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사 75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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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현상을 일으키면 검은 액이 흘러나와서 피부를 자극하는 주술 밧줄에 사지가 묶인 엘프들은 핏빛쥐에 의해서 호송됐다.
핏빛쥐들은 우월감을 맛보기 위해서, 이 오만한 엘프들을 무너뜨리고 경악시키기 위해서 굳이 그들의 머리에 두건을 씌우지 않았다. 그들은 결코 도망칠 수 없었다.
북부에 존재하는 배불뚝 리전의 가장 큰 기지인 〈멜마론(Melmaron) 영지〉의 〈단단한 산(Hard Mountain)〉에서 엘프들은 한 번 발가벗겨졌다. 큰 굴욕이었다. 그들은 철통같은 감시 속에서 등이 베어지고, 그곳에 주술이 담긴 작은 보석이 박혀야 했다.
또한 피가 가장 많이 흘리는 허벅지에도 하나가 박혔다.
2개의 위치추적기였다. 보석은 루비였지만 검붉은색으로 변질된 것이었고, 만약 엘프가 도망친다면 검은 그림자가 되어 땅에 스며들게 된다. 이는 다른 핏빛쥐들이 수월하게 느낄 수 있는 그림자의 힘이었다.
엘프들은 다시 한 번 묶여서 지하에 존재하는 수로로 향했다. 인공 수로에 그럴듯한 배가 밀어져서 수로에 놓였다.
나무배는 항상 물에 있으면 썩어버리기 때문에 항구에 있을 때는 무조건 뭍으로 올라와야 했다. 그렇기에 수로를 이용할 때마다 배를 밀어야 했다.
‘하찮은.’
엘프들은 속으로 그들의 행동을 비웃었다. 하지만 그 비웃음은 금방 사라졌다. 벽에 박혀있는 엄청난 숫자의 주술 토템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어서였다.
그 역량은 감히 엘프들의 도시와 견줄만했다.
쏴아아아아!
엄청난 속력으로 뻗어 나가는 물살과 거기에서도 멀쩡한 나무배. 강렬한 바람을 맞으며 엘프들은 그 속력을 쉽게 즐기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빠른 수로라고?!’
교통!
엘프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였다. 이를 해결한 핏빛쥐들의 모습은 마음 한구석이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특히 너무 무식해서 만약 핏빛쥐들에게 제대로 된 수학 같은 기초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수재다운 머리로 속력을 계산하며 엘프들은 그들이 간 거리를 기억해나갔다. 혹시라도 탈출했을 때, 큰 정보가 될 것이 분명했다.
남부 왕국의 북부에서 서부에 존재하는 검은 돔까지 3개월 거리를 불과 2일 만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엘프들의 머리는 혼란으로 가득했다.
‘마법 비행으로는 꿈도 못 꾸는 일이다.’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이런 효율을 내다니?’
경험한 엘프는 황당해 할 수밖에 없었다.
엘프의 경우 교통은 모두 개개인의 비행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그것이 싸고, 자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 필요 없었다. 전략물자는 그냥 하늘로 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렇기에 보급 한계거리가 존재했고, 영혼 제국으로의 공세를 쉽게 펼치지 못하는 것이기도 했다.
딱 엘프들의 영토만 커버하는 완벽한 보급 라인이었다.
너무나도 뛰어난 마법역량이 되려 교통의 발달을 저해한 것이기도 했다. 중앙 제국? 그들은 엘프를 모방하는 모방 발전을 통해서 마도 초기 사회를 구축했다. 당연히 비행하는 엘프들을 따라 하기 바빴지, 도로를 잘 써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드낙의 소름 끼치는 생각은 핏빛쥐들이 수로를 계속 발전시키게 하고, 철도를 건설하게 하였다.
아무리 비효율적이라도 일단 속도를 먼저 챙기라는 드낙의 명령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강철의 법칙으로 핏빛쥐에게 받아들여져서였다.
‘무식한 놈들...목적지가 딱 한곳밖에 못 가는 곳을...이렇게 터무니없는 자원을 들여서 만들다니.’
엘프는 핏빛쥐들의 지하 수로가 지닌 속력이 자신들의 비행보다 장거리 목적지에 확실하게 특화되어있었음에도 그들을 욕했다. 다양한 곳에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그 경직성은 실로 무식했다.
북부 단단한 산에서 시작되는 지하 수로가 오갈 수 있는 곳은 오직 검은 돔뿐이었다. 하지만 엘프 비행 능력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비행 마법이 지닌 장점을 극복하지 못해서였다.
‘저 꼿꼿한 머리 봐라.’
이들을 포획해서 가는 대장쥐는 그런 엘프들의 꺾이지 않는 자존심을 보며 더욱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내려라!”
“윽!”
강하게 그들을 대했다. 벌거벗은 이들은 두 다리로 허우적거리며 내려야 했다. 양팔이 팔뚝조차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묶여있어서 배에서 균형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이들은 곧장 검은 돔으로 걸어가야 했다. 그들이 지낼 곳은 지하 3층의 준중요 시설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척. 척. 척.
검은 돔 정예병이 맞은편에서 다가오더니 대장쥐를 보며 한 번에 발로 땅을 구르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뜨낙!”
이에 대장쥐도 고개를 하늘로 추켜올리며 허리를 활처럼 휘게 하며 냉큼 무기를 뽑아서 그들의 무기를 한 번 쳐주며 대답해주었다.
“뜨나악!”
평범한 제식은 아니었다. 잔뜩 달아오른 감정이 깃든 경례였기 때문이다. 허나 엘프들은 비웃지 못했다. 검은 돔 정예병으로 채택되고 있는 이들은 검은 뿔쥐 중에서도 특출난 자들이었다.
그들의 덩치는 대장쥐와 비슷했다. 그리고 대장쥐는 엘프보다 머리가 두 개는 더 컸다.
악마의 힘을 받고 나서 더 커지고 있었다.
엘프들의 눈에 달구어진 소금에서 열처리를 하는 엄청난 규모의 무구 제작 광경이 보였다. 족히 소금을 담은 솥만 해도 5천 개는 되어 보였다. 저렇게 많이 만들어서 어디에 쓸지부터 걱정일 정도였다.
그 강철 무기와 방어구의 용도는 지하 세력의 확장과 큰 연관이 있었다. 쓸 데가 있으니 생산하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엘프들은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을 참았다.
지하를 통한 침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들의 전투인력의 숫자는 위협적이었다.
‘영혼 제국에 이어서 지하 종족의 부흥까지...’
말도 안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준중요 설비 중 하나인 소금솥 열처리 구역을 지나고 엘프들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슨...!”
끝도 없이 펼쳐진 준중요 구역 중에서도 가장 큰 구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을 지나야 했는데, 장엄한 광경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술수리이야아...
엄청난,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주술사들과 마법사들이 이미 제작된 무구와 다양한 장신구에 주술과 마법을 부여하고 있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오우거가 넓은 철기둥에 마력을 부여하고 있었다.
“계속 움직여라!”
대장쥐가 거칠게 그들을 이끌었지만, 그들은 이 광경을 눈에 새기느라 바빴다.
‘영혼 제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놈들 또한 그 역량을 지니고 있다!’
거칠게 반항하는 엘프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것을 조금이라고 더 보려고 했고, 오우거 리고가 하는 것도 더 오래 지켜보고자 했다. 몰매를 맞아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나서야 엘프들이 질질 끌려갔다.
곧 엘프들은 앞으로 평생 살아야 할 곳에 도착했다. 지상종족을 위해서 제법 그럴듯하게 꾸며진 곳이 강철문을 지나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끼가 자라있는 검은 돌들로 둘러싸서 만들어진 연못에서는 민물고기가 살았지만, 그 바닥은 흙이 아닌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본래는 오크들과의 교류를 위해서 만들어둔 곳이다. 다른 곳의 정보를 얻지 못하게 감옥처럼 만든 접객실이지.”
접객실치고는 규모가 매우 컸다. 족히 3천 평은 되었는데, 핏빛쥐들의 역량을 절로 보여주고 있었다.
오두막에 연못 거기에 그늘진 곳에서 잘 사는 나무들과 수풀들로 이루어진 지하 속 숲이었다. 그들은 구속구마저 풀어졌는데, 엘프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두막과 숲에 존재하는 주술 까마귀들 때문이었다.
‘쥐새끼들.’
자유로워 보였지만 자유롭지 않았다.
“하루는 쉬어라. 내일부터 지옥이 시작될 것이다.”
대장쥐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엘프들은 일단 나뭇잎을 모으고, 넝쿨을 엮어서 밧줄로 만들어서 옷을 만들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거친 옷을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보냈다.
그그거거겅!
5시간 뒤에 정예병들이 들이닥쳐서 엘프들이 무엇을 했는지 파악하며 식량을 두고 갔다. 사슴 고기였다. 엘프들은 기름진 것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다음 날에 비아트리스 아에테르눔(Beatrice Aeternam) 부관이 끌려갔다. 그녀는 손가락이 하나 잘려야 했다.
“끄아악.”
그녀가 몸을 떨었다. 어마어마한 고통이 그녀를 덮쳤다.
“찍찍.”
그 격렬한 모습에 핏빛쥐가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보다 전투에 어울리는 감각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였다. 핏빛쥐의 경우에는 조금만 흥분해도 감각을 잃기 일쑤였다. 전투가 끝나고 나서 신체에 손실이 있다는 걸 깨달을 정도로 전투적으로 이점이 존재했다.
허나, 엘프들은 손가락 하나 잘린 것만으로도 발악, 개발악을 했다.
‘엄청나게 좋은 피라고 들었는데.’
일단은 잘린 신체부위와 피를 받아 챙기며 경과를 봤다. 혈색이 좀 좋지 않자 그제야 핏빛쥐가 회복 주술로 손을 회복시켰다.
“돌려보내라.”
“알았다.”
정예병이 그녀를 끌고 다시 자연 감옥으로 끌고 가버렸다. 그사이에 남은 핏빛쥐는 양피지에 한글을 썼다. 한글로 썼지만 쓰이는 건 한국어가 아니라 그들의 언어였다.
‘마비약이 필요하겠어. 오래오래 써먹으려면 어쩔 수 없겠군.’
엘프들의 정신력을 생각해서 핏빛쥐는 하루에 1명씩 손가락을 잘라 그 신체와 피만을 가져갔다. 다수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제법 오랫동안 엘프들은 살아갈 것이다.
한 가지 미련과 희망을 껴안고.
*
제인과 론은 손과 손으로 깍지를 끼고 산을 올랐다. 두 사람은 약혼을 한 지 이제 3일 된 사이였다.
“어디까지 가야 해?”
“조금만 가면 나와. 정말 엄청났었다고.”
그들은 대산의 능선을 지나갔고, 나무와 수풀을 헤쳐나갔다. 론은 제인이 가기 쉽게 수풀을 발로 뭉개거나 대거로 후려쳐서 나뭇가지를 떨어뜨렸다.
“와!”
제인이 나무를 손으로 받치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능선을 따라서 나무 하나 없이 끝없는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실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햇빛도 잘 드는 방향으로 있어서 꽃들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농후하게 코로 맡아졌다.
“초봄인데 어쩜 이렇게 많이 피었지?”
“나무도 없고 햇빛을 가장 오래 받을 수 있는 곳이라서 그래.”
“엄청나. 정말 대단해. 이런 광경은 살아서 본적이 없어!”
제인이 앞으로 달려나갔고, 론도 마찬가지로 나아갔다.
“그러다가 넘어져!”
론이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그대로 꽃밭에 떨어졌다. 거친 숨을 제인이 몰아쉬었다. 론은 그녀의 입술을 손으로 만졌다.
“입술이 사과처럼 붉어.”
“흥분해서 그래.”
서로의 허벅지가 문질러졌다. 숨결이 거칠어질 때 까마귀 한 마리가 툭 하고 튀어나와서 소리를 꽥 질렀다.
까악! 까악!
“어멋!”
까마귀는 생각보다 큰 조류였기에 화들짝 놀랐다. 두 사람이 일어나자 곳곳에서 까마귀들이 나타났다. 위협적으로 제인의 머리 위를 낮게 휙 지나가는 까마귀도 있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도망쳤다.
“...이런 일이 있었다니까요. 무슨 까마귀들이 그렇게 많은지!”
제인이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좋은 장소에서 짜릿한 로맨스와 애정을 뿜뿜 해야 할 때 훼방을 놓는 까마귀는 내장을 쥐어뜯고 싶을 정도였다.
그 말을 무덤덤하게 듣던 제인의 아빠가 해답을 제시해주었다.
“카이야가 지키는 곳이야. 절대 가면 안 돼.”
“카이야요?”
“흰까마귀 몰라? 도노와 같이 영물 중에 영물이잖아. 그분의 애완동물이기도 하고.”
“까마귀가 무슨 꽃밭을 지켜요.”
“그 까마귀가 거기에 있는 나무도 박살을 냈어. 원래 거기가 숲이었어. 숲!”
“어머. 까마귀가 나무를요?”
황당한 소리였다.
“그래. 검은 까마귀로 보이지만 날개 안쪽은 새하얀데 모두 카이야의 자식들이야. 자식들로 꽃밭을 지키게 하고 있지.”
“왜 지키는데요?”
“카이야라는 그 흰까마귀 영물이 양봉업을 하거든.”
“정말 정신 나간 소리네요.”
“진짜야. 전에 먹은 곰고기 있잖아. 그것도 까마귀 양봉업 때문에 얻은 거야.”
제인이 입을 헤하고 벌렸다. 그 리액션에 아빠가 신나서 떠들어대었다.
“내가 약초를 캐는데, 자꾸 까마귀가 소리를 지르며 날갯짓을 하며 오라는 거 아냐. 그래서 가보니까 곰 한 마리가 앞발에 꿀을 묻힌 채로 머리가 꿰뚫린 채 죽어 있었다니까! 그래서 내가 아는 거지. 나도 말로 들으면 몰랐지!”
드낙이 풀어준 카이야는 가족을 꾸리며 양봉업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이야는 꿀이면 사족을 못 썼고, 직접 꽃밭을 광범위하게 일구고, 벌들을 지켜주며 벌통 또한 철통같이 지켰다.
그 덕에 대산에서 일을 하는 이들은 종종 곰 시체를 얻을 수 있었다. 워낙 카이야가 양봉 사업을 크게 하다 보니 아주 멀리서도 곰들이 냄새를 맡고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실로 똑똑한 까마귀다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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