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6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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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강철괴가 끓어오르며 형태를 만들어나갔다. 못 속에 있는 연금술 물약이 끓어오르며 거품 소리가 크게 드낙의 귀를 때렸다.
‘조심스럽게...’
오래 걸려도 신중히 해야 했다. 그의 실력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드낙은 강철로 이루어진 뼈대와 피부층을 만들었다. 강철로 이루어진 피부층은 뼈대를 가리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었다.
‘오우거의 뼈층같은 역할도 수행하는 거지.’
오우거의 신체 구조를 알기 때문에 그대로 모방했다. 모방만큼 쉬운 것이 없었다. 그저 따라만 하면 혁신적인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남에게 쌍욕을 들어도 해야 할 정도로 이득이 컸다.
드낙은 또한 창의력이 별로 없었기에 오우거의 뼈층을 뛰어넘을 구조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강철 피부층을 키메라에 만들 생각을 가졌다.
‘키메라로 끝나면 안 되지.’
분명, 키메라로 만들면 어느 수준에 오른 부하를 얻을 수 있었다. 허나, 그래서야 지금 상황에 맞지 않았다. 큰 활약을 할 수 없었다.
‘여기에 악마의 힘을 불어넣는다.’
드낙의 피가 못에 가득 퍼져나갔다.
부르르륵!
기포가 생기며 뼈대에 거품이 크게 일어나며 살과 근육이 만들어졌다. 그건 꿈틀거리며 서로 모여서 덩어리가 되었다. 창백한 살덩어리와 근육은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유지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드낙은 크게 만족했다.
‘포낙서스는 크게 만들고, 새린은 인간형으로 만들어야지.’
무조건 크다고 해서 강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드낙이 이들에게 부여한 근육과 살덩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악마의 육신이었다. 당연히 그 그릇은 컸고, 더 많은 초월의 힘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마력이 부여된 연금물약 또한 혈액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수많은 효과가 내재된 물약은 더욱 그들의 그릇을 크게 만드는 게 일조했으며 강철 또한 마법진을 안쪽에 새길 수 있었고, 다른 것으로 교체가 가능했다.
오로지 〈그릇 용량〉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 이런 작업이 이루어졌다. 형편없는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확실하게 현역으로 뛸 역량이 필요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지.’
강력한 연결고리가 드낙과 그들 사이에 존재했다. 남들이 거미줄이라면 그들은 쇠심줄이었다. 더 많은 능력을 그들에게 부여할 수 있었고, 똑같은 능력을 부여해도 그 효능에서 차이가 컸다.
검은 꿈에 오래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중립신이 드낙에게 주는 선물로 착각할 정도로 새린과 포낙서스는 드낙과 연결된 다리가 굵고 넓었다.
쏴아아아!
드낙은 초월자라고 하기에는 반푼이었기에 10일의 작업 끝에 두 개의 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활의 못에 연금 물약을 쏟아붓던 검은 뿔쥐들이 허둥지둥 물러났다. 물이 넘쳤기 때문이다.
온갖 종류의 물약은 뒤섞여서 독가스를 내뿜고 있었기에 매우 유해했다.
“그어어어, 끄어어어어어!!!”
살과 근육에 뒤덮여야 할 강철 피부층이 곳곳에서 기괴하게 툭 튀어나와있었고, 그저 덩어리에 불과한 거대한 것이 부활의 못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제대로 말조차도 못하는 포낙서스가 그 몸을 꿈틀거렸다.
팔에 있어야 할 근육이 머리에 들러붙어 있고, 머리의 감각은 오른쪽 맨 밑에서 느껴지기도 했다.
크게 당황한 그가 고함을 몇 번 지르다가 이내 침묵했다.
그건 조그마한 덩어리가 된 새린도 마찬가지였다.
끔찍한 실패였다. 못에서 몸을 드러내어 걸어서 나온 드낙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중립신처럼 ‘인간’을 부활시키지 못하는 게 드낙이었다. 그런 그가 제대로 된 키메라를 제조한다? 어려웠다. 블러디 만티코어의 경우에는 이미 태어난 생명체에 혈액만 바꾼 것에 불과했다.
단단히 받쳐주는 기반이 있는 만티코어였다. 거기에 그저 몇몇 구성품만 바꾸는 것과 바닥부터 정상까지 모두 건설해야 하는 키메라는 난이도가 차원이 달랐다.
마법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락테아 시오가 눈살을 찌푸렸다.
잘못 태어난 키메라를 보는 것만큼 불쾌한 일도 없었다.
“실패하신 겁니까?”
“아니. 성공했다.”
드낙은 키메라 실패작을 보면서도 성공했다고 자신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가 미천하여 그 뜻을 읽지 못하였습니다. 가르쳐주시겠습니까?”
“저 덩어리는 분명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한 것은 그들이 최대한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난 만족할 수준으로 저들의 역량을 올렸다. 그러니 성공한 것이지.”
“어떤 장치의 핵으로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 제대로 된 전력으로 쓸 생각이다.”
“하지만 저런 살덩이인 상태로는...초월의 힘을 뱉어내는 도구로 쓰는 게 고작입니다.”
드낙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이제 네 차례다.”
“예?”
락테아 시오가 크게 몸을 들썩였다. 뛰어난 역량을 지닌 그녀였기에 단번에 드낙의 음흉한 목적을 파악해서였다. 허나, 인정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일이기에 절로 반문했다.
“다 알면서 왜 그래. 저들이 제대로 된 형체를 갖추도록 강철 피부층과 뼈대에 마법진을 새겨넣어라. 그게 너에게 주어진 임무 중에 하나다.”
“아!”
락테아 시오가 아찔해 하며 몸을 비틀거렸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악마의 살과 근육으로 이루어진 덩어리에 피는 연금술로 만든 피였다. 그런 존재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야 한다? 너무나도 고된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백지를 채워 넣어 건축 설계를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엉망이 된 건물을 그럴듯하게 증·개축해야 했다.
‘아득하다. 감당이 안 돼!’
아무리 드낙의 피를 원해도 까마득한 일이라 손에 잡히지 않는 작업이었다. 그녀가 실로 두려움에 떨며 고개 숙여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 하루 이틀로 될 일이 아닙니다.”
“내가 무슨 그렇게 단기적으로 끝내라고 했나? 아니야, 아니야! 난 그렇게 나쁜 지배자가 아니야!”
“그럼...?”
“적어도 반년 안에는 결과물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1년을 주마. 그래도 불파겐 마탑에 양피지를 쓰는 일이 있으니. 기간을 두 배. 두 배나 주는 것이다.”
드낙이 손가락 두 개를 흔들었다. 락테아 시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무지막지한 일감이 떨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다못해 인력을 조금 더 배치해주셨으면 합니다.”
“음...그정도로 큰일인가? 엘프는 엄청난 마법 실력을 가진 것으로 아는데...”
“저 혼자서도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신께서 만드신 것의 격이 높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기간을 단축하려면 최대한 많이 필요합니다.”
드낙의 시선이 검은 뿔쥐로 향했다.
“이 근처에 활동하는 마법사가 있느냐?”
“있습니다만, 주술사와는 다르게 그 숫자가 적습니다. 그래도 100명 정도는 여유롭게 투입 가능합니다.”
“좋다. 그 100명을 붙여줘라.”
락테아 시오가 서둘러 검은 뿔쥐에게 물었다.
“그 마법사들의 역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렇게 큰 도움은 안 될 겁니다. 견습 마법사와 일반 마법사의 중간에 있는 수준이라...”
그녀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드낙은 그녀의 양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락테아 시오!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최대한 빨리 성과를 내도록. 그렇게 한다면, 내 너에게 큰 투자를 해주겠다.”
“...예.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드낙은 일단 선수금처럼 그녀에게 피를 한 잔 내어주었다. 그녀는 단숨에 마시면서 전신을 떨었다. 성장하는 맛은 엘프에게 엄청난 쾌락을 내어줬다. 존재하지 않는 쾌락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종적으로 어느 모습을 원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그에 맞춰드리겠습니다.”
“아, 그걸 말하지 않았구나.”
드낙은 대형 크기를 지닌 포낙서스를 가리켰다.
“포낙서스는 거인의 형상으로 만들어줬으면 한다. 뼈대도 거인으로 만들었어. 물론 변종 키메라의 능력은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로 신체를 변형해서 다양한 환경에서도 큰 영향력을 보유해야 하지.”
“예.”
“저 작은 건 새린이다. 크고 흰색의 여우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한다. 특히 연금 물약을 내부에서 제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드낙은 그 외에도 아주 상세하게 포낙서스와 세린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해 말했다. 그 뒤에 그는 부활의 못을 떠내며 손을 주억거렸다.
‘성공만 한다면...나에게 강력한 악마 부하가 생기는 것이다.’
새린과 포낙서스는 사실상 하급 악마(Lesser Daemon)나 다름없었다. 드낙이라는 악마의 밑계급에 존재하는 하급 악마의 존재는 중립신을 크게 압박할 정도였다. 다행이라면 현재로서는 그저 하찮은 수준의 작품이며, 깎여지지 않은 석재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이 또한 중립신의 관심을 받겠지만, 드낙이 판단을 달리하기 전까지는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떠날 사람에게 칼부림해서 싸우고 싶은 마음은 중립신에게도 없었다.
*
엘프들이 거대한 핵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길쭉한 빌딩 같은 건축물이었는데, 바로 폭풍의 요람의 핵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엘프들은 곧 하나, 둘씩 폭풍의 요람을 가동했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은 엘프들의 제어력에 이끌려 이동했고, 광활한 대지에 그려진 마법진을 채워나갔다.
하나의 폭풍의 요람에 하나의 거대 마법진이 존재했다. 곧, 마법이 발동되었고, 하늘로 솟구쳐올라갔다.
수백km 떨어진 곳에 그 마법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진격을 멈추고, 엘프들의 마법 상쇄를 하기 위한 진지 작업에 한창인 영혼 제국의 진지였다. 그들은 온갖 금속을 녹여서 만든 기둥을 배치했는데, 그곳에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고 주변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엘프들이 지닌 폭풍의 요람을 봤기 때문에 이를 단번에 모방하고 있었다. 그 규모는 아직 기술과 지식이 없어서 소규모에 불과했지만 차근차근 데이터를 모아서 빠르게 크기를 불릴 것이다.
또한 규모가 적어도 숫자를 늘리면 될 일이었기에 이 인근 대기의 마력은 바짝 메말라 있을 정도였다. 또 다른 곳에서 흡수시켜서 가지고 왔기에 〈마력 흡수기둥〉이 다른 곳에서 이동될 때마다 영혼 제국 진지의 마력 보유량은 크게 커졌다.
이 마력은 영혼 건축물로 연결되어있었다. 사람을 아무리 집어넣고, 영혼을 아무리 많이 보유해도 폭풍의 요람이 지닌 타격력을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실로 다양한 마법 상쇄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인간은 엘프들과 전쟁하면서 엄청난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모방하는 것만으로도 쑥쑥 자랄 수 있었다.
번쩍!
먹구름도 없는 하늘에서 새하얗게 타오르는 청백화염(淸白火炎)이 응축되어서 떨어져 내렸다. 내려오는 섬광을 향해 영혼 건축물에서 회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이내 시리도록 차가운 빛을 냈다.
단번에 양측의 힘이 격돌했다.
쿠구구구구구!
진동이 공기를 떨리게 하였다. 그 청백화염에 부딪힌 영혼 건축물이 기우뚱 균형을 잃었다. 빠르게 상쇄가 이루어졌고, 버텨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곳곳에서 청백화염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흡사 하늘이 내리는 천벌과도 같았다.
태양이 딱 중천에 있을 때, 그때를 이용해서 약간의 보정마저도 받은 광역응축마법 청백화염을 쏘는 폭풍의 요람들의 공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청백화염 한 줄기에 하나의 폭풍 요람이 사용되었고, 이렇게 사용된 폭풍 요람은 1주일 동안 마력을 충전해야 했다. 당연히 영혼 건축물은 계속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대기는 타오르고, 그 고열은 푸른 슬라임을 진득하게 녹여서 화상 피해마저 입혔기에 영혼 군세조차도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강철마저도 붉게 달아올랐고, 지상은 지옥처럼 변해갔다. 흙은 모래가 되었고, 나무는 바짝 비틀어지며 쩍 갈라지며 타오르더니 이내 잿가루가 흩날렸다.
사막화가 진행되며 군대의 이동속도는 크게 느려지는 결과가 보일 정도로 대규모의 사막화가 일어났다.
엘프들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당연했다. 그들은 아직도 폭풍의 요람이 넘쳐났다. 다른 도시에서 계속해서 가지고 오고 있었으며, 모든 폭풍의 요람이 모였을 때, 제국으로 자연스럽게 치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한 보급 준비도 착실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전은 필수였다.
폭풍의 요람의 핵이 전쟁용으로 사용되며 공중 투하를 할 초월의 힘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엘프들은 다시 한 번 웅크리고 있었다.
점점 영혼 제국과 엘프들의 싸움은 규모가 커져갔다. 전쟁에 동원되는 초월의 힘 단위가 부풀어오르기 바빴다. 말 그대로 힘싸움이 된 것이다. 여기서 패배하면 쭉 밀릴 것이 분명했다.
영혼 제국 또한 바쁘게 움직였다. 더 큰 영혼 건축물이 만들어졌고, 더 많은 영혼 건축물이 투입되었으며 반대로 영혼 병사와 기사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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