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6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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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라! 마셔라!”
테이블에 번쩍 올라간 드워프가 고함을 질렀다. 그 테이블의 주위에는 텅텅 빈 술통이 가득했다. 어찌나 많이 마셨는지 그 드워프가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싼값에 술을 보급하기 시작한 동부 왕국의 여파는 여기 북부의 술 유통에 크게 이바지했고, 어느 마을이든지 술은 많았다.
즐길 거리가 술이기도 했기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몇 년전보다 술이 매우 싸니 쟁여놓는 것이다. 포도와 산딸기로 만든 것이기에 삭혀서 밥 대신에 마시기도 했다. 삭힌 포도주나 산딸기주는 칼로리도 대단히 높았다.
마시면서 칼로리도 챙기는 만능 삭힌 술부터 산도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게 지하 창고에 보관하기도 했다.
유흥과 식량, 둘 모두를 챙길 수 있는 게 과일주였다.
“하하하하!”
드워프가 손을 비비며 철조각을 쏟아내자 환호성이 ‘와!’하고 터져나왔다. 그중에 남자 하나는 우스꽝스러운 춤까지 추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였다.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며 시끄럽게 자기들끼리 떠들며 이 술집에서 생긴 작은 축제를 즐기는 것도 잠시, 테이블 위에 거침없이 기사가 올라가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모두 이렇게 우리를 환대해주셔서 고맙소!”
그 말에 모두 크게 웃음소리를 내보였다. 여기 있는 이들 모두 제법 주머니가 금속들로 묵직해져 있었다. 조금 먼 대장간까지 가서 처리한다면 제법 돈을 만질 수 있었다.
“여기, 이 마을을 잠깐 지나가는 드워프들을 내가 모시게 된 것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소. 여기에 있는 이들도 드워프들과의 만남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오!”
“맞소!”
“맞소이다!”
너도나도 추임새를 넣기 바빴다. 휙 거리는 휘파람 소리도 나왔다. 무엇보다 드워프들의 눈치를 싹 살피기 바빴다. 매우 흡족한 표정을 드워프들이 짓고 있었다.
“종족을 뛰어넘어 이렇게 술을 나누게 되었는데, 이 역사적인 만남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소? 나는 킹슬레이 가문의 말단 기사지만, 그래도 오늘의 만남을 위해서 내가 가진 영향력을 모두 써서 큰 대장간에서 오늘의 만남을 기리는 무구를 만들어 달라고 청하고 싶소! 내 청을 받아주실 수 있겠소?”
“만남의 무구라!”
그 말에 영감을 얻은 드워프 하나가 무릎을 딱 치며 소리를 질렀다. 아주 그럴듯하고, 멋이 있어 보였다.
“술의 무구이기도 하오!”
기사가 냉큼 이를 받아서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했다. 드워프 다섯 명은 흔쾌히 응했고, 이들은 킹슬레이 가문의 본가에 들리기로 했다.
그 모습은 실로 동부왕에게 가야 하는 사절단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검은 뿔쥐가 입을 오물거렸다.
“찍찍. 멍청한 드워프!”
종족 목적을 위해서라면 목숨 바치는 지하 연합의 검은 뿔쥐들에게 있어서 드워프 5인의 작태는 실로 형편없었다. 그 덕에 검은 뿔쥐는 이들의 정보를 직접 드낙에게 들고 가야 했다.
생각보다 중요할 수 있어서였다. 드워프는 드낙의 우방이었고, 그들의 군사 활동은 드낙의 판단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었다. 고작 2천이고, 드낙에게 5인의 드워프가 사절단으로 파견되었기에 알리지 않은 것뿐이었다.
어차피 알려지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3급 정보〉를 격상하여 1급 정보로 올린 검은 뿔쥐가 이를 다른 이에게 전했다. 곧 드낙에게로 향하게 될 터였다.
술과 칭송을 받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들에게 드워프들은 신나게 놀아나고 있었다. 특히 나이가 가장 어려서 핍박받으며 살아가던 드워프 5인에게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세상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들을 검은 뿔쥐가 주시했다.
‘황당하다, 황당해.’
열정이 타오르는 드워프는 호탕했지만 동시에 호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의미가 있다고 너무 관후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든 말든 드워프 5인은 종족을 초월한 오늘의 술자리를 기억하며 무구를 만들어줄 터였다. 물론 그들을 위해서 인간들은 크게 또 뭔가를 벌일 게 분명했다. 이 드워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아니, 여기서 다 데려가면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 네가 대신 만들어줄 거냐?”
검은 뿔쥐 대감독관(Overload Supervisor)이 불만을 토로했다. 호수 성채는 중요 거점이었고, 안전하기도 안전했다. 그렇기에 검은 뿔쥐의 무구를 만드는 지하 대장간이 존재했는데, 이를 맡고 있는 게 대감독관이라는 직책이었다.
대규모의 산업 시설을 감독하는 자는 당연히 보통내기가 아니었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오로지 의원회의 만장일치로 선출되는 자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께서 명하셨습니다.”
“내 말은 다른 곳에서 균등하게 인력을 빼내 가라는 소리다! 날 모독자로 만들려고 하지 마라! 합리적인 방법을 말하는 것이니!”
그가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검은 뿔쥐 전령장(Messenger Top)도 물러섬이 없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이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여기에서 빠진 인력만큼 채워 넣어 주겠다!”
“어리석다! 안 그래도 마법사 인력이 적고 그 수준이 낮아서 경험으로 겨우 끌어올린 숙련 마법사인데, 이들을 대량으로 가져가 버리면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겨우 공정을 시작했는데, 그럴 수는 없다. 10%는 보내줄 수 있다.”
“고작 10명 아닌가.”
“여기에 있는 마법사 숫자가 110명이다. 11명을 보내주겠다는 소리다.”
그게 그거였다. 허나, 그들을 모두 데려간다면 10명의 숙련 마법사만 남게 될 터였다. 당연히 작업이 마비될 수밖에 없었다.
“또, 그분의 명령을 듣고 바로 여기에 온 것일 터다.”
전령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작업장에서 하는 일을 너도 아는데,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 것이니, 11명으로 만족하라.”
“으음...”
전령장이 고민했다.
“전쟁 준비에 가장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을 텐데? 우리 지하 연합은 체구가 작다.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야의 첨병이 바로 검은 작업장이다.”
대감독관의 말에 결국 전령장이 수긍했다.
“다른 곳에서 구해보지.”
“고맙다. 말했던 대로 11명의 마법사를 보내주겠다.”
“아니, 됐다. 드워프 무구를 복제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곳 아닌가. 조금 더 중요도가 낮은 곳에서 마법사를 빼내서 부활의 못으로 보내겠다.”
“고-맙다!”
엄청난 소득을 올린 대감독관이 크게 좋아했다. 또한 그는 이런 큰 결정을 내린 전령장을 위해서 검은 작업장의 검은 뿔쥐들이 이룩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들의 시제품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되는가?”
“아! 그래 주면 나야 고맙다. 찍찍.”
전령장이 크게 좋아하며 흥분해서 찍찍 소리를 냈다.
이 작업장은 검은 뿔쥐 이외에 그 어떤 종족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지하 연합이 가지고 있는 힘의 구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정보가 차단된 곳이기도 했다.
검은 작업장의 대감독관은 전령장을 안내했다.
“작업장 내부를 상세하게 보여줄 순 없고, 시제품을 착용하게 해주지.”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통로에 덩그러니 있는 공터에 전령장이 제법 기다렸고, 곧 검은 뿔쥐 작업자들과 마법사 하나가 검은 천에 둘린 큰 것을 수레를 통해서 끌고 왔다.
꼴깍.
전령장이 절로 침을 삼켰다.
“뜨낙!”
“뜨으나악!”
마법사와 작업자들이 경례를 했고, 전령장 또한 대장쥐처럼 허리를 활처럼 휘게 하며 경례하며 뜨낙을 외쳤다.
“이것이 그 마왕 갑옷을 본뜬 것인가?”
“시작은 복제품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드워프 사회에서 고블린 집사와 메이드들이 기술을 빼돌렸고, 그 덕에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드워프가 만든 것보다 더욱 발전할 수가 있나?”
“지하 연합의 자원과 인력이라면 능히 가능하다.”
결국 얼마나 때려 넣을 수 있느냐의 차이였다. 수치를 하나씩 변경해가면서 완벽에 가까워지면 그만이었다.
펄럭!
기름이 잘 먹여진 천막을 거두자 큰 갑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외에 수많은 크고 작은 부착물들이 탈착된 상태로 놓여져 있기도 했다.
“3228번째 프로토타입이다.”
“갑옷의 이름은 뭔가?”
“〈외골격 마왕 갑주(Exoskeleton Demon Prince Full plate armor)〉.”
드워프의 마왕 방어구의 복제품을 만드는 목적으로 개설된 것이 검은 작업장이었고, 그렇기에 이 갑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되었음에도 마왕이라는 이름이 새겨졌다.
칠흑의 전신갑주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너무 크지 않나?”
“드워프의 마왕 갑옷을 입고, 거기에 덧대어서 착용하는 장비다.”
들어가는 방법은 독특했다. 등쪽을 창문을 열 듯이 좌우로 열어서 다리부터 집어넣어야 했다.
“후면이 취약점이로군.”
“어차피 억지로 열어도 드워프 마왕 갑옷을 따로 챙겨입기 때문에 상관없다.”
“확실히.”
정령장은 드워프 마왕 갑옷을 착용한 다음에 외골격 마왕 갑주에 들어갔다. 하지만 움직이는 게 매우 불편했다. 강철을 들어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체격은 커지고, 체중도 높아진 만큼 힘을 더 써야 했다.
‘켁. 이래서야 언제 실전도입이 될지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자원을 대량으로 쓰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점차적으로 희석됐다. 단점을 지우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손을 더 앞으로 쭉 내밀어라, 뼈대 손잡이가 있다. 그걸 통해서 더욱 확장된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그 말대로 10개의 뼈대 손잡이가 존재했는데, 손가락 하나에 2개의 뼈대 손잡이를 잡을 수 있게 끝 부분이 갈고리의 형태로 되어있었으며 기울어져서 딱 끝이 맞닿아있었다. 아주 수월하게 손가락으로 두 개를 잡아당길 수 있었다.
‘독특하군.’
“양쪽 끝의 뼈대 손잡이를 제외하고 다른 뼈대 손잡이는 모두 중복되어있어서 손가락을 하나만 움직일 수는 없다. 이를 해결하고 싶지만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는 상태다.”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을 보일 수 없었다.
구우웅.
뼈대 손잡이에 손가락을 통해서 강하게 움켜쥐자 주변이 확 밝아졌다. 마법 시야를 통해서 시야각이 매우 넓어지고 확장되었다.
“와우.”
단번에 전령장이 감탄을 표현했다. 그 외에도 한결 몸을 움직이기 편했다.
“평상시에는 강화 마법이 1단계만 운용된다. 속도를 높이거나, 운동성을 높였을 때마다 강화 마법의 수준이 높아진다.”
“격렬하게 움직일수록 더욱 많은 보정이 들어간다는 건가?”
“그렇다. 동시에 외골격 갑주에 있는 마력도 빨리 소진된다.”
“격렬한 전투의 유지 시간은?”
“15분.”
“뜨낙! 맙소사! 처참할 정도다!”
그가 끔찍하게 낮은 시간에 신을 입에 담았다. 가히 동부 자원의 3할을 욱여넣고 있는 검은 작업장의 결과물이 형편없어서였다.
“진정해라. 그 방편으로 마나팩(Mana pack)을 설치할테니. 고개를 돌려서 후방을 확인해라.”
마법 시야 덕분에 후방 시야가 345도에 달해서 뒤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작업자들이 묵직한 직사각형의 철상자를 등에 부착시켰다. 후방 개폐장치를 덮었기에 방어력도 높아질 수 있었고, 후방 단점을 없앨 수 있기도 했다.
“많이 안 무거운데?”
“얇은 철판이고, 내부는 오크나무로 채워져 있다. 무게에 비해서 많은 마력을 담을 수 있지.”
나쁘지 않았다.
“3228번째 프로토타입에 내장된 능력은 첫 번째로 〈오우거의 붉은 털(Ogre`s Red fur)〉이다.”
“오우거의 붉은 털!”
전령장이 소리를 지르자 단번에 외골격 갑주에서 반응이 왔다. 붉은 기류가 생성되며 털처럼 찢어지며 외부를 뒤덮었다.
“마법 상쇄 뿐만 아니라 영혼 제국의 병사나 기사가 근접해있으면 그곳으로 스며들어 간다.”
“엄청나다.”
“무분별하게 유지하면 큰 낭패를 당할 것이니 주의하라.”
그 말에 전령장은 마법을 취소했다.
“다음은?”
“개발단계지만, 〈육망성 강화진〉을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다.”
제국 전신갑주에 있던 육법 태엽식 마법 부여 체계를 모방해서 개발한 것이었다.
“단계별로 풀어지는 강화 마법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6단계로 되어있다.”
“육망성 강화 2단계.”
단번에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강철의 묵직한 부담감이 사라졌다.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검은 뿔쥐의 체격도 커지긴 했지만, 외골격 마왕 갑주는 중형 몬스터와 힘 싸움을 할 정도로 3.5M의 체고를 지니고 있었다.
진화한 것 같은 상쾌함이 전령장을 지배했다.
“육망성 강화 3단계!”
그렇게 말하자마자 단번에 스파크가 튀며 그대로 마법 시야가 취소되었다.
“으윽!”
화상을 조금 입은 전령장이 앓는 소리를 냈다.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그가 도움을 받아서 빠져나왔다. 자신도 몰랐지만, 내부 온도 때문에 전신에 땀이 그득했다. 털이 축축할 정도로 땀을 흘렸다.
이상한 고온도는 외골격 마왕 갑주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파악되지 않은 문제점이라 내부로부터 가장 우려되는 문제점이었다. 몇몇 이들은 사용자의 털 때문이라며 털을 모조리 밀어버리면 된다고도 말하고 있었지만, 털을 밀 검은 뿔쥐는 없다는게 문제였다.
“아직 갈 길이 멀군.”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말아달라.”
“알았다.”
드워프에 진출한 지하 연합 때문에 검은 뿔쥐의 기술 발전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특히나 그들은 그 어떤 윤리 기준도 없었다. 닥치는대로 모방하고 발전할 뿐이었다. 오로지 살아 숨쉬는 우리들의 신을 위해서 이득이 있으면 무조건 취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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