 황당해 할 정도로 큰 범죄가 일어났다.
‘그것도 돈에 관련된 범죄를...’
돈하면 드낙이었다.
그가 잔뜩 끌어안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세금 징수를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게 드낙이기도 했고, 돈 되는 사업은 국가사업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주류 사업이 있다. 국가와 경쟁할 수 없도록 대규모로 저가격에 술을 내놓고 있었기에 주류 산업은 상인이 감히 찔러넣지 못하는 사업이 되어버렸다.
이스핀의 가장 큰 공로이기도 했다. 그 덕에 술로 세금을 크게 확보할 수 있었다.
‘전쟁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싶어 해서 맛탱이가 가버렸다고 할 수밖에...나라면 절대 안 했다.’
물론 드낙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만약 드낙이 전쟁 상인이었다면...그는 한탕 크게 잡을 생각을 했을 터였다.
“조금이라도 양심을 어긴 자라면 다 잡아들여라! 모두 종신형에 처할 것이다! 전쟁에 죽어가는 이들이 있는데, 돈을 탐하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모조리, 모조리 다 압수하여라!”
전쟁은 한 국가를 몰락시키게 만들기도하고, 다른 국가가 유례없는 경제 대위기를 벗어날 정도로 꿀맛이었다. 죽어 나자빠지는 건 내 알 바 아니고. 돈이 최고였다.
그렇기에 전쟁 특혜를 노린 범죄는 특히나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거부하고, 양심을 챙기기에는 너무나도 큰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도 다른 게 아니었다. 그저 똑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아무튼, 전쟁 특수를 노린 사건들 중에서도 가장 큰 사건은 실바늘(Thread needle) 상단이 저질렀다.
본래는 옷을 제작하고, 옷을 팔고, 하나부터 열까지 자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굉장한 뚝심이 있고, 경쟁력이 있는 상단이었다. 산업 혁명이 만약 동부 왕국에 도래한다면 실바늘 상단은 순식간에 크게 비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로써는 옷만 만드는 곳이었기에 백단주에 머무는 상단이었다. 그들이 움직였다. 돈독이 올랐고, 천단주에 오르고 싶어 했다.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들 딴에는 그렇게 여겼다. 검은 뿔쥐는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미리 그것을 알릴 수 있었지만, 검은 뿔쥐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찍찍.
쥐새끼들마냥 이를 이용하기 바빴다. 드낙의 음흉함과 비열함을 똑 닮은게 그들이었다. 수틀리면 빤스런치던 필멸자 시절을 보냈기에 누구보다도 검은 뿔쥐는 드낙을 닮아있었다.
검은 뿔쥐는 드낙이 인간 혐오증에 걸리도록 유도해야만 했다. 인간상대로의 선범죄 후보고는 검은 뿔쥐 정보원의 가장 중요한 철칙이었다.
실바늘 상단은 가족, 사병, 지인을 이용해서 수천 명이 넘는 보부상을 회유했고, 보부상들은 이들에게서 받은 돈을 통해서 농부들의 곡물을 초대용량으로 사들여 동부 왕국 일부 지역에 대한 식량을 독점했다.
전쟁을 위해서 현재 보급을 쌓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아주 큰 일이 난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식량을 구매하려면 다른 지방보다 세 배는 더 쳐줘야 했다.
그 결과 2,100명에 이르는 보부상과 실바늘 상단에 속한 이들과 가족, 친척이 모조리 광산 종신형을 받았다.
그 판결은 실로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어느 술집에 가든, 무슨 모임에 가든 모두 그 사건을 입에 담기 바빴다. 백단주는 사병을 100명이나 거느린 대상인이고, 갑부 중 갑부였다.
그런 있는 가문이 하루아침에 박살이 나버렸으니...시민들로서는 짜릿할 수밖에 없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 제대로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잊을만하면 기어 나오는 게 바퀴벌레 같다.’
드낙은 검은 양피지를 손으로 탕탕 두드리며 혀를 찼다. 어떻게 보면 학습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가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덕에 동부 왕국의 내부가 다소 소란스러워져서 자연스럽게 전쟁 출정 날짜가 뒤로 미뤄졌다. 물론 겨우 보름 정도 늦어졌을 뿐이었다.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었다. 보급을 담당해야 할 관리들이 유례없는 대사건을 조심스럽고, 치밀하게 몇 번 더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상단 연합에 대한 권리 회수가 호수 성채에서 거론되었지만 묵살되었다. 상인들이 사병을 지니지 않으면 기사와 관리의 밑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둘 수는 없었기에 관리가 백단주 이상의 상단에 관리 감독을 주기적으로 하기로 했다.
‘관리하는 이들을 많이 두기에는 돈이 아깝고. 일이 터지고 나서 해결을 해야하니...골치가 아프다.’
계주에서 장애물이 떡하니 있는 것과 같았다.
*
‘3년. 3년을 기다렸다.’
3년 동안 개발한 석로 기관차의 기동식이 이루어졌다. 큰 공터에 돌을 깔았는데, 마치 송곳과도 같은 돌을 땅에 깊게 박고, 이를 반복해서 도로를 만든 것이었다. 돌이 닳고 닳아도 오랫동안 돌길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곳에 기관차가 떡하니 대기하고 있었다. 사실 철로를 사용하지 않고, 돌길을 사용하는 것이라 이름만 기관차였고,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드낙은 기관차의 면모를 살폈다.
‘제법 그럴듯하다!’
최대한 소형화를 진행했지만, 사람이 들어가서 앉거나, 보급품을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높이가 2.5m는 넘는 기관차였다. 길이는 기차니까 긴 것이 당연했다.
“엉? 왜 이렇게 짧고 몽땅하지?”
기차의 뒤에 달린 칸이 3개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그 길이도 짧았다.
“그것이 무거워서...”
3칸짜리 기차인 셈이었다. 드낙은 뭔가 싸한 기분을 느꼈다. 서둘러 그는 수송칸의 내부도 확인해봤다.
“나무잖아?”
“그것이 무게 때문에...”
드낙은 그 목소리에서 뭔가를 눈치를 챘고, 손가락을 쑥 나무 바닥에 집어넣었다. 나무를 뚫고 들어갔는데, 강철은 만져지지 않았다.
‘이런 씨?’
“어디까지 나무인게야?!”
드낙은 그렇게 물으면서도 그냥 나무판을 뜯어냈다.
얇은 철판과 파이프를 제외하고는 전부 나무였다. 불이 나면 X될 수 있어 보였다. 그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허나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려와서 말했다.
“일단은 기동해보라!”
“예!”
기술자가 안으로 들어갔다. 스팀이 뿜어지고, 곧 연기가 자욱하게 굴뚝을 통해서 뿜어져 나왔다. 헌데, 기차 칸의 밑에 있는 바퀴에서 일제히 불꽃이 솟아나왔다.
“왜 바퀴에서 불이 뿜어지는 거지?”
“드워프의 손길입니다. 〈달굼 질주〉라는 힘인데, 보통은 할버드에 잘 들어가는 힘입니다. 휘두르는 힘을 주는 것인데 바퀴에 사용하면 도는데 추진력을 크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드워프가 냉큼 말했다. 아주 깍듯했다. 그게 매우 이상했고, 의심스러웠다. 이런 태도를 보일 종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턱을 살짝 숙이기까지 했으니, 드낙의 눈이 더욱 좁혀졌다.
‘아니 저러면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
불꽃은 생각보다 강렬했고, 불똥이 튈 때마다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다. 칸 내부가 목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다행일지 불행일지 화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창문은 열 엄두도 나지 않았고, 실제로 단단히 닫혀 있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왜 창문을 달아놨는지 황당할 지경이고, 드워프 손길로 만들어진 불꽃 때문에 유리가 검게 얼룩져 있었다.
그그겅. 그그겅.
취이이이익! 취이이이익!
스팀을 미친 듯이 뽑아내며 기관차가 서서히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칸 내부를 목재로 채워도 결국에는 철덩이가 움직이는 것이었다.
“와! 움직인다!”
드낙이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법과 드워프의 손길이 들어갔다고는 해도 스팀을 내뿜으면서 질주하는 기관차였다. 뽕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
사람이 경보하는 수준의 속력이 10분 넘게 지속하자 결국 드낙이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적어도 준마 수준의 속력을 유지하라고 했지 않나.”
“아무리 최선을 다해봤지만, 무리였습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전혀...”
“마법과 드워프의 손길을 하려면 대형화를 진행해야 하는데 저렇게 작은 그릇으로는...”
변명이 주르륵 나열되어갔다. 모두 일리가 있었다. 허나 드낙은 분노를 삭히지 않고 내뱉었다.
“크게 하면 또 안 된다고 하지 않았었나?”
“예. 하지만 개발하면서 계산한 결과 성채 수준의 길이와 크기를 지닌다면 능히 초월의 힘으로 효율을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걸!”
드낙이 다음 말을 삼켰다. 도시만 한 길이를 지닌 기관차라니? 진시황이나 다름없는 짓거리를 하는 것이었다.
“효율을 조금 덜 하고자 한다면 호수 성채의 외성벽만해도...”
드낙이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현실성이 전혀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기술자들 모두 괜히 코를 훔쳤다. 그들 또한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기관차 기술은 계속 개발하기는 해야 한다.’
실패했다고 해서 중단한다면, 과학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학은 초월의 힘을 가지고 태어나는 개체수가 적은 인간에게 반드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괜찮다.”
드낙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을 때, 기동을 멈춘 기관차의 가장 뒤쪽 칸에서 매캐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부, 부부불!”
드낙이 손으로 가리켰고, 당황은 잠시 물의 마법을 이용하여 단번에 불꽃을 꺼트렸다. 모두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가 드낙이 나서서 한 방에 정리하자 다시 숨을 내쉬었다.
‘개판이야, 개판!’
드낙이 거칠게 땅을 발로 찼다. 그렇게 행동하면서 화를 풀고 나서야 인내하고, 감내할 수 있었다.
“고작! 3년 만에 움직이는 것도 용하다. 그리고, 초월의 힘을 적게 받고 오직 기술의 힘으로 움직였다는 게 특히나 탁월한 공로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은 여전하다.”
드낙은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제대로 크게 만들어봐라. 드워프의 손길로 최대한 반영구적인 기관차를 만들어라. 거대한 보급 수송이 가능토록 하여라.”
“성채 수준으로 말씀이십니까?”
“그래...그렇게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보급 수송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니.”
그렇게 말하면서 드낙은 몇 번이고 확답을 들었다.
“변명하려고 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못한다고 해라. 그러면 내 참작해서 기술 발전을 한 다음에 후일에 제대로 만들기를 기대하겠다. 그렇지? 그냥 한 소리지?”
“아닙니다. 〈성채 기관차〉는 눈감아도 이득을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제대로 된 보급 수송차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조, 좋다! 한 번 끝까지 가보자!”
한방 보급 해결을 위한 도박수를 드낙이 던졌다. 지르는 거 하면 현대인이었다. 누구보다도 강렬한 소비 행위에 맛 들려있는 세대였다.
결과적으로 기관차는 대실패를 맛보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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