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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65화 (764/1,239)

강철의 전사 76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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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인간에 대한 간섭을 시작할 마음을 굳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부 인간들에 대해서였다.

‘인간은 이대로는 안 된다.’

영혼 제국을 상대로 전력을 다해야 했고, 적어도 동부의 인간만이라도 그 역량을 높여야 했다. 종족값의 상승을 노려야 했다.

‘단순히 후방에만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인간도 주도적이었으면 한다.’

인간이었기에,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드낙에게 있었다.

‘가장 먼저 그 이기심부터 조져놔야 한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그게 아니라면 가문이 더 중요했다.

인류를 위해서 살아가는 이들은 매우 드물었고, 소수에 불과했다. 대표적으로 공익을 우선으로 삼는 이들은 오크들을 상대로 가장 최선두에서 활약했던 북부 순찰자들이다. 그 외에는 전무했다.

모두 사람을 위하는 것 같지만, 그 내면에는 가문이 있었다. 북부 외척들이 그러했고, 북부 전체 가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 넓은 울타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들 외에는 국가 단위는 과거 중앙 제국이 그나마 국가주의를 내세워서 인간을 통합시켰고, 그다음에는 중앙집권을 이루고, 관료제를 곧추세우고 귀족정을 무너뜨린 플래티넘 왕가가 그나마 넓은 수준의 인류 규합력을 보였다.

드낙은 그렇게 큰 사상까지는 접근하지 못했지만, 인간이 지금으로써는 답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사람들을 묶을 강력한 수단이 필요해. 악마의 능력으로 그들을 묶는다.’

드낙 자신이 사람들을 더 확실하게 잡아놔야 했다. 이미 몇 번이나 인간들의 이기심에 시달렸던 그였다. 확실하게, 공을 들여서라도 그들을 움켜쥐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악마의 힘으로 사로잡는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선별하는 게 좋겠지.’

드낙은 가장 먼저 간섭해야 할 자들을 가려냈다.

가장 먼저 폭력적이지 않으면서 감성적인 자들이었다. 그들은 실로 공익적인 가치를 추구할 줄 알았고, 남을 돕는 걸 좋아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힘을 줘야지. 암. 암.’

더 나아가서 역지사지를 알고, 귀찮게 한 번 더 생각하는 자들을 고려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그런 이들이 너무 적었고, 그런 자들을 선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피의 거미줄로 엮어져 있는 것은 지하 연합에 불과했다.

드낙과 동부 인간은 업으로서는 조금 엮어져 있을 뿐, 직접 연결되어있지 않았다. 그 연결로를 만드는 작업은 고되고,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렇기에 인간의 내면을 쉽고, 편하게 볼 수 없었다.

‘지하 도시의 고블린처럼 직접 접촉을 통해서 해야 한다는 것인데...’

동부의 인간 하나하나 모두 접촉하는 건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무꾼에게 악마의 능력을 줄 정도로 필요한가?’

폭력적이지 않고, 평생 걸쳐 싸운 적은 손에 꼽는다. 그것도 휘말려서 그런 것뿐이다. 정이 넘치고, 남에게 돕는 걸 좋아하는 나무꾼이다. 하지만 그런 나무꾼에게 악마의 능력을 주고, 드낙에게 친밀감과 충성도를 가지게 했을 때, 그는 무슨 가치를 드낙에게 줄 수 있는가.

착하더라도 세상에 대한 영향력이 없으면, 드낙은 그리 큰 재미를 못 봤다.

‘또 이런 자들은 애초에 내가 따로 충성심을 심어줄 이유도 없다.’

알아서 충성하고, 현재에 순응하여 살아가기 때문이다. 굳이 그들에게 힘을 주지 않아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착한 사람은 그렇게 잘 살아간다. 애초에 드낙이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결국, 인성이 아니라 사람 개개인이 지닌 힘과 영향력, 직업에 집중해야 했다.

‘고블린처럼 했다가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

몇 달이나 걸렸던 게 고블린 지하 도시였다. 그 덕에 지하 연합에 속하며, 검은 뿔쥐들과 인연을 맺은 고블린이라면 공간을 넘어 능력을 줄 수 있게 되었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무식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특히 동부 왕국 전역에서 활동해야 했다.

“레우치터.”

“엉.”

“네라고 해야지.”

“네.”

드낙의 그림자에서 미남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과 다르게 그 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다. 드낙이 지닌 초월의 힘을 마음껏 받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힘은 악마의 격으로 변질된 힘이었기에 레우치터는 그 힘을 받아먹으면 먹을수록 드낙에게 큰 친밀감을 지니고 있었다. 육체를 지닌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힘이 존재 자체이기 때문에 딱히 능력으로 빚어서 드낙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할 필요도 없었다.

락테아 시오처럼 향상심을 통해서 드낙에게 충성심을 가지게 할 이유도 없었다. 점점 더 잠식되어갈 뿐이었다.

너무 많은 피를 받았기에 형질 자체가 그림자와 악마로 변형되고 있었다. 그 또한 하급 악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드낙의 아래로 격이 묶이는 것이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뭔데요?”

레우치터가 투덜거렸다. 말투를 교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명령을 내리면 잘했기에 참고 있었다.

“그림자의 점. 그것을 마법사들에게 찍고 다녀라. 뒷목에다가 찍어야 할 것이다.”

드낙이 즉흥적으로 말했다. 아직 있지도 않은 능력을 떠벌렸다. 그리고 그건 실로 그럴듯해 보였지만 레우치터는 심드렁했다. 계속 드낙의 그림자 속에 지내고 싶었는데, 할 일이 생겨서였다.

“그게 뭔데요.”

“그건 좀 기다려야 해.”

드낙은 총 5일에 걸쳐서 레우치터에게 줄 능력을 빚었다. 〈검은 목점〉이라 불리는 이 능력은 다른 이에게 드낙이 피의 거미줄을 엮을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였다.

그림자와 악마의 힘으로 빚었기에 부차적인 효과로 목점이 있는 이는 어둠과 그림자 속에서 기척이 제법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레우치터에게는 필요가 없는 능력이었다. 애초애 그림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우치터는 이를 잘 받아들였다. 그 어떤 불만도 품지 않았다.

드낙 때문에 존재가 계속 커지고 있었으며, 변질된 그림자의 힘은 드낙의 명령을 잘 듣게 하였다. 쓸모없는 능력으로 그릇이 차올랐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은 드낙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이제 가라. 마법사들과 기사들에게 심어라. 제법 돈줄을 쥐고 있는 상인과 지역 유지를 노리고, 왕비와 외척 그들 모두에게 목점을 찍어라.”

“알았다요.”

레우치터는 본격적으로 호수 성채에서부터 마수를 뻗어 나갔다.

검은 그림자가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고, 마법사의 집으로 스며들어 갔다. 방어 마법진에도 틈새는 존재했고, 그것이 닿지 않는 작은 부분이 있었다. 쥐들이 다니는 곳이기도 했다.

잠자고 있는 인간 마법사들의 목 뒤에 점을 찍었다.

아주 작은 점이면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마법사의 그릇은 3분의 1이나 차오를 정도였다. 그럼에도 드낙이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곳곳을 누비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매우 비밀스러웠다.

인간은 다른 종족이 되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드낙만봐도 인간의 탈을 쓰고 있었다.

하룻밤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레우치터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호수 성채에 존재하는 마법사들을 모조리 휘어잡았다.

아침에 이를 느낀 드낙이 눈을 빛냈다.

‘빠르다.’

레우치터는 이제 동부 전역을 다니며 동부 왕국의 영향력을 가진 자들에게 검은 목점을 찍을 것이다. 드낙이 할 일은 그들에게 피의 거미줄을 연결하고, 능력을 빚어서 주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많았다. 그들 하나하나가 그에 걸맞게 드낙으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을 것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드낙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충성하게 만들 터였다.

가장 먼저 드낙은 왕비들에게 간섭했다. 그들에게 줄 능력은 당연히 〈정신세계의 피의 잔〉이었다. 악마의 힘을 더 많이 담을 수 있는 추가적인 그릇을 주는 게 먼저였다.

그 이후에 생각한 것은 역시나 역지사지를 위한 능력이었고, 가문에 한정되어있는 울타리에서 보다 더 확장된 울타리를 가지게 하는 것에 있었다.

〈이타심의 물레방아〉.

물레가 돌며 계속해서 개인적인 앙금과 이기심 같은 것들을 퍼내는 능력이었다.

“업 5만.”

“콜.”

여기에는 중립신이 많은 부분을 도와줬는데, 이 때문에 드낙은 상당한 업을 중립신에게 내줘야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확실하게 〈동부 인간에 대한 권한과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예전처럼 업의 단위수를 확 지르는 게 없었다.

능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업을 드낙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권력자끼리 서로 으쌰으쌰하고, 밑에 사람들에게도 나눠줄 줄 알게 될 것이다.’

가진 자들은 재물과 자원을 쌓아두기 바쁘다. 쥐가 파먹어도 결코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지 않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그 효과는 사람의 인격을 단번에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물레였다. 조금씩, 미세하게 서서히 바뀌는 식이었다. 3년 전의 자신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크게 다른 것처럼 이 또한 그렇게 바꾸는 식이었다.

반면 레이시아는 딱히 바꿀 이타심의 물레방아를 집어넣을 이유가 없었다.

‘그녀의 본성은 이타심이 있다.’

상처받았기에 다른 고통을 잘 이해할 줄 알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타심의 물레방아가 필요하지 않았다.

‘다른 걸 뭘 줄까.’

드낙이 행복한 고민을 했다. 역시, 그 나약한 신체와 장애를 극복하게 해주는 게 좋아 보였다. 그가 만들어준 안경 아이템은 실로 불편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출산하고 잔병치레가 많은 것도 불안했다. 사제가 붙어있어도 어린 시절부터 왕궁에서 학대를 받으며 자랐기에 체력에 한계가 존재했다.

일단 드낙은 중립신과 합작해서 만든 〈이타심의 물레방아〉를 왕비들에게 하나하나씩 연결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4일이 흘렀는데, 드낙 본인이 100% 만든 것이 아니라 개체 하나에 부여하는 시간이 오래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

짹짹.

새소리에 게제라스 법관이 눈을 떴다. 그가 피곤한 기색으로 일어났다. 온기를 뿜어내는 침대였음에도 손발이 매우 차가웠다.

“끙.”

몸은 끝없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게제라스는 제도를 이룩해서 모든 시민을 최대한 행복하게 만드는 그 위업을 달성하고 싶어 했다.

생명이 타오르고 있다는 걸 느낄 정도로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눈동자만큼은 활력으로 가득했다.

적당히 데워져 있는 차를 두 잔 마셨을 때, 게제라스가 일어난 것을 들은 사제가 식탁에 있는 그에게 축복과 회복을 위한 신성력을 부여했다.

다른 귀족들과는 다르게 진정으로 만인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게제라스가 가지는 가치를 모르는 자는 없었다. 그가 있음으로써 만 명, 아니 더 나아가 동부 왕국 전체가 바뀐다.

더 좋게 바뀌어나가기에 신전에서는 무려 10명의 성기사와 20명의 사제를 게제라스의 근처에 배치하고 있었다. 그가 매우 불편해해서 그 곁에서 호위하는 자들은 전에 있던 자칭 용병인 자유 기사 2명과 성기사 3명 사제 5명이었다.

한 블록만 지나가도 성기사와 사제가 대기하고 있다는 건 게제라스만 모르는 비밀이었다.

“웃음기가 있으신데,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사제의 말에 게제라스가 웃음소리를 냈다. 실로 꾸밈없는 웃음이었다.

“예. 오늘 큰일이 하나 마무리됩니다.”

“아. 외청 개혁을 말씀하시는군요.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까? 아주 까마득했는데요.”

하급 관료제의 개편!

그것은 최소 3단계 최대 5단계로 이루어진 계단식 개혁안이었다. 그게 오늘 마무리되었다. 가장 마지막 단계에 올라섰다.

“동부왕의 영향력이 실로 대단하여 반대 하나 없어서 이렇게 일찍 끝낼 수 있었습니다.”

외청 관리는 강하다. 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대부분의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청은 모든 내정에 관여하고 있었고, 당연히 외청 관리는 현장에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한 문제를 매년, 분기마다 관리를 다른 곳에 배정하는 것으로 막고 있었지만, 〈새도우 위스퍼〉의 꾸준한 보고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임자가 현임자를 위해서 단단히 일러두고 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부패는 꾸준했다. 광산행을 보내도, 끊이질 않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결국 게제라스가 정말, 꼴깍, 꼴깍, 숨을 넘기면서도 또 큰 개혁안을 진행하게 만들었다.

주륵.

게제라스의 코에서 갑자기 피가 흘러나왔다. 멈출 줄을 몰랐고, 결코 소량이 아니었다. 그는 흐르는 줄도 몰랐고, 스프에 떨어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아.”

머리가 핑돌았다.

몸에 신성력이 돌고 있음에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차가운 손발의 감각이 소름끼치는 한기가 되어서 게제라스의 뒷목으로 스며들어 갔다.

쿵.

따뜻한 스프에 게자르스의 머리가 그대로 처박혔다.

스프에 피가 뒤섞였다.

서둘러 신성력으로 게제라스의 생명을 보존하며, 성기사와 사제들이 가득 몰려왔고, 들것에 실려서 게제라스가 신전으로 옮겨졌다.

드낙 또한 이 소식을 듣고 황망해 하며 서둘러 그림자로 변하여 신전을 찾았다.

“게제라스는 어디에 있나!”

그 소리가 거대한 신전에서 메아리쳤다. 새하얀 이불을 덮고 있는 게제라스의 모습을 보고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닭똥같은 눈물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살아는 있는가?”

“예. 하지만 눈을 뜨지를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저희도...”

사제가 그리 말하자 드낙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간 너무 게제라스에게 소흘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멍청한 놈. 레이시아 생각보다 게제라스에게 먼저 신경을 썼어야했거늘.’

드낙이 자신의 가슴을 쳤다. 5부제관, 10부부제관의 임명식이 있는 오늘 이렇게 쓰러질 줄은 몰랐다. 어제만 해도 큰일 하나 끝냈다고, 이제 좀 쉴 수 있다고 희희낙락하며 술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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