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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56화 (755/1,239)

강철의 전사 75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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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는 동부 대회의를 열 준비를 했다. 호수 성채를 넘어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모든 중요인력이 모이는 것이 동부 대회의였다.

보통은 그저 동부 원탁회의를 열거나 동부 회의라 지칭하는 것이 있고, 중앙 사령관이나 북부 사령관, 중앙 관리들과 중앙 기사 정도만 참석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왜 안 된다는 건지.”

드낙은 초조함에 손을 주억거렸다.

남부의 인간들이 또 권력자들의 장기판에서 피해를 보고 죽어가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당장에라도 개입하고 싶었지만,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드낙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다.

게제라스 법관이 드낙을 재차 말렸다.

“동부왕으로서 대중에게 나설지, 반마(半魔)로서 대중에게 나설지, 누가 봐도 전자를 택할 것입니다. 명분을 지키십시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미신이 팽배하게 퍼져 있는 이 땅은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 적어도 드낙이 동부왕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한 그러했다. 여론을 조작해도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었다. 인간답지 않은 모습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았다.

마왕 마신장의 거대한 음모와 위협이 있었기에 반마로서의 드낙이 받아들여진 것뿐이었다. 그것은 장기적인지, 일시적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힘이면 다 되는데.’

드낙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림자로 변해서 홀로 남부 왕국의 반란자들을 싹 다 쓸어버리는 걸 참았다.

‘인간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 한다.’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해준다면 결국, 불만은 똑같이 쌓일 뿐이었다. 드낙은 초월자는 아니지만 그 반열에 들어갔으며, 이미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에게 신앙을 바치고, 업을 바치는 필멸자들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반신(Demi-god) 또한 신은 신이었다.

드낙이 일을 순식간에 해결한다면 남부 인간들은 모든 동기를 잃을 공산이 컸다. 지배하는 자가 지배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발전하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남부인들을 지배하는 북부인이 있는 게 나을 정도였다.

백제인 또한 결국 신라인에게 지배당하지 않았던가.

물론 드낙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 걸 선호했다. 하지만 게제라스의 걱정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똑똑이들의 의견은 드낙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는데, 드낙 내면에 있는 열등감 때문이었다. 그들보다 똑똑하지 못했기에 그들의 의견을 쉽게 무시할 수가 없었다.

결국 드낙은 한 달을 기다려서 동부 대회의를 개최했다.

서부 사령관 도렌조차도 이 자리에 참석해야 했다. 그만큼, 동부 왕국에게 남부 왕국은 중요한 파트너였다. 앞으로 있을 제국 전쟁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물자를 보내줄 곳이 바로 남부 왕국이었고, 동부 왕국은 상업 경제를 통해서 그들이 최대한 빨리 일어서도록 알게 모르게 도와주고 있었다.

상품이 팔리면 남부 왕국은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내전 양상이 모였기에 두고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모인 이유는 모두 새도우 위스퍼가 보낸 검은 양피지를 통해서 들었을 터다.”

상석에 드낙이 앉으며 주변을 훑었다.

1석에는 중앙 사령관인 세리안이 앉아있었고, 2석에는 베바란스 총관이 자리했다. 게제라스의 자리를 그가 거절했기 때문에 그가 2석에 앉게 되었다. 3석에는 길게이가 자리 잡았다. 3석에 앉을 게제라스 법관이 그 자리를 거절해서였다.

4석에는 도렌이 앉았는데, 4석에 앉을 게제라스 법관이 이 자리를 거절해서였다. 마찬가지로 5석에는 동부 사령관인 겐 쟝이 앉았다. 사실상 아무 권력도 없게 되어버린 게 동부 사령관이었다.

이름에 비해서 권리와 책임이 거의 없고 그냥 중앙 기사나 다름없었다. 과거 북부 불파겐 가문의 친우 가문들을 엮기 위한 명예직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동부 사령관의 범위는 양피지에 적힌건 호수 성채를 비롯한 동북부 전역과 대산 너머의 광산들이었는데, 세리안과 길게이가 중앙 성채 건설이 안 되었다는 이유로 동부 성채에 눌러앉았고, 게제라스 법관부터 베바란스 총관까지 호수성채에 있으니 겐 쟝 동부 사령관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냥 광산 관리자가 되어버린 셈!

그 덕에 그는 가장 최근에 직책에 오른 서부 사령관보다도 낮은 위치에 앉았다. 겐 쟝 다음에 아크온 몽펠리에와 게제라스가 서로 양보하며 6석과 7석에 마주 보며 앉았다.

그 뒤로도 끝도 없이 많은 이들이 자리 잡았다. 원탁 의자에 앉아도 벽과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이 그득했다.

서로 의견을 속삭이고, 이를 자신들의 주군에 전하기 바빴다.

옛날 가문들은 이런 큰 자리에 자신의 가문 깃발을 들고 오기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이들도 가문 깃발을 들고오게 되었다. 마치 경쟁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본 드낙은 이들에게 일을 맡기는 게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내가 시간이 없다.’

드낙은 인간에게도 악마의 힘을 통해서 만든 능력을 부여해야 했다. 영혼 제국의 침공 때문이었다. 특히나 그런 대예언을 봤기 때문에 남부 인간들을 교통정리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자신의 초월성을 최대한 많이 퍼뜨려야 했다.

‘중립신은 테라에 초월자가 없게 만들겠다고 했지. 이제는 어떻게 그걸 이룩할지 눈에 보인다.’

행성 자체가 초월자가 되려는 자의 업을 빼앗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대산에 있으면 야수는 영물이 되고, 영물은 자식을 낳으며 신격을 획득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이를 중립신이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테라는 필멸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고로, 외계로 향할 드낙은 자신이 최대한 많이 데려갈 이들을 가려 뽑고 데려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립신 또한 이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끝까지 간다면, 손해는 서로 떠맡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낙은 무엇보다도 열성적으로 종족값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핏빛쥐부터 고블린, 크놀에까지 이것은 뻗어 나갔다. 이제 동부에 사는 인간들 차례였다.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남부 반란에 내가 손을 쓰기에는 좀 그렇지.’

신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드낙은 하나하나. 한 개체 한 개체마다 능력을 부여해줘야 했다. 그건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고, 핏빛쥐의 출산율을 생각하면 입술이 헐어버릴 정도로 피곤한 일이기도 했다.

허나,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다. 드낙이 그렇게 능력치를 상승시키고, 격을 높여준 핏빛쥐는 곳곳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규모가 만들어내는 영향력을 그는 믿고 있었다.

탕탕탕.

드낙이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자 의자 팔걸이 부분을 치며 조용히 시켰다.

“이야기는 그 정도 했으면 됐다. 며칠 동안 했을 텐데, 아직도 그렇게 할 말이 많은가.”

“아라온 플래티넘의 죽음은 아주 큰 사안입니다.”

“영혼 제국의 침공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데, 후방이 이렇게 어지러우면 이도 저도 안 됩니다.”

곳곳에서 이번 일이 얼마나 중대한지 말했다. 그들의 목표는 대부분 남부 정벌에 있었다. 전쟁은 권력자에게 강력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승리에 미친 자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거덜 나도 그것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이득을 선사해줬다.

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세리안 불파겐이 일어나서 말했다. 그녀는 주먹까지 휘두르기도 했다.

“반드시. 무조건적인 개입을 해야 합니다. 그들은 동부왕이 인정한 왕을 죽였습니다. 또, 양아들의 왕권에 정당성이 없다고 내전까지 일어난 곳 아닙니까.”

“허나, 명분이 필요합니다.”

밑의 시민들이 다 죽어도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시민이 죽는데 무슨 명분이 중요합니까? 가면서 알아서 퍼뜨리면 될 일입니다.”

“남부의 싸움에 북부인이 끼는 꼴입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듣고 있던 드낙이 한 소리 했다. 그는 특히나 시민들의 감성에 공감할 줄 알았다.

“내 밭이 망가지는데 남부인, 북부인, 동부인이 어딨나? 개입할지, 안 할지만 정하라. 약탈하지 않고, 지원해준다면 그들은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다.”

“지역 유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그들의 자리를 다른 이들로 갈아치우면 될 일 아닌가.”

드낙의 말에 세리안이 눈을 빛내며 수긍하며 자리에 앉았다. 지배할 자리를 딴 놈으로 갈아치우라고 동부왕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그렇게 하면 될 일이었다.

서부 사령관 도렌이 눈치를 보며 일어났다.

“당장 저희가 벌린 공공사업을 생각하면 일단은 일시적인 방편으로 군사 3천 내외로 국경선에 결집하여 남부 왕국이 스스로 어느 정도 싸움을 멈추게 하고 외교로 접근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남부 왕국만 좋은 것 아니오. 우리가 왜 그렇게 병사 3천이 삼시 세끼 꼭꼭 먹여가며 그들이 알아서 싸움을 멈추도록 해야 하오? 그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세금을 요구할 것이오.”

“애초에 지금 왕국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게 남부 왕국 아닙니까? 사분오열된 지가 오래입니다.”

그들은 전쟁을 드높였다.

겐 쟝이 벌떡 일어났다. 이때다 싶었다. 도렌이 잘 각을 세워줬기에 모양새가 났다. 무엇보다도 동부 사령관직에 만족을 못 하고 있는 게 겐 쟝이었다.

“싸운다고 해도 내전으로 찢긴 이들입니다. 싸우기도 전에 항복할 공산이 큽니다. 최대한 단기전으로 그들에게 찔러 들어가서 반란자들을 모두 징벌하고, 다시 남부에 평화를 쥐여줘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다른 이들 대부분이 찬성했다. 그들은 한 마디씩 동부 사령관의 말에 입김을 불어넣기 바빴다.

“동부 사령관의 말이 참으로 옳습니다. 최대한 단기전으로 빠르게 상황을 종료시켜야 저희의 명분이 삽니다. 시민들의 고통. 그게 없어야 하는 게 남부 왕국의 현 상황 아닙니까?”

“더는 남부인에게 남부를 맡겨서는 안 됩니다. 이미 플래티넘 왕가도 무너져버렸습니다. 천한 탐욕에 물든 이들이 시민들의 고혈을 짤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언제나처럼 당연하게 게제라스 법관이 몸을 일으켰다.

모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딱 삼켰다.

어디서든 초를 치는 장인이고,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옳은 소리만 하는 게재라스 법관이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내 그렇게 찾아가서 자중해달라고 했건만...’

불안감이 그들의 눈에 담겼다.

“모두 옳으신 말씀들을 하십니다. 하지만 나중의 역사는 저희를 그렇게 보지 않을 겁니다. 기회주의자라고 부르겠지요. 이를 조금이라도 희석하기 위해서는 개입하는데 건널 다리가 필요합니다.”

의외로 게제라스 법관 또한 전쟁 찬성파에 속하는 발언을 했다. 허나, 돌아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단번에 의견이 반반으로 쪼개졌다.

그도 삶을 허투루 보낸 것이 아니었다.

‘무조건 반대하면 이루지 못한다. 타협을 해야 한다.’

최소한의 명분. 이를 가져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부 왕국군이 아니라, 다른 이의 이름을 써야 했다. 한 마디로 동부왕을 대신에서 욕받이로 전락한 자가 필요했다.

모두 궁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의전이 조용해졌다.

드낙은 세리안만 혼자 태평하게 있길래 그녀에게 손짓하자 그녀가 계단을 올라가서 다가왔다. 그녀는 공석이었기에 반말하지 않았다.

“왜 부르셨어요?”

“혼자만 고민을 안 하잖아.”

“게제라스 법관은 이미 답을 알고 있어요. 이렇게 반반 쪼개졌으니, 그 말대로 이루어질 거예요.”

이미 게제라스가 전쟁파 내부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부터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뭔가를 더 집어넣음으로써 더 그럴듯하게 만들 것이 분명해서였다.

그냥 밀고 들어가면 호쾌하겠지만, 그래서야 무식한 야만인이나 다름없었다.

“제가 한 말씀 해도 되겠습니까?”

게제라스가 긴장한 얼굴로 묻자 반대하는 이들이 없었다.

“톤드라 공국을 이용하고 싶습니다. 그들 또한 전통 있는 가문이며, 현재 상황에서는 능히 왕가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그럴 역량도 있습니다.”

공작이 되었고, 공국으로서의 권리를 획득함과 동시에 공왕으로 불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뿌리는 남부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동부 왕국으로부터 공왕의 지위를 받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남부 왕국으로부터 공작을 받았다는 사실로 막을 수 있습니다.”

드낙은 냉큼 결론을 지었다.

“더 들여볼 필요도 없다. 톤드라 가문에 사절단 1천 명을 보내라. 그들이 남부 내전에 참가하도록 해줘라. 그렇게 한다면, 우리 또한 군대를 내려보내서 남부 왕국으로 내려갈 수 있다.”

톤드라 가문이 원군을 요청하면 될 일이었다.

“남쪽 국경선에 미리 군대를 배치하지는 말고, 군사 물자만 남부로 최대한 많이 옮기기 시작해라.”

“예!”

모두가 그렇게 대답했지만 모두 그대로 앉아있었다. 드낙이 물음표를 띄우자 세리안이 입을 열었다.

“진격로에 대해서 말씀을 하지 않았습니다.”

드낙은 쿨하게 이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 또한 듣는 귀가 있었고, 보는 눈이 있었다. 현재 동부는 크게 두 개의 세력이 만들어져 있었다.

“중앙 사령관이 1군. 남부 사령관이 2군이다. 그 외에는 알아서 정하라.”

그렇게 말하며 드낙이 일어섰다. 세리안의 파벌은 워낙 단단해서 다른 이들이 들어오지 못했고, 남부 사령관은 레이시아에게 들러붙은 지 오래였다.

두곳은 빠르게 질주할 것이 분명했다. 이는 경쟁이었다. 하지만 당장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톤드라 공국이 하루빨리 내전 개입을 하며 원군을 동부에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역시 교통이 중요해. 어떻게 하지 않으면...’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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